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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14년 인도 총선의 특징과 계급관계의 변화 -이병진(인도 정치학자, 국가보안법 탄압으로 전주교도소 수감 중)
노정협   2014-11-06 01:02:04, 조회:11,803, 추천:219

2014년 인도 총선의 특징과 계급관계의 변화


이병진(인도 정치학자, 국가보안법 탄압으로 전주교도소 수감 중)



세속주의에서 ‘힌디-힌두’ 국가로


2014년 5월에 치러진 제16대 인도 총선은 인도 현대 정치사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선거 결과 인도의 좌파 정당의 몰락뿐만 아니라 인도 국민회의는 사실상 망했다고 할 만큼 참담하게 패배하였다.

힌두 국가 건설을 정치적 이념으로 내세운 보수 우익 정당인 인도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은 전체 543석 가운데 282석이라는 엄청난 의석을 차지하였다. 282석 가운데 북인도 중심의 ‘힌디벨트(Hindi-belt)' 지역과 서인도 지역에서 244석을 얻었다. 이들 지역은 전체 인도 인구의 61%를 차지하고 있다.(E. Sridharan, 2014, 76쪽)



[표1]을 보면 BJP는 힌디어를 주의 공식어로 사용하는 주들 가운데 190석이나 차지했다. BJP 지지율이 높은 이들 지역은 웃따르 프라데시(UP), 비하르(Bihar), 마다야 프라데서(MP), 구자라트(Gujarat), 마하라스트라(Maharashtra), 자르칸드(Jharkhand), 짜띠스가르(Chhattisgarh), 웃따란칸드(Uttarakhand)이다.
이처럼 이번 인도 총선의 특징은 힌디벨트를 중심으로 BJP가 의석을 싹쓸이 하듯이 돌풍을 일으키며 거대 집권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이 이번 선거의 도드라진 특징이다.


계급과 카스트 영향력 미미


인도는 경제적으로 빈부격차가 크고 사회적으로는 상층 카스트와 하층 카스트의 계층 간 갈등이 심해서 선거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이념적으로 상층 카스트와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BJP가 힌두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한 일은 아주 새로운 정치현상이다. 하층 카스트들이 BJP를 지지한다는 것은 정치적 ‘일탈’ 정도가 아니라 이율배반적인 현상이다.



[표2]는 2014년 총선에서 BJP가 얻은 득표율을 카스트와 계급 요인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리고 2009년 총선과 비교한 증감률을 보여준다.

[표2]에 의하면 무슬림의 BJP 득표율은 인도 전체에서 8%에 불과하고 2009년과 비교해 보아도 4%의 증가밖에 없다. 그런데, 하층 카스트와 하층 계급의 BJP에 대한 득표율에는 큰 변화가 있다. 전통적으로 하층 계급과 하층 카스트는 반 BJP 성향이 강했는데, 이번 선거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표2]에서 알 수 있듯이 기타 후진 카스트, 지정 카스트, 지정 부족민 같은 하층 카스트들의 BJP 득표율이 2009년 보다 크게 증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빈곤한 하위 계급들의 BJP 지지율도 역시 상승하였다.

이와 같은 투표 결과는 이전에 보이지 않던 인도 정치의 새로운 현상이다. 하층 카스트와 하층민들이 부자와 상층 카스트의 정당임을 자임하던 BJP를 지지했다는 것은 이들의 정치적 입지점을 무너뜨리는 자살 행위임에 분명하다.


억압받는 자들의 정치적 자살? 속임수?


이번 총선거의 결과에 크게 고무된 인도 부르주아 계급은 경제성장과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보다 과감하게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그 동안 뜸을 들이던 모디 정권은 최근에 석유 가격 통제 정책을 폐지하고 석유보조금 제도를 없앴다. 이로써 하층민들에게 지급하던 석유 보조금도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에너지 정책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국영 석탄 공사를 모두 민간에게 매각하기로 하였다. 이에 신바람이 난 대자본가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모디 정권은 사회 복지 예산과 보조금을 줄이고 주요 국영기업을 국제 자본과 대자본가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모디는 이렇게 확보한 재정으로 도로와 항만, 사회간접 시설에 투자하여 인도를 수출 강국,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전했다. 이렇게 제조업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빈곤을 해결하겠다는 게 모디 정권의 핵심 경제 성장 전략이다.

모디의 제조업 ‘입국(立國)’ 전략이 성공하겠는가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인도 같은 큰 나라에서 제조업을 일으켜 그 많은 하층민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을까? 나는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모디가 제시하는 경제 성장 모형은 도시 지역의 교육 수준이 높은 엘리트들과 중산층들의 성장 전략이다. 모디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반영하여 정권 획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BJP는 1990년대 경제 자유화가 진행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중산 계급을 포섭하면서 지지기반을 키웠는데 이번 선거에서 이들 중간 계급의 표심이 BJP 집권의 1등 공신이었다. 2014년 총선거에서 나타난 계급 투표 양상을 분석한 E. Sridharan(2014)의 논문에서도 이런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연구한 2009년과 2014년 선거 당시 계급구성과 투표율을 보면[표3] 중간 계급이 2009년 보다 2014년에 크게 늘어났고 투표율도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계급별 정당 선호도 [표4]를 보아도 상층 계급과 중간 계급의 BJP 선호도가 다른 계급 보다 상대적으로 더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나이와 카스트에 따른 E. Sridharan의 정당 선호도 분석에 의하면 BJP를 선호하는 연령층은 18세-35세에 많이 분포되었고 상층 카스트와 여타 후진 계급에서 강한 선호도를 보였다. 반면에 국민회의는 40대 이상과 무슬림 그리고 지정 카스트에게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E. Sridharan, 2014, 74쪽).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주로 젊은 층의 여타 후진 계급이 중산 계급으로 편입되면서 중간 계급층이 두터워 졌고 이들 젊은 층은 하층 카스트임에도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상층 카스트 정당인 BJP를 지지함으로써 BJP가 선거에서 압승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있는데, 2014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BJP를 지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언론의 영향력으로 분석되었다.(Pradeep Chhibber, Rahul Verma, (2014), 53쪽-55쪽) 거대 독점 언론이 지속적으로 모디를 언론에 노출시켰고 이에 젊은 여타 후진 카스트 출신의 중간 계급이 반응하면서 모디의 인기가 급상승하여 BJP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점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점 언론사들은 BJP 지지로 전향한 젊은 중산층들을 활용하여 모디의 신화를 확대재생산하였다. 언론사들은 모디의 계급적 본질을 은폐하기 위하여 그를 가난한 하층 카스트 출신이라고 선전하여 표를 얻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특징은 여타 후진 카스트들의 계급배반과 독점 자본가 언론의 사기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인도 총선이 계급정치의 몰락과 억압받는 자들의 정치적 자살이 아니라 중산 계급의 기회주의와 독점자본이 언론을 매개로 결탁한 의회민주주의 속임수라고 생각한다.


인도에서 계급정당의 전망


역사적으로 인도에서의 계급투쟁과 카스트 계급 간 모순은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서 연립정권의 연결고리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여타 후진 카스트 계급이 BJP를 지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더 이상 하층 카스트라고 해서 상층 카스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BJP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념은 깨졌다. 오히려 경제 자유화로 친자본주의 성향으로 각성된 중간 계급의 성장으로 인도의 정치지형은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계급관계가 재구성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인도에서 더 이상 카스트 요인은 중요하지 않고 경제적 편익을 둘러싼 투쟁이 인도 정치의 핵심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는 인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인도 사회가 지배와 피지배 계급관계로 재편되는 역사적 필연의 반영이다.

인도 국민회의의 몰락은 민족부르주아지가 더 이상 인도를 지배할 수 없을 만큼 인도의 독점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요구에 맞게 우익 독점자본가 정당인 BJP가 정권을 잡은 것이다. 여기에 소부르주아인 중간 계급이 합세한 것이다.

이제 막 정권을 잡은 우익 독점 자본가 계급의 공세는 거칠 것이며 좌파 세력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 지배계급의 수탈 구조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카스트 체계에서 계급 구조로 단순해지고 보다 선명해질 것이므로 피지배계급이 하나의 계급으로 성장하는 객관적 조건은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정치발전 과정을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인도는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
2014년 10월 27일

참고 문헌

E. Sridhran, (2014), "Class Voting in the 2014 Lok Sabha Elections; The Growing Size and Importance of the Middle Class",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september 27, 2014.

Pradeep and Rahul Verma, (2014), "The BJP'S 2014 ‘Modi Wave’; An Ideological Consolidation of the Right",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september 27, 2014.
<끝><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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