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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9호] 쌍용자동차의 공기업, 사회화 주장, 회사 살리기의 급진적 아류!
노정협   2009-03-13 16:24:26, 조회:2,102, 추천:239

  
  

쌍용자동차의 공기업, 사회화 주장, 회사 살리기의 급진적 아류!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가 확정되면서 공동 법정관리인으로 박영태 쌍용차 기획재무담당 상무와 이유일 전 현대차 해외담당 사장이 선임됐다. 부르주아 언론에서는 법정관리가 개시되면서 급한 불을 껐다며 쌍용차가 한 숨 돌리게 됐다고 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본의 입장일 뿐이다. 법정관리의 개시가 곧 노동자 생존권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정 관리는 한시적인 것이며, 보통 법정관리 시기에 ‘자구책’이라는 명분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자본은 이를 통해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재매각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따라서 법정관리의 개시는 곧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은 것이다. 이제 발등의 급한 불은 노동자계급에게 떨어졌다. 법정관리 기간은 자본에게는 언제라도 파산협박으로 노동자계급을 옥죌 수 있는, 자본이 주도권을 갖게 되는 기간이다. 소위 ‘강성노조 책임론’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악용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세계 경제공황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윤을 보장하려고 발악할 것이다. 몰아치는 자본의 공세에 맞서 어떻게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조직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인가에 대한 총론적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노동계에서는 10년 전 IMF시기와 대우자동차 사태를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파산했던 ‘사회화’ 주장이 국유화, 지역기업화, 국민기업화 등 다양한 형태의 변종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양한 외피를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죽어가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숨을 연장시키는 반동적인 입장이다. 노동자계급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다시는 이러한 반동적인 주장이 제기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서서 투쟁해야 한다.


국내매각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지난 1월 15일 금속노조는 “위기의 쌍용자동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쌍용자동차 관련 금속노조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 당시는 당장 12월 급여가 체불됐었고, 1월 에도 상여금은 물론 연월차도 체불된 채 기본급 50%만 지급이 예정되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는 각종 구조조정 소문이 흘러넘쳤으며 당장의 생계걱정과 더불어 잘릴지도 모른다는 고용불안이 팽배해있었다.

현장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는 경제공황 시기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방향과 실천을 도모하기 보다는 토론회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쌍용자동차 산업 살리기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날 토론회 자리에서는 대략 2가지 방향의 대안이 제출되었다. 하나는 국내기업으로의 매각이고, 다른 하나는 국유화 또는 사회화다.

먼저 국내기업으로의 매각 입장부터 살펴보자.

이 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민주노동당 임동수 정책위원회 연구원은 “고용(일자리)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출한다”면서 “즉 쌍차에 이어 GM대우, 르노삼성으로 이어질 고용 및 근로조건 악화,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에 대응하여 [현대+기아]그룹과 해외 자동차 인수 기업의 ‘국내화’ 촉진”을 주장했다. 결국 쌍용자동차는 물론 GM대우와 르노삼성의 처리 문제가 대두될 때 국내매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주장은 직접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하게 국내자본 살리기, 국가경제 살리기 입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연초에도 세계 경제위기에서 국내 경제가 살려면 내수를 확대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노동당에게 있어서 자본주의 남한 국가는 분쇄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내야 하는 국가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에게 있어서 이미 국경을 넘어서 초국적 자본으로 나아가고 있는 국내 독점자본은 마치 상대적으로 친노동자적 성격을 띠고 있는 자본이거나 세계 경제 흐름과 무관한 자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현대차 전주공장의 경우 현대자본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범실시한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현재의 주야간 맞교대를 상시주간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550명의 여유인력이 생기고 여기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의 상황에 놓여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직접적으로 정리해고는 피해가더라도 순환휴직 또는 강제 전환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울산공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자본은 울산 2공장의 잔업을 없애는 8+8 운영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서 한 개 조를 없애는 8+0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미 잔업 통제로 실질임금이 삭감된 현대차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고용불안 상황에 놓여 있다. 기아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 기아 자본은 이미 단협에 보장되어 있는 잔업수당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현대기아자본은 세계 경제 공황 때문에 경영위기 상태에 놓여있다면서 이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쌍용차의 국내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본의 본질은 국적에 상관없이 노동자를 최대한 착취하여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것, 자본주의 경제가 이미 세계 자본주의 경제에 깊이 편입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민주노동당의 몰계급적인 인식 때문이다. 두 경우 모두 노골적으로 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하라는 뜻을 비친 이명박 정부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누구를 위한 ‘사회화’인가!


이 날 토론회에서 국내매각보다 더욱 많이 거론된 입장은 ‘국유화’ 또는 ‘사회화’이다. 진보신당은 “쌍용차, 지역-국민기업으로 만들자 / 구조조정 노동자 희생 강요 말고 정부, 산은 실질적 회생조치 나서야”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여기서 “쌍용차 문제가 실물위기의 신호탄이 되고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기 전에 쌍용차를 살리는 길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 … 과거에도 지금도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면 잘못된 매각보다는 차라리 국유화가 낫다. 쌍용차를 지역기업-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정부당국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은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면서도 노동자 살리기 위한 투쟁을 제기하기보다 쌍용차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투기자본 감시센터의 정종남 기획국장도 “쌍용자동차의 위기, 왜 발생했나?”라는 발제문을 통해서 상하이자본을 먹튀자본이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쌍용자동차를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남 기획국장은 한국자본을 육성하여 외자에 맞서자는 것은 ‘국민경제론’으로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면서 투기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각종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문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국내자본으로의 매각도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입장으로 산업노동정책연구소의 이종탁 부소장은 “쌍용자동차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쌍용차의 처리 방향과 한국자동차산업 재구성을 위한 제언”이라는 발제문을 통해서 ‘사회화’를 주장했다.

먼저, 이종탁 부소장은 지금의 위기가 “경제위기에 의한 위기라기보다 대주주에 의해 유발된 위기”이며,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위기가 심화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종탁 부소장은 쌍용차 처리로 거론되는 방법 중 “상하이 자본에 매달려야 한다는 견해”는 “GM과 포드 등 미국 빅3의 퇴출이 거론되는 산업에서 연간 10만 대도 만들지 못하는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상하이차에 다시 기대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먹튀 논란 속에 있는 상하이 기차에 기대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렇게 기존의 경영진인 상하이자본에 매달리는 것을 배제한 후, 이종탁 부소장은 쌍용차 회생의 3가지 유형으로 ▲자구노력 후 매각(해외 매각 / 국내매각)  ▲국유화(정부에 의한 국유화 / 산업은행에 의한 국유화 / 경기도에 의한 지방정부 소유) ▲사회화(노동자 출자 : 노동자기업화 / 국민주 공모 : 국민기업화 / 경기도 출자+경기도민(평택시민) 출자 : 지역기업화 / 국유화+노동자출자+국민주 공모)를 들고 있는데 이 중에서 “매각은 올바른 해결책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년 기업처리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기업 주인 찾기’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진단을 해야 한다 … 해외매각 정책은 국내 산업기반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쌍용차 사태로 명확해졌다. 국내매각은 현실적으로 재벌이 그 주체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이종탁, ‘쌍용자동차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러면서 이종탁 부소장은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소유를 사회화해야 한다”면서 다시 ‘사회화’를 꺼내든다. 그렇다면 ‘사회화’의 구체적인 운영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는 여기서 ‘사회적 통제’를 주장한다.

국유화의 형태이든 사회화의 형태이든 쌍용차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경영, 투자, 전략 등 제반 부분에 대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수준만큼 ‘사회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 공적자금을 투입한 경우 정부와 지자체, 은행은 기업의 이사회 구성이나 경영진 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경우 사외 이사와 사외 감사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기업 운영에서 사회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같은 글)

결국 이종탁 부소장이 말하는 ‘사회적 통제’는 정부와 지자체, 은행이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와 사외감사를 두는 것을 말한다. 이종탁 부소장은 현재의 이명박 정부와 평택시 또는 경기도의회의 정부 관료를 직접 경영자로 두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부기관과 그 관료들을 자본가계급의 이해와 무관한, 사회적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건설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하여 철거민들의 목숨까지 앗아간 현정부가 직접 경영진으로 참여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종탁 부소장의 반노동자적 태도는 은행이 직접 경영해야 한다는 것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의 역할은 자신들이 보유한 자본의 운영을 통해서 최대한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관료와 자본가계급의 이해는 본질적으로 같다. 이는 현실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대부분 제조업의 경우에는 주채권 은행을 둔다. 지금 쌍용차도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부도난 사업장에서 주채권은행은 언제나 경영진에게 ‘강도 높은 자구책(구조조정 안)’을 요구해왔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자신들의 자본을 온전하게 회수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한다. 지난 시기 대우차 부도의 경우에도 산업은행이 채권단의 권한으로 구조조정을 압박해 들어오지 않았는가?
이렇게 이종탁 부소장이 제기하는 정부와 지자체, 은행이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형태의 ‘사회적 통제’는 ‘자본의 통제’와 한 치도 다를 바 없다. 또한 한 때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방안이라면서 유행했던, 노동자들을 주주의 이해에 종속시키는 우리사주조합제도보다 더욱 반동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반노동자적인 ‘사회화’에 부화뇌동하는 입장이 있다.

금속토론회가 있은 지 며칠 후에 홍석만 논설위원은 참세상에 “녹슨 칼 벼리는 법 : 기간산업 사회화 - 쌍용차와 대우조선은 기간산업 사회화의 지렛대”라는 제목의 논평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쌍용차의 사회화’가 “노동자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금속 노동자 내부에서는 흑묘백묘 식으로 사기업이건 공기업이건 소유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국가개입 여부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상황을 맞고서 기업의 소유형태, 운영구조가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그리고 노동조건에 직결되는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당장 법원은 법정관리인을 선임하는데 현 경영진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자 대표를 세울 것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대주주였던 상하이차의 책임을 한국정부가 묻고, 법정관리가 아니라 주주와 자본가가 보유한 주식 전량을 소각하고 즉각 공기업화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파격적이고 급진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유일하다.)”(홍석만, 녹슨 칼 벼리는 법 : 기간산업 사회화 - 쌍용자동차와 대우조선은 기간산업 사회화의 지렛대)


홍석만 논설위원의 ‘사회화’는 ‘공기업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홍석만 논설위원의 주장은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10년 전의 주장을 되풀이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지 않고,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전면에 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급진적이지도, 유일하지도 않다. 홍석만의 주장처럼, “금속노동자 내부에 사기업이건 공기업이건 소유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면 그것은 반노동자적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스럽다. 오히려 사기업과 공기업(국가자본)이라는 소유형태의 차이를 본질적인 차이인 것처럼 해서 노동자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하는 몰계급적 입장이 문제인 것이다.
예전에 ‘해외매각 반대’ 입장(자본의 국적이 해외자본이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 자체가 노동자의 생존권 파탄을 낳기 때문에 반대)에 서면서도 공기업화 주장을 비판했던 이유는, 그것이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환상을 낳고, 소유 형태의 변화를 마치 근본적인 변화인 냥 취급하여 공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의 양보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해서 공기업이 되더라도 자본주의 내에서 다른 거대 자동차 독점자본과 경쟁 속에서 생존한다는 보장도 없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또 다시 공기업 내에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소유형태, 여기에 따른 운영구조 자체가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그리고 노동조건에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기업의 소유 형태와 상관없이 노동자의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기업의 운영원리가 노동자를 공격하게 하는 것이고 여기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력, 단결력, 계급적 인식 등의 차이가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그리고 노동조건에 직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의 소유형태, 국적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본과 자본가 국가와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것은 ‘흑묘백묘 식의 주장’이 아니라 검은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다 같은 고양이니 고양이의 색깔에 혹하지 말고 노동자의 원칙대로 노동자의 길을 가라는 주장이다.

홍석만 논설위원은 10년 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마치 본보기처럼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는 현실을 10년이 지나도록 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국유화’, ‘공기업화’, ‘사회화’는 서로 다른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쌍용차 살리기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 국가권력은 철저하게 지배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며 경제공황의 시기에는 더욱 노골적이고 폭력적으로 계급적 성격을 드러낸다는 국가기구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노동자적이다. 홍석만 논설위원은 ‘녹슨 칼’을 ‘벼려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지금은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위해서 ‘녹슨칼’을 ‘버려야’ 할 때이다.


또다시 등장한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재편


이종탁 부소장은 몰계급적인 ‘사회화’를 주장하면서 또다시 회사살리기냐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쌍용차 살리기가 아니라 자동차산업 재구성 전략의 발판으로 삼자”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는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우려먹었던 내용이다.

2)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
○ 양적 성장 체제에서 질적 생태 체제로의 전환
- 더 많은 생산,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생산에서 탈피.
- 필요한 수준에 조응하는 맞춤형 생산(다품종 소량 - 주문생산방식)
- 전차종 고부가가치화(생태적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

3) 노동 중심으로의 전환
○ 노동 중심적 작업체제 구축
- 노동자의 숙련과 구상적 기능에 기초한 작업체제 수립
-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라인 작업방식에서 집단작업 방식으로의 전환

○ 고임금 - 고숙련 체제의 구축

- 교육훈련 적극화
- 기능인인증제도 구축
(토론회 같은 글)

이종탁 부소장은 새로운 자동차 산업 재구성 전략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적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을 말한다. ‘생태적 미래형 자동차’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전세계 자동차 독점자본이 경쟁적으로 연구, 출시하고 있는 친환경차량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이종탁 부소장이 충고하지 않아도 이미 독점자본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친환경제품’마저 상품화되고 있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본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자본가계급이 앞장서서 서로 피 튀겨가며 친환경차량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곧 석유가 아닌 새로운 연료에너지로 운행되는 친환경 차량의 개발이 자본가계급에게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부가가치’가 의미하는 것은 생산수단에 비해 노동력의 사용을 최대한으로 절약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이종탁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자본운동의 근본적인 법칙이다. 자본은 새로운 기계와 생산방식의 도입을 끊임없이 시도해서 특별잉여가치를 추구하는데 이 과정은 반드시 노동력 사용의 절약을 가져온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재편은 바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말하는 것이고 이것은 자본의 생산성 향상이다. 이것은 노동자계급에게는 오로지 끊임없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확산, 일상적인 구조조정, 현장통제와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시간 연장이라는 재앙을 의미한다. 당장 2004년 코오롱의 경우가 그러했다. 코오롱 자본은 고부가가치 부문을 적극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업무를 없애면서 구조조정을 자행했다.

코오롱은 2004년 8월 “회사가 어려우면 봉급을 20% 삭감 할 테니 우리 동료를 내쫒는 인적 구조조정은 말아 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수긍해 놓고 석 달 뒤에 그 약속을 팽개치고 ‘사람 내쫒기’에 들어갔습니다. ‘희망퇴직’ 이라는 그럴싸한 허울을 내세워 (구미, 경산, 김천 등에서) 천 여 명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코오롱 노동자의 3분의 1을 내몰고도 모자랐는지 ‘또 정리해고 하겠다’ 고 협박해 2005년 2월1일 임금 15%를 또다시 삭감하고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17일 뒤 78명의 노동자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정리해고를 자행해 버린, 기업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신의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진 그야말로 파렴치한 기업입니다 (“코오롱회장 이웅열에게 물사업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 2008. 4. 24 코오롱노동조합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지금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코오롱 제품은 코오롱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담겨있는, 자본에게는 보다 높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코오롱 정리해고 사태는 단지 코오롱 사장이 악덕자본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자본가계급이 제한된 자본으로 고부가가치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을 내는 부문을 구조조정하고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집중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재편을 제기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을 제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종탁 부소장은 노골적으로 구조조정을 말하지는 않으면서도 ‘노동 중심으로의 전환’을 제기하며 작업체제의 변경을 주장한다. 이종탁 부소장이 말하는 ‘노동중심으로의 전환’은 한때 유행했던 도요타 방식의 작업 체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주30시간)과 노동 강도 완화(가동율 하락)를 동시에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숙련’을 통한 집단작업 방식으로의 전환은 도요타의 ‘팀체제’와 같다. 또한 ‘숙련’을 위해서 ‘기능인인증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내몰면서 ‘고숙련’과 ‘미숙련’ 노동자로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뿐인가? ‘숙련도’의 차이는 곧 임금의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생애생계비 개념에 기초한 근속연수에 따른 기본급 인상 임금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 금속에서 주장했던 성과급 임금체계를 낳는 숙련에 기초한 임금체계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종탁 부소장의 의도와 무관하게 현실에서 ‘노동 중심으로의 전환’은 ‘자본이 원하는 작업체제로의 전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종탁은 노동의 대안을 말하면서 자본축적의 고도화를 하루 빨리 이루라고 독려하는 자본의 관리인에 다름 아니다. 다만 그것을 노동운동의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더 반노동자적이고 몰계급적인, 친자본적인 위험천만한 주장이 되는 것이다. 이종탁이 주장하는 사회화는 과연 누구를 이롭게 하는 사회화란 말인가!


쌍용자동차의 회생을 빌미로 한 노동자의 살생을 막아내자!


쌍용자동차 사태는 법정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 2라운드로 돌입했다. 법정관리 체제의 공동관리인은 쌍용자동차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며 쌍용자동차에 대한 실사와 구조조정 전반을 총괄하게 될 것이다. 지금 모든 관심은 공동 법정관리인이 어떤 구조조정안을 제출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부르주아 언론들은 어떤 형태이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벌써부터 생산성 향상을 통한 쌍용자동차 회생을 위하여 7,100여명의 인력중 30% 가량을 감축해야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노동자에게 피바람을 몰고 올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신바짝 차리지 않으면 쌍용자동차를 회생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자를 살생하는 전도된 상황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현장은 이미 수 년 동안 반강제적으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내몰려왔다. 상하이자본은 지난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줄곧 반노동자적 행태를 일삼아왔는데 2005년 5월 17일 4000억 원의 투자와 30만대 생산체제 마련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합의했지만 불과 1년 후인 2006년 7월 10일에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986명의 정리해고 안을 던졌다. 이후에도 현장에서 자행된 구조조정은 직급체계 개악, 희망퇴직 시행, 일방적인 전환배치, 임금동결, 복지중단, 잔업 특근 통제, 일방적인 휴업 강행, 임금 체불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이전 노동조합 지도부가 365일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이대는 상하이자본에 맞서 제대로 투쟁 한 번 조직하지 않고 자본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사회화 주장은 노동자의 대안이라는 명목으로, 일부는 노동자통제라는 좀 더 급진적인 언사를 일삼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출되고 있지만 현 시기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구조조정 사업장의 투쟁을 조직해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심지어 이런 주장 중에는 노동자의 인식의 혼란과 무장해제를 가져오고, 최악의 경우에는 자본의 구조조정의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금 노동자계급은 경제공황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선 공동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공적자금 투입을 이유로 노동자의 양보를 압박하는 각종의 회사 살리기 이데올로기를 떨쳐내야 한다. 그리고 회사 살리기의 급진적 아류인 반노동자적인 공기업, 사회화 주장을 분쇄해야 한다. 회사살리기의 뼈아픈 경험은 IMF 시기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합의사항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자본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맞서 자본의 생존을 위한 처리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공황 시기 노동자계급의 생존을 위한 공동투쟁에 나서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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