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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47호 목차 / 공황과 자동차산업의 몰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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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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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2 21:19:43, 조회:2,795, 추천: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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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노동자정치신문47호(통합 59호)입니다.
공황과 자동차산업의 몰락
몰락하는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GM, 거지밥통 들고 유럽을 떠돈다.”
11월 26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실린 내용이다. 유럽 각지에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GM이 파산 위기에 몰린 상태에서 자국에서의 자금지원이 좌절되자 유럽 각국 정부에 자금지원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거지 상태로 내몰린 것은 GM만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제조업의 근간이 되었던 빅3의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7월 22일 블룸버그 통신은 뉴욕대학 스턴비즈니스스쿨의 에드워드 얼트먼 교수가 기업의 파산위험도를 측정하는 Z스코어를 통해서 분석한 결과 GM과 포드차가 5년 안에 파산할 가능성이 46%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8년 1분기 말 재무상태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GM과 포드가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다. 크라이슬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크라이슬러의 파이낸싱 자회사인 크라이슬러 파이낸셜은 8월부터 리스프로그램을 중단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이들 빅3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메릴린치도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GM의 파산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10월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GM과 크라이슬러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들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각각 내년 여름과 내년 말께 현금 고갈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GM은 10월 말 현재 200억 달러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매달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 보다 10억 달러 가량 더 많은 상황이고, 크라이슬러도 매달 3억~4억 달러의 순유출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파산 예고와 함께 이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빅3의 지난 7월 판매실적은 전년대비 각각 26.1%, 14.7%, 28.8% 감소하면서 사상 최악을 기록했고, 10월에는 미국 자동차 총 판매량이 전년 대비 31.9% 감소하면서 25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기록했다.
시간이 갈수록 빅3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파산 예고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GM은 정부 지원이 좌절된 후 내부적으로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GM은 이사회에서 파산 방안을 논의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현재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반박 자료를 냈다. 파산이 공식 이사회에서 논의될 만큼 이들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
동반 몰락하는 자동차산업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미국 빅3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자동차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유럽연합 내 자동차 판매는 전월 대비 15.5% 감소하면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월 26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다임러와 BMW의 경우 존폐 여부가 의심된다고 전했다.
한 때 신화로 기록됐던 도요타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작년보다 73.6% 줄어든 6000억 엔으로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1999년 이후 9년 만의 하락세다. 지난 3/4분기에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1/3 수준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급기야 도요타는 올해 판매 목표를 985만 대에서 950여 만 대로 하향 조정하였고 내년 1천40만 대 판매 목표도 970만 대로 대폭 내렸다. 이는 지난 9월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32% 감소하는 등 1987년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빅3인 혼다와 닛산도 각각 24%, 37%로 급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제 신용평가 회사인 피치는 11월 18일 도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도요타가 국제 신용평가사에 의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은 도요타도 전 세계적인 경제공황 앞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들어 판매량이 급감한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급기야 정부에 신차 구매 시 세금 경감, 유가 하향조정,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신기술 개발 지원 등의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자동차산업 컨설팅 회사인 JD파워 상하이 지사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던은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 차 업계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90년대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미국 빅3로 한정되었다면 지금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암울한 것은 어떤 자동차 자본도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방향을 내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예전의 도요타 생산방식과 같은 혁신적인 생산시스템의 개발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공황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새로운 생산시스템 개발에 투자할 만한 여력도 없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GM은 최후의 수단으로 또다시 90년대처럼 대규모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먼저 지난 7월 포드에 합병 논의를 제안했지만 포드가 협상을 포기했다. 다음에는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결국 지난 11월 6일 합병을 포기했다.
합병도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지금 빅3는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을 간접적으로 착취하는 방식인 정부의 공적자금을 구걸하는 데 목숨을 거는 처지로 전락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자본의 구제책
“제너럴모터스(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 좋다.”
1952년에 GM 사장이었던 찰스 어윈 윌슨이 의회에서 한 말이다. 한 때 이 말이 진실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1908년에 설립된 GM은 호황기 때 미국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며, 자본주의 호황기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은 미국 정부가 앞장서서 GM에 좋은 것이 과연 미국 자본주의에 이익이 되는지, 나아가 공황에 빠져든 전 세계 경제에 이익이 되는 지 치열하게 주판알을 튕기며 계산하고 있다. GM은 미국에서만 연간 310억 달러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을 2100여 부품업체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또한 1만 4000여 딜러들이 GM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는 미국 내 딜러의 절반에 해당된다.
보고에 따르면 GM만 무너져도 1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적어도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 여전히 좋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GM의 파산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GM의 경영악화로 23개의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파산을 신청한 상태이며 연말까지 700개 딜러상들이 일을 그만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GM만 무너져도 비상을 선포해야 하는 상황에 빅3의 동반 몰락은 미국 경제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GM과 크라이슬러 두 개 회사의 매출액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따라서 미국이 빅3의 파산을 방치할 경우,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빅3는 부품업체들 생산량의 70%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빅3의 파산은 부품업체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자동차업체와 부품업체 생산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60만 명의 노동자를 포함하여 미국 전역에서 약 30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 고용인원의 2%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미 실업률이 8%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것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몫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4분기 연속 적자에 2005년 이후 누적 손실 규모가 700억 달러에 달하는 GM을 비롯한 빅3를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가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만큼의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는 사안이라면 당연히 구제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산업이 위기에 처한 공황 상황에서 빅3에게만 지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산업에 지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빅3에 대한 정부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이미 금융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한 마당에 빅3를 지원할 경우, 다른 제조업까지 지원이 쇄도할 것이고, 현재로서는 그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자동차 업체 구제금융 요청에서 제외된 부품업체들이 ‘자동차 및 설비제조업협회(MEMA)'를 통해서 부품업체들도 완성차 업체들과 동등하게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상원과 하원에 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100여 개의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들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뉴스위크도 11월 18일자 기사를 통해서 무조건적 구제금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몰락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구제금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11월 18일 빅3의 최고경영자들은 상원 금융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였다. GM의 릭 왜고너 회장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파산하면 300만의 일자리가 날아가고, 이후 3년 동안 개인 소득의 1500억 달러가 줄어들며 정부의 조세 수입도 1560억 달러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의 구제 금융은 “재앙과도 같은 파국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구하는 문제”라고 했다.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나델리 최고경영자도 빅3의 파산은 국가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의 구구절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냉담했다. 당장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경기부양이나 경제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모든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자금의 일부를 자동차 산업을 구제하는 데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다.
노동조합의 지지를 얻었던 오바마 당선인과 민주당도 당선 후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11월 7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업계 살리기에 향후 정국운영의 최우선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당선인과 민주당은 빅3가 요청한 2007년 의회에서 지원키로 승인한 250억 달러 이외에 25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 창구를 통한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1월 6일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빅3 대표를 면담했고, 오바마 당선인도 긴급 경제참모 회의를 소집해서 지원 확대를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11월 19일 민주당의 해리 리드 원내대표는 자동차 구제금융 법안에 대한 표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 달에 또다시 지원 법안을 심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제 이들은 노골적으로 빅3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빅3의 몰락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빅3의 구제방안을 놓고 논란이 전개되자 영국 ‘자동차제조딜러협회(SMMT)의 폴 에버릿 최고경영자가 “대출 지원을 포함해 자동차 수요를 촉진하는 패키지안을 마련토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럽에서도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살리기 공방이 한창 전개되었다. 처음에 유럽 정부는 이러한 구제의 손짓에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월 17일 기사를 통해서 유럽연합은 유럽투자은행(EIB)을 통해 최고 400억 유로(약 500달러) 규모의 자동차업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럽재계원탁회의(ERT)의 요르마 올릴라 노키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유럽이 재정 정책을 통해 특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구제 계획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각국 유럽정부 또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그동안 “미국의 자동차 산업 구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었고,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과 미하엘 그로스 경제장관도 구체적으로 정부 지원을 요청한 GM의 자회사 오펠을 지원할 경우,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 것이기 때문에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GM은 오펠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호주 정부 역시 이미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했지만 자동차 업체가 추가지원을 요청하자 난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정부의 이러한 반응은 과거의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는 영국의 레이놀드가 정부로부터 165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파산했고, 프랑스 르노사도 비슷한 시기에 정부로부터 약 7조원에 이르는 자금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 르노의 경우 겨우 회생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어려움에 빠지자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 이들 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이 빅3 구제에 나선다면 유럽도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먼저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정부 지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양국은 자동차 산업이 추락하는 것을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 11월 26일 EU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친환경 차량 개발 지원 명목으로 50억 유로(약 9조 5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이 지원하는 쪽으로 먼저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듯이 이들 빅3 자본의 생사와 노동자계급의 생사도 다른 길을 갈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노동자들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원인
미국 빅3의 몰락에 충격을 받은 부르주아들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에 대한 탄식과 함께 이제 그 화살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 지난 11월 17일 포브스닷컴은 “빅3(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구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여기에는 “(빅3의) 비즈니스 모델은 … 금융위기가 불가피한 결말을 재촉했을 뿐 … 지난 1980년 빅3는 사실상 아무런 경쟁자도 없었고, 그래서 그들의 영혼을 ‘악마같은 노조(devil unions)’에 팔았다 … 그 때 체결한 계약은 소비자들이 미국산 자동차를 사지 않는 오늘과 같은 환경에서 빅3를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들은 이미 구조조정에 동의하고 오바마에 기대고 있는 병약한 전미자동차노조 때문에 빅3가 경쟁력을 잃고 몰락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러한 주장은 빅3 몰락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김으로써 자본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계급의 피와 희생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들의 주장은 자본주의 공황이라는 현실에 직면해서 스스로 좌초되고 있다. 이들의 논리에 따른다면 그동안 전 세계 노사협력의 대표주자격인 도요타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가장 고유한 병폐인 과잉생산에 있다. 부르주아 언론들조차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400만 대 가량의 초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 독점 자본들은 자본의 세계화와 함께 경쟁적으로 해외 공장을 늘려왔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과잉생산의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과잉생산은 지난 2005년에 미국 빅3의 위기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 때에는 전 세계적인 공황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겨우 위기를 넘기기는 하였지만 지금은 산업자본의 과잉생산에 따른 모순이 금융자본의 모순과 겹쳐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1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자동차 업체가 직면한 가장 큰 악재가 자동차 대출의 문이 좁아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금융자본의 위기는 이들 빅3의 현금 유동성을 조이고 있다. 공황에 직면한 은행들은 대출의 폭을 더욱 제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400만대가 초과 생산되었지만 공황으로 인해서 자본가에게 이윤을 가져다 준 상품이 이제는 역으로 자본가계급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스스로 가치를 파괴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GM은 차량 판매를 늘리기 위하여 차량 가격을 자사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가격으로 대폭 할인하여 판매하였는데 이는 2005년 때 채택했던 것으로 제살 깎아먹기 식 판매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던 방식이다. 이번에는 여기에 더하여 캐시백 혜택까지 추가하였다.
GM은 그래도 판매가 늘어나지 않자 보유 중인 일본 스즈키자동차의 주식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이는 약 3120억 원에 달하는 액수다. 여기에 허머 사브 등의 브랜드 추가 매각을 추진하다가 급기야는 독일 자회사인 오펠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크라이슬러는 바이퍼 스포츠카 부문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회생하려 하였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크라이슬러 자체가 매각 대상이 되었다. 전체 매각이 안 될 경우, 지프, 닷지 등의 브랜드로 쪼개 분할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크라이슬러사는 사실 분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포드는 지난 3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도 타타자동차에 매각한데 이어 볼보도 매각을 추진 중이며 일본 마쓰다 지분 33.4% 중 20%를 매각하려 하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도요타도 무이자 판매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 자동차 8사는 내년 3월까지 총 176만대를 감산하기로 했다. 닛산은 1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7만 2000대를 추가 감산하기로 했다. 이로써 총 감산 규모는 연내 생산계획인 138만 8000대의 10%를 웃도는 14만 7000대에 달하게 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폴크스바겐은 12월 18일부터 2009년 1월 11일까지 3주간 1만 6000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의 자회사 아우디도 헝가리 공장을 한 달 동안 폐쇄하기로 했고 포르쉐도 약 20일 동안 독일 남부 공장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임러도 12월 11일부터 한 달 동안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세아트와 스코다 등도 생산 감축에 돌입했다. 벤츠는 이미 지난 8월에 교대근무를 줄여서 생산량을 4만 5천 대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며, 성탄절 휴가를 늘려서 올해 말까지 생산대수를 3만 5천대 추가 감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스코다도 10월 6일에 10월 말에 1주일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11월에는 폴크스바겐의 최대주주인 포르쉐가 세계적 경제위기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슈튜트가르트 주공장을 12월 22일부터 1월 9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판매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생산 라인 일부를 핀란드에서 독일로 이전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다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초반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한차례 위기를 넘긴 자동차 독점 자본은 규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해외 공장 신설에 앞장섰다. 생산 설비의 확충 및 자동화의 확산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고도화(생산수단, 설비 등의 불변 자본의 비율이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력의 가변자본 보다 높아지는 것)시켰고, 이는 이윤율의 하락을 가져왔다. 이윤율의 하락을 상쇄하기 위한 방법은 이윤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양을 생산해서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잉생산은 자본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면서 동시에 자본을 치명적인 위기로 몰아넣는 비수이기도 한 것이다. 자본 간에 끊임없이 경쟁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적 필요량만큼의 계획적인 생산은 있을 수 없다. 과잉생산과 공황에 직면해서 자행되는 가치의 파괴!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는 한 자본이 피할 수 없는 굴레이다.
또다시 재현되는 노동자 대량학살
자본은 스스로 가치를 파괴하는 것과 함께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량학살에 나섰다. 먼저 빅3의 몰락으로 미국에서는 대량 해고가 일상화되고 있다. GM은 이미 지난 7월 100억 달러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연일 구조조정 공격을 자행했다. 전세계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7만 6천 명의 사무직 노동자 중에서 수천 명의 사무직 노동자가 잘려나갔다. 생산직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GM은 7월 28일 오하이오, 루이지애나 지역의 2개 공장 가동을 줄이고 1760명의 인력을 감원하기로 했다. 또 9월에는 지난 60년간 미니밴을 생산했던 GM의 핵심기지였던 조지아주 도라빌 공장이 문을 닫았는데 그 때는 이미 최대 3천 명을 넘기도 했던 노동자 수가 1천 200명으로 감소한 상황이었다. 10월에는 3개 공장에서 16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할 계획을 발표했고, 11월에는 미시간 등 3개 공장을 폐쇄하고 임직원 4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내년 1월 말까지 정규직 10% 추가 감원과 각종 복지혜택을 없애서 인건비를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는 10월에 전체 사무직 노동자의 1/4인 5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고, 추가로 11월에는 올해 안에 8500 ~ 1만 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할 계획을 밝혔다.
유럽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럽자동차생산자협회(EAMA)는 지난 9월 유럽의 자동차 판매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0월 7일 유럽 자동차 업계들은 공장 가동 중단, 생산량 감축, 일시해고 등의 전반적인 구조조정 공격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은 독일 보쿰 공장의 가동을 일주일 중단하고 올해 생산대수를 당초보다 4만대 줄이기로 했으며, 스페인 공장에서는 야간 교대근무 중단을 노조와 협의하고, 영국에서도 생산량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르노그룹은 4000명을 감원하기로 했으며, 볼보도 그룹 차원에서 4340명을 해고했다. 포드 또한 독일 공장의 생산을 줄이고 비정규직 일자리 204개를 없앨 계획을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하노버 공장의 주말 특근을 연말까지 폐지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연말까지 독일 공장의 비정규직 중 20%를 감원하기로 했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연말까지 733명의 노동자를 감원하기로 한데 이어서 직원 8000명을 정리해고 하기로 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노동자 학살에 동참했다. 도요타의 내부 지침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는 것이다. 이미 4~9월에 일본 내 비정규직 20%를 감원한 도요타는 11월이 되자 사내에 긴급수익개선위원회를 설치하여 경영진 임금을 삭감하고 해외 공장 일부를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도요타 임원들의 임금 총액은 작년보다 17% 증가한 39억 2000만 엔으로 책정됐었다. 이는 임원 한 명당 평균 1억 2200만 엔에 달하는 액수다. 해외 공장의 경우, 북미 대형 자동차 공장 가동을 3개월 동안 중단하고 2009년 3월까지 3000명을 감원하기로 하였다. 이미 10월 말까지 3000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한 데 이어서 추가로 3000명을 더 감원할 예정이다.
이는 도요타 북미 공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현지에서 렉서스의 주력 공장인 다하라 공장과 인디애나, 켄터키, 캘리포니아 GM과의 합작공장을 내년부터 주야간 2교대를 주간근무 만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닛산은 비정규직 감원 폭을 10월 말에 발표했던 1000명에서 추가로 500명을 더 늘리기로 했고, 이스즈 자동차도 국내 공장에서 비정규직 1400명 전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렇게 일본 자동차산업은 부품업체까지 포함하여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그동안 잠시나마 자동차 산업의 숨통을 트이게 했던 중국도 세계경제가 휘청거리자 치루이자동차는 6000명, 선룽자동차는 1000명, 창안자동차는 2000명의 노동자를 감원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노동자 대량학살극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빅3에 대한 지원을 결정할 경우, 뉴스위크지가 주장한 대로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황이 깊어질수록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통한 회생을 도모할 것이다. 아직 노동자 학살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사생결단 투쟁이 필요하다!
“한 달 전에 세웠던 내년 사업계획을 폐기하고 다시 짜고 있습니다. 내년 채용도 동결할 겁니다.”
“주가가 한나절 만에 10% 오르다가 다시 10% 떨어질 정도로 시장이 불안정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기 계획을 짜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년 비즈니스 환경 전망은 한마디로 의문 부호”(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 사장이 10월 29일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라세티 프리미어 신차발표회에서 한 말)
이것은 지금 부르주아들의 심정에 대한 솔직한 발언이다. 미국, 유럽, 일본을 강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당장 국내 자동차 업계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가져왔다. GM대우는 12월 하순부터 1월 초까지 2주 동안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판매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내년 1~2월, 최악의 경우 3월까지 일부 공장 가동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우버스는 생산직 670명 중 237명, 사무직 300명 중 80명을 감원하고 임금을 동결키로 했다. 이는 전체 인원의 3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르노삼성은 11월 중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는 것과 일시적인 공장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고, 쌍용자동차와 현대차에서도 비정규직을 대량 감원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의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는 12월부터 울산 2공장, 4공장, 5공장 등의 잔업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전주 공장도 12월부터 주말 특근과 잔업을 없애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도 장기근속 노동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노동자 대량 학살은 더 이상 바다 건너 외국만의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노동자들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데에는 개량화, 관료화된 노조의 무기력한 대응에도 그 원인이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그동안 자본의 회사가 죽으면 노동자도 죽는다는 협박에 퇴직자를 위한 연금보험 납부를 자체 부담하기로 하는 것과 건강보험료의 회사 측 부담분 인하에 합의했다. 또한 2010년부터의 임금삭감에도 동의했다. GM의 경우에는 이미 임금이 절반 상태로 급감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구조조정의 수용을 두고 전미자동차노조는 일단 구제금융의 대가로 구조조정을 들이미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로 봤을 때, 대규모의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임단협 이후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자행되는 구조조정은 단 한 번의 파업 투쟁 없이 자본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에게 그동안 관례적으로 시행되었던 잔업, 특근 통제는 임금삭감이나 마찬가지다. 여전히 노동조합 관료들이 ‘고용만 보장된다면…’이라는 현장의 고용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자본의 회사 살리기에 동참해주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중심의 정리해고에 눈감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조금씩 치고 들어오고 있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눈감는다면 이후에 본격적인 정리해고 공격이 들어왔을 때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그 때에는 이미 현장이 자본의 회사 살리기에 젖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IMF의 뼈아픈 경험을 되새겨보자! 노동자 살리기 투쟁은 지금 당장 조직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공황이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이듯이 지금부터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개별자본가에 맞선 투쟁,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항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곧바로 우리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미 GM과 쌍용자동차는 물론이고 현대자동차에서조차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에 이어 정규직조차도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외국의 사례나 우리의 과거 경험으로 보듯 정규직조차도 더 이상 고용의 안전망에 있지 못하다. 자본에 의해 다 잘려나간 후에 소수의 고립된 투쟁이 아닌, 지금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을 조직하자! 지금은 자본이 죽어야 노동자가 산다는 사생결단 투쟁이 필요한 때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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