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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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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0 13:39:07, 조회:3,875, 추천: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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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이다. 아들이 맞고 와서 아버지가 때린 사건 아니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인 이윤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아버지의 자식 사랑이 지나쳐서 생긴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를 뒤흔들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김승연 회장 개인의 일을 가지고 재계 전체가 매도 되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그 일 자체만을 놓고 보면 아들이 술 먹고 맞고 들어 온 것에 분개해서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폭행을 행사한 사건이다. 그러나 김승연이 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점 자본가라는 사실이 이 사건을 단순 보복폭행 행위로 볼 수 없게 한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배경을 봐도 알 수 있다. 언론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공권력을 백지상태로 만드는 ‘자력구제’의 야만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문제”(한겨레)
“재벌회장의 공권력을 무시한 기고만장한 범법행위”(세계일보)
“우리 사회의 공권력의 부재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봅니다.…‘공권력은 재벌의 아들이건 서민의 아들이건 그들이 그 힘의 보호를 필요로 할 때 반드시 그 자리에 있다’는 확신과 이를 보장하는 시스템이어야 할 겁니다.”(이데일리)
이번 사건은 개인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라는 것이다. 언론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부르주아 언론이 자본주의 국가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부지불식간에 다음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유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적인 폭력은 인정할 수 없다. 개인 간의 분쟁은 개인들이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법에 맡겨야 한다. 국가가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개인이 사적 보복 폭행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르주아 언론의 태도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가 중립적이며, 국가는 근본적으로 선(善)한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국가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국가가 자신의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러한 사적인 보복폭행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르주아 언론이 유포하는 국가에 대한 환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군대, 경찰, 정보기구, 감옥 등 폭력적 억압기구를 동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국가가 때로 중립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국가 내부의 충돌과 분쟁을 막아서 체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남한에서 국가기구의 폭력성은 과거 군사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된 정권이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남한 자본가 국가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언제든지 공권력을 투입하여 탄압하고, 구속시켰다. 생존권을 요구하는 농민들과 노동자들을 경찰병력을 동원해서 백주대낮에 때려죽였다. 이러한 직접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확산을 통해 생존권을 압살하는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동자, 철거민들의 투쟁현장에 경호업체와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합법적인 경호, 경비업체만 하더라도 2515개이고, 약12만 명이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업체들이 다 용역깡패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가들은 대부분 용역업체나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노조파괴, 물리적 폭력행사, 회사 시설물 보호 등을 한다. 이들은 과거 국가권력이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의 일부를 대신 수행하고 있다. 자본가 국가는 이들 폭력조직들을 뒤에서 보호하고 폭력을 묵인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에 이들이 대신 나서서 폭력을 행사하고 자본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때문에 국가는 직접적인 저항을 낳는 폭력을 행사하는 부담을 줄인다. 또한 국가가 직접 나서지 않음으로써 국가가 노자간의 문제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이 폭력이라면 김승연의 폭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김승연의 보복폭행이 단순한 사적 보복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승연의 폭행은 단순히 개인이나 조직폭력배들이 벌이는 폭력이 아니라 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독점자본가에 의해서 벌어진 폭력이다.
강남에서 폭력을 행사한데 이어서 김승연은 경호원과 회사 직원 수십 명을 데리고 가서 잔인한 보복폭행을 저질렀다. 물론 이 정도는 일반 조직폭력배도 흔히 저지르는 폭력행위다. 그러나 경찰고위층한테도 이 사건이 보고됐는데도 경찰은 이 사건을 오랫동안 은폐했다. 심지어 한화그룹의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총장이 경찰에 전화를 걸어 압박하기도 했다. 경찰에서는 압수수색을 흘리고, 현장검증 한다는 정보가 미리 누출되기도 했다. 경찰은 정황이 너무나 명확한 사건에 대해 핸드폰 내역, CCTV 자료 등 모든 물증을 뒤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 목격자가 어디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승연이 독점 자본가가 아니라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독점 자본가와 국가기구인 경찰이 얼마나 유착해 있는지, 그래서 경찰이 김승연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김승연은 한화 법무팀을 동원하고 있고, 회사 비서실과 경호원들을 사적인 일에 마음대로 동원하고 있다. 한화그룹 내에서는 탄원서가 돌고 있다. 김승연 개인을 위해서 한화 그룹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한화가 김승연 회장의 사유물인가?”, “한화 기업재산과 김회장 개인재산은 구분해야 한다, 한화는 엄연한 주식회사이다”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정몽구가 구속될 때에도, 삼성 이건희 문제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자본주의 기업은 보통 주식회사이다. 주식회사는 자본주의 생산양식 한계 내에서 사적 소유를 철폐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식회사는 형식적으로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공동의 집단적 소유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회사에서 그 지배는 철저하게 지배주주 일인에게 집중돼 있다. 이러한 주식회사의 모순이 있기 때문에 김승연 개인이 한화그룹 전체를 제 마음대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김승연은 고작 29살의 나이에 한화그룹 회장이 되었다. 김승연과 한화그룹은 혼맥과 인맥을 통해 정계와 고위 관료들과 유착하고, 비자금을 통해 정치인들을 매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독점자본과 정치권, 고위 관료 등과의 유착을 통해 김승연은 경찰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해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김승연 보복폭행 사건은 어떻게 독점자본이 일상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지, 국가권력과 얼마나 유착해 있는지 남한 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더욱 더 분노하고 있다. 과거 한화 계열사의 오트론 해고자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되돌아볼 때 한화그룹의 노동자들에 대한 감춰진 착취와 폭력은 얼마나 될까? 자본주의 기업 자체도 합법성을 가진 잘 조직되고 무장한 조직폭력 집단인 것이다. 김승연은 이 조직폭력 집단의 수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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