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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0호] 금값이 오른다(?)
노정협   2009-04-21 14:02:09, 조회:1,906, 추천:96

  
  
금값이 오른다(?)




최근 ‘금값’이 올라가고 있다. 2008년 9월 11일 금 1온스(대략 28그램)에 741달러였던 ‘금값’은 2009년 3월 7일 현재에는 942.7달러에 이르고 있다. 1944년 미국의 달러를 중심으로 국제통화제도를 구축한  브레튼-우즈 협정에서 금 1온스에 35달러였으니 30여 배나 ‘금값’이 올라간 것이다. 국내 ‘금값’도 물론 뛰고 있다. 그러면 ‘금값’이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상품의 값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예를 들어 컴퓨터 1대의 가격을 100만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컴퓨터 1대 = 100만원, 즉 컴퓨터 1대는 100만원과 같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무엇이 같다는 말인가? 일단 가치와 가격을 동일하다고 보면, 컴퓨터 1대의 가치는 100만원의 가치와 같다는 말이다.

그러면 가치는 무엇인가? 상품에 실현되어 있는(혹은 대상화 되어 있는) 노동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말로 가치란 어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즉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100시간의 노동이 필요하고, 핸드폰을 만드는 데는 10시간이 필요다면 컴퓨터 1대=핸드폰 10대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이러한 비율로 교환될 것이다.

그러면 100만원이라는 지폐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100만 원 만큼의 가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한 말이다. 왜냐하면 가치의 실체는 노동시간이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100만원의 지폐는 그 자체로는 가치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단지 1원의 가치보다 100만 배 크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런데 1원의 가치는 또 얼마만한 것인가? 1원 속에도 1원이 의미하는 가치는 없다. 그래서 이 또한 무의미한 말이다.  (1원에는 분명 얼마간의 노동이 실현되어 있겠지만,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가치와 사회적으로 1원에게 강제적으로 부여되어 표현되고 있는 가치의 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자동차의 힘을 100마력이라고 하자. 즉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힘이 100마리의 말(馬)이 끄는 힘과 같다는 말이다. 자동차의 힘을 말에 비교할 수 있는 이유는 말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힘을 가지고 있고 말도 힘을 가지고 있다. 두 물체가 동질적인 실체인 힘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다는 등식이 가능하고, 자동차의 힘을 말과 비교하여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만약 자동차가 100 만큼의 힘을 가졌다고 표현하고, “그러면 100의 힘은 얼마만한가”하고 물으면, 1의 힘의 100배라고 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가 소 1마리와 같다는 등식도 성립할 수 있다. 두 사물은 무게라는 동질의 실체를 가진다. 그래서 무게가 서로 1톤으로 같다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비교하려면 비교되는 사물이 모두 같은 질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컴퓨터 1대가 100만원과 같다는 등식이 분명 성립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화폐명칭인 달러, 엔, 파운드 등등은 일정한 무게의 진정한 화폐인 금일정량에 붙인 이름이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즉 미국은 금 1/35온스에 1달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고, 영국은 금 1온스에 3파운드라는 화폐명칭을 붙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화폐명칭이 무게 명칭에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맑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에 의하면 화폐단위(였던)인 영국의 파운드, 프랑스의 리브르, 스페인의 마라베드, 포르투갈의 레이는 모두 무게 명칭이라고 한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돈 봉투에 “금(金) 10만원”이라고 적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해결된다. 100만원이란 사실 금일정량, 즉 예를 들어 5돈(대략 18그램)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 금 5돈에는 100시간의 노동이 들어있고, 즉 5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00시간의 노동의 필요하고, 컴퓨터를 만드는 데도 100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컴퓨터=100시간=금 5돈이라는 등식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금 5돈의 이름을 100만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1원은 금 5돈/100만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컴퓨터 = 100만원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어떤 상품의 가치를 가치의 실체인 노동시간이 아니라, 금일정량으로 표현할 때, 그리고 다시 그 금일정량의 화폐명칭인 원 혹은 달러 등등으로 표현할 때, 우리는 그 상품의 가격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금의 가격이란 말은 성립할 수 없는 표현이다. 금 한 돈의 가격을 표현해보면, 그 상품의 가격이란 그 상품의 가치를 금의 일정량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결국 금 한 돈의 가치는 금 한 돈과 비교되고 이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래서 금은 가격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가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결국 지폐는 금을 대신하여 화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오직 금만이 역사적으로 확립된 진정한 화폐이다. 이러한 관계는 금본위제(지폐에 그것과 교환될 수 있는 금의 일정량이 적혀있다)에서는 명확하게 보였고, 쉽게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국가가 강제로 통용력을 부과한 불환지폐 제도 하에서는 인식되기가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금시장에서 일정한 무게의 금과 일정한 화폐가 교환되면서, 화폐가 얼마만큼의 금량을 대신하고 있는가가 결정되고 있다.

그러면 왜 ‘금값’이 오르고 있는가 하는 문제로 돌아가자. 이제 문제를 보다 명확히 하여보자. 1944년 금 1온스의 화폐명칭이 35달러, 2008년 9월 11일에는 741달러, 2009년 3월 7일 현재에는 942.7달러(화폐의 도량단위)라는 말이 된다. 다른 말로 하면 1달러가 1/35온스, 1/741온스, 1/942온스를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금의 생산성(금 일정량을 생산하는데 드는 시간)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볼 때(기술은 발달하지만 금이 점점 희소해지기 때문에), 1달러가 표현하는 금의 양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그만큼 달러가 표현하고 있는 가치가 적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나라의 유통에 필요한 화폐량은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유통되어야 할 상품의 총액/화폐의 유통속도=유통필요화폐량이다. 즉 1만 원 권이 10번을 유통한다면 10만원어치의 상품을 유통시키게 된다. 그래서 화폐의 유통속도가 빠를수록 유통필요화폐량은 적어도 되고, 유통되어야할 상품의 총액이 많을수록 유통필요화폐량은 많아져야 한다. 만약 어떤 이유로 화폐량이 유통필요화폐량보다 많이 유통에 투입되었다고 하자. 금이 직접 투입되었다면, 불필요한 금은 유통에서 다시 빠져나가게 된다. 그런데 금을 단지 대신하고 있을 뿐이고, 그 자체로는 무가치한 불환지폐가 유통에 과다하게 투입되면 지폐가 감가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불환지폐를 유통필요화폐량보다 두 배 투입하게 되면, 예전에 1원이 금 1그램을 대신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1원이 금 0.5그램을 대신하게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상은 바로 이것이다. 미국이 공황에 대처하면서 연방준비위원회(FRB)에서 돈을 찍어(발권력 동원), 국채를 사고,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직접 회사채를 구입하는 방법까지 동원하여 돈을 살포하고 있고 금리를 떨어뜨려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살포되는 달러의 엄청난 양으로 볼 때 오히려 ‘금값’이 오르는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금값’이 왜 이것밖에 오르지 않는가가 의아한 것이다. 화폐의 기능에는 유통수단의 기능만이 아니라 지불수단으로의 기능과 퇴장화폐(부의 화신인 화폐를 쌓아두는 것)로서의 기능이 있다.

공황시기에는 누가 언제 망할지 모르고 어음은 믿을 수 없고, 채무기일은 결코 연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국가가 돈을 풀어도 은행과 기업 개인 모두 다 움켜쥐고 유통의 수로에 던져 넣지 않는다. 또한 공황시기에는 유통되어야할 상품은 총액에서는 줄어들겠지만, 신용(어음)으로 결제되지 못해서 오히려 실제적으로는 유통에 필요한 화폐량은 늘어날 수 있다.

화폐의 유통속도는 현격하게 감소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유통필요화폐량은 늘어나게 된다. 달러를 살포해도 달러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이다. 덧붙이면 달러가치가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서 약해지지 않는 이유는 첫째, 미국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주요 자본주의 국가가 발권력을 이용하여 돈을 살포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미국은행과 기업 등이 지불수단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전에 세계에 뿌려 놓았던 달러를 미국으로 회수하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격렬한 공황시기가 지나가고 침체의 시기가 오면, 그동안 풀렸던 돈이 서서히 유통의 수로에 흘러들어오게 된다. 그때는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지폐는 감가하고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다. 진정한 화폐인 금의 도량단위가 변경되는 결과를 낳고(예를 들어 금 1그램의 명칭이 1달러에서 2달러로 변경), 사람들은 이를 ‘금값’이 오른다고 표현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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