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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6호] 현대판 농노계약 - 농사는 농민이 직불금은 땅부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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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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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15:12:44, 조회:3,130, 추천: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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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농노계약
- 농사는 농민이 직불금은 땅부자가
지난달 초 ‘쌀소득보전직불금’(이하 직불금)의 부정수령에 관한 감사 자료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의원들에 의해 발표 되었다. 직불금 문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고 뒤이어 지난달 6일에 시작한 국정감사 첫날에 보건복지가족부 이봉화차관이 직불금을 신청한 것이 드러나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직불금은 2005년 노무현 정권 시절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도입된 것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경작지규모로 지급하는 고정직불금과 쌀값 하락분의 일부를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직불금 제도의 명목은 쌀 시장 개방 확대로 인한 농가의 소득 하락을 정부에서 보조해 안정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매년 1000억 원 정도의 직불금이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농지를 소유만 하고 있는 땅주인들에게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쌀 직불금 그 참을 수 없는 허술함
직불금은 어떤 기준으로 지급되고 있을까?
직불금 신청은 직업과, 소득 수준에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임대는 불법이지만 위탁 영농은 허용이 되는데 농사일의 일부를 위탁하더라도 상당기간 농사에 종사했다면 인정이 된다. 하지만 그 기준이 애매하다. 그 다음은 신청 과정인데 우선 직불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자경확인서가 필요하다. 본래 자경 확인은 농지가 소재한 읍, 면, 동사무소가 하도록 되어있지만 인력부족을 이유로 자경 확인서를 이장이나 통장에게 작성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소작농민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실제 경작자가 아니더라도 확인서를 써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직불금 신청지역은 농지의 소재지가 기준이 아니라 신청자의 거주지가 기준이 되어 농지가 지방에 있더라도 신청자의 거주지가 서울이라면 해당 구청에 신청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자경의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결국 허위로 작성된 자경확인서만 있다면 간단히 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앞뒤 안 맞는 제도이기 때문에 수십만 명의 부정 수령자들의 존재는 어쩌면 당연한 것 일수도 있다.
부당 지급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소유한 농지를 현지 농민에게 임대해 준 뒤 직접 직불금을 신청해 지급받았다. 직불금 제도의 성격상 소유한 땅이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임대업체나, 기업형 농장의 경우는 제도가 시행된 2~3년간 수억 원에서 수십억을 챙기는 경우도 생겨났다. 하지만 농지 임대자들의 직불금 신청은 얼마 되지 않는 직불금 자체에 목적이 있기 보다는 불법적인 농지소유은폐와 탈세에 그 목적이 있다. 첫째로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일정규모 이상의 농지를 소유할 수 없게 되어있는데 만약 소작 농민들이 직불금을 신청한다면 농지 임대 사실이 밝혀져 1년 안에 농지를 강제적으로 처분해야 한다. 때문에 농지 소유주들은 소작농들을 협박해 직불금 신청을 막거나 자신이 직접 경작자인 것으로 신청해 임대사실을 은폐 한다.
둘째로 농지 거래에는 양도세가 붙는데 농지를 8년 이상 직접 경작했다면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여기서 직접 농사를 했다는 근거자료로 쓰이는 것이 직불금 수령실적인데 때문에 땅 소유주들은 직불금을 수령해 자경의 근거자료로 쓰고 있다. 실상은 이러한데 농민들이 말하지 못하는 것은 지주들이 땅을 내놓으라 하면 하루아침에 일터를 빼앗길 수밖에 없어 지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농민들 열만 받게 하는 직불금 논란
농민들은 이미 생산비 인상과 농물가격 하락 인해 못살겠다며 공공비축수매의 단가 인상 투쟁계획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 직불금 문제까지 터지자 농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매 대상 쌀 수백 가마를 도청, 시청 앞에 쌓아 놓고 출하 거부 투쟁을 벌였다. 태안의 농민들은 아예 논을 갈아엎어 버렸고, 한창 가을걷이를 해야 할 시기에 수백 명의 농민들이 서울로 상경해 국회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의 부정수령을 규탄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논란은 문제 축소와 책임회피 공방으로 일관되었다.
지난달 1일 몇 명의 국회의원들은 감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직불금 수령자 가운데 20%이상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 수령 금액이 1000억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중 반수 이상이 회사원, 공무원, 금융계, 공기업 등에 다니는 농업 외 직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부정 수령에 대한 근거가 맞지 않다면서 반발했다.
감사원 조사의 근거로 든 ‘비료의 구매 여부와, 쌀의 수매 여부’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다는 근거로는 부족하고, 농사 외에 직업을 겸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직업 분류만으로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고 등을 통한 자체 조사로는 한해 6천~20억을 넘지 않는 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감사원이 파악한 금액과는 수십 배가 차이난다.
직불금 논란의 계기가 된 이봉화 차관의 부정 신청 논란이 자진 사퇴로 마무리 되자 여당은 참여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논란은 가중되었다. 허술한 직불금 제도를 도입한 것은 참여정부 때였고 작년 6월 이미 감사원이 직불금 감사 결과를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선을 의식하고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감사의 목적이 제도 개선이었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할 필요가 없었고 허술한 제도를 도입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은폐할 이유가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국정조사를 할 것을 주장했다. 계속 책임 전가 공방은 결국 여야 정당들은 국정조사 시행을 합의하면서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직불금 문제의 본질
결국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인 직불금 문제는 국정조사 시행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은폐에 초점을 민주당은 이봉화차관과 같은 현 정부의 실세에 대한 직불금 부정 수령 적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직불금 문제는 여야정당들의 정치공방으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하지만 지배계급 대리인들의 정치 공방이 아니었다면 노무현 정권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소문 없이 묻혀 졌을 직불금 문제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본질을 들어내고 있다.
직불금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작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해가 지날수록 빚더미에 앉아 자신의 생산수단인 농지를 팔아야할 동안에 그 농지들을 투기목적으로 사들이는 투기꾼들의 문제인 것이다. 직불금의 부정 수령은 곧 농지를 투기의 목적으로 사들인 투기꾼들의 존재를 증명한다.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 종부세 대상자 등의 투기꾼들이 속속 들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농업 개방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과 생산비 상승의 이중고에 농지를 빼앗긴 농민들은 소작농이 되어 지주에게 착취당한다. 투기꾼들은 자신들의 농지소유 은폐와 탈세를 위해 그나만 쥐꼬리만큼 농민들에게 지원해주는 돈마저 가로채며 다시 한 번 농민들을 착취한다. 추곡수매제 대신 도입된 직불금 제도는 결국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주고, 불법 농지소유 은폐와 탈세의 도구로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의 공방 끝에 합의된 국정조사는 투기꾼들의 존재를 더욱더 분명하게 나타낼 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투기꾼들을 가려내 뿌리 뽑는 것에 있지 않다. 다만 커진 불을 끌 희생양을 원할 뿐이다. 당장은 농민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직불금 제도의 개선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뒤로는 투기꾼들을 합법화 시키는 법안들을 통과 시키려 하고 있다. 농지법, 농지법 시행령, 산지관리법 시행령 등을 개악해 한계농지의 소유와 거래를 철폐하고, 농지와 밭으로 사용하고 있는 산지의 용도 변경을 용이하게 만드는 등 각종 규제, 제한을 축소,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악법이 개악되어 불법파견이 합법파견이 되었듯 농지의 불법 투기를 합법한 투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농사는 농민이 짓고 쥐꼬리만 한 지원금은 땅 투기꾼이 가로채 가는 제도 또한 그것을 교묘히 감춰주는 현대판 농노제도 그것이 바로 ‘쌀소득보전직불금’의 본질인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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