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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8호] 총고용 보장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김운산
노정협   2009-02-04 16:04:58, 조회:1,719, 추천:149

  
  
총고용 보장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김운산



나는 2004년에 쌍용자동차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처음에는 정규직과 함께 일을 했다. 그 때는 단지 일만 열심히 하고 근태만 좋으면 몇 년 후에는 혹시나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뒤도 안보고 일만 했다.

그러다가 2006년이 되자 갑자기 회사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규직도 잘려 나가는 상황에 비정규직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회사(하청업체)에서 찍어 주는 순서대로 줄줄이 공장문 밖으로 쫓겨났다. 누가 남는지 누가 나가는지 원칙도 이유도 없었다. 다행히(?) 나는 남아서 소위 말하는 난해 공정으로 발령이 났다. 남게 된 사람과 떠나는 사람 모두 가슴 속에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들은 하였지만 차마 대놓고 따지고 드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지금껏 직장 생활을 해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당했기에 비정규직의 현실을 고민하게 되고 “아, 이것이 나와 우리 공장만의 일이 아닌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모든 노동자들의 현실이었구나!”, “내일, 아니 오늘 당장이라도 자본가 놈들 마음에 안 들면 자르고 붙이고 할 수 있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어떻게 해 봐야겠는데 당장 생계가 걸려있어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겁이 나고 무슨 행동을 하기에도 겁이 났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전환배치를 한다 하고 그 자리를 정규직 노동자가 와서 일하게 되었으니 휴직을 하라고 했다. 그 규모가 대략 350여 명 정도라니, 쌍용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640명인데 그럼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겨우 2주간 후에는 휴업에 들어가라고?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이 겨울에 대체 어디서 직장을 구할 것이며 그동안 가족들 생계는 어찌 할 것인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다 죽으라는 것이지 살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서둘러 여기저기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려 해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빌어먹을 자식들 한번 싸워보자. 어차피 가진 것도 없고 빼앗길 것도 없다.”

10월, 여기 저기 동지들을 모아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 가입을 받고, 중식 보고대회,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회사와(쌍용차) 전 집행부를 향해 투쟁을 선포하였다. 교섭공문과 항의 서한을 전달, 항의집회 등을 하였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총고용은 유지 한다”라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노조관계법에 의거해서 실질적 사용주인 쌍용자동차 원청과 12개 하청업체에게 정당하게 단체교섭 요구를 하였지만 3차례에 걸친 교섭 요구는 모두 묵살되었다. 교섭은커녕 교섭 장소인 하청업체 공동사무실은 폐쇄되었다.

정규직 노조가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산타격 투쟁을 벌이기에는 어차피 휴업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비정규직 때문에 휴업에 들어간다는, 회사에 유리한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서 “굴뚝이라도 올라가서 극한의 투쟁을 벌여야 하나?”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결국 64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 300여 명은 희망퇴직, 40여 명은 휴직, 남은 노동자는 300여명.... 비참했다. 결국 회사가 원하던 대로 모든 것은 진행되었다. ‘총고용 보장’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길거리로 쫓겨났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두 달이 흘렀다. 상황은 이제 정규직 노동자에게까지 구조조정의 칼날이 들어왔다. 상하이 자본은 정규직노조의 선거 시기에 단협과 노사합의를 통해 보장되었던 복지부문 파기와 휴업을 들이댔다. 정규직노동조합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작태였다.

정규직노조 선거 시기에 우리는 쌍용자동차지부 2기 임원선거 후보진들에게 비정규직지회 요구 및 의견서를 전달했다.
그 내용은

1. 쌍용자동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간 책임있는 정기적인 협의틀 마련
2. 쌍용자동차 원청과 쌍용자동차지부, 비정규직지회와 업체간 4자협의체 구성
3. 휴업자인 조합원들의 복귀 관련 협의가 무엇보다 앞서 진행되어야 함
4. 빠른 시일 내 비정규직지회의 기본적인 노조활동 보장(사무실과 전임자 등) 확보
5.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강제적 구조조정은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됨
6. 비정규직지회는 이와 같은 기본적인 요구가 2009년 2월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봄
7. 총체적인 구조조정 시기에 쌍용자동차지부 규칙을 1사1노조로 시급히 개정되어야 함
이다.

처음부터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자본이 원하였던 것은 정규직의 구조조정 후에 재매각 하는 것 이었다. 모두들 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 비정규직이 공장에서 쫓겨날 때 “안타깝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말은 하였지만 현장의 활동가들 빼고는 일반 정규직 조합원들은 우리의 투쟁에 크게 동조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비정규직들만의 싸움을 해왔지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함께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나도 역시 그래왔고 나와 내 가족이 더 소중하다고 느꼈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또한 나 같은 생각을 하였겠지. 그것도 자본이 교묘하게 이용한 사람의 심리겠지 싶다.

이제 쌍용차의 집행부가 바뀌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맞서 열심히들 싸운다. 자본이 갈라치기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뭉쳐 싸운다. 함께 싸우니 기운도 나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슴 한 편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휴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립 1팀 공사가 들어가는 2월 15일에 몇 개 업체들이 퇴출되고, 2차 휴업에 들어갈 거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문은 회사가 의도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또다시 협박으로 절반만 남아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어떻게든 이 싸움에서 이겨서 모두들 동지들과 가족의 안녕을 지켰으면 좋겠다. 노동자는 투쟁하지 않으면 언제가 될지, 어느 순간이 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미래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것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마찬가지다.

자본은 인정? 사정? 그런 것 없다. 오직 제 놈들의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다. 정규직이 어느 날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우리 노동자가 약해지고 분열될 때이다. 자본은 노동자가 싸우지 않을 때 반드시 또 다른 희생양을 요구한다. 자본을 위한, 자본에 의한, 자본의 제물로 만들어진, 새로운 계급이 되어버린 이 비정규직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없애기 위해 우린 싸워야 한다.

싸우기 위해서는 뭉쳐야 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많은 순간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뭉치지 않으면 연대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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