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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9호] 공황기 정치세력의 재편과 우리의 원칙
노정협   2009-03-13 15:59:57, 조회:1,587, 추천:99

  
  

공황기 정치세력의 재편과 우리의 원칙


지금 시기 공황은 모든 정세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공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세전망을 세울 수는 없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경제적 위기는 정치적 위기와 노자 간의 격렬한 계급투쟁을 낳을 것이다(자세한 글은 노동자정치신문 48호 「전대미문의 계급투쟁의 전야에서 2009년을 맞으며」참고).

2009년에 더욱 첨예해질 경제적, 정치적 격변은 정치세력의 재편을 더욱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미 지난 해 초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신당의 창당을 기점으로 정치세력의 재편은 현실화되었다. 그러나 정치세력의 재편은 그 과정에 외부 정세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의 주관적인 요소, 우연적 요소 등 가변적인 요소가 끼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예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치세력 재편의 큰 방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정치 세력화의 원칙, 방향, 수단 등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공황기라는 정세변화의 속도와 진폭이 큰 시기에 진행되는 정치 세력화의 흐름을 분석함으로써 혁명적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힐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자주성과 계급성을 포기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진보신당으로 분열된 뒤 민주노동당은 ‘반한나라당 국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의회 안팎에서 부르주아 야당인 민주당과의 연합을 가속화시켜 왔다. 이 국민연합은 지자체나 보궐선거에서의 한시적 선거연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강기갑민주노동당 대표는 “선거승리를 위해 반MB세력의 힘을 하나로 모으겠다”며 “진보정치세력을 하나로 모으는 진보대연합은 물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그 어떤 가능성도 열어두겠다. 이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말은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이명박반대로 공조를 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도 모색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도 일정한 정도의 반발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성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소수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반독재 연합의 헤게모니를 쥐게 되고, 진보신당과의 재통합이 불가능하게 되면 이러한 흐름이 더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실제 반노동자, 반민중적 열린우리당의 꼬리표를 감춘 채 민주당은 mb악법에 대한 ‘의회 내에서의 반란’으로 반독재 투쟁의 선봉장에 서고 있고, 용산 학살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전선의 주도세력이 되려 하고 있다. 민주당이 반독재 투쟁의 선봉장인 냥 자처하는 것은 대단히 위선적이다.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집권 시절 비정규법 개악과 로드맵 개악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압살시켜왔고, 노동자, 농민을 길거리에서 무참하게 때려 죽였다. 노무현정권 시절에도 철거민들에 대한 폭력적인 철거는 거침없이 자행됐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진보연대 등의 반독재 국민연합은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의 계급적 본질을 은폐하고, 노자 간의 계급투쟁을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만들어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반노동자적이고 몰계급적인 작태이다.

민주노동당은 국민대연합 기도 속에서 한편으로는 진보신당과의 재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이러한 입장을 발표한바 있다. 물론 국민대연합과 진보신당과의 재통합은 완전히 다른 축으로 진행되고 있기 보다는 국민대연합 시도 속에서 보조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재통합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진보세력의 분열이 아닌 단결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재통합 압력을 받고 있는 진보신당은 원외 정당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진보신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울산 북구에서 조승수를 통해서 의회에 교두보를 구축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 미포투쟁에 진보신당이 집중한 것은, 그 자체의 투쟁도 있겠지만 울산북구에서의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은 민중경선이나 공동 예비경선으로 여기서 당선된 후보를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분당을 주도한 조승수에 대해 상당한 내부 반발감이 있고, 5석에 불과한 민주노동당으로서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북구 총선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진보신당과의 재통합 약속 정도가 아니라면 민주노동당이 북구에서 후보를 양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진보신당은 분당한지 1년 만에 다시 재통합을 추구한다면 반북반공 개량주의 정당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에 쉽게 재통합에 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울산 북구에서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북구총선을 둘러싸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치열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북구총선의 과정과 결과에 따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관계가 재정립될 것이다.

진보신당 내부적으로 전진과 노건추의 향방이 진보신당의 이후 행보와 성격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전진은 진보신당 내부에서의 재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건추 내에는 진보신당 회원이 아닌 이들도 있지만 진보신당의 노동자 기반이 취약함을 볼 때 노건추의 독자 정당 추진은 진보신당의 신좌파적 소부르주아적 성격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물론 이 말은 노건추가 혁명적인 노동자계급 정당 건설세력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노건추의 노동계급적 기반으로 볼 때 노건추의 독자적 흐름은 그렇지 않아도 계급적 기반이 약한 진보신당을 더욱 더 몰계급적 무지개 신좌파 정당으로 가속화할 것이라는 말이다.

진보신당은 3월 1일로 예정된 1차 당대회를 앞두고 당강령을 마련하고 있다.. 진보신당 내부에는 자체 당원 여론조사에도 나왔듯이 사민주의 정당 지지가 56.6%, 사회주의 정당 지지가 27.7%나 되기 때문에 사회주의, 사민주의 이념을 특정해 선택하지 않고 절충적으로 생태, 여성, 소수자, 평화 등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담는다고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내부에서 말하는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이라는 것도 사실 사민주의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런 명목상의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마저도 특정해 선택하지 않는다면 진보신당은 더욱 더 소부르주아 정당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추가적으로 사회당에 대해 말한다면, 사회당의 정치 노선은 종북주의 비판에서 보듯 반북반공 개량주의 정당에서 ‘사회적 공화주의’ 등 점점 더 소부르주아 정당으로서의 우경적인 모습을 강화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양심과 정의를 되살리자.”, “민의의 전당으로서의 국회를 지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라는 사회당의 논평에서 보듯 사회당의 국가에 대한 몰계급적 판단과 부르주아 국가의 헌법의 가치에 대한 강조 등 사회당의 몰계급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사회당은 당원의 한 축이 진보신당에 들어갔는데 점점 더 사회당의 고립이 심화되면 진보신당 속으로의 통합 압박이 더 커질 것이다. 현재 사회당이야말로 독자적 생존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볼 수 있다.


당 건설의 유일한 기준이 된 공개적 사회주의 정당 건설


전진이 진보신당 내부에서의 제2창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노건추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과의 공동토론회에서 보듯 1차적으로는 독자적 계급정당 건설에 더 무게중심을 싣고 있다.

“노건추는 사노준과 함께 할 수 있는 노동정치의 통합을 위해 1차적 노력을 할 것이다. 만약 일정이 맞아 2월까지 세 주체들(노건추, 진보신당, 사노준)이 통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갖춰진다면 그때 가서 같이 논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조건으로 2월까지는 어려워 보인다”([양경규 공동대표]노건추, 진보신당과 딴길 갈수도, 레디앙 2008년 11월 3일)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준비모임은 노건추와의 토론회 말고도 사노련과의 공동토론회도 같이 하고 있다. 준비모임은 사노련과 노건추 사이에서 줄타기 하고 있다. 노힘은 준비모임으로 전환하면서 내부에서 준비모임 전환 반대파들이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준비모임과 사노련의 당건설토론회는 1회적인 토론회가 아니다. 노힘은 당건설을 전제로 하는 토론회를 주장했고, 사노련은 강령, 조직, 전술을 토론회를 통해서 검증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고 있다. 결국 사노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이들은 당건설(조직통합)을 전제로 하지는 않지만 당건설 전망을 같이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노건추와 준비모임의 통합흐름은 사노련과 준비모임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건추와 통합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준비모임은 사노련과의 통합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것이고, 반대라면 사노련과의 통합을 어떻게 해서든지 성사시키려 할 것이다.

우리는 트로츠키주의, 좌익 공산주의 등 이질적인 정치적 흐름이 존재하고 있고, 최대강령적 요구와 최소 강령적 요구를 조잡하게 뒤섞어 놓은 이행기 강령을 중심으로 하는 사노련의 조직건설 방식대로라면 민투위 문제라는 걸림돌이 사라진다면 준비모임과 사노련의 통합은 최소한 정치노선상으로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투위 문제의 해결은 해방연대와 노힘이 중심이 된 준비모임과의 관계에서도 관건이다. 그 동안 해방연대는 노힘과의 당건설에 있어서 민투위 징계를 가장 주요한 전제로 내걸었다. 그런데 노힘은 9차 중앙위에서 민투위 징계대상 2인을 2월 초 해산총회에서 징계위에 올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징계 대상 수와 징계수위 때문에 논란이 될 소지는 있지만 노힘의 민투위 징계로 인해 공개적 당건설의 걸림돌이 제거될 것은 분명하다.

사노련은 민투위 문제와 상관없이 준비모임과의 당건설 공동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민투위 문제가 해결된다면 준비모임과의 통합문제가 토론회를 거치면서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강령논의 과정에서 준비모임과의 큰 차이가 불거지고, 준비모임과의 통합이 가져올 이른바 ‘혁명적 사회주의’라는 명분의 약화, 내부의 분열 가능성이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노련으로서는 준비모임과의 통합이 아니더라도 당건설 토론회를 통해 무당파를 최대한 조직할 수 있다는 정치적 목표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크게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경제 공투체에서 준비모임은 처음으로 노동자통제위원회 등의 요구를 제출함으로써 사노련과 이행기 강령으로 빠르게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행기 강령 수준에서만 본다면 준비모임과 사노련의 유일한 차이는 북핵문제 밖에 없다. 소련 사회의 성격문제에서 국가자본주의 문제는 준비모임에게는 커다란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노련은 빠르게 우경화되고 있다. 사노련은 북핵문제에서도 양비론적 입장으로 모든 핵 폐기를 내걸어서 제국주의의 북한에 대한 압살 정책에 결과적으로 동조했으며, 소련 국가자본주의 입장을 가지고 현실 사회주의를 ‘반동체제’라고 규정함으로써 사회주의에 대한 청산주의적 흐름을 유포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반공주의로 흐르고 있다.

사실 사노련은 통합 자체가 공개적 당건설의 과정인데 사노련은 이번 국가보안법 침탈 과정에서도 공개조직, 공개활동을 강조했다. 사노련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불구속 판결이 나온 뒤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새로운 전망’(오세철)이라는 글에서 「사노련 사건」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가 “첫 번째는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전형 창출의 문제이다. 사노련의 출범은 비공개 써클 형식의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관행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형 창출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법원에서도 불구속 방침의 주요한 근거로 ‘국가변란의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 도주우려가 없음을 꼽았다.

사노련이 국가보안법 침탈을 피해간 것은 북을 반동체제로 본다는 점, 국가변란을 할 정도의 실질적인 위협세력이 되지 못한다는 점, 공개 활동을 한다는 점, 부분적으로는 오세철이라는 개인의 명망의 작용 등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운동진영 전체가 사노련의 국가보안법 침탈에 맞서 즉각적으로 투쟁한 점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사노련은 이것을 두고 ‘공개적 사회주의 활동의 전형을 창출’했다고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노련은 자신들이 공개적 사회주의 활동으로 국가보안법 침탈을 피해갔으니 다른 정치세력들도 이를 기준으로 해서 공개적 사회주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노련에 대한 국가보안법 불구속 결정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고 공개적 당건설의 전형을 창출했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개적 당건설과는 다른 방식의 당건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사노련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맑스레닌주의적 당건설 원칙의 상실


위에선 언급한 민투위 문제는 징계의 문제로만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상욱과 민투위 내 일부 노힘 회원의 열사 인정 거부 문제는 사실 반동적 조합주의의 문제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고, 노힘의 사상적 통일성과 조직적 일사불란함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해방연대는 민투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노힘의 정치사상, 조직 문제 보다는 민투위 징계라는 협소한 사안으로 초점을 맞췄고, 사노련은 해방연대의 반편향으로 민투위 징계 문제를 지엽적으로 보았다. 노힘은 민투위 문제를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대중운동의 미천한 수준 탓으로 돌렸다.

민투위 문제는 정치사상의 문제와 정치운동의 규율 문제를 통일적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노힘이 떠밀려서 민투위 회원 징계 문제를 총회에 상정한 것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통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점점 더 당건설의 걸림돌을 해결하는 실용적 차원으로 하고하기 때문이다. 명분(名分)과 원칙이 당건설의 이해관계에 맞춰 명리(名利)로 타락한 것이다.

노힘의 민투위 문제가 맑스레닌주의의 정치사상, 전위정당의 조직 문제라면 민투위 회원을 제명하면서 맑스레닌주의 전위정당의 정치사상과 전위정당의 조직사상의 기치를 다시 올리는 것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해방연대, 준비모임, 사노련의 당건설에는 맑스레닌주의의 사상적 기치가 분명하지 않다.

이들은 러시아사회민주당이 멘셰비키와의 정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규약 개정 같은 조직문제나 최종적인 분리를 낳은 부르주아와의 동맹의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처음에는 당건설을 같이 하고 이후 다시 통합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멘셰비키조차도 맑스주의를 승인하고 있었고 피티독재를 내건 단일한 당강령과 이스크라를 통해 정치적으로 통일돼 있었다. 그러다가 이후에 2차 당대회에서 조직문제를 계기로 분열이 가속화됐다.

멘셰비키는 자신들을 철저한 맑스주의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멘셰비키는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과정이 없이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멘셰비키는 자신들이 맑스의 단계론에 충실한 정통 맑스주의이고, 레닌은 자본주의 발전단계를 뛰어 넘어서 사회주의를 이식하려는 주관주의자라고 생각했다.

멘셰비키는 이 때문에 후진적인 러시아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전에 이뤄지는 사회주의 혁명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1917년 2월 혁명 이후에도 ‘철저한 야당’으로 남아 있다가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발전이 이뤄지면 사회주의 혁명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로부터 멘셰비키는 임시정부에서 부르주아와 동맹을 맺고 볼셰비키가 주도한 러시아 혁명을 반대하다가 결국에는 반혁명 진영으로 넘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볼셰비키가 주도한 러시아 혁명을 죽을 때까지 비난했던 카우츠키도 이 점에서는 멘셰비키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멘셰비키는 맑스의 단계론 사상을 객관주의로 오도했다. 맑스와 엥겔스는 역사발전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법칙성을 강조하면서도 부르주아의 반동성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레닌 역시 맑스주의에 충실하게 러시아에서 부르주아 혁명의 단계 없이 사회주의 혁명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부르주아의 반동성에 주목하면서 부르주아 혁명에 있어서도 노동자계급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닌은 멘셰비키와 달리 반동적인 부르주아가 아닌 농민과의 계급동맹을 강조하고 실천에 옮겼다. 결국 멘셰비키와 볼셰비키의 본질적 차이는 맑스주의를 사상적 기치로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느냐의 문제였다.

레닌주의는 제국주의 시대의 혁명적 맑스주의이다. 레닌 시대에 맑스주의가 당건설의 사상적 기반이었다면 오늘날 당건설의 사상적, 강령적 기반은 맑스레닌주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남한에서 공개적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흐름 속에서는 맑스레닌주의의 기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맑스주의에 대해서는 승인하되 레닌주의를 상대적, 부차적으로 보거나, 21세기 사회주의 운운하며 레닌주의와 볼셰비키의 혁명적 전통을 과거의 것으로 돌리려하고 있다. 전 세계노동운동의 역사를 보더라도 맑스주의와 레닌주의를 분리하고, 맑스주의의 교조주의를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맑스주의를 기회주의적으로 왜곡하여 마침내는 운동의 혁명적 원칙을 버리는 길로 나아가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공동토론회”는 말 그대로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 전면화에 동의하는, 그리고 의회주의와 조합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동지들의 공동활동이며, 동시에 각각의 당 건설 투쟁계획을 확인하고 토론하는 무대입니다. 의회주의, 조합주의, 개량주의에 맞서 건설해야 할 진정한 노동자 당의 강령 . 전술 . 조직노선(당의 노선과 실천의 상, 조직활동의 얼개)에 대한 상호 검증이자 자기 검증이며,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검증 과정입니다“([사노련 - 준비모임 공동 제안] 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토론회 제안)

비록 이 공동 토론회가 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1회적 토론회만은 아니고 당건설을 공동으로, 지속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임은 분명하다. 토론회를 당건설의 주요한 과정으로 사고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건설 토론회의 전제가 의회주의, 조합주의, 개량주의에 반대하는 세력들이라는 대단히 모호한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기준대로 라면 사노련과 노건추도 당건설을 위한 공동토론회를 통해 자기검증과 상호검증을 해야 할  것이다.

당건설을 공동으로 논의하기 위한 대상과 그 조건은 맑스레닌주의의 사상을 기치로 내걸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의회주의, 조합주의, 개량주의에 대해서는 반대하되 맑스레닌주의를 정치사상으로 승인하지 않는다면 당건설을 논의하는 기준과 전제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세력에 불과하다. 굳이 당건설 토론회를 해보지 않고도 그 동안의 각 정치세력들의 실천, 정치사상 등은 경험과 기관지 등을 통해 이미 확인되지 않았는가?

맑스레닌주의의 기치를 분명히 하지 않은 가운데 공동토론회를 통해 강령, 조직, 전술을 확인해 보겠다는 것은, 맑스레닌주의의 사상적, 조직적 원칙을 희석시키고 당건설의 원칙과 대상, 방법, 기준을 당 건설의 현실적 절박함이라는 필요에 종속시켜 당건설을 실용적, 절충적 방식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최악의 경우는 당건설 토론을 통해 사노련과 준비모임, 준비모임과 노건추와, 노건추와 진보신당의 관계라는 매개를 통해 공개적 사회주의 정당 건설 운동이 우경적 일탈을 하는 것이다.

당 건설에 있어서 맑스레닌주의적 사상, 조직의 원칙은 토론을 통해 여지를 열어두고 확인해볼 성질의 것이 아니라 당건설과 당강령 마련의 전제조건이다. 당건설에 있어서 자기검증과 상호검증은 맑스레닌주의의 기치 하에서의 자기검증과 상호검증, 대중적 검증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맑스레닌주의는 전 세계 노동자계급의 당건설, 대중운동의 총체적 역사에서 유일하게 혁명적으로 올바른 정치노선으로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맑스레닌주의는 단순히 기치를 내거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더욱 계승발전 시켜야 하고, 실천의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폭력과 반동이 판치는 제국주의 시대에, 더욱이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가 깊어지는 전 세계적 공황의 시기에 맑스레닌주의의 사상적 기치는 더욱 진리의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는 대중운동 내에서는 공황 시기에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모든 운동진영과 대동단결하여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그러나 당건설을 전망으로 하는 정치적 조직화에 있어서는 더욱 더 맑스레닌주의의 원칙을 분명하게 내걸고 투쟁할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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