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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도의 농촌 위기와 뜻밖의 복병을 만난 자본가 계급 -이병진(국가보안법 탄압으로 전주교도소 수감 중)
노정협   2014-09-29 15:50:46, 조회:2,333, 추천:196

인도의 농촌 위기와 뜻밖의 복병을 만난 자본가 계급


이병진(국가보안법 탄압으로 전주교도소 수감 중)





“모디(Modi)가 권력을 잡자, 사람들은 그에게 큰 기대감이 있었고 첫날부터 신속한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느리고 조심스러우며 우리는 그 어떤 극적인 예산(변화) 또는 정책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 5월 인도 총선에서 인도 자본주의를 급속히 발전시키겠다는 선거 공약으로 정권을 잡은 모디 정권에 대해서 실망한 부르주아 연구소의 연구원이 최근에 한 말이다!

인도의 자본가들은 자본축적이 정체되고 산업화 속도가 지체되자,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자본주의 발전에 속도를 내겠다는 모디 정권의 등장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에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모디 정권에게 식량 보조금 지원 정책을 철회하라고 압력을 넣었는데 모디 정권이 거부하였다. 인도는 작년에 식량안보법을 제정하여 빈민구제 정책을 실행하려고 하는데 세계무역기구(WTO)는 보조금 지급을 불공정 무역거래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정권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인도 국민당(BJP)의 경제 정책은 신자유주의 노선으로서 농업 보다는 제조업과 무역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국민당은 2014년 총선 전에 구자라트(Gujarat) 주와 라자스탄(Rajasthan) 주에서 정권을 잡았는데, 이때부터 이미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농업분야에 진출하게끔 앞잡이 노릇을 하였다.

그 결과 라자스탄 주에는 몬산토(Monsanto), 듀폰(Dupon), 바이엘(Bayer), 펩시코(Pepsico) 카길(Cargill) SAB밀러(SABMiller), 루핀(Lupin) 같은 기업들이 들어왔다. 특히 몬산토(Mosanto)는 구자라트 주와 라자스탄주에 각각 거대한 썬 아시아(Sun Asia) 프로젝트와 골든레이(Golden Rays 황금빛) 프로젝트를 가동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주정부가 몬산토로부터 유전자 변형 잡종 씨앗을 구매하여 농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독점 대기업들의 ‘마름’을 자처했던 인도 국민당 정권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명령을 거부한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 농촌 경제의 황폐화


그렇다면 왜 모디 정권은 인도 자본가들과 세계 독점 자본가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을까?

인도 독립기념일인 지난 8월 15일에 델리 왕조의 궁전(Red Fort)에서 모디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나는 가난을 보고 자랐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존엄함을 갖기 위해서 그것(화장실 설치)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

모디가 정말 가난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것일까?

나는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디 정권의 성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모디 수상이 예상과 달리 하층 농민들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이유는 인도의 농촌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GDP에서 농업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50년대에는 56.71%, 1970년대는 46%, 1990년대는 34.04%, 그리고 2010년대는 13.9%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에서 농업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고용문제 때문이다. 인도 전체 고용인구 가운데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1970년대 73.9%, 1990년대는 63.9%, 2010년대 49%로 여전히 높은 비중이다.

이는 전체 11억 인구 가운데 5억 명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그이들에게 딸린 가족들까지 고려한다면 농업이야말로 인도 인민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는 생존수단임을 의미한다. 인도 GDP에서 13.9%를 차지하는 농업이 인도 전체 고용인의 49%나 차지한다는 것은 농업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이 얼마나 열악한지 쉽게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자유화 정책으로 농업의 자본주의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대자본 기업형 부농들의 자본축적이 유리해져 경제적 양극화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인도 신자유주의 농업 정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농업생산 지원(화학 비료, 농약, 농기계 구매, 에너지 등) 보조금 지급을 줄임.

둘째, 세계무역기구(WTO)의 강제조항에 따라 농수산물 수입관세를 낮추고 수입량 제한을 해제함.

셋째, 종자 분야의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세계적인 다국적 농업기업들이 인도 농업분야에 진출함.

이런 정책 기조의 결과 농산물 생산 비용은 크게 올랐지만 값싼 농산물 수입으로 판매 가격이 오르지 않아 농민들은 부채에 시달리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 지역에서 자본주의화는 더욱 더 지배적인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는 산업 자본가들이 후원하는 대규모 기금(Rashtriya krishi Vigyan Yojana[RKVY]을 가지고 ‘통합적 농촌개발(Integrated Agricultural Development)'을 위한 ‘민관협력체계(Framework for supporting public private partnership[PPP]를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농업에서 자본가들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인도 정부는 2011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농업신 비전(New vision for agricultural)'을 제안하였다. 이 제안에 26개나 되는 세계적 기업이 동참하였다. 3)

경제자유화라는 정책 기조 아래 인도 정부는 ‘종자법(The Seed Bill)', ‘바이오기술규제법(Bio Technology Regulatory Authority of India Bill)’, '농약관리법(The Pesticide Management Bill)', '토지획득과 복원 그리고 이주법(The Land Acquisition and Rehabilitation and Resettlement Bill)'을 자본가들에게 유리하게끔 모조리 개정하였다.

인도는 미국과 농촌 발전을 위한 전략적 협조 관계를 맺는다는 명분으로 ‘인도-미국 농업지식계획(The Indo-Us Knowledge Initiative in Agriculture)'에 착수하였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거대 독점기업들(예를 들면 Monsanto, Archer Daniels Midland, Wal-Mart)이 인도 식량시장과 종자시장 그리고 농산물 유통시장을 장악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 농촌 경제의 자립적 기반은 완전히 붕괴되었으며 자본 축적구조에 완전히 편입되었다. 이로써 자본가들에 의해서 강제로 토지에서 분리된 농업 노동자와 소규모 자작농의 삶은 극단적으로 비참해지고 있는데, 인도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농민들을 방치했다가는 혁명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극우적이고 친자본가 정권인 모디가 전략적으로 식량분배의 공적 시스템을 파괴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복병을 만난 인도 자본가 계급


서구 자본주의 나라들의 역사적 발전 경로를 보면, 봉건제 아래의 농노들이 분화되고 신분의 속박에서 풀려 자유로운 임금 노동자로 되면서 자본주의 발전에 활력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도 자본주의 현실은 자본 축적과 공업발전 수준이 매우 불균등하여 불안정한 상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쏟아져 나오는 농업 노동자와 생산수단인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이 임금노동자로 고용되어야 하는데 인도 공업발전과 산업화 단계는 거기에 못 미치고 있다. 가난에 시달리는 농업 노동자와 소농민들은 공업제품에 대한 구매력도 없기 때문에 인도의 산업발전에 발목을 잡고 지체시키고 있다.

인도의 자본가들은 2005년부터 중국의 발전 모델을 참조하여 경제특구 전략으로 자본주의 발전의 정체를 돌파하려고 하지만 강제 토지수용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심해 경제특구발전 전략도 성공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인도 자본가 계급은 인재 육성으로 최첨단 기술 정보산업 분야와 3차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인도 자본주의 불균등 발전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산업화 전략은 도시의 소수 중산층에게 유효할 뿐 인도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다. 가뜩이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영향으로 교육, 보건, 공공지원 사업 예산이 축소되고 있어 인도의 인재육성 발전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인도 경제가 근원적으로 나빴던 것은 아니다. 인도는 자체 내수 시장이 크고 기초중화학 공업 기반도 탄탄한 국가이다. 농업도 자급자족 기반을 갖추어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농민들이 생활고에 자살까지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인도는 1990년대에 성급하게 자급자족적 농업기반을 외국 자본에 팔아넘김으로써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의 전환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그런 농촌경제의 모순들이 20년 이상 쌓이고 쌓여 인도의 자본가 계급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인도 자본가 계급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농촌경제를 황폐화시켰고 거기에 의존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본가들을 적대하게 만듦으로써 스스로 위기에 빠뜨렸다.

그런 반자본주의 흐름을 깨뜨리기 위해서 자본가 계급은 사람을 학살한 모디를 자본가 정권의 우두머리로 내세웠지만 그는 인도 경제의 심각한 양극화 앞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 모디는 미국의 패권에 기대어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밀고 갈지 아니면 브릭스 체제에 힘을 실어 조금 완화된 자본주의 발전 노선을 따를지 저울질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인도 내부의 경제 사정이 녹녹치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인도 모디 수상이 일본을 방문하고 난 뒤 미국을 방문하고 이어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인도 모디 정권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구체적인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끝>




1. Manoj Joshi, Observer Research Foundation, New Delhi AFP, "'Modi effect' gets Delhi working, but reforms prove elusive", The Korea Herald, August 26, 2014)

2. AFP. 이와 같은 자료.

3. 농업신버전(NVFA)에 참가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Agco, Archer Daniels Midland, BASF, Bayer cropscience, Bunge, The coca-cola company, Diageo, Dupont, General Mills, Heineken, Kraft Foods, Metro, Monsanto Company, Maersk, Mosaic, Nestlé, Pepsico, Rabobank International, SABmiller, Swiss Re, Syngenta, Teck Resources, Unilever, Vodafone, Wal-Mart stores, Yara International 등이 있다. 세계 거대 독점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고 얼마나 치밀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 한 단면을 보여준다.

참고자료

Venkatesh Anthreya, "The Current Agrarian Crisis in India; An Overview", The Marxist, July-September 2013, New Delhi.
S.Ramachandran Pillai, "Agrarian Crisis and the Peasant Movement", The Marxist, July-September 2013, New Delhi. -이상-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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