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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1호] 회생절차에서의 노자관계(새날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상은)
노정협   2009-05-25 12:01:44, 조회:2,995, 추천:147
  
회생절차에서의 노자관계  
  

                                                                                                                   - 새날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상은



법원은 기업의 부도 시에 법정관리를 통해 '단체협약, 임금협약 체결 및 정리해고 실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관리인에 대한 감독을 통해 개입'하여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지배자로서 나타난다. 평소 중립자임을 자처하는 자본주의 법원의 반노동자적이고 친자본적인 본질이 이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노동자는 이제 법의 본질과 반동성을 깨닫고 '법원이라는 공권력'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이 글은 기업의 부도가 속출하는 공황시기에 법정관리자로 나타나는 법원의 환상을 깨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성되었다. 전문적인 용어가 나와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법적관계가 현실의 노동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조여올 것이기 때문에 관심있게 읽었으면 한다. 다음 기회에 법정관리의 구체적 사례와 노조의 대응이라는 생생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추가로 다루게 될 것이다(편집자주).



1. 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의의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여 있는 채무자(개인 또는 회사)에 대하여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1조}. 따라서 비록 채무자가 현 시점에서 재정적인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 하여도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고 인정되는 때에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장을 회생시키고자 하는 것이 회생절차의 목적인 것이다.

위와 같은 회생절차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의 노동자가 주목해야할 것은 회생절차에서의 임금 및 고용조건의 변화이다. 이하에서는 회생절차상 법원에 의한 관리인 선임의 문제점 및 관리인의 지위, 임금협상·단체교섭에 대한 법원의 관여 그리고 정리해고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2. 관리인 선임의 문제점 및 관리인의 지위  

가. 관리인 선임의 문제점

채무자(회사) 또는 채권자 및 주주가 회생개시신청을 한 경우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의 원인인 사실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이에 대한 심사를 하여 회생개시결정을 하고 개시결정과 동시에 관리인 선임결정을 하게 된다. 법원은 관리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관리인의 직무를 수행함에 적합한 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기존 경영자의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나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채무자(회사의 경우)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이를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라 한다. “법”제74조가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종전 회사정리법 시행 당시 기존 경영자들이 경영에서 배제되고 기존 경영자 이외의 제3자를 관리인을 선임하게 되자 기존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였고, 또한 기존 경영자들의 경영노하우가 그대로 인계되지 못하는 단점이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저, 회생사건실무 제176쪽 참조).

그런데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가 현실에서 적용되는 모습을 보면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기존 경영자의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나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에 해당함에도 법원은 그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여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에 선임하는 경우가 있다.

나. 관리인=사용자이자 회생업무 수행자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회사)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 즉,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이 관리인에게 전속되므로,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사용자 측 체결권자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9다72422 판결 참조)
그런데 위에서 본 ‘기존 경영인 관리인 제도’ 하에서는 결국 기존의 대표이사 또는 경영진이 관리인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인격적 동일성의 변동이 없으나, 이 경우 ‘관리인’은 개별 사업장 자본의 대변자임과 동시에 법원에 의해 선임되어 회생업무를 수행자의 지위를 동시에 지니게 된다.


3. 단체협약의 유효성 여부 및 회생절차 진행 중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법원의 관여  

가. 기존 단체협약의 유효성 인정

법은 사용자인 채무자와 근로자 사이에 맺어진 단체협약에 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도 미이행 쌍무계약임을 이유로 해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관리인은 회생절차 개시 전에 체결된 단체협약이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지장이 있다고 하여도 그 내용을 변경하여 새로운 단체협약을 조합과 체결하거나 유효기간이 경과하지 않는 한 이에 구속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저, 회생사건실무 제135쪽 참조)

나. 단체협약 체결시 법원의 관여

회생절차에서 법원은 관리인에 대한 감독을 통하여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법원의 관여는 중앙지방법원 회생실무준칙 제10호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지침”(이하 “지침”이라고 한다)에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지침”은 ①목적에 관하여 채무자(회사)의 관리인이 노동자측과 임금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함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적정한 임금 기타 근로조건의 수준을 결정하고 불필요한 노사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예방함을 목적으로 하며,

②단체협약의 원칙에 관하여 “채무자의 노동자들의 임금 기타 근로조건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회생계획상의 추정 임금인상율 등 관련 규정의 범위내에서 그로 인하여 회생계획의 수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③단체협약의 절차에 관하여 “관리인 등은 임금 기타 근로조건에 관하여 노동자측과 협상을 개시하기에 앞서 적정한 임금 기타 근로조건의 수준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며, 노동자 측과 합의 예정안을 법원에 사전보고하고 법원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④ 관리인등이 적정한 임금 기타 근로조건의 수준 및 협의 예정안을 법원에 보고함에 있어서는 관련자료, 즉 과거실적에 관한 자료(최근 3년간 회생계획상의 매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달성정도, 최근 5년간 직급별 임금인상율, 과거 상여금 지급율, 인상 전후 동종업체와 임금수준 비교), 당해 연도 협상과정 및 관리인 의견에 관한 자료(노동조합 유무, 노동조합의 수 및 비율, 상급노동단체, 최근 노사관계의 동향, 회생계획상 예정된 당해 연도 임금인상율, 인건비총액, 매출액 대비 인건비율, 당해 연도 임금인상 요구내용과 그 협상과정, 당해 연도 적정임금 기타 근로조건의 수준 또는 합의 예정안 관리인 등의 의견), 인상후 예상자료(지급별 1인당 연간 수령액 총액기준 인상전 임금, 인상후 임금, 인상율, 인상전 인상후 예상 인건비총액, 인건비부담증가율, 임금인상후의 당해 연도의 추정 매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및 회생계획 달성율, 인상후 동종업체와 임금수준 비교)를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위 지침에는 관리인이 노동조합과 맺는 단체협약은 법원의 보고대상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회생절차개시결정시 법원의 허가대상으로 정하는 경우도 많다.


4.  임금채권 보호의 문제 및 회생절차에서의 임금인상에 대한 법원의 관여  

가. 공익채권으로서 우선변제권 인정

공익채권이란 회생절차의 수행에 관한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기 위하여 인정된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이다. 주로 회생절차 개시후의 원인으로 생긴 청구권으로 법상 공익채권으로 규정된 청구권에 한하나, 공익채권 가운데에는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청구권이므로 관념상 회생채권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형평의 관념이나 사회정책적인 이유 등으로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근로자의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금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근로자의 임금이라 함은 급료, 봉급, 수당, 상여금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의 대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 채권의 발생시기를 불문하고 공익채권으로서 취급한다. 회생절차에서 근로자의 임금 등이 공익채권으로 취급된다는 것은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은 원칙적으로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면 변제할 수 없음에 반하여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할 수 있으며(법 제180조 제1항), 공익채권은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우선하여 변제됨을 의미한다(법제180조 제2항).

나) 회생절차에서의 임금인상에 관한 법원의 관여

법제61조 제1항 제9호에 의하여 법원의 지정에 의하여 회생절차개시 이후 “종업원의 임금인상”은 법원의 허가대상 행위에 포함된다. 임금의 지급수준은 채무자의 수익성과 자금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서울중앙지방법원 회생실무준칙 제10호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지침” 중 보고자료 중 과거실적에 관한 자료로 ①최근 3년간 회생계획상의 매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달성정도, ②최근 5년간 직급별 임금인상율, ③과거 상여금 지급율, ④인상 전후 동종업체와 임금수준 비교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이를 토대로 임금인상안을 허가하는 것으로 보이며, 또한 기본급, 상여금 및 수당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자가 부담하여야할 인건비 총액을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승급과 승진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추가 고용여부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

이와 같이 회생절차에서 임금협약은 법원의 허가대상이 됨에 따라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임금교섭에 제약요소가 된다. 사용자의 지위에 서있는 관리인은 법원의 허가사항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임금요구안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회생절차임에도 임금을 둘러싼 이견의 불일치를 이유로 조정전치를 걸쳐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한 후 쟁의행위로 나아갈 수 있는지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노동조합 내 간부 및 활동가의  몫이다.


5. 회생절차에서의 정리해고에 대한 법원의 허가  

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에 대한 법적 규제

정리해고에 관하여 현행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율하고 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1)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2)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3)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및 대상자 설정 4)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에 대한 50일전 통보 및 협의를 갖추어야 하며, 위 요건을 갖추어 해고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를 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근로계약관계에서의 사용자의 계약 해지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와 달리 근로자의 귀책에 기인한 것이 아님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기업에 종사하는 인원을 줄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인정한다.

나) 회생절차에서의 정리해고의 문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해당 기업 근로자에 대한 정리해고는 필수적으로 수반되며, 이는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회생개시신청에 대한 법원의 회생개시결정에 의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정리해고에 대한 법적분쟁에서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해당함을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정리해고의 요건 중 해고회피 노력 및 대상자 선정의 문제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실제 파산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들의 모임임)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채무자의 경우 고용인원의 합리적인 감축이 회생절차의 성공적 수행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할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고의 권한은 채무자의 인격적 사항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관리인의 전권사항인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권, 재산의 관리처분권에 속하는 법률관계를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이행 쌍무계약 해제에 관한 규정이 단체협약에 적용되지 않은 것과 관계없이 관리인은 일반 법리에 따라 근로자를 정리해고할 수 있다. ···그리고 관리인에 의한 정리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과 동일한 기준에 의하여 판단한다. 다만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중임을 감안할 때 해고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 대상 근로자가 기업재건에 필요 불가결한 노동능력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상대적으로 중시하여야 할 것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저 회생사건 실무 제135~136쪽 참조).

위 견해에 의하면 회생절차에서의 정리해고는 해고회피노력과 무관하게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일상적인 정리해고는 다른 해고회피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최후수단성의 성질을 띤다),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과 공정성에 대한 요건과 관련하여 “대상근로자가 기업재건에 필요 불가결한 노동능력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회생절차라는 이유로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과 공정성 요건을 사실상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셋째, 실무상 회생절차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노동자의 해고”는 법원의 허가대상 행위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리인이 회생절차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노동자의 해고”를 하는 경우 그 행위는 무효이나, 법원의 허가를 받는 경우 정리해고는 법원에 의해 사전적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받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법원에 “법원이 허가한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법적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위와 같이 회생절차에서 정리해고는 이후 법적 분쟁을 통한 해결의 가능성이 통상적인 정리해고에 비하여 적다는 점이 확인된다.


6. 회생절차에서의 노동의 대응  

위에서 살펴본 바와 의하여 회생절차에서 법원은 단체협약· 임금협약 체결 및 정리해고 실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관리인에 대한 감독을 통해 개입하며 이는 단체협약·임금협약의 노사간 자율적인 해결 가능성을 제한하고, 정리해고에 대한 사후적인 법적 대응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회생절차에 관한 현행법과 재판실무는 회생절차에서의 정리해고에 대한 법적 대응의 한계를 인식한 노동조합과 해고대상자들로 하여금 법적 분쟁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법외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리해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일상적인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의 대응이 노동과 개별 자본과의 대립으로 제한될 수 있는 반면에 ‘회생절차에서의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의 대응은 개별 자본뿐만 아니라 “법원이라는 공권력”을 반대편에 놓고 대립하게 되는 양상으로 변화될 조건이 형성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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