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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8호] 학습지 노동자 하루 동행기
노정협   2009-02-04 16:02:57, 조회:2,113, 추천:173

  
  
학습지 노동자 하루 동행기
  

                                                                                                                        - 성공회대 학생 활동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해낸 노동자의 권리(지금은 그것조차도 무너지고 있지만!)조차도 자신들의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기본권조차도 적용받지 못하고, 4대 보험은 물론 노동조합 활동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 글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한 동지의 하루 일과를 같이 하면서 쓴 글이다. 물론 하루정도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삶을 다 대변할 수도,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하루만으로도 특수고용노동자로 그리고 여성으로 이 사회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 수 있었다.


학습지 교사의 하루

하루를 같이한 동지는 학습지 교사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재능, 대교, 구몬, 한솔 등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자로서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업주로서 계약을 한다. 따라서 임금이 아니라 수수료를 받는다. 또한 학습지에서 노동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전업으로 하기에는 임금도 얼마 되지 않고(물론 전업으로 하고 있는 남성 노동자도 있다.) 대부분 보육을 여성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가정방문을 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조건 때문에 여성 교사가 대부분을 이루는 듯하다.

아침에 만난 동지의 얼굴은 많이 피곤한 듯 보였다. 요새 노동조합의 선거기간이라 표를 받으러 전국을 돌고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학습지는 전국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을 하고 있어 조합원이 전국에 퍼져있다. 조합 일을 전담으로 하는 간부들도 얼마 되지 않아 선거를 한번하려면 어려운 조건이 많다. 기본적으로 학습지 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은 정해놓은 대중이 없고 보통 하루 12시간 일을 한다. 때문에 투표시간을 배분할 수도 없다. 투표용지를 집으로 우편을 보내도 되돌아온 투표용지는 많지 않아서 일일이 조합원들을 찾아다니면서 가능한 시간에 표를 직접 받아와야 한다.    

오늘도 표를 받으러 인천에 있는 지국을 방문 했다. 그곳에서 만난 학습지 선생님은 반갑게 우리를 맞으면서 함께 점심먹자고 했다. 사무실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인천 선생님은 학습지를 한지 6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240과목 정도를 하는데 보통 10~11시에 일이 끝난다고 한다.(과목수는 일주일 단위로 계산하는데 240과목 정도, 하루에 50과목 정도를 하는 것이다.) 보통 한 가구당 2~3과목정도를 하고 하루에 10가구 이상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렇게 한 달을 일하면 얼마를 받을까? 학습지에서는 수수료를 ‘승률’이라고 하는데 승률이 높을수록 받는 액수가 높아진다. 학습지 회사마다 제도가 다르긴 하지만 동지의 회사에서는 1과목당 수수료를 계산하는데 보통 신입 교사는 35%정도에서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계산해 보면 승률 42%로 240과목을 한다고 치면 한 달에 3백 만 원 정도 받는다. 얼핏 보면 많아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그나마 받는 수수료조차도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수수료제도를 보면 황당할 정도로 악제도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입회 과목이 20개당 승률이 1% 오른다. 또한 누적과목이 100이 넘으면 10개당 1% 오른다. 하지만 반대로 퇴회 과목이 20, 10개가 있으면 승률은 다시 떨어진다. 거기다 실적을 높이기 위한 관리자들의 압박에 선생님들은 퇴회과목을 숨기고 대신 회비를 납부하는 가짜회원을 만들기도 한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이러한 수수료 제도 때문에 하루하루 퇴회하겠다는 전화가 올까 노심초사 한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동충당’이 라는 제도다. 만약 1월에 학습지를 하려면 그 전달에 회비를 선불로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미납회비는 담당 학습지 교사의 수수료에서 ‘자동’ 제외된다. 회사에서는 교사의 수수료로 회비를 충당하고 미납된 회비는 교사들에게 알아서 충당하라는 것이다. 거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동해야하는 교통비 그리고 식비 등은 전혀 지원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니 당연히 상여금이나 수당, 퇴직금은 전혀 없다. 일을 그만 두게 되면 전혀 노후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학습지 분야의 노동자는 대부분이 여성이다. 인천에서 만난 남성 조합원은 전업으로 하루 10~12시간씩 일해야 그나마 그 정도를 받는데 여성 교사인 동지는 집안일 하랴, 학습지 하랴, 노동조합 활동 까지 하다 보니 한 달 120만 원 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 일을 하지 못해 퇴회 과목이 생기면 그 과목에 대한 수수료를 못 받는 것은 고사하고 승률까지 떨어져 다른 과목에 대한 수수료 액수 까지 작아지게 된다. 거기서 당연히 교통비 식비는 제외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 수업을 할 교재를 챙기기 위해 동지가 일하는 지국 사무실로 갔다. 10명 정도는 수업을 나가고 2~3명 정도의 관리자와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지의 자리 옆자리에 않았는데 동지가 책상에 올려 있던 몇 가지 문서를 보라고 나에게 주었다. 쭉 살펴보니 신문기사와 그림들 그리고 도표들이 그려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1년 실적과 하루 실적 등이 쭉 정리되어 있었다. 연말이라 1년 실적이 정리되어 있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각 지국별 인원별 순위까지 매겨져 정리되어 있는 하루실적까지 책상위에 딱딱 놓아놓는걸 보니 참 노무관리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매일 이렇게 실적이 나오냐고 물어봤더니 관리자에게 아침, 저녁으로 입회, 퇴회 과목을 보고해야한다고 한단다.

수업교재를 다 챙기고 사무실 근처에 있는 회원집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에 가고 있는 회원집에 대해서 물었다. 중학생 한명과 고등학생 한명이 있는데 각각, 중국어와 한자 그리고 국어와 일어를 가르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보았던 실적표에 과목별 입,퇴회 숫자까지 정리되었던 것이 기억났다. 과목은 총 12개 그중 3개는 교과과목은 아니었지만 국영수를 포함해서 한자와 중, 일어까지 9과목을 혼자 맡아야 한다고 한다. 거기다 수업 대상의 범위는 만2살 유아부터 성인까지 천차만별이다.

국영수는 그렇다 치고 일,중어 한자에 영어회화까지 수업을 해야 해서 수업시간 외에도 끊임없이 다음에 가르칠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집에 도착해서 수업을 한지 40여분 정도 수업을 마치고 다시 다른 집으로 이동했다. 그나마 근처에 있어 다행이지만 다른 지역에는 차 없으면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 까지 동행한 후 아마 9시까지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끝나면 집에 가서 아이를 봐야 하는데 늦어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동지와 헤어졌다.


끝으로...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10~11시 까지 하루 종일 밥도 제때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면서 일하는 학습지 노동자. 노동자라 인정받지 못해 반쪽 산재보험밖에 가입하지 못 하는 노동자다. 하루하루 그만두는 회원이 있을까 문자 한통에 깜짝깜짝 놀라야만 하는 스트레스는 학습지 노동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잘 아는 아침에 만난 남성 조합원이 말했다. “조합은 가입했지만 적극적으로는 하지 못한다고 일이 힘들어서긴 하지만 동지들이 시간이 남아서 하는 건 아닐 거라고 동지들이 대단하다고...” 동지가 대답한다. “처음 학습지를 시작했을 때 관리자에게 시달리면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조금씩 변했다고, 그걸 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고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고”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고 이기주의다, 배가 불러서 하는 짓이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을 가까이서 보거나 같이 했다면 자신의 뼈와 살을 깎으며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지는 누구보다 조건이 나아서, 나만 잘살자는 것이 아니라 착취 받고 억압받는 노동자 민중 모두를 위해 선봉에 서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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