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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4호] 또 다시 불붙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 - 성신여대 집단해고에 맞선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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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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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4:57:48, 조회:2,634, 추천: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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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불붙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
- 성신여대 집단해고에 맞선 투쟁
- 공공부문 비정규직 활동가
“십년 넘게 같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용역업체만 몇 번 바뀌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매년 재계약시마다 고용불안을 겪기는 했지만 노동조합이란 걸 몰랐어도 특별하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잘리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아니 매년 몇 명씩 잘리기는 했지만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그냥 노예처럼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 되니깐... 근데 이건 아니다. 어떻게 용역업체가 변경되었다고 한꺼번에 전체 인원을 자를 수 있는가? 그것도 해고통보조차 없이... 우리가 해고된다는 건 벼룩시장 구인광고를 보고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학교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라도 싸울 수밖에 없다.”
청소용역노동자들의 당당한 노동자 선언과
뒤 이은 노조말살 음모...
성신여대에서 근무하는 청소미화노동자들은 몇 년 전에도 용역재계약 시점에 동료 몇 명이 해고될 상황이 되자 몇몇이 뭔가 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해서 집단행동을 조직하다가 결국 개인들의 희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이후 현장은 얼어붙었다. 나서면 다친다는 위기의식으로 몇 년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작년 8월 말 용역재계약과 업체변경에 따른 고용불안을 총학생회가 적극적으로 조직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조 결성 이후 노동자들은 원청인 성신여대가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생활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하며 끊임없이 투쟁했다. 용역업체와의 임단협을 진행하는 기간에도 학내에서 투쟁조끼를 착용하고 매일 정시 출퇴근 및 중식집회와 선전전을 벌이면서 “결국은 성신여대가 책임져야 한다”며 투쟁의 주요 대상이 원청인 성신여대임을 끊임없이 외쳤다. 여기에 성신여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가세한 것이 성신여대 측에게는 부담이 되었고 결국은 노동조합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8월말 용역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노조는 성신여대 측에게 고용보장과 생활임금 보장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하고 찾아 갔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뻔했다. “학교 측은 직접 계약당사자가 아니므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 용역업체에게 요구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철저한 외면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노조말살이라는 음모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십수년을 ‘화장실 청소나 하며 노예처럼 부려먹던 청소아줌마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신성한 대학교’를 상대로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밀리에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이 업체가 전면에서 노조를 없애라는 지시(!)를 한 것이다. 새로운 용역업체는 (주)엘림 엠티에스... 전국 홈에버 매장의 미화용역을 담당하는 업체로서 이랜드의 노무관리를 쏙 빼닮았다고 한다.
새로운 용역업체는 조합원의 고용승계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다가 65명 전 조합원에 대한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비밀리에 지역신문에 구인광고를 통해 전 직원을 새로 뽑고 노동조합의 씨를 말리려고 했다. 한 조합원이 우연히 보게 된 구인광고를 통해 해고사실을 접하고 노동조합과 학생들은 즉각 대학 총무처를 항의 방문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행정관 농성에 돌입하게 되었다.
다시 한 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전선 치기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기에 인생의 거의 전부를 여성, 고령, 비정규직이라는 2중, 3중의 억압의 굴레 속에서 신음해왔다. 그래서 이들의 인간 선언, 노동자 선언은 더더욱 처절하며 완강하기까지 하다. 또한 그래서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거나 연대하는 시선은 다소간 시혜적이기도 하다. 때로는 투쟁 당사자들도 이러한 시혜적인 관점을 적절히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간접고용 철폐,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작지만 당당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당분간은 개별 비정규직 투쟁들을 조직해서 사회적 투쟁들로 만드는 것이 요원해 보일 수도 있다. 오히려 이제는 장기투쟁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지는 기륭전자, KTX, 코스콤, 이랜드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 자체도 버거운 것이 현실일 지도 모른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사를 중심으로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것조차 엄호하는 것도 버겁다.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간접고용 주체들을 어디서부터 다시 엮어낼 것인가. 그동안 간접고용 철폐 투쟁전선을 주도했던 대공장 사내하청 노조들이 주춤한 현 시기에 오히려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은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 투쟁들은 사회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전국적으로 산개해 있는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민간위탁 된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공동활동을 시도해 본 경험조차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대공장에서 직접 생산을 타격하는 것 못지않게 청소용역/환경미화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민중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그 파괴력 또한 전국적일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무기를 벼려내어 간접고용 철폐라는 투쟁전선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청소용역 노동자 조직화의 유력한 전진기지!
대학교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비정규직 주체들의 죽음을 건 투쟁들로 인해 비정규직 문제가 전사회적 이슈가 되고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도 노학연대의 실천을 자신의 공간인 대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각성들이 번지기 시작했다. 대학교 내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고용안정, 나아가 조직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 서울시내의 몇몇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성과로 이미 몇 년 사이 고려대, 연세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등에서 비정규직 노조깃발과 노학연대의 깃발이 총학생회, 각종 학생단체, 또는 비정규직 지원모임 등을 통해 나부끼고 있다.
다른 현장에 비해 대학교는 청소용역노동자 조직화의 조건이 용이한 편이다. 조직화 이후에도 여타 자본들과 그 탄압의 양태는 동일하지만 학내 구성원(총학생회, 대학노조, 교수노조 등)의 지지와 연대가 용이한 점, 공권력이나 용역깡패 동원 등 폭압적인 노조탄압이 어려운 점, 사회 여론전에서의 우세 등이 그나마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끝간줄 모르고 추락하는 경쟁입찰로 인해 간접고용시장은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결국은 간접고용현장에서는 인원 및 노동시간 축소와 그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와 실질적인 임금삭감이 진행되고 있다. 촛불시위를 통한 학내 주체들의 성장을 자양분 삼아 청년학생들의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시급히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도 고립적인 방식이 아닌 공동의 방식으로. 청년 학생들의 노학연대의 실천은 자신의 현장인 대학에서 청소용역 노동자 조직화에서부터 시작하자.
이미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조직화된 대학이라도 기존 주체의 엄호와 더불어 눈을 돌리면 학내 비정규직은 경비직, 학내식당, 학내 편의시설 종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이들을 조직하자. 억눌렸던 분노를 담아 고령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에 화답할 것이며, 간접고용 철폐투쟁의 전선은 더디지만 보다 폭넓게 확산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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