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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0호] 양보교섭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금속노조
노정협   2009-04-21 14:11:02, 조회:1,731, 추천:106

  
  
양보교섭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금속노조



금속노조 사업장들이 경제공황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각 단사의 자본은 유례없는 세계 공황을 맞아 이윤을 높이기 위해, 또는 파산을 막기 위해 노동자에게 모든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자본의 첫 희생양은 미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일방적인 계약해지, 강제적인 희망퇴직으로 길거리로 쫓겨났다. 비정규직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도 자본은 힘이 약한 노동조합들을 무력화시키면서 계약해지를 단행하고 있다. 수십 명의 GM대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해지 됐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얼마나 잘려나가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계약해지 당했다. 여기에는 핵심 간부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자본은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이 기회에 노동조합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자신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생계의 위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완성차 대부분이 부분적 휴업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부르주아 언론으로부터 노동귀족이라는 이데올로기 공격을 당해왔던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계마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잔업, 특근으로 겨우 가정경제를 꾸려오다가 자본이 잔업, 특근을 통제하고 휴업까지 단행하자 임금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의 악의적 이데올로기 공격에 의해서 조장되었던 노동귀족 이데올로기는 당장 잔업 특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는 비단 자동차 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에어콘과 김치냉장고를 생산하는 위니아만도는 이미 1차 희망퇴직을 통해서 생산직 노동자 20여 명, 관리직 100여 명이 쫓겨난 후에도 2차 희망퇴직을 통보했고, 2월 28일부터는 개별적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렇게 현장이 자본의 구조조정에 의해서 각개격파당하고 있는데 15만 금속노조의 투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자본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비정규직 계약해지, 휴업과 복지축소 등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동일한 공격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각 현장들은 고립된 채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업종과 단사의 벽을 뛰어넘는 산별 투쟁, 15만 노동자가 하나 되는 투쟁은커녕 완성4사의 공동투쟁조차 조직되지 않는 것이 금속노조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당장 09년 임단투가 제대로 전개될 리 없으며 나아가 공황이 깊어갈수록 노동자의 삶은 파괴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09년 금속노조의 투쟁계획을 살펴보자.


금속노조의 괴상한 노동자 살리기

2009년이 시작되자마자 금속노조는 ‘공생협약’ 파동을 겪었다. ‘공생협약’은 말 그대로 경제공황 시기에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이 함께 살기 위해서 노동자가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자본가는 고용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이는 내부의 공식적인 회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금속노조 중앙간부에 의해서 대외비 문서로 작성되었다가 부르주아 언론을 통해서 금속노조가 대폭적인 양보 결단을 내렸다는 식으로 그 본질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장의 비판이 거세어지자 ‘공생협약’은 중앙위원회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폐기되기는 했지만, 이미 금속노조 지도부들의 속내는 자본과 정권에 의해서 간파당한 후였다. 폐기된 것은 문건뿐이고, 그 본질인 굴종과 양보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차례 파동을 겪고 난 후에 금속노조는 2월 16일 임시대대를 통해서 2009년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확정된 투쟁방침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향후 3~4년간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이며, 이명박 정부가 고통분담론을 앞세워 “노동자-서민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현 정세를 진단하고 있다. 그 결과 “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미조직, 중소사업장 노동자들부터 휴업, 해고 등에 내몰리고 있”고, “대공장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쌍용차에서 보듯 일방적 후생복지중단, 임금지급 거부, 자본철수협박을 도발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의 기회를 제거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대공장/중소영세사업장의 분할은 물론 대공장들마저 취약한 사업장과 후순위 공격대상 사업장을 분할 공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주체상황과 과제’로는 “역사상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 벼랑으로 내몰린 노동자 민중의 생존의 위기, 단협을 무시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노조의 무력화, 노동자 분할을 통한 산별적 단결을 깨려는 금속노조의 무력화 기도에 맞서야”하며 “이에 15만 조합원이 ‘함께 살자’는 일치된 정신으로 ‘비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자본의 위기’를 ‘노동의 기회’로 만들어나가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다. 금속노조의 정세인식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경제공황 시기에 총공세를 펴고 있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투쟁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결의 속에서 임대를 기점으로 ‘노동자 서민 살리기 투쟁본부’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 국민생활 보장(최저생계비기준을 평균가구소득의 50%로, 지원 대상을 500만 명으로 확대) ▲ 모든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고용안정특별법 제정,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비정규직 포함한 현재 총고용인원의 고용 보장) ▲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주35시간 노동제 실시,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교대제 개선, 월급제 전환) ▲ 기업 잉여금의 사회 환원, 투기자본 규제(기업 이익잉여금의 10%를 경제회생을 위한 특별기금으로 출연, 투기자본 규제,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해외매각 제한) ▲ 제조업, 중소기업 기반강화(특별법 제정을 통한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막고 원하청의 성과공유제, 납품단가의 원가, 물가연동제 시행, 해외공장 확장 중단, 제조업 국내기반 강화, 노사공동결정제 도입, 노동자 경영참여 보장)를 09년 5대 요구안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 5대 요구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공생협약의 정신이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을 위한 고용안정특별법의 내용은 적극적 해고회피노력 사업장에 대한 세제지원과 직접지원 확대이다. 그리고 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 10%를 고용안정을 위한 특별세(고용세)로 징수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적극적 해고회피노력 사업장’에 대한 지원의 재원을 고용세로 마련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적극적 해고회피노력’이 의미하는 바가 중요하다. 현재 이러한 ‘노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현실에서 구조조정으로 자행되고 있는 휴업, 전환배치 등이다. 즉, 정리해고만 제외한 모든 구조조정이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자본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고용안정특별법에 의해서 정부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 식이다. 고용세 징수의 대상이 되는 자본도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구조조정의 선물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손해 볼 일은 없다. 이런 내용의 고용안정특별법이라면 당장 문 닫게 되는 자본을 제외한다면 무조건 식으로 거부할 이유는 없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도 위험은 존재한다.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은 야간노동 철폐라는 전략적 과제와 함께 노동운동의 핵심의제였다. 특히 IMF 이후 자본의 정리해고 공격에 대항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쟁취의 성격을 띠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노동시간 단축에 반드시 전제되었던 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월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노동시간 단축은 자본의 무기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입만 열면 외치는 ‘잡 쉐어링’이 현장에서는 곧 ‘임금 삭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전제를 삭제한 노동시간 단축이 자본과 정권에 의해서 악용된 결과이다. 따라서 금속노조는 자본과 정권에 의해서 오염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의 전제조건을 다시 명확하게 걸어야 한다.

그런데 요구안 해설에는 “법정 노동시간을 주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일 경우 12.5%의 노동시간 단축효과가 있으며 이는 현재 노동자 16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262만 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으며 10인 이상 사업장 10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63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만 실려 있다. 자본과 정권이 선전하는 일자리 나누기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노골적으로 임금 삭감이나 양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임금삭감 없는’이라는 전제를 분명히 하지 않는 한, 현장에서는 지금 휴업으로 인해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기업 이익잉여금의 환수 요구는 경제공황 시기에 새롭게 재출되는 것으로 자본의 이윤을 직접적으로 공격한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자본의 이윤은 노동자계급에게서 나온 것이기에 환수된 이익잉여금은 노동자계급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경제위기로 인해 전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잉여금을 고용세라는 특별기금으로 출연하여 일자리 유지,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환수한 이익잉여금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노동자계급에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공황 시기에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은 그나마 직접적인 파산의 공포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독점자본들이다.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기업유보율은 386%에서 696%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2008년 9월말 10대 재벌의 유보율은 787%, 194조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지금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강제 휴업, 복지 축소 등으로 노동자계급의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있는 자본이 여유자금을 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잉여금의 환수는 노동자의 복지를 원상복구하고, 휴업 노동자들에게도 100%의 평균임금을 보장하는 데 쓰여야 한다. 이것이 명확하게 전제되지 않는 한, 자본가 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인 “일자리 유지,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 재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격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속노조는 5대 요구안의 5번 조항인 제조업, 중소기업 기반강화 관련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노사 간의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해외공장에 대한 규제, 국내 생산체계의 혁신, 투명경영을 위해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여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자본의 18번인 ‘생산체계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중소기업 기반강화라는 큰 틀에서의 구체적 요구이기 때문에 ‘생산체계의 혁신’을 통해서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생산체계의 혁신’은 지금보다 더욱 효과적인 이윤창출을 위하여 생산과정을 혁신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자본이 주장했던 노동유연화와 다르지 않다. 금속노조는 폐기된 ‘공생협약’에서 제출했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재편’을 ‘생산체계의 혁신’이라는 말로 슬쩍 바꿔서 끼워 넣고 있다. 그런데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생산체계의 혁신’은 모두 자본의 생존을 위한 방안이며 절대로 노동자 살리기 방안이 될 수 없다.

물론 생산력의 발전을 가져오는 ‘생산체계의 혁신’은 보다 적은 시간에 많은 상품을 생산하게 되므로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동일한 양의 상품을 생산할 때 노동시간이 단축될 수 있고, 노동자계급은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생산체계의 혁신’은 ‘자본주의적’으로 이용될 뿐이다. 즉, 노동자계급의 건강이나 여가를 위한 생산력 발전이 아니라 보다 효과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형태로의 ‘혁신’만 있을 뿐이다. 더구나 공황기에서는 자본이 주장하는 잉여인력의 증대만을 낳을 뿐이다.

이렇게 금속노조는 ‘노동자 서민 살리기 투쟁본부’로 전환했지만 그 주요 요구안을 봤을 때 철저하게 자본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자본주의 호황기에는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이 시한폭탄을 안은 채 공존(‘공생’이 아니다.) 할 수 있지만 공황기에 노동자 - 자본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파산의 공포에 직면한 자본은 유일한 탈출구로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요구하는데 “우리 더불어 함께 살자”라는 ‘공생’ 정신은 대전투를 앞두고 스스로 무장해제를 자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속노조가 이처럼 ‘공생’에 매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IMF 시기처럼 노골적으로 ‘회사살리기’를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국가경제가 살아야 자본이 살고, 자본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천박한 자본살리기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본살리기 이데올로기에 대한 근본적인 폐절 없이 ‘노동자 살리기’는 불가능하며 ‘불구화 된 형태의 괴상한 노동자 살리기’가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장의 양보를 강요하는 임금요구안

이처럼 5대 요구안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본살리기’를 표방하고 있다면 임금요구안은 보다 노골적으로 양보교섭 논리를 담고 있다.

<임금인상>
1) 금속산업 사용자의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의 유지’를 전제로
2) 2009년 물가인상률 전망치 3.0%와 노동소득분배 개선율 1.9%를 합산한 4.9%, 기본급 기준 87.709원을 인상(호봉승급분 제외)한다.
3) 비정규직의 기본급 인상은 정액 기준으로 정규직보다 높게 적용한다.


노동자계급의 유일한 생존수단인 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참으로 간단하다. ‘임금’이 무엇인가? 노동자와 가족이 오늘 일하고 와서 당장 내일도 노동력을 팔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생활비다. 여기에는 먹고, 자고, 입고, 쉬는, 문화생활을 유지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임금인상안을 결정할 때에는 시장물가까지 조사해서 기준안을 마련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표준생계비 조사 따로, 임금인상 요구안 따로 제출하고 있다. 더구나 공황의 시기에 물가는 언제 폭등할지 모른다. 부르주아들조차 확실한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인상률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물가인상률 전망치 3%가 몇 달 후, 아니 불과 며칠 후에 상향 조정되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단적인 예로 2008년 1월~10월까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7%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의 2.3%의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따라서 공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2009년에는 08년보다 더욱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 치는 물가인상률 전망치를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이렇게 09년 임금인상 요구안은 금속노조 중앙의 편의적, 관료적 발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요구안 해설에 “금속노조 임금인상 요구는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하여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금속노조 조합원의 임금인상을 예년보다 상당히 낮게 요구한다 … 현재 조합원의 초과급여를 제외한 임금총액은 3,444,504원으로 3.7인의 표준생계비 4,357,774원에 비교할 경우 생계비 대비 79.0%이며 4.9%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지면 표준생계비 대비 82.9% 수준이다”라고 스스로 이번 임금인상을 ‘상당히’ 낮게 요구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낮은 임금인상 요구안을 마련한다고 하고 있다는 부분은 실소까지 자아내게 한다. 총고용 보장이 이미 현실에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요구안을 마련하기 전부터 비정규직의 계약해지가 줄줄이 터져 나오지 않았는가? 이러한 상황은 앞에서 인용한 금속노조의 정세인식에도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장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낮게 책정된 임금인상 요구안을 제출한다는 것은 자본에 대한 철저한 굴종이며 양보교섭 논리이다. 따라서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임금인상 요구안은 즉각 폐기시키고 제대로 인간답게 먹고 살 수 있는 생활비 쟁취를 걸고 투쟁해야 한다.

얼마 전 경총은 ‘2008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2008년 평균 임금인상률은 5.1%이며,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1규모(100~299인) 5.4%, 2규모(300~499인) 5.0%, 3규모(500~999인) 4.7%, 4규모(1,000인 이상) 4.5%로 나타나 기업규모가 클수록 인상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대공장일수록 오히려 임금인상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용노조들이 스스로 노사화합에 적극 동참하면서 노사화합선언 건수가 2008년 9월 1일 노동부 기준으로 454건 → 1,438건(전년 동기 대비 216.7% 증가)을 기록한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임금협상과정에서 노조는 통상임금 기준으로 평균 9.9%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용자는 평균 4.3%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09년 임금인상을 작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08년 타결된 평균 임금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그렇다면 작년 임금조정에 대한 자본의 평가를 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업체의 82.1%가 올해 임금조정이 ‘적정하게 결정’된 것으로 평가”했으며, 단지 17.9%의 업체가 “무리하게 임금을 인상”했다고 응답했다. “임금인상 수준이 적절했다고 평가한 업체들은 ‘경영여건에 대한 종업원의 이해’ 때문이었다고 응답한 업체가 63.1%로 가장 많았으며, 경제 사회적 분위기(15.6%), 타기업의 임금조정 결과(12.8%)” 순으로 나타났다.

즉, 이미 경제공황의 초입에 돌입했던 08년의 경우에도 5.1% 임금인상을 두고 자본은 스스로 만족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만족스러운 평가에는 다 이유가 있다. “노동자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2002년 8.2%를 정점으로 2008년 3/4분기 현재 -0.3%로 하락했으며,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4/4분기 통계가 더해질 경우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금속노조 자료)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08년에 5.1% 임금인상이 됐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통계를 버젓이 자료에 싣고 있으면서도 4.9%의 임금인상안을 책정했다. 즉, 고용만 보장된다면 작년보다 더욱 실질임금이 삭감되어도 양보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금속노조의 이러한 방침은 “임금격차 해소와 연대임금 쟁취를 위한 2009년 임금 요구”를 제출했던 민주노총의 ‘연대임금 논리’와 연동되어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민주노총 내의 개량주의 세력들은 정규직의 양보를 통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연대임금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는 곧 전체 노동자계급 임금 수준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며, 자본가 정권의 대공장 노동귀족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기에 현장으로부터 반발에 부딪쳐왔었다. 그러다가 민주노총은 이제 공황기에 접어들자 마치 이 때라는 식으로 공황기에 “생존의 위기에 가장 먼저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는 노동빈곤층과 불안정 노동계층을 최우선 정책대상으로 설정하고, 저임금-불안정 노동자의 고용-임금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요구"라며 다시금 연대임금을 09년 임금 요구의 기조로 확정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연대임금이나 금속노조의 4.9% 인상이나 모두 스스로 실질임금 삭감을 결의하는 향복선언과 같다. 여기에 금속노조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까지 결합될 경우, 현장의 실질임금 삭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속노조 간부들은 노골적으로 임금양보를 종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2월 12일 금속노조 정책연구원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주최로 ‘고용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보자.

토론회의 핵심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특히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손실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가 쟁점으로 보이지만 고용안정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사정의 분담방식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대공장의 경우에는 노사 협상을 통해서 임금손실 보전을 해결하자는 것인데, 이는 노동조합이 임금손실의 일정부분을 부담하던지 아니면 현장을 설득해서 일정액의 임금손실을 감수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금속노조는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09년 조기 임단투에 돌입한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임단투의 기조가 전면적으로 쇄신되지 않는 한, 투쟁의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선명한 요구를 걸고 공세적인 투쟁을 조직하라!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09년 금속노조의 투쟁기조 및 투쟁요구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금속노조가 이 조차도 투쟁을 통해서 돌파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교섭 방침으로 중앙교섭과 지부교섭, 현장의 사업장 교섭을 동시에 들어간다고 정했다. 이는 교섭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의 경우, 적어도 중앙교섭 돌파 없이 지부교섭, 사업장 보충교섭은 없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중앙교섭 돌파가 여의치 않자 은근슬쩍 지부교섭을 열어주면서 현장의 비판에 직면했던 오류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 차원의 중앙교섭 투쟁에 힘이 실릴 리 없다.

중앙이 이렇게 투쟁을 통한 경제공황 돌파를 외면하면서 현장만 초토화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서 구조조정 교섭 지침을 내렸지만 현장에서는 자본의 공세에 교섭지침이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금속노조의 대응은 찾아볼 수 없다. 지침은 공문구에 지나지 않으며 현장은 금속노조 중앙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09년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금속노조 중앙의 관료적 행태에 대한 철저한 투쟁이 필요하다. 이들은 15만의 생존권을 두고, 편의적으로 자본과 거래를 하려하고 있다. ‘양보교섭 반대! 공세적 투쟁으로 생존권 쟁취!’ 기조 하에 ‘모든 형태의 구조조정 분쇄!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반대! 실질임금 삭감 없고(월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이라는 선명한 요구를 걸고 현장투쟁을 조직할 것을 요구하고, 아래로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 ‘15만이 하나 되는 투쟁’이라는 공허한 외침 대신에 당장 강제 휴업, 복지 축소라는 공동의 현안에 직면해 있는 완성차, 부품사의 공동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지금 자행되는 자본의 구조조정의 분쇄 없이 임단투가 승리할 수 없으며, 공황이 깊어갈수록 노동자투쟁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자본의 모든 위기 전가에 단호히 맞서서 지금의 모든 책임을 자본과 정권이 질 것을 당당히 요구하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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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 기고   [51호] 회생절차에서의 노자관계(새날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상은)    노정협 2009/05/25 147 2995
633 노동   [51호] 정규직 지부의 GM대우 비정규직 무급휴직 합의를 규탄한다!    노정협 2009/05/25 158 1919
632 쟁점   [51호] 계속되는 민주노총 탈퇴행렬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정협 2009/05/25 179 1934
631 기타   [51호] 1917년 10월 25-26일 제2차 전러시아 노동자병사소비에뜨(최종)    노정협 2009/05/25 127 1615
630 전체보기   노동자정치신문 50호 목차 / 용산철거민 투쟁과 계급동맹의 문제  [1]  노정협 2009/03/14 136 2475
629 노동   [50호] 현중노조 임금 백지위임과 조선산업 공황 -현중 민주노조와 전투적 노동운동은 부활할 것인가?    노정협 2009/04/21 135 2163
628 기타   [50호]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본 여성해방과 계급해방    노정협 2009/04/21 187 1708
627 현장기고   [50호] 정부와 자본은 건설, 운수노조 탄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 송주현(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    노정협 2009/04/21 127 2113
노동   [50호] 양보교섭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금속노조    노정협 2009/04/21 106 1731
625 경제   [50호] 금값이 오른다(?)    노정협 2009/04/21 96 1906
624 국제   [50호] 꿈과 희망으로 덧칠된 오바마의 국가주의    노정협 2009/04/21 108 1593
623 정세   [50호] 청년 인턴제, 대졸초임 삭감 전체 노동자공격의 전초전!    노정협 2009/04/21 138 1720
622 기타   [50호] 제2차 전러시아 노동자병사소비에뜨 대회(지난 호에 이어서)    노정협 2009/04/21 143 1516
621 전체보기   노동자정치신문 49호/정권과 자본주의 체제가 저지른 용산 철거민 집단학살    노정협 2009/02/07 160 2235
620 인터뷰   [49호] 자본의 위기이데올로기, 구조조정 맞선 투쟁 조직하자! 쌍차노해투의장    노정협 2009/03/13 2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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