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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0호] 현중노조 임금 백지위임과 조선산업 공황 -현중 민주노조와 전투적 노동운동은 부활할 것인가?
노정협   2009-04-21 14:40:39, 조회:2,163, 추천:135

  
  
현중노조 임금 백지위임과 조선산업 공황
현중 민주노조와 전투적 노동운동은 부활할 것인가?



2월 18일 대의원 수련회에서 자본에 교섭권을 백지위임하겠다는 현대중공업 어용 위원장 오종쇄의 발언이 나왔다. 노조는 23일 회사의 대대적인 협조 아래 5천 여 명의 조합원들을  모아 놓고 백지위임 설명회를 갖고 질의응답 없이 마쳤다. 노조는 곧바로 25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5분 만에 만장일치로 교섭권 위임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노조의 발빠른 행보에 대해 부르주아 언론에서는 “금속노조는 코오롱과 현대重 노조에 배워라”,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現代重노조”, “위기서 빛나는 ‘현대重 믿음의 노사’”,  “노사상생 귀감될만한 현대重 노조”라며 앞 다퉈서 현중 어용 집행부를 칭송하기에 바빴다. 어용 오종쇄와 현중노조 집행부는 이번 임금교섭 백지위임에 대해 “정상적인 교섭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안 봐도 뻔한 것 아닌가. 우리는 지금 교섭을 말하고 있다.”며 “09년 교섭 위임은 교섭의 또 다른 형태”라고 주장했다.

놀랄만한 일이다. 드디어 어용 현중집행부에 의해 노동조합 운동 수백 년 역사상 최초로 ‘교섭의 또 다른 형태’가 만들어 졌다. 교섭에는 기업별 교섭, 산별 중앙교섭, 대각선 교섭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런데 이번 현중 집행부의 교섭권 백지위임은 이런 다양한 형태의 교섭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은 교섭의 다른 형태가 아니라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가 교섭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교섭기구인 동시에 투쟁기구이다. 노조는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고, 교섭을 통해 단협이나 임금합의 등을 이끌어낸다.

그런데 현중 집행부가 임금삭감과 생산성 향상을 대가로 이끌어낸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 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 존재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독단이다. - 임금동결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4만 5천여 원. 하청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전담이며 자본가의 배만 불릴 뿐이다(현중노조 위원장 오종쇄의 ‘2009년 임금교섭 회사위임’, ‘임금동결’망발에 대한 현중 민주진영의 입장)

임금 교섭권 위임으로 하청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대폭 하락하게 되었다. 그런데 현중 집행부가 이끌어낸 것은 임금삭감과 생산성 향상을 대가로 2011년 5월 32일까지 3년 동안의 고용보장이다.

더군다나 현중 어용 집행부는 총회를 거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교섭권을 위임했다.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의 이전인 18일 대의원 수련회에서 교섭 백지위임을 발표했다. 이후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의는 조합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용 대의원들에 의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형식적인 대의원대회의 결의가 사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결의에 불과할 뿐 집행부가 그러한 안건을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자체가 반노동조합적, 반노동자적 배신행위에 불과하다.

오종쇄는 “위기가 닥치고 있는 노조 지도부가 투쟁만 얘기하는 건 사기 행위입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임금을 올리든 삭감하든 회사가 알아서 하라고 위임하는 것이야말로 현금 주고부도 어음을 받는 사기행각이다. 노조가 노동조합의 교섭의 권리와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자본에 백지위탁하고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이유로 백기투항 하는 것이야말로 사기이자 범죄행위이다.


백지위임으로 전체 자본이 노리는 것은?

23일 대의원대회 수련회에서 현중 오종쇄 어용 집행부의 교섭권 위임 발표가 있자마자 부르주아 언론은 하루 뒤인 24일부터 대대적으로 현중 집행부의 무교섭 백지위임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오종쇄에 대한 인터뷰로 현중의 무교섭 백지위임을 전사업장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보도했다.

현중의 임금교섭 발표를 한 23일 당일 바로 한국노총이 참여한 노사민정위원비상대책회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의 주 내용은 임금동결 및 반납과 파업자제를 대가로 한 해고 자제 및 일자리 유지였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치적일 정도로 그 시기와 내용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정치적 파업’의 본산이자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민노총과 금속노조는 현대중 노조의 ‘무교섭 타결’에 담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읽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파이낸셜뉴스 2/20일 사설, 「위기서 빛나는 ‘현대重 믿음의 노사’)

현중 오종쇄가 백지위임하면서 발언에 대해 부르주아 언론은 “회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당부할 법한 말을 노조위원장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물론 부르주아 언론에서의 이러한 보도는 현중 백지위임에 찬사를 보내기 위해서였지만 부르주아 언론이 보기에도 오종쇄의 발언은 사용자 편향적인 것이었던 것이다. 실제 오종쇄는 노조 위원장이라기 보다는 경영자 보다 더 경영자로 행세하고 있었다.

중국 조선산업의 급부상 속에서 앞으로의 조선산업은 그리고 노사관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가 지혜를 모아 자신의 노동 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갖춘다면 세계 최고 자리는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집행간부들이 이런 지혜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얻은 귀중한 소득이다.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긴장감을 중국에서 찾았다는 현실이 안타깝지만…(참붓언론 2/27, 오 종 쇄/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 2/27 중국의 성장을 바라보며)

스스로 사용자를 자처하는 그래서 진정한 회사의 주인이 된 현중 오종쇄의 고뇌가 이번 백지위임을 낳았다. 현중 오종쇄의 임금교섭 백지위임은 현중 노조의 15년 무쟁의가 낳은 결과물이다. 현중 노조는 자본과 결탁하여 무쟁의를 일삼고, 2004년 박일수열사의 분신 이후인 2005년에는 형식적으로 남아 있던 현중노조의 이념과 강령조차 무너뜨리는 신강령 선포식을 가졌다.

신강령 선언은 “현중노조는 노동조합 설립 목적 달성을 위해 노사가 상생관계임을 깊이 인식하여 노사 호혜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행복과 미래를 추구해 나간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운동의 기본이념은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노사 공존공영의 추구”,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여 기업의 성장을 통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 추구’, ‘조합원의 ... 복지노조 추구’, ‘노사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적 노사문화를 창출하여 조합원의 고용안정 도모’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2005년 6월 15일에 체결된 신강령은 철저하게 노자협조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신강령은 노자협조주의를 바탕으로 자본과 상생하여 조합원들의 복지를 보장받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강령이 아니더라도 현중노조는 철저하게 이러한 협조주의적인 노사관계를 실천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신강령으로 선포함으로써 이러한 이념을 전국적으로 전파하고자 했다. 실제 현중의 신강령 선포는 당시의 전국적인 투쟁을 무마하기 위한 자본의 이데올로기로 활용됐다.

오종쇄의 임금 백지위임 발표는 현중노조의 15년 무쟁의 선언이라는 협조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결절점이고, 민주파 활동가들의 극도의 위축과 대의원 전원을 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의 계급역관계의 반영이다. 현중 사례는 자본의 공황기에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위기를 돌파하려는 자본진영에게는 최고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조선사업장인 현대중공업노조도 임금을 회사 측에 백지위임했는데 감히 훨씬 더 극심한 위기에 빠져 있는 다른 사업장에서 투쟁을 하려 하다니!


흔들리는 현중 노사협조의 물적 토대

현중에서 15년 무쟁의가 이뤄지고 자본의 절대적인 통제력이 발휘되는 것은, 주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주파 집행부들과 활동가들의 무능력에서 부분적으로 찾을 수 있다. 이 점은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인천지하철 등 어용노조가 등장한 대부분의 노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민주노조가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조합원들은 또 다시 협조주의 성향의 집행부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현중 민주파 집행부가 한 집행간부의 비리문제로 인해 사퇴하게 되자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현중 자본은 어용집행부를 내세웠다. 현중자본은 90년대 이후에는 신경영전락을 통해 현장을 갈기갈기 분열시켜 놓았고, 다물운동 같은 극우민족주의 이념으로 끊임없이 노동자의 계급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했다. 또한 현중자본은 극심한 현장통제로 현장 내 선전활동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현장 활동가들에게 대대적인 보복탄압을 가하기도 했다. 하청노조에 대해서는 철저한 고립과 탄압을 자행하였다.

이런 측면 말고도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의 경쟁력과 조선산업의 장기 호황이라는 물질적 조건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보수화시켰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수화는 고용불안과 실업, 비정규직 확대, 저임금이 확대되는 가운데서 임금이나 고용에서 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에 기인한다.

신생 중소 조선업체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지만, 꾸준한 성장·발전을 해온 조선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회사는 지난해 매출 19조 9571억원, 영업이익 2조2,062억원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 이 회사들은 2~3년 전에 미리 주문을 받아 선박을 만드는 조선산업의 특성과 환율상승 덕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고 수준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장기적 성장·발전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온 기업들은 수주잔량 확보·유휴자금 활용 등으로 세계적 경제침체를 이겨 내고 있다(참붓언론, 2/6 「경쟁력만이 살길이다」)

노조의 협조주의 전략의 성과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지만 현중노조는 2월 초에는 현대중공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수년 동안 현대중공업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달성했고, 실질적인 소유자인 정몽준은 2009년 종가기준으로 1조6420억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준은 3월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410억 원의 주식을 배당받기로 되어 있다. 현중 자본은 올해에는 최대 매출을 위해 14.6%증가한 매출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현중자본이 최고로 잘나갈 때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가릴 것 없이 엄청난 노동강도 강화와 장시간 노동(명휴마저 사라지고, 조기출근, 30분 더 일하기 운동, 잔업, 특근 등), 빈번한 중대재해와 직업병에 시달렸다. 심지어 현중자본의 산재은폐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노동자들은 산재인정조차 받지 못했다. 결국 현중 노동자들의 보수성의 물질적 토대는 상대적인 안정성에 불과한 것이다.

조선산업도 세계 경제공황과 더불어 과잉생산 공황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황은 상품과 원료의 수송을 줄이기 때문에 선박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게 한다. 조선산업은 보통 선주문 형태로 계약을 맺지만 호황이라는 조건에서의 가수요를 예상하고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과잉생산을 막을 수 없다. 여전히 현중이 3년 치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존 확보된 물량 일부도 해지당하는 경우가 있고 신규 수주 물량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공황의 영향은 조선산업처럼 생산에 긴 기간을 요하는 생산물이나 연관산업이 많은 산업일수록 전 사회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중자본은 이러한 위기를 앞두고 어용노조를 앞세워 무교섭과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다. 임금삭감과 무교섭을 담보로 맺은 2011년까지의 고용보장은 노조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조선산업에 과잉생산 공황이 극심해지면 노동자의 양보를 조건으로 보장받은 고용안정도 모래위에 쌓은 성이 될 뿐이다. 3년간의 고용보장도 당장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위기의 정도에 따라 정규직의 고용마저도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사상 최대의 흑자 사업장인 현대중공업에서의 어용과 보수주의의 물적토대의 현실이 노동자에게는 고통을 의미했다면 지금은 그런 고통이 가중되면서 임금삭감을 받는 것으로 더 뒤로 후퇴하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에서의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질적 조건은 여지없이 비틀거리고 있고, 전 세계 공황의 양상과 조선업종의 공황의 심화에 따라 마지막 남은 안정성의 토대가 전면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활동가는 오랜 반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의기소침해져 있다. 그러나 현중 민주파 활동가들은 15년 무쟁의와 어용노조가 지탱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무너지면서 계급투쟁의 조건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투쟁해야 한다. 올해 말 오종쇄집행부의 임기 말 이후인 선거만을 노린다거나 복수노조 결성만을 생각하면서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현중노조의 무쟁의는 앞으로도 끔찍하게 연장될 것이다. 어용노조 폭로와 어용노조 타도라는 투쟁의 목표는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 오종쇄집행부의 배신적 작태에 대한 대대적인 폭로가 없이 어용노조 타도는 있을 수 없고, 역으로 어용노조 타도라는 직접적인 목표 없이 어용노조에 대한 효과적인 폭로도 있을 수 없다.

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는다면 공황의 심화에 따라 노동자들의 무덤 위에서 현중자본과 어용노조는 배신적 작태를 더 서슴없이 자행할 것이다. 물질적 조건이 취약해지고 흔들린다고 저절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일수열사 투쟁과 김성호집행부 내부의 비리사건에 맞서 민주파 활동가들이 공세적으로 투쟁하지 못했다면 이번 임금 백지위임을 계기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 임금 백지위임과 조선업종의 전면적 공황과 더불어 현중에서 민주노조와 전투적 노동운동의 부활이 힘차게 시작될 것인가? 아니면 어용노조의 배신과 기만, 현중자본의 무자비한 현장통제와 악랄한 탄압이 끝없이 연장될 것인가?<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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