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47호] 전국적 전선에 섰던 이랜드노조의 아쉬운 합의와 과제 |
![]() |
 |
![]() |
 |
|
노정협
|
2008-12-29 15:29:30, 조회:2,609, 추천:226
|
![]() |
|
|
![]() |
전국적 전선에 섰던
이랜드노조의 아쉬운 합의와 과제
홈플러스 노동자
홈플러스의 공포
“워낙 (회사가)직원들을 위하고, 함께 해나가기 때문에 (노조에서 노조활동을)안하겠다면 말릴 수 없는 거 아니냐.”(삼성홈플러스테스코 이승한 회장)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전원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그리고 노조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만족해 스스로 노조를 안 하겠다면 말릴 수는 없다는 위선적인 말을 남겼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친 노조와의 교섭에서 홈플러스 자본은 오로지 노조를 말살하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이랜드 자본과의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고소고발, 손배가압류를 취하하겠다며 노조 핵심간부들의 사직과 무쟁의 선언을 집요하게 강요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랜드노조에서 홈플러스노조를 분리하여 이랜드 투쟁의 역사성을 잘라내고 유통노동자의 단결을 가로막으려 했다.
홈플러스 자본은 겉으로는 ‘고용승계 할 것이다. 직원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것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노조문제를 해결하겠다’라며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랜드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은 홈플러스 자본에게도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노동조합의 끈질긴 매출타격투쟁은 갈수록 첨예해지는 대형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끝내야 할 것이었다. 홈플러스테스코 자본은 입으로는 우리는 ‘이랜드와는 다르다’는 달콤한 말을 내뱉지만 이대로 노조가 복귀를 한다면 언젠가 ‘제2의 홈에버 사태’가 홈플러스 매장에서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어떻게든 이랜드노조를 와해시키고 무쟁의 선언을 하려했다.
지난해 비정규직개악법이 시행되기 하루 전,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외주화와 대규모 계약해지를 당한 이랜드 노동자 600여 명은 월드컵 홈에버를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지도부는 1박 점거를 예정하였으나, 조합원들의 의지로 무기한 점거투쟁에 들어갔고, 7월 20일 공권력 투입으로 연행될 때 까지 홈에버 매출 1위 매장에서 21일 간 점거 파업을 벌였다. 이후 계속된 재점거와 점거시도, 전국적인 매출 타격투쟁에도 불구하고 이랜드 자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탄압을 벌였다. 오히려 보란 듯이 포항, 신도림점과 같은 신규매장의 계산, 진열 등의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로 오픈했다.
하지만 파업과 이미지 타격, 할인마트 사업에 대한 무능력(엉망인 재고관리 및 신선도관리, ‘깡거래’ 적발 등)으로 작년 한 해 동안 홈에버(이랜드리테일)의 영업손실은 649억 원에 달했다. 무리한 홈에버 인수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 또한 이랜드를 압박해 결국 홈에버를 테스코 자본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매각설이 돌 때부터 그럴 일 없다고 일축하던 이랜드 자본은 하루아침에 홈플러스 매각을 발표하면서 끝까지 노조에 대한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매각 발표 이후 홈플러스는 ‘노조와 대화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공정위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기간의 파업과 해고자 복직문제를 전혀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이랜드는 한술 더 떠 추석 전 추가 징계와 해고로 홈플러스에 선물을 안겨주었다.
무쟁의 선언의 멍에를 벗어던지자!
11월 11일 11일 잠정합의안이 나오고 87% 찬성률로 가결되기까지 510일 간의 파업 기간 동안 노조는 생계위협과 가정 불안을 무릅쓰고 온갖 투쟁을 벌여왔다. 남은 조합원들의 복귀에 대한 의지와 홈플러스까지 이어지는 끈질긴 투쟁 때문에 홈플러스 자본은 어떻게든 파업을 정리하려 했다. 최대한 노조를 와해하고 조합원들의 사기를 꺾고, 두 손 두 발을 묶어서 복귀시키려 했다.
20여 일 동안 점거파업을 벌이고 500여 일을 파업하게 했던 핵심 쟁점이었던 외주화와 고용안정 문제에 대해 이미 홈플러스 자본은 추가 외주화 금지와 16개월 이상 계약직에 대한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공휴일 유급인정과 임금인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쟁점이 된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는 자본은 핵심 간부들에 대한 복직 거부와 사직을 고수하며 3년간의 무쟁의 선언을 강요했다. 결국 12명의 간부들이 권고사직을 받아들였고, 복직투쟁마저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이랜드일반노조와 홈플러스노조의 분리를 합의해 이천일아울렛 등 이랜드 계열에서의 해고투쟁은 별개로 가게 되었다.
홈에버 합의에 앞선 뉴코아 노조의 합의는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었었다. 뉴코아는 2010년 까지 무쟁의를 선언하며 해고된 간부들의 복직 포기 및 외주화를 받아들였다. 이미 뉴코아 홈에버의 공동투쟁이 깨지고, 뉴코아 조합원들의 복귀로 투쟁력이 무너진 상태, 손배가압류와 고소고발의 압박 속에서의 최악의 선택이었다. 홈에버 매각으로 손을 턴 이랜드는 무쟁의와 복직포기로 뉴코아노조마저 자본의 손아귀에 넣으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뉴코아 노조의 무쟁의 선언은 단지 뉴코아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어용 현대중공업노조 뿐 아니라 쌍용자동차, 포스코 등 대형 사업장에서 줄줄이 무쟁의 노사화합 선언이 이어졌다. 이러한 무쟁의 선언, 노사화합 선언은 과거 어용 사업장, 협조주의 사업장에서나 벌어질 일이었고 그 또한 많은 지탄을 받아야 했다. 자본은 노사화합 선언으로 파업을 막고, 자본이 성장해야 노동자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노사상생의 논리로 투쟁성을 말살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정규직 투쟁이 전면화 되고, 동시에 장기화, 개별 고립화 되면서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을 억압하고 노조 자체를 말살하고 현장을 초토화시키려는 수단으로 무쟁의 선언을 강요하고 있다. 투쟁이 벌어지면 온갖 가압류와 고소고발 폭탄, 노조 무시 전략으로 장기화 시키고 이후 고소고발 취하와 일부 복직을 명분으로 무쟁의 선언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 뉴코아가 정점을 찍었고, 알리안츠 노조 또한 2년 무쟁의 선언과 성과급제를 합의하였다. 작년 전국을 들썩인 투쟁을 벌인 홈에버 마저도 무쟁의 선언을 하게 됨으로써 무쟁의 선언은 비정규직 투쟁의 무거운 멍에가 되었다. 무엇이 전국적 투쟁전선을 펼쳤던 비정규직 노조를 무쟁의 합의로 이끌어 갔는가?
이랜드노조의 합의 이후 서비스 연맹 등 상급단체는 투쟁을 평가하고 이후 과제를 모색하기 보다는 이랜드 재정 문제로 들썩이고 있다. 이랜드노조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서비스연맹에서 이랜드 기금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문제가 되었고 잇따른 논란에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변명에 급급하고 있다.
서비스 연맹은 홈에버가 점거파업에 들어갈 때부터 빨리 풀 것을 압박했고, 작년 매장 재점거와 타격 투쟁을 책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이랜드 일반노조가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를 내고 선거운동을 한 것 때문에 서비스연맹에서는 투쟁기금을 쥐고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고 재정으로 이랜드노조를 옭아매려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홈에버 투쟁의 전국적인 파급력이나 의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불매운동과 같은 소비자 운동이나 투쟁기금 지원에 머물렀다. 민주노총 이석행위원장은 이랜드 투쟁을 성공하지 못하면 민주노총 깃발을 내린다고 얘기까지 했는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지도부가 이랜드를 엄호하기 위해 제출한 것은 고작 투쟁기금 지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단지 재정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와 분노가 올라오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투쟁이 전면에 올라왔을 때 더 큰 전국적인 투쟁과 연대로 투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는 민주노총의 무능력과 관료적 태도이다. 즉,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의 패배의 1차적인 요인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전국적 투쟁전선이 펼쳐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민주노조 운동 진영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무쟁의 선언을 비정규직 주체 스스로 함으로써 전국적 투쟁전선으로서의 비정규직 투쟁의 의의가 상당히 훼손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운동진영 내에서도 전국적 전선의 부재와 고통스럽고 열악한 조건 속에서 펼쳐진 비정규직 투쟁의 조건으로 인해 무쟁의 선언 합의라는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사실상 침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법의 개악과 비정규직의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투쟁의 고립 속에서의 힘겹고 고통스러운 장기투쟁, 무쟁의 선언과 패배적 합의...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비정규직 철폐라는 총노동의 전선을 쳤던 비정규직 개별 사업장의 문제로 돌려지면서 비정규직 투쟁은 길고도 처절한 싸움 속에서 피로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뉴코아, 이랜드 등 비정규직 사업장들의 투쟁은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하는 자본과 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시켰다는 성과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쟁의 선언과 해고자 자진퇴사라는 치명적인 합의로 인해서 이 투쟁의 성과가 상당부분 훼손됐다. 뉴코아노조의 무쟁의 합의가 이랜드노조의 행보를 제약한 게 사실이다. 특히 뉴코아노조는 공동투쟁을 해왔던 이랜드노조와도 공유 없이 무쟁의를 합의함으로써 스스로 투쟁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공투전선에 균열을 가져오게 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투쟁은 패배할 수도 있고 승리할 수도 있다. 아니 사실상 대다수의 사업장들의 투쟁이 패배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충분히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비록 패배했지만 또 다시 새로운 투쟁을 일구는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무쟁의 선언에 대해서는 결단코 거부해야 한다.
패배와 상처를 딛고 현장을 중심으로 다시 조직화로!
유통현장에는 온갖 불합리하고 맞서야할 문제들이 많다. 홈플러스에서는 계산원들이 바코드 찍는 속도를 항상 계산해서 게시하고, 키보드 조작에서 실수하는 부분까지 다 체크해서 통계를 내 경쟁하도록 한다. 돈 계산상의 ‘오차’도 항상 게시하고 위조수표나 잘못된 상품권을 받을 경우 본인 돈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 고객 불만 글이 심하게 올라오면 고객의 요구라며 그만둘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강제 이동을 시키기도 한다.
유통 서비스 노동자들은 초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웃어야 하고, 모욕적 대우도 참을 것을 요구받는다. ‘고객만족’을 위해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굽실거려야 하고, 엘리베이터도 타서도 안 되며, 근무 외 시간에 나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부당함과 모욕감에 불만은 많지만 제대로 맞서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운동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얻지만 상급단체 중심으로 진행되고, 현장에서는 자본의 생색내기 식으로 진행되면서 어떠한 성과도 없이 시혜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불만과 문제점들이 단지 ‘개선’되거나 자본의 생색내기 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대응과 투쟁의 성과로 쟁취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 공황으로 유통자본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으며, 영국의 테스코 또한 순이익 증가율이 둔화되고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단지 테스코 만의 일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대형할인매장은 과다경쟁과 이익률 하락으로 연일 대 처분, 대 할인세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홈플러스뿐만이 아닌 전국의 대형할인마트들은 점점 더 많은 비정규직들로 매장을 채우려 할 것이다. 물론 유통사업장의 정규직 또한 이름만 정규직일 뿐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대우를 받는다. 오히려 정규직이라는 명분으로 무임금 초과 노동(자발적으로!)으로 정규직 시급은 3천원도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나마 정규직 되는 것도 몇 년을 참고 기다리고, 상사에게 잘 보여야 되는 것이다. 경제위기와 대형할인마트 간 경쟁 심화로 앞으로 유통 서비스 현장의 노동조건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비정규직의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불안은 고스란히 정규직의 몫이 될 것이며 자본은 더더욱 경쟁을 조장하며 노동자들의 분열과 개인주의를 조장하려 할 것이다.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개악법의 위선을 폭로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전면화 시켰다. 대공장이나 하청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되던 전면 파업이 도심 한가운데서, 대중들이 언제나 드나드는 곳에서 벌어지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눈앞으로 끌어들였다. 그동안 보조적 노동으로 취급받던 여성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고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이랜드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투쟁 그러나 아쉬운 투쟁은 끝났다. 이제 이 투쟁의 과제는 홈플러스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과의 투쟁으로 재조직되어야 한다. 홈플러스 자본은 복귀한 조합원들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두려워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외부 매장으로 교육이나 지원을 나가는 것을 꺼리는 등 현장에서의 조합원들과 비조합원을 분리시키고 영향력을 없애려고 한다. 기존의 삼성테스코 노동자들이 영향을 받고 조직되는 것 또한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투쟁의 빛나는 경험과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노동현장에서 자본과의 2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합의에서 16개월 이상 고용안정과 외주화 금지를 합의했지만 그것을 일상적인 현실로 지켜내는 것은 현장에서의 과제이다. 지난 이랜드와의 단협에도 18개월 이상 노동자 고용안정이 명시되어있었지만 이랜드자본이 자본의 논리와 법을 들이밀면서 외주화를 진행했던 것처럼 홈플러스 자본은 매출 감소 등 자본의 위기를 이유로 상시적인 계약해지 또는 대규모의 계약해지를 감행 할 것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패배감과 체념을 딛고 다시 현장의 재조직화라는 과제를 안고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반쪽자리 고용안정, 직무급제 무기계약직을 넘어서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