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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자본의 탐욕에 맞서는 케이블·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박재범 정책국장
노정협   2014-12-19 13:44:22, 조회:2,709, 추천:293

자본의 탐욕에 맞서는 케이블·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박재범 정책국장




1. 케이블·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 살인적인 노동실태


씨앤앰·티브로드·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고객센터(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는 놀라울 정도로 대동소이하다. 이들 업체의 고객센터에서 인터넷․집전화․케이블방송(IPTV) 설치와 AS를 주업무로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모두 법정 최고한도인 52시간을 훌쩍 넘어 70시간에 육박하고 있다. 주 5일제 근무는 이들에게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토요일은 평일과 같이 정상근무하고 일요일은 당직이라는 이름하에 최소 한 달에 2~3번 이상 근무해야 하기에 휴일이라곤 한 달에 1-2일 정도이다. 명절, 법정 공휴일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지만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은 아예 없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센터 노동자에게 업무실비로 처리되어야 할 차량유지비, 유류비, 통신비(휴대폰 또는 PDA), 기타 영업활동비, 업무에 따른 부득이한 상황에서의 주차위반 범칙금 등은 직접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수준은 월 31만원에서 50만원, 많은 경우는 심지어 90만 원 이상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케이블·통신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의 실제 임금 수준은 200만이 채 되지 않는다. 씨앤앰 외주업체의 한 노동자의 경우 2013년 4월분 급여가 평균 163만원 수준이었으나, 패널티로 인하여 16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더욱 심각한 상태는 대기업에 소속된 SKB-LGU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의 경우 4대 보험료와 퇴직금을 100% 전액 노동자 의 임금에서 공제하는 곳이 많았다. 산재보험을 가입했다고 하는데 일을 하다 다쳐도 자기 돈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출근하지 못한 날은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에 정한 연차휴가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고, 그 해 못 쓴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받지도 못한다. 점심시간은 아예 생각할 수 없어 차로 이동하면서 삼각김밥 등으로 점심을 때우는 게 일상화 되어있다.

이러한 살인적인 노동실태의 이면에는 통신대기업 서비스센터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센터의 대부분의 설치기사들은 서비스센터(외주업체)의 재하도급 업체소속으로 개인 도급계약자로 되어 있다. 이들에게는 4대보험도 퇴직금도 없다. 이에 노조가 결성되자 사용자들은 도급계약자임을 근거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센터에 출근해서 업무지시를 받고 할당받은 업무를 수행하며 1분이라도 늦거나 할당된 실적을 못 올리면 각종 명목으로 패널티를 부과하여 임금에서 차감당하여 왔다.

이러한 모든 책임에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대기업 원청이 있다. 통신업체의 경우 모두 센터의 TO(table of organization)를 원청이 결정한다. 심지어 각 센터 노동자들의 등급을 원청이 직접 결정하기도 한다. 복장과 명찰, 명함도 원청이 정한 기준과 표준을 따르고 있으며, 원청이 내려준 지표와 기준에 근거하여 매달 노동자와 센터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이는 통신대기업 원청이 센터와 기사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신대기업 원청의 사용자성이 너무나 뚜렷하다. 이는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노동자들 또한 다르지 않다.

이처럼 케이블 통신산업의 자본들은 기업 이윤창출의 가장 핵심 업무인 개통과 장애, 영업 등을 담당하는 고객서비스센터를 외주화시켜 자신의 책임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인력운영으로 케이블방송과 통신 대기업들은 1년에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씩 순이익을 남기면서 직접 고용을 회피하고 다단계 하도급 방식으로 자신의 탐욕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2. 케이블·통신산업의 대기업 독점화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만들었다.


케이블방송은 1995년 지역에 기반을 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공중파 방송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지역 방송으로 출범하였다. 지역의 소통과 공감의 장을 제공하고, 지역 기득권층에 대한 감시와 풀뿌리 지역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하기에 출범 당시에는 ‘방송법’을 적용하여 거대자본과 대기업의 SO진출을 제한하고 지역성을 강조하여 지역연고 기업이 SO를 설립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이윤창출의 시장을 요구하는 자본의 집요한 요구는 규제완화로 이어졌고 현재의 태광산업의 티브로드, CJ그룹의 헬로비젼, MBK‧맥쿼리 투기자본의 씨앤앰 등 대기업들이 지역 유선방송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거대 독점화된 케이블방송이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대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한 탐욕만이 남게 되었다. 그 결과 이윤추구를 위한 온갖 방법이 동원되었다. 투자축소와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화가 무차별적으로 도입되어 지역유선방송(SO)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외주업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실제 씨앤앰의 대량해고로 150여일이 넘게 노숙농성을 전개하고 있는 109명의 해고자 중 한 명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1995년 지역유선방송(SO)에 설치‧유지보수 기사로 입사한 후 2001년 씨앤앰에 인수되어 2006년 외주화되기 전까지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투기자본에게로의 씨앤앰의 매각을 앞두고 해당업무의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그는 하루아침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되었다. 케이블방송업계 경력만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이 노동자의 현재 근속년수는 1년마다 원청의 업체 재계약 및 변경으로 인해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해 노동조합이 생겨나면서 고정급과 4대보험이 보장되었으나 씨앤앰 원청과 투기자본의 먹튀 앞에 또다시 비정규직 해고자가 되었다.

통신산업의 역사 또한 다르지 않다. 초기 한국의 통신산업은 공익사업으로 추진되었고, 국민복리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업목적을 가지고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독점영역이 보장되었고 지배적사업자는 정부의 규제를 받고 요금조정도 정부의 승인이 나야 가능한 구조였다. 사업자에게 보편적서비스의 의무(원가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서비스 제공)와 수익규제(투자보수율 등)정책을 통한 서비스요금 안정화 등 공공서비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통신시장의 개방압력과 국내경쟁이라는 미명하에 정부는 통신산업을 정권과 재벌의 이권과 맞물려 나눠 먹기식의 자본의 진출을 허용하면서 사유화하기 시작하였다.

기업 간 과당경쟁과 IMF이후 한국 통신자본들의 이윤율 하락에 따른 위기가 오자 정부는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하여 오히려 통신설비업체의 통신서비스 진입규제를 풀어주는 등 자본에 대한 특혜 및 규제완화로 기업간 M&A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통신산업 자체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당시 선경그룹에 인수된 한국이동통신은 SKT로 전환되면서 신세기이동통신을 인수하였고, KT는 한솔PCS를 인수하고 무선업체인 자회사 KTF와 합병하게 된다. 이후 SKT는 유선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고 LG그룹은 데이콤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당시 데이콤 산하에 있던 한전의 통신망을 운영하던 인력중심의 자회사인 파워콤도 자연적으로 LG에 편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현재의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자회사로 SK브로드밴드) 등 3대통신사로의 재편이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을 통한 적자발생과 기술의 발전, 유료방송 시장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었다. 이윤저하를 만회하기 위하여 통신 대기업들은 또다시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그 책임을 통신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였다. 이는 통신산업에서 본격적으로 비정규직들이 양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 통신 대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통신(KT), 데이콤, 한국통신계약직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이 있었다.

당시 통신대기업들은 정규인력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희망퇴직(또는 강제퇴출프로그램)을 실시하였고, 대리점·직영점·협력업체 등의 이름으로 기존의 정규직인력의 업무를 인력파견업 또는 현장업무의 일부를 떼어주거나 하도급 업체로 이직하게 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 통신대기업의 수익의 상당부분은 기존의 정규직 업무를 대체한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라는 인건비 착취에서 발생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도급을 받은 중간업체들도 통신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상태에서 단지 사업(지역독점)권만 가지고 또다시 재하도급을 줌으로써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되었다. 이들도 중간착취를 통한 이윤 확대를 위해 노동자들을 대부분 건by건 등 개인도급제로 운영하는 관행이 보편화 되었다.


3.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의 탐욕에 맞서는 투쟁이다.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료방송사업자 중 케이블방송(SO)사업자들의 총 방송사업 매출액은 2조 3천억 원에 이르며 이중 티브로드·CJ헬로비전·씨앤앰·현대HCN·CMB 등 5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매출은 전체 SO매출액의 84.3%를 차지하는 독과점의 형태이다. 특히 2014년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노조를 탄압하며, 대량해고를 일삼고 있는 씨앤앰 케이블방송의 경우 5천 8백억 원이라는 막대한 매출을 올린바 있다.

인터넷 등 유선망 사업을 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2013년 전체 매출액은 2조 5,394억 원이고 당기순이익은 123억 원을 기록하였다. LG유플러스는 2013년도 전체 매출액은 11조 4,503억 원이고 이중 유선 수익은 3조 606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케이블‧통신대기업의 화려한 이면에는 전국의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심각한 중간착취, 살인적인 노동실태와 노동인권 침해 등 탐욕스러운 대기업의 착취가 숨겨져 있었다. 이에 2014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씨앤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투쟁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비정규직 투쟁은 케이블방송‧통신산업의 무분별한 외주화와 중간착취로 이윤만을 추구해 왔던 대기업들의 탐욕을 걷어내고 정당한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한 진짜 사장을 상대로 한 투쟁인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인상, 고용보장을 위한 투쟁을 넘어서려 한다. 대기업의 사적 이윤을 위한 케이블방송‧통신산업이 아니라 국민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적 성격을 회복하는 투쟁으로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의 총파업 노숙농성이 150일을 넘기고 있으며, 서울 도심 한복판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인 임정균 동지와 강성덕 동지의 고공농성도 오늘로 35일째(편집자: 12월 18일 현재 37일차)를 맞고 있다. 자본의 탐욕에 맞서 지상에서 홀대받고 배제되어온 노동자들이 하늘에서 깃발이 되어 펄럭이는 이 투쟁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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