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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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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0 12:55:19, 조회:3,067, 추천: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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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 투쟁의 서막을 열다
GM대우부평공장 비정규직 활동가
지난 1월 22일과 24일, GM대우 부평공장에서 스피드파워월드(이하 스피드)와 DYT라는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폭발했다. GM대우 부평공장에서도 마침내 비정규직 투쟁의 서막이 올랐음을 알리는 투쟁이었다. 그리고 GM대우 창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굴뚝 고공농성에 돌입한지 정확히 1년만인 3월 22일,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열린 “GM대우 비정규직 탄압 규탄과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 결의대회”에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GM대우 부평공장에서의 비정규직 투쟁은 스피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통해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하다.
8시간 동안 라인을 중단시킨 DYT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거부 투쟁
2차 하청업체인 DYT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일하고 있던 IP작업장을 부평공장 밖으로 이전한다는 외주화 계획에 맞서 ‘부평공장 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8시간동안 라인을 중단시켰다. 외주화되어 공장밖으로 나가게 되면 노동조건이 더 후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고, 외주화 과정에서 고용 자체가 보장될 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특히 DYT 노동자들은 이미 수차례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사기를 여러번 당했기 때문에 외주화 계획에 맞선 투쟁은 필연적이었고 강력했다.
그러나 8시간 라인중단으로 시작한 DYT 투쟁은 정규직 노조의 기만적인 중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대중 동력을 상실한 채 5인의 농성투쟁으로 고립되기 시작했다. 정규직 노조는 노조 회의실을 농성장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협조하지 않았고 DYT 투쟁에 대해서 기만과 회피로 일관했다. 또한 정규직 활동가들의 실질적인 엄호와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립되던 DYT 농성자들은 결국 농성 16일 만에 정규직 노조가 중재한 휴지조각에 불과한 확약서에 서명하고 농성을 풀면서 사실상 투쟁이 정리되고 말았다. 확약서에는 핵심적인 요구들이 빠져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규직 노조와 GM대우 원청자본의 서명조차 없었다.
휴지조각의 위력(?)은 곧바로 나타났다. 농성을 풀자마자 끝까지 농성투쟁을 전개했던 5명의 노동자들은 해고되었다. 이들은 원청 자본이 고용한 용역깡패에 의해 공장 밖으로 끌려나왔고 8,000만원의 손해배상까지 떠안게 되었다. 공장 밖 외주업체에 고용승계 된 노동자들 역시 20만원 이상 임금 삭감과 더불어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하게 되었다.
분명 DYT 투쟁은 부평공장 비정규직 투쟁의 서막을 알리는 선도적인 투쟁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1인 시위와 집중선전전을 통해 해고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DYT 투쟁은 2차 하청업체라는 한계와 정규직 노조의 기만적인 중재와 어용적 태도, 정규직 활동가들의 무기력, 비정규직 주체들의 미숙함이라는 조건들이 결합하면서 사실상 패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부평공장 최초로 업체투쟁에서 승리한 스피드 노동자들의 투쟁
1차 하청업체이기는 해도 스피드 노동자들 역시 DYT와 마찬가지로 외주화 때문에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내부적으로 외주화 반대, 고용보장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관리자들이 노동자를 폭행하고, 폭행당한 노동자 2인을 해고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스피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하였다. 스피드 노동자들은 폭력 관리자 해임과 해고자 복직,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2주간 잔업거부와 작업거부 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부평공장 내에서는 최초로 비정규직 독자적으로 중식시간에 식당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사측의 인사위원회를 투쟁으로 철회시키면서 사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스피드 노동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사측은 협상을 빌미로 스피드 노동자들의 투쟁을 잠재우려고 했다. 시간을 끌면서 DYT 투쟁이 정리되고 스피드 노동자들의 투쟁대오가 흐트러지기만을 기다리던 사측은 설연휴가 지나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투쟁했던 스피드 노동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통해 협박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 집에까지 찾아가 반성문을 쓰면 봐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피드 노동자들은 협박과 회유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 선전전과 3월 22일 투쟁결의대회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투쟁대오를 정비해나갔다. 마침내 3월 29일 GM대우 원청 노무팀과 하청 관리자들의 탄압을 뚫고 부평공장 최초의 정규직-비정규직 공동집회를 성사시켜냈다. 그리고 스피드 투쟁을 잠재우려던 원하청 자본의 기대를 꺾어버리고 사측의 항복문서(합의서)를 받아냈다.
스피드 투쟁은 열악한 조건의 부평공장에서 업체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성과가 크다. 특히 스피드 노동자들은 투쟁 막판에 정규직 활동가들의 실질적인 연대가 있기 전까지 2개월 이상을 독자적으로 버텨내면서 비정규직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규직의 연대 이전에 비정규직 주체 스스로가 단결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투쟁 초기에 투쟁을 확대하고 정규직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전술을 구사하지 못하면서 투쟁이 차츰 위축되고 장기화됐다. 그 결과 스피드 투쟁이 전 공장의 비정규직 투쟁의 기폭제 역할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준비되어 있는 자본과 준비되지 못한 노동의 대결
GM대우 부평공장의 비정규직 투쟁은 현대, 기아 등 다른 대공장에 비해서 2, 3년 뒤늦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GM대우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비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무력화시킨 경험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스피드와 DYT 투쟁에 대한 GM대우 원청의 대응은 상당히 조용하면서도 기민했다. 그에 비해 비정규직 주체들과 정규직 활동가들의 준비와 대응은 상당히 미약했고 초보적인 수준을 넘지 못했다.
GM대우 부평공장의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지난 2, 3년 동안 조직화의 성과를 거의 내오지 못했고, 조직화를 위한 뚜렷한 돌파구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터진 스피드, DYT 투쟁은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역량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며 많은 오류를 남겼다. DYT 투쟁이 확약서를 받는 과정에서 범한 심각한 오류를 차치하더라도,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스피드, DYT 투쟁을 실질적으로 엄호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서 역량의 한계를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번 투쟁의 목표와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성과가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잡지 못하면서, 스피드와 DYT 투쟁은 긴밀하게 결합되지 못한 채 각개전투로 어려운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주객관적인 조건에 대한 면밀한 판단 없이 스피드와 DYT 투쟁을 가지고 비정규직노조 건설까지 억지로 밀어붙이려 한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조급함이 표출되면서 상당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정규직 운동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기 비정규직 조직화에 있어서 정규직 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충분히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투쟁에서 부평공장의 정규직 운동은 실망 그 자체였다. 이번 투쟁 과정에서 보여준 정규직 노조의 반동성과 어용성은 차치하더라도 현장조직의 무기력함 역시 심각했다. 파업을 해도 라인이 중단되지 않고, 정규직 선전물이 노무팀에 의해 탈취 당하는가 하면, 노무팀이 현장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등 부평공장의 현실은 어쩌면 현장조직의 무기력함의 산물일 지도 모른다.
다행히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하고자 하는 정규직 개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연대 실천단’(이하 실천단)이 구성되었다. 하지만 실천단이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계급적 연대를 통해 기존의 무기력한 현장조직 질서와 현장활동을 극복하고 정규직 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과제이다.
성과와 과제
많은 한계와 오류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DYT 투쟁은 부평공장 비정규직 운동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했다.
첫째,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의식적, 활동적 전환이다. 스피드 투쟁은 아무리 열악한 운동조건의 부평공장일지라도 대중적인 하청업체 투쟁이 가능하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부평공장의 주객관적인 조건에서 업체투쟁을 통한 조직화는커녕 업체투쟁 자체가 어렵다는 비정규직 활동가들의 패배주의적 의식을 불식시켜낸 것이다.
둘째, 전 공장 분위기의 전환이다. 이번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시켜내는데 성공함으로써 전 공장내 여론과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정규직 조합원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대중적인 분위기가 호의적으로 변했다. 적어도 전보다 대중적인 조직화의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가능성이 현실성으로 전환되었다. 스피드와 DYT 투쟁을 거치면서 구성된 정규직 실천단은 정규직 운동 내에서도 상당한 자극이 되겠지만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초보적인 틀이 확보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주체들의 조직화 수준은 여전히 미약하며, 이번 투쟁을 통해 그 조직화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현장 분위기는 녹녹치 않다. 특히 정규직 발탁 채용에 목매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는 조직화에 있어서 커다란 장애물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투쟁에 대비하는 원하청 자본의 관리통제 방식은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
이번 투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위원회”(이하 현투위)가 투쟁조직으로서 자기 역량을 서서히 구축해 가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명실상부한 대중적 조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이번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현투위의 대중적 조직력을 확대해내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스피드와 DYT 투쟁이 정리된 이후 현장 분위기가 일정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투위는 조급해 하지 말고 조직화 해가야 한다. 현투위의 조직적 역량이란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 대중투쟁의 힘”에 다름 아니며 적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투쟁의 무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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