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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4호] 기아비정규직투쟁을 통해 본 대중투쟁의 현실과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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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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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5:55:17, 조회:2,298, 추천: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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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비정규직투쟁을 통해 본 대중투쟁의 현실과 원칙
이 글은 기아 비정규직 투쟁의 경험을 통해 개인이 제출하여 승인된 글을 기본으로 하여 집단적으로 토론한 내용을 마지막의 결의사항에 담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 표현은 개인적 표현이 있다. 이 글은 일상활동 보다는 투쟁의 전개와 마무리의 원칙을 중심으로 서술된 한계를 지닌다. 개인과 단위가 제출한 글은 따로 제출하지 않는다.(편집자 주)
기아 비정규직 투쟁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자부심이었다. 우리는 이 투쟁을 통해 대공장 비정규직 최초로 전체 공장을 멈추고 단협을 쟁취하고 원청을 교섭자리에 끌어들였다. 기아 비정규직 투쟁은 기아뿐만 아니라 수많은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모범이고 희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아 비정규직 투쟁을 둘러싸고 우리는 오랫동안 내부 분열을 겪어야 했고, 결국은 일부 동지들이 조직을 이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아 비정규직 투쟁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분열은 통합선언과 파업 중단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는 대단히 협소하고 지엽적이다. 우리는 기아 비정규직 투쟁의 경험과 교훈을 진정으로 깊고 풍부하게 토론하지도 못하고 분열을 맞이해야 했다.
우리는 기아 비정규직 투쟁을 계기로 좀 더 실천적인 조직으로 변모하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는 기아 비정규직 투쟁을 통해 우리가 가진 원칙과 이데올로기를 현실 계급투쟁에 직접 가지고 가서 실험하고 검증했다. 이데올로기 선전 중심의 조직에서 실천조직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대단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데올로기 그룹은 일반적 원칙만 가지고도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실천조직은 우리가 가진 원칙을 현실의 대중투쟁에서 관철시켜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무수히 많은 오류와 한계를 반복하면서 모순 속에서 발전해나갈 수밖에 없다.
기아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가운데서 저지르지 않는 순수원칙 보다 더 낫다. 그것은 직접 투쟁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 범하는 실천적인 오류와 한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이 투쟁에 대한 집단적 평가를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거나 반복하지 않도록 하여 더 발전해 나갈 것이다.
기아 비정규직 투쟁은 이제 진짜 한 회기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기아 비정규직 현장투쟁단에서 시작해서 기아비정규직지회를 거치면서 6년 여 동안 대중조직과 대중투쟁을 조직해 왔다. 물론 여전히 현장투쟁위원회에서의 투쟁이 남아 있지만 이는 대중조직의 직접적인 책임과 지도를 맡아 왔던 지금까지의 투쟁과는 다른 측면을 가질 것이다.
기아비정규직 투쟁은 기아 동지들만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 전체의 피와 살과 근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기아투쟁의 경험을 통해 대중조직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전체 과정에 대한 우리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고 생생한 교훈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아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우리 동지들은 대중조직과 활동가 조직을 직접 이끌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이 조직하고 이끌어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적 논의의 구체 사례
기아 투쟁이라는 같은 투쟁을 하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사고하고 강조점이 조금씩 달랐다. 현장 동지들은 조합원들의 성향과 상태, 주체역량, 자본의 동향과 정규직의 흐름, 정서 등 구체적인 현장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장 동지들은 현실조건에 많은 비중을 둔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대중투쟁을 하는 원칙을 잊도록 할 수 있다. 구체적인 현실 조건을 극복하고 돌파하기 보다는 현실 조건의 포로가 되어 실용적인 사고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
반면에 투쟁 시기 파견자는 뒤늦게 투쟁에 결합해 들어가면서 최대한 빨리 현장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현장에 있는 동지들을 따라갈 수 없다. 반면 파견자는 전국적 정세전체를 좀 더 이해하고 있고 여기에 맞춰 전국적 정세에 맞게 조직 전체의 원칙을 역으로 현실조건에 관철시키려는 부문에 더 강조점을 두었다.
물론 우리의 원칙과 현실조건은 분리될 수 없는 문제다. 현장의 동지들이 현실조건을 강조한다고 해서 원칙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도 아니고 파견자가 원칙을 강조한다고 해서 현실조건을 무시한 일반원칙을 강조했다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조건에 맞게 강조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조점의 차이 때문에 파견자와 현장 동지들은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현장 동지들이 대중들을 일방적으로 지도할 수 없듯이 파견자도 “당신들 우리의 입장을 따라야해”라고 할 수 없었다. 지도는 명령과 선포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건 속에서 설득과 올바름으로 관철해나가는 것이다.
투쟁이 벌어지는 국면에서는 현장에 들어가서 주요한 사안에 대해 조직적으로 사전에 논의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그럴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투쟁이다. 대중투쟁이 벌어지는 때에는 예상치 못하는 돌발상황이 수없이 벌어지기도 하고 조합원들 전체를 묶어 세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적 논의는커녕 그저 이 상황에서 파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찾아나서야 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대중투쟁의 한 가운데에서 파견자는 가장 먼저 소외되지 않고 현장 동지들에게 존재를 부각시키고 조직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는데 힘을 쏟아야 했다. 그러나 사전 논의는 번번이 무시되기 일쑤였다. 교섭 들어가기 전에 어렵게 사전논의를 해서 교섭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들어갔는데도 교섭은 사전논의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그것을 비판하면 교섭에 들어간 동지는 사전논의한 상황과 다르게 안이 나오는 달라진 상황에서 다르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예로 05년 라인점거 당시의 경험인데 쟁대위에 들어가기 전에 분명히 라인점거를 계속할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막상 쟁대위 결과를 보니까 라인 중단 결정이 나 있었다. 파견자는 참으로 위험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쟁대위 결정을 어기고 투쟁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을 직접 선동해서 쟁대위 결정을 비판했다. 다행히 라인 점거는 계속 가는 것으로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왜 쟁대위 결정을 번복하는가라고 격렬하게 반발하는 쟁대위원들도 있었다. 집행부가 쟁대위에 안을 이미 부쳤다는 것 자체가 집행부의 입장이다. 쟁대위 결정 뒤로 숨어버려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례는 07년 도장라인 점거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급조된 것이지만 **와 공동활동이라는 위상을 부여하고 정규직노조의 안에 대해 역제안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둘러싸고 사전논의를 했다. 그러나 이 논의는 서로 이견을 보이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날 다시 논의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음날 보니 이러한 사전논의가 일방적으로 깨지고 사전논의할 사항이 쟁대위 안건으로 올라가서 통과돼 있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대중조직의 결정 뒤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08년에는 통합총회를 붙일지 말지를 둘러싸고 긴급운위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1천 여 명의 조합원들이 직가입 했고, 500여명의 조합원들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과 총회를 붙이지 않아도 내부에서 총회소집 요구를 통해 총회를 붙이려 한다는 상황을 고려해서 밀려서 하느니 집행부 이름으로 총회를 붙이기로 결정했다. 다만 우리가 강조해 왔던 조합원 독자총회, 파업권 등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회를 붙이되 집행부나 확대간부 이름으로 부결투쟁을 조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반대로 가결선동을 하는 것으로 뒤집어졌다.
결과적으로 사전 논의는 무시됐다. 현장 동지들은 긴급운위를 할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 근거는 조합원 추가 이탈이 예상된다는 것과 정규직 대대에서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파업권과 2, 3차 조합원 가입범위 등에서 진전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파업권은 기존 금속 규약의 범위 내에서 보장되는 수준이고 2, 3차 조합원 자격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정규직노조는 이후 뒤늦게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조차도 부여하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졌는지, 긴급운위 결정을 할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 자리에서 할 게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일단 발견한다. 먼저 조직적 결정을 할 때 동의하지 않았으면서도 별다른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과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면 달라진 상황에서 다시 긴급운위를 소집하지 않고 조직적 결정을 어겼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기아를 둘러싼 지난한 논의에서 주요한 논의는 긴급운위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고 처음으로 열린 긴급운위 결정이 번복됐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것이다.
조직적 결정을 직접 추진해 들어가야 할 현장동지들이 이 결정을 면종복배한다면 이 결정은 아무런 실천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조직적 결정은 이 결정을 집행할 동지들의 적극적인 동의 속에 내려져야지만 제대로 실천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는 결정을 따른다고 하고 뒤에서는 이 결정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 결정은 분명히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면종복배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조직적 결정이 민주적이지 못하거나 관료적인 것으로 현장 동지들의 적극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결정됐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현장 동지들이 조직적 일체감과 결속력이 없기 때문에 조직적 결정에 스스로 자기주장을 펴지 않거나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처음에는 조직적 논의가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적 논의와 사전합의에 비중을 뒀다. 06년도에는 이것을 바탕으로 조직적 결정을 위해 노력했다.(자세한 것은 기아 비정규직 06년 투쟁! 일반적 원칙을 어떻게 현실의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를 참고하라)
06년 마무리 과정에서는 파견자와 **, 정규직 활동가, 아무개 현장조직 대표가 함께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원청을 직접교섭에 끌어들였지만 합의서가 아닌 회의록 형태로 고용보장을 합의한다는 것이었고, 그 형식에 있어서도 원청과 원청노조의 확약서 형태로 고용보장을 합의한 불충분한 것이었다. 이러한 합의에 대해 조직적 평가에서는 임금등급제와 원청과의 실질적인 단체협약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참으로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 투쟁을 밀고가야 하나? 투쟁의 마무리 과정의 원칙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그러나 당시의 투쟁을 종료할 때의 논란은 합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에 합의를 반대한 **도 합의 안 자체에 불만 보다는 현자 비정규직과의 공투를 생각해서 며칠 더 파업을 밀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파견자고 이점에서 불만족스러웠다. 물론 현자 비정규직과 직접 사전에 공투를 논의한 것도 아니고 현자 비정규직의 투쟁이 마무리된 것은 현자 내부의 문제가 더 컸지만 기아 비지회는 9월 17일에 “기만적 잠정 합의안을 떨쳐버리고 원청 사용자성 쟁취 공동투쟁의 전선에 다시 섭시다”라는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현자의 잠정합의를 근거로 기아자본은 현자 비정규직도 합의했는데 기아가 억지 부린다면서 기아 타결을 종용하던 시점이었다. 현자의 잠정합의는 18일 부결됐다. 그러나 현자의 잠정합의를 비판하던 기아 비정규직지회는 19일 긴급 쟁대위를 통해 잠정합의안을 수용했다. 현자는 기아의 타결 이후에 잠정합의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파업을 철회했다. 물론 기아의 잠정합의 때문에 직접적으로 현자가 파업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현자비정규직 3사에 공동투쟁을 호소했던 기아가 공동투쟁을 철회한 것은 대단히 모순적인 것이다.
당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정합의가 된 것은 추석이라는 변수가 있었고, 일정 정도의 성과가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원청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할 텐데 추석이후 까지 조직력을 유지하면서 투쟁을 끌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쟁대위원은 아니지만 투쟁에 앞장섰던 소위원들과의 소통부족 등의 문제는 있었지만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조직력이 강화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운동진영에서도 대공장 비정규직 사상 처음으로 원청을 교섭에 끌어내고 단체협약을 쟁취했다는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현자와의 공투를 위해서 내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며칠 더 파업을 더 끌어갔어야 하는가? 아니면 일정 정도의 대중적 성과를 가지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본다. 파견자는 당시의 상황을 봤을 때 추석 이후까지 동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판단했다. 원청도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 지회가 파국으로 가려한다며 구사대 동원과 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발정서를 등에 업고 대대적인 반격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추석의 국면에서는 공장점거 형태로 가야할 텐데 조합원들은 주야교대로 퇴근했다가 파업에 참여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전면파업으로 상승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정도의 준비나 각오, 훈련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07년도 상황은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07년 상황은 앞의 파업과 다르게 거의 아무런 성과 없이 파업을 중단해야 했고, 비정규직 지회를 깨기 위해 이전에는 없었던 정규직노조의 대대적인 직가입 공세가 있었다. 이 투쟁의 마무리 과정에서도 정규직 현장조직 활동가, ** 등이 같이 논의를 했다. 당시 파견자는 조직통합은 단지 선언이고 실제 통합은 나중에 이뤄지는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 어차피 08년도에는 금속노조 차원의 조직통합이 완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파견자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는 여전히 내부적인 이견이 있다.
당시에는 이 논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조직통합에 대해 통합선언인지, 실제 통합이라고 판단했던가에 상관없이 어떻게 싸움을 지속할지에 대해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라인 공사로 현재의 형태대로 파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다들 동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 정규직 현장조직 활동가는 흑도공정 밖으로 바리케이드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형을 아는 동지들은 다 알겠지만 이 전술은 전혀 현실성이 없었다. 파견자는 진짜 도장공장으로 간부들이 들어가서 결사항전을 하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결의는 정말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합원 전체와 같이 들어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복귀한 조합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으로 현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서 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의 지회 간부는 아무런 전술도 제시하지 않았고 파업철회를 결정할 때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의 정규직 활동가는 싸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인공사가 되면 생산타격 효과가 없어질 텐데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있냐고 묻자 더 이상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회의에서는 라인점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이 최종 결정에 대해 **은 반대도 찬성도 않고 그저 침묵했다.
당시 상황은 조합원들은 해고문자 통보와 라인공사로 흔들리며 이탈하기 시작했고 이를 사수대가 막자 사수대에게 격렬하게 항의하기조차 했다. 전혀 상황이 수습되지 않자 지회장이 나가서 라인점거 중단과 통합선언을 발표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당시 조합원들은 파업중단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통합선언과 직가입한 조합원들의 복귀에 대해서는 환호했다. 이것이 이후 조직을 갈등과 분열로까지 몰아갔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이다. 이 상황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여기서 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중투쟁의 마무리에서 보여준 **의 소극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묻고 넘어가야 한다. 05년 쟁대위에서의 라인점거 중단 결정에 대해서 파견자는 연대단위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조직의 결정을 뒤엎기 위해 투쟁했다는 점을 미리 얘기했다. 그런데 **은 마무리 논의를 할 때 침묵을 지키거나 소극적으로 지나가듯 입장을 냈다. **은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하면 더 이상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최종결정이 내려지면 **은 자신들은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비판하거나 부결투쟁을 한다.
후속대책위와의 갈등도 그렇다. 대중조직에서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부결투쟁을 할 수 있다. 다만 확대간부회의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부결투쟁을 하려면 사전에 반대입장을 내고 통과가 되지 않으면 부결투쟁을 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은 이견만 내고 가결이 되면 따르는 것과 이후 후속대책까지 같이 논의했다. 그러고는 조직에서 부결입장으로 나자 부결투쟁을 했다. 참으로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대중운동에 대한 책임감과 신뢰 보다는 선명성을 보이는 것이 **이다. **의 분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는 현장활동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반면 조직적 결정이라면 대중조직 차원의 논의까지도 어기는 조직적 결속력 하나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원칙과 현실의 영원한 딜레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자!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긴급한 상황과 국면에서 사전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현장활동을 하고 현장투쟁을 조직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칙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없다면 긴급하게 진격명령과 후퇴명령을 내리고 병력을 다시 결집시키고 새로운 전술을 마련하고 해야 하는 야전의 지휘부에게 사사건건 간섭하고 개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하려고 해도 되지도 않는다.
대중투쟁을 하는 야전의 동지들은 스스로 자신의 조직적 원칙과 활동의 방향과 목적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한다. 대중운동의 운영원리와 원칙, 현실조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우리가 왜 대중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칙을 끊임없이 자각해야 한다. 대중조직과 대중투쟁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우리는 대중조직 개입과 지도를 통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만이 현실의 포로가 되어 실용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
또 하나는 대중투쟁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에 전국 차원, 단사 차원에서 이번 투쟁이 차지하는 위치, 의의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투쟁요구의 실제적인 쟁취 목표에 대해서도 큰 방향에서 사전논의 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요구안을 높게 제시해 놓고 조직 내에서 타결수준을 미리 정해놓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조합주의고 실용주의에 다름 아닐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제적인 목표는 요구안이 의미하는 전국, 단사 차원에서의 정치적 의미를 사전에 분명히 확인하고 이 목표를 실질적으로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투쟁의 원칙과 현실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원칙 없는 현실강조는 조합주의와 실용주의를 낳는다. 운동의 목표를 잃어버리게 한다. 현실에 대한 이해와 고려 없는 원칙은 공허하다. 이러한 원칙은 반대 편향으로 극단주의와 패배주의를 낳는다. 원칙과 현실적 조건은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대립물의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지만 원칙과 현실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의 원칙을 조직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다른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다만 우리는 기아와 다른 사업장에서의 대중투쟁의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 현장에서의 정치적 지도력은 한 번의 선전이 아니라 일상적 지도력의 축적을 통해서 형성된다.
- 조합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일상적으로 조합 내부의 쟁점뿐만이 아니라 전체 운동의 쟁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논의한다. 현장 내에서의 개인의 활동은 조직적 활동의 원칙과 목표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 현장과 현장은 조직을 매개로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연관되어야 한다.
- 투쟁 시작 전에 올해 투쟁이 차지하는 운동적 위치와 목표와 전망, 전술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논의한다.
- 주요한 국면변화, 교섭, 마무리 등 주요한 결정은 반드시 사전에 조직적으로 논의한다. 조직적 결정은 반드시 준수한다. 그러나 야전에서 모든 사안을 조직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조직의 원칙을 스스로 체득하고 현장에서 풍부하게 적용할 수 있는 계급의식으로 무장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조직은 일반적인 원칙이 아니라 전국 정세 속에서 사업장의 구체적 상황을 풍부하게 이해하여 지도를 한다. 현장에서는 조직의 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이 결정을 온전하게 자신의 과제로 받아 안아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상황이 급변하면 사전 보고하고 조직의 원칙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단, 이 결정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진다.
- 대중조직의 민주주의와 운영원리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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