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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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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12:47:10, 조회:2,537, 추천: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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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에 맞서 싸우는 경상병원 노동자들
- 공공노조 활동가
경상북도 경산에 유일한 종합병원인 경상병원이 2월 8일자로 파산선고를 받았다. 경상병원은 지난 2005년 이사진의 경영비리로 인해 2006년 84일간의 경영비리 척결과 이사진 퇴진을 위한 노동조합의 파업이 진행되었고, 그 해 9월 기업회생 인가를 받아 법정관리상태로 돌입하게 되었다. 2007년 노동조합은 5개월간 임금 20%유예, 주 5일 근무 반납 등 피눈물을 삼키며 일방적인 노동자들의 희생을 어쩔 수 없이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경영진은 지난 2년 동안 기업회생계획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이후 지난 2009년 12월말까지 수의계약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2차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몇몇 병원 자본들이 인수의향서만 제출하였을 뿐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지난 1월 21일 채권단의 의견을 종합하여 법원은 파산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후 공동관리인은 2주간 즉시 항고기간 동안 전 직원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해야만 즉시 항고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노동조합에 밝혔고, 노동조합은 단 한명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결국 2월 8일 파산이 확정되었다.
이후 윤** 공동관리인이 파산관재인으로 들어왔고,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며칠 앞둔 지난 2월 9일, 전 직원에게 3월 10일자로 해고한다는 통보를 날렸다.
경영비리로 인한 파산, 결국 화살은 노동자에게..
경상병원이 파산에 이르게 된 핵심은 2005년 경영비리다. 경영비리로 인한 빚 때문에 병원은 정상운영 되기 힘들었으며, 그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체불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실제 M&A 과정에서 공동관리인은 끊임없이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동의를 노동조합에 요구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퇴사로 인해 현재 인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노동조합을 말살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했기 때문에,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을 우리 손으로 내치는 것을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거부했다. 이렇게 부딪힌 이유는 M&A를 시도한 기업이 여럿 있었으나 정상적인 병원운영이 목적이 아니라 약장사 등 돈벌이에만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이후 M&A 과정에 적극 개입했으나 M&A를 하려는 기업을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철저하게 수면아래에서 진행된 것이다. 제대로 된 교섭 한 번 해보지 못했다. 2차 M&A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기업의 요구는 전 직원이 사표를 제출하면 그 중에서 65%만 자기들이 직접 뽑아 쓰겠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자 노동조합 때문에 M&A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등 모든 책임은 노동조합에게로 돌려졌다. 특히 심했던 시기가 파산결정 후 파산선고가 되기까지 2주간 즉시항고 기간이었다.
윤** 공동관리인은 노동조합에서 구조조정에 동의하거나, 구조조정에 대한 것을 자신에게 일임하면 즉시항고를 하겠다며 노동조합에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진 경우는 1%도 안 되며, 설사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M&A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을 위해 구조조정을 합의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조합원을 비롯한 병원직원들은 3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파산을 원치 않지만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즉시항고에는 반대한다는 노동조합의 입장에 대해 관리자들은 구조조정 찬반투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생존권을 쉽고 무책임하게 할 수 없다며 찬반투표를 해야겠으면 유기명 투표로 진행해서, 찬성한 사람부터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라고 반박했다. 자신들이 먼저 나갈 수 있다던 관리자들은 유기명 투표는 또 반대했다. 이것은 곧 자신들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기 싫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다른 사람보고 나가라는 얄팍한 수인 것이다. 결국 찬반투표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파산에 대한 책임을 노동조합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은 커진 시기였다.
병원 축소운영 = 구조조정 = 지역 의료체계 붕괴
노동조합은 1월 25일부터 ‘구조조정 반대, 전직원 고용승계, 축소운영과 환자이송 반대’를 위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당시 150명 정도만 가지고 3개의 과(정신과, 보호자 없는 병동, 응급실)만 축소운영 하겠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상은 병원시스템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종합병원은 여러 개 과가 피드백이 되어야만 운영 가능하다. 한 예로 정신과병동에 있는 환자들은 내과, 외과, 피부과 등 여러 치료가 필요하고, 가능하기 때문에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이다. 또한 외래가 없으면 가장 기본적인 입퇴원 절차가 진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산이 되었으면 운영이 중단되어야 하기 때문에 외래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은 의료를 영업으로 보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실현 불가능한 축소경영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경상병원은 민간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수급환자가 20%가 넘는다. 이는 한국 공공병원의 수치보다 높은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그런데 병원이 정상운영 되지 않고 파산하게 된다면 지역의 의료체계는 무너지게 될 것이고, 앞으로 돈 없는 환자들이 갈 곳은 없게 되는 것이다. 의료는 상품이 아닌 권리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파산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당장 치료받던 환자들이 있고, 수술 후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 나를 수술해 준 의사가 있는 병원에 더 있고 싶은 것이 당연한 심리인데 이것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인 것이다. 사람의 목숨이 직결된 병원에 이윤의 논리만을 들이밀 수는 없다.
파산 선고 이후의 투쟁들
어쨌든 결국 파산은 되었다. 파산이 선고되던 날 노동조합을 비롯한 경상병원 정상화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경산시민 대책위(이하 대책위)에서는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축소운영 반대 및 전직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천막투쟁에 돌입했다. 매일 중식 약식집회와 시민선전전, 매주 수요일 집중집회, 파산관재인 사무실 앞 1인 시위 등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부 조직력을 추스르기 위해 현장순회, 소식지 배포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파산 선고 이후 진행된 집회에서 한 조합원은 이런 발언을 했다.
“나의 첫 직장이기도 하고, 내 청춘을 바친 이곳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쫓겨나야 되는 것이 싫다. 어쨌든 투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한 간부는 투쟁의 결의를 이렇게 표현했다.
“6개월 혹은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투쟁으로 이후 고용을 쟁취할 수 있다면 지금 투쟁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함께 하자.”
이렇듯 노동자들은 자신의 청춘을 다 바쳐 일한 직장에서 파산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데 쫓겨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경상병원의 전 직원을 고용승계하여 정상운영 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불가능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파산 후 M&A도 추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상병원이 M&A에 실패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 노동조합을 말살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 인원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힘든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얘기했던 것은 결국 사람을 물갈이해서 자기 입맛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앞서 이야기했듯이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코 노동조합이 초를 쳐서(!) M&A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양보하지 않고 투쟁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경상병원의 정상운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 아닌 파산관재인이다.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즉, 생존권과 지역의료체계붕괴를 외면한 채 의료진이 남는 규모와 한 달간 수입규모에 따라 운영규모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수동적인 입장만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노동자의 생존을 볼모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노동조합과 정식적인 교섭 자리에서 축소운영이 아닌 경상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전 직원의 고용승계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파산관재인은 분명한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결국 파산관재인의 이러한 태도가 경상병원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경산지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전 직원 고용을 유지하며 경상병원을 정상 운영하라! 환자이송을 중단하라! 인위적인 구조조정 반대한다!
노동조합은 파산 후에도 경산지역민들의 의료공백 없이 전 직원 고용이 보장되는 경상병원 정상운영을 통해 향후 경상병원 인수를 희망하는 자와 전 직원 고용승계, 단협승계, 민주노조 인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민주노조 사수 없이 결코 경상병원 정상운영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중소 종합병원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병원사업장 중 파산1호인 경상병원에서 3승계(고용승계, 노조승계, 단협승계)를 쟁취하여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을 선례로 남겨 앞으로 다른 동지들의 투쟁이 힘들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투쟁!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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