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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7호] 철도, 서울시지하철 투쟁! 필수업무유지라는 악법의 굴레를 박차고 나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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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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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9 16:28:38, 조회:2,429, 추천: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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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서울시지하철 투쟁!
필수업무유지라는 악법의 굴레를 박차고 나오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과,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하 서지노조)은 11월 20일 동시 파업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두 노조 모두 08년 임단협 투쟁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이번 투쟁의 가장 큰 쟁점은 바로 몰아치고 있는 공공부문 사유화와 그로 인한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19일 저녁 파업전야제는 시작되었다. 두 노조의 집행부는 막판교섭에 열을 올렸고 파업 몇 시간 전 결국 파행을 거듭하던 교섭이 타결되면서 파업은 철회되거나, 유보되었다. 언론에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극적 합의’를 하면서 나온 두 노조의 합의안들은 각각의 전야제 장소로 전달되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유보되었고 서지노조의 파업은 철회되었다. 이렇게 다른 것은 합의안의 인준과정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철도노조의 잠정합의안은 확대쟁대위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고 파업은 유보되었다. 이와 다르게 서지노조는 합의안이 도출되자 자동적으로 파업은 철회되었다. 결국 파업은 물 건너가고 또다시 조합원들은 합의안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각자의 업무지로 복귀해야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 임단협 투쟁의 가장 큰 쟁점은 공기업 사유화와 구조조정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주요 정책인 공공부문 선진화는 계획이 발표된 7월 이전부터 이미 공공부문 특히 서울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에서 창의경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었다. 노동조합도 이에 맞서 여러 투쟁들을 조직하고 전개해왔다.(노동자정치신문 41호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전초기지 참고)
서울지하철 노조의 ‘노사합의’
서울지하철노조는 9월 18일 외주화, 민간위탁, 비정규직 확대 중단, 지하철 공공성 강화, 20% 감원계획 철회, 고용안정 보장, 단체협약 준수,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로 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가결, 노조는 같은 달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들어간다고 결정하고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섭이 끝내 결렬 되었음에도 집행부는 여러 이유를 들면서 파업을 유보했다.
노동조합은 파업 준비를 위한 내외 상황을 재정비해 다시 돌입시점을 잡을 것이다. 파업 연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과거방식의 쟁의전술이 아닌 이상 쫓기듯 돌입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08-09-26 “방침· 상황 변화 없다” 교섭, 투쟁 재개 - 서울지하철노동조합)
같은 글에서 파업유보의 가장 큰 이유를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방법과 범위 등에서 노사 양측 입장이 다르고, 아직 그것에 대한 지노위의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장 파업에 들어갈 경우 현장이 극도로 혼란하고, 자칫 파업이 무력화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얼마 후 10월 2일 지노위의 판결이 내려졌다. 사측은 필수업무유지의 필요인원을 산출 할 때 비조합원을 대상에서 제외시켰지만 지노위에서는 비조합원까지 대상에 포함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필요인원은 쟁의행위기간 중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근무형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산정하고 결정서에서 정한 업무의 유지수준을 준수하여 일자별 필수유지율에 맞추어 명단을 작성 통보하면 되므로 고정/순번 선택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렇게 지노위의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한 유권해석이 어느 정도 노조측 주장에 가깝게 나오자 중앙투쟁본부는 교섭재개와 그 밖의 투쟁 계획들을 발표했다. 노조는 10월 시작한 국정감사에 초점을 맞췄다. 노조의 목적은 국정감사를 통한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10월 24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서울지하철 노동조합 위원장과 공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환노위 의원들은 지노위, 중노위가 내린 원직복직 명령 거부, 파견법 위반, 위장도급 가능성 등 노동관계법 위반, 관계 법령에 따른 면허도 없이 업무를 개시한 위탁회사의 도시철도법 위반, 사기업이 공익근무요원을 업무에 배치하는 등 병역법 위반 등의 사안을 갖고 진행되었다. 하지만 국정감사 후에도 여전히 공사측의 입장변화는 없었다.
국정감사 대응과 함께 서울지하철노조는 10월을 “쟁의돌입체제”를 갖추기 위한 기간으로 정하면서 대내외적인 쟁의돌입 준비 계획들을 발표했고, 10월 28일부터 다시 교섭을 시작했다. 하지만 11월 까지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5차례 진행했지만 공사와 노조의 입장 차이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노동조합은 11월 20일에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파업 전까지 교섭은 타결되지 않았고 11월 19일 7시 파업 전야제를 시작했다. 군자차량기지에서 시작된 파업전야제는 다음날 새벽3시 파업철회 선언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임금, 단체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하지만 언론 매체에 보도된 ‘극적 타결’은 타결이라고 보기에는 그 합의내용이 일방적이었다.
임금부분에서는 기본급 인상과 급식비, 가족수당 등의 인상이 같이 되었는데 급식비와 가족수당의 경우 행자부 지침에 따른 인건비총액 인상분 외에 특별인상이 된 것이 아니라 기본급 인상분을 수당 인상분으로 돌린 것이다. 노동조합의 해설서에는 오히려 그것이 더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금에 대한 반발이 있자 이후 28일 추가협상으로 급식비 인상분을 기본급으로 돌렸다. 그 외에도 노조간부에 대한 전보시 노조와 합의에서 협의로, 청원휴가 축소 등의 단협 후퇴가 합의되었다.
또한 이번 투쟁의 가장 중요한 쟁점인 경영혁신 즉 구조조정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합의를 했다. 다음은 그것에 대한 합의인 부대약정서의 내용이다.
1.서울메트로와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은 지하철이용시민고객의 안전과 편의증진을 위한 경영혁신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해 노사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되 노사협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성실한 노사협의를 거쳐 추진한다.
가. 서비스지원단 운영규모는 최소화하고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협의한다.
나. 기술분야 현업조직은 현장여건을 감안하여 사업소의 담당 부는 직종별로, 분소는 호선별로 조정하는 방안을 노사가 협의하여 추진한다.
다. 향후 추진하는 민간위탁은 노사가 협의하여 추진하되 필요시 임금피크제 등 대안을 논의한다.
라. 경영 및 업무개선 촉진을 위해 서울메트로인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현장의 근무여건과 후생복지시설에 대해서는 노사 합동조사후 노사협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추진한다.......... 생략 (2008 서울지하철 임금 단협 노사합의서 부대약정서)
얼핏 보아도 구조조정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합의된 것이다. 내용은 그럴 듯하지만 결국은 서비스지원단, 민간위탁, 거기에 임금피크제까지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무엇보다도 모든 내용은 노사합의가 아니라 협의에 의해 진행된다. 한마디로 공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
12월 3일부터 인준투표가 실시된다. 하지만 이 인준투표는 노사합의서에 대한 인준투표가 아닌 현 집행부에 대한 신임투표 형식이다. 노사합의서는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합의 결정과 동시에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백기 투항
10월 19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집행부는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후 31일 쟁의행위는 재적대비 60.66%(투표자 대비 64.4%)로 가결되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주요 쟁점은 철도 민영화 저지, 해고자 원직복직이다.
전국철도노조는 11월 10일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시작으로 14일 안전운행투쟁에 돌입했다. 이 투쟁은 실제로 효과를 보이는 듯 했다. 실상 이 투쟁은 태업이나, 파업 형식이 아닌 말 그대로 안전규정에 의거한 운행이다. 하지만 규정에 의한 운행이 시행되자 곳곳에서 열차가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해서 더욱 강도를 높여 투쟁을 전개했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자 노동자들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10월14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린 본교섭은 시작 20분 만에 끝났다. 공사는 사장의 유고를 근거로 1번 안건인 해고자 복직 논의부터 불가하다고 밝힌 것이다.
교섭 결렬을 끝으로 노동조합은 11월 19일 지구조직과 지구거점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파업 전야제에 돌입했다. 막판 교섭 끝에 서울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새벽 3시경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었다. 잠시 후인 4시에 서울차량지부의 전야제 장소에 잠정합의안을 발표하기 위해 위원장이 왔다. 그런데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가려고 했을 때부터 서울차량지부의 지부장들의 강력한 반발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잠정합의문의 내용에 있었다. 다음은 합의안의 내용이다.
철도노사는 환경 친화적인 철도수송의 선진화를 위해 노사가 협력하여 'ECO-RAIL 2015'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감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고, ‘철도 100년을 위한 100인 선언’의 취지와 Great KORAIL의 실현을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철도 노사는 공기업 구성원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하여 2008년도 임금을 정부의 공기업지침에 따른다.
2. 철도 노사는 자립경영 달성과 영업수지 적자 개선을 위하여 적극 노력한다.
3. 철도 노사는 노사관계발전계획을 수립하여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
4. 철도 노사는 2008년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을 잠정 중단하고, ‘철도발전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철도발전방향, 인력운영개선계획, 노사관계발전계획 및 기존의 노사합의 정신에 따른 해고자 문제에 대한 조치방안을 2009년도 상반기 내에 마련한다.
5. 철도 노조는 본 합의와 동시에 파업계획을 즉시 철회하고,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각종 투쟁명령을 중단한다.
(2008 전국철도노동조합 임금, 단협 잠정합의안)
어떠한 구체적인 합의도 없는 잠정합의안이었다. 환경 친화, 철도 선진화 등에 노사가 서로 협력하고, 자립 경영, 적자 개선 등에 노동조합이 적극 노력한다는 합의문의 내용은 한마디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의 구조조정에 대한 인정을 넘어서 항복에 가까웠다. 중요한 쟁점인 해고자 복직요구도 결국은 어떤 구체적인 대안 없는 애매모호한 위원회에 맡겨져 내년 상반기까지 미뤄졌다. 이러한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철도노조의 잠정합의안은 서울지하철노동조합과 다르게 확대쟁대위에서 통과되어야만 잠정합의안으로서 인정이 된다. 이 합의안은 찬성 64명, 반대 76명. 기권 15명으로 부결되었다. 총투표로 부결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확대쟁대위에서의 부결은 백기투항과 같은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확대쟁대위의 부결이 집행부에대한 불신임과 같은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4일 결국 집행부는 총사퇴를 했다.
이후 중앙쟁대위에서는 직무대행 체제로 다시 파업투쟁을 조직한다고 결정되었고 얼마 후 긴급중앙쟁대위에서 08 임단협투쟁 재조직의 건이 가결되었다.
필수업무유지 제도라는 감옥을 벗어나 강고한 투쟁을 전개하자!
두 부문 궤도노동자들의 투쟁은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마음속에는 다시금 패배의 기억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지만 아직 한 가닥 희망은 남아있다.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의 인준투표와 전국철도 노동조합의 재투쟁 조직이 남아 있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투표자체가 합의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인준투표의 부결은 바로 합의에 대한 간접적 부결인 것이다. 인준투표의 부결을 통해 새로운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경우 쟁대위에서 다시금 투쟁의 재조직을 결의했다. 이제 더 이상 감옥 속에 갇힌 투쟁은 기존의 벽을 넘을 수 없다.
물론 이미 20일 투쟁의 패배로 인해 투쟁은 전보다 더욱더 힘들어 졌다. 하지만 더욱더 용기를 내야 한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자본과 정부 그리고 언론의 압박을 헤쳐 나가야 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우리가 이용해야 할 것이 아니라 부셔야 할 악법이다. 그것은 일반 시민들의 이동을 위한 법이 아니라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악법 중의 악법이다.
필수업무유지제도에 대한 투쟁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이 제도 안에 갇혀 있다면 궤도 노동자들에게 승리는 없다. 그것은 이미 자본과 정부의 손바닥 안에서 투쟁을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똑같은 방식의 투쟁을 전개한다면 이번 20일 파업전야제와 같은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권은 노조가 필수업무유지라는 악법의 굴레에 갇혀 합법적인 파업을 조심스럽게 하려고 했는데도 불법파업이라고 내몰았다. 어떤 형태이든지 정권은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악선동하고 불법으로 몰아 분쇄하려 할 것이다. 다시 시작될 임단협 투쟁 그리고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투쟁은 이 필수업무유지제도에 대한 정면 돌파 투쟁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경제위기로 인한 자본의 구조조정 칼날은 공공부분에만 한정되어있지 않다. 항상 그래왔듯이 공공부분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의 칼날은 노동자계급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때문에 이 투쟁은 궤도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궤도투쟁에 대한 정당성을 알리고 투쟁을 적극 엄호하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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