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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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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30 22:21:15, 조회:2,968, 추천: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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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사망과 베네수엘라 계급투쟁
전진할 것인가? 중도반단할 것인가?
차베스 이후 선거를 둘러싼 계급투쟁 격화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Frias) 대통령 사망 이후 2013년 4월 14일 그의 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내의 반정부 세력들은 미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아 단순한 시위를 넘어서서 쿠데타를 시도하려는 기세로 반정부시위를 격렬하게 벌였다. 헨리크 카프릴스(Henrique Capriles)에 의해 지도되는 반대파(우파)는 베네수엘라에 혼란과 위기를 조장하여 마두로 정부를 힘에 의해 전복하려고 했는데, 이것은 마치 2002년 카프릴스가 미국의 지지를 받아서 차베스를 납치해서 전복시키려고 했던 것과 같은 방법인 것이다. 이번 시위를 통해서 반대파들은 7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병원을 불태우고, 재산을 파괴하고, 쿠바의사들을 공격하고, 통치당인 통합사회주의정당(PSUV)의 건물들을 파괴하면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혼란을 만들고 있다.
반정부 세력들과 미제국주의자들은 선거결과 두 후보의 표차이가 매우 근소했다(니콜라스 마두로가 50.7%로 260,000표를 더 얻었는데, 이는 헨리크 카프릴스가 얻은 49.1%보다 1.6%앞선 것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렇게 두 후보가 접전을 벌였던 상황은 양당체제인 미국에서는 자주 일어나던 일(예를 들면, 1960년대 케네디와 닉슨, 2000년 대선 때 부시와 고어의 사례를 보라!)이어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선거에 경험이 많은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반정부세력을 충동질시켜 폭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미 제국주의가 민주주의적인 선거로 당선된 지도자들을 전복시키려는 폭력적인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던 과거의 역사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예를 들면, 1954년 과테말라에서 아멘즈(Arbenz)대통령, 1973년 칠레의 아옌데(Allende)대통령, 2004년 아이티에서 아리스티드(Aristide) 대통령 등).
미국정부가 이번 선거결과를 전면 부정하면서 재개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미국정부가 베네수엘라와 라틴아메리카에서 제국주의적인 간섭과 침범을 아주 자연스럽게 해왔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오바마정부의 이러한 공격적인 태도는 미 제국주의가 베네수엘라의 ‘영웅’ 차베스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는 이 시기에 '볼리바리안 혁명(Bolivarian Revolution)'을 전복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의 신호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이러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공격의 의도와 본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미 제국주의의 간섭과 침범은 언제부터 심화되었는가? 미 제국주의는 1999년 차베스 정부가 들어선 이래, 미국의 자본가들이 소유했던 베네수엘라 석유와 천연가스들을 국유화하자, 이 석유와 천연가스들을 독점화하려는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미국자본가들의 권리를 되찾아오기 위해 차베스를 무너뜨리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했고, 볼리바리안 혁명 반대세력에게 무장과 재정지원을 통해서 국가내부의 전복에 관여해왔다.
한편,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반미, 반제국주의는 언제부터 심화되었는가? 미 제국주의가 2002년 4월 베네수엘라 반정부세력의 차베스를 몰아내기 위한 쿠데타를 지원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볼리바리안 혁명운동’을 전개하면서 반미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반미, 반제국주의는 이미 그 이전부터 민중들의 가슴속에 강하게 살아있었으며, 이 반제국주의는 베네수엘라의 모순의 반영과 표출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러한 반미, 반제국주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베네수엘라에서 반미, 반제국주의는 인종, 계급, 제국주의 모순이 혼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인종문제, 계급문제, 제국주의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약 300여년 가까이 개척자들의 남미 전역의 원주민에 대한 착취와 살육의 총본산이었던 베네수엘라는, 1811년 볼리바르에 의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백인 기득권층 지배계급과 흑인, 인디오, 메스티소 등 대다수 민중들 간의 인종문제가 존재해 왔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러한 백인 대 흑인/원주민간의 인종문제는 봉건시대, 자본주의시대를 거쳐 오면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구조를 재생산시켰고, 여전히 소수의 백인 자본가계급과 대다수 흑인 및 인디오 원주민들로 구성된 노동자 민중들의 계급모순은 심화되어갔다. 1920년대 말 베네수엘라에서 석유가 발견되자 베네수엘라는 제국주의 열강의 석유쟁탈전을 위한 각축장이 되고, 베네수엘라 자본가계급과 제국주의 열강 대 노동자 민중들 간의 모순이 극심화 되었다. 미 제국주의는 제국주의적 침략적 야욕을 드러내며, 베네수엘라에서 미국 재벌들의 석유를 통한 이윤착취를 도왔고, 베네수엘라 정부로 하여금 석유산업을 사유화 하도록 조장했다. 제국주의의 착취와 침탈에 대해, 베네수엘라 국내자본들은 미국과 영국 등의 외국자본과 결탁하여 석유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을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하는데 이용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에 내재하는 인종, 계급, 제국주의 모순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집단은 베네수엘라 민중들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반제의 문제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모순의 연장선에 있고, 계급투쟁의 연장선에 있다. 진정한 사회주의 변혁으로 온전하게 발전하려면, 베네수엘라에서 해외 독점자본이 소유한 생산수단에 대한 몰수와 국유화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렇게 되면 제국주의가 군사적 개입조치와 경제봉쇄를 강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중들이 미 제국주의에 대해 강력한 반기를 들게 된 이유는 최근 들어 이러한 인종의 문제와 계급의 문제가 결합된 제국주의의 모순이 심화되어가기 때문이다. 반미, 반제국주의와 21세기 사회주의를 외쳤던 차베스 정권은 국내에서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모순을 완화시키고, 국외에서는 제국주의 열강의 경제적 이권 침탈의 문제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해결하려고 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현재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모순이 어떻게 제국주의와의 모순을 통해 확대 발전해 나가는 지를 분석해야 한다. 지금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는 소수의 백인 지배계급들이 모든 것을 차지해왔고, 다수의 흑인 피지배계급들이 처참한 생활을 해왔던 오랜 역사가 오래된 화석이 아닌 현실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다. 현실에서는 민중들의 처참한 생활 뒤에는 국내 자본가계급과 제국주의 세력의 결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랜 인종과 계급이 처절하게 얽혀진 역사 속에서 차베스가 대다수 피지배계급이자 빈민들로 구성된 원주민과 흑인들을 지지하게 된 것은 차베스의 볼리바르식 혁명의 전통으로 볼 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반미, 반제국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국내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모순을 명확히 직시하지 못했고,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1811년 베네수엘라에서 볼리바르 혁명이 일어나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인종문제와 계급문제가 심화되고 제국주의의 문제로까지 더욱 확대되어가는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21세기 사회주의'를 말하면서도 19세기의 '볼리바르식 혁명의 전통'을 고수했던 차베스의 모순은 민중들의 주체적인 투쟁에 의해 극복되어야 한다. 21세기의 모순의 해결자인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모순이 제국주의모순으로 확대발전해 가고 있는 21세기의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계급투쟁의 전개과정
차베스의 업적은 크게 '볼리바리안 혁명', 즉 볼리바르식 민족주의와 국유화를 통한 사회복지프로그램의 확대와 '21세기 사회주의의 건설'로 특징지어진다. 차베스의 이러한 ‘볼리바리안 혁명’은 궁극적으로 베네수엘라 기층 민중들과 반동세력과의 계급투쟁의 결과로써 이루어질 수 있었다.
차베스의 목표는 라틴아메리카 인민의 단결이라는 ‘볼리바르주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라틴아메리카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라틴아메리카를 스페인 통치로부터 해방시킨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를 숭배해왔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볼리바르 숭배는 여러 세대에 걸쳐서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부패했든, 태만했든 혹은 애국적인 정권이든, 역대 대통령과 장군들은 하나같이 ‘해방자’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했다. 차베스 역시 볼리바르의 모범과 사상을 거의 이데올로기 차원으로 격상시키고 국호를 ‘베네수엘라 볼리바르주의 공화국(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으로 개칭했다는 점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차베스는 대부분의 전임자들이 입에 발린 말로 존경했던 한 인물을 단순히 받들어 모시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서 더 나아가 신화와 전설로 화석화된 ‘해방자’의 역사적 성격과 업적을 되살리려 했다(리처드 고트,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당대출판사, 2005).
1999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차베스는 “국가통제 경제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경제도 아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국가의 보이는 손이 서로 맞잡는 중간지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차베스는 집권초기에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야만적인 자본주의”로 맹렬히 비판하고 '더 인간다운 자본주의' 또는 '베네수엘라의 제 3의 길'을 추구했지만 쏘련과 같은 20세기의 사회주의 전통을 이어받고자 하지는 않았다(리처드 고트,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당대출판사, 2005).
차베스는 쏘련의 20세기 사회주의의 전통을 이어받는 것보다는 라틴아메리카의 인민의 단결이라는 “볼리바르주의”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또한 차베스는 볼리바르가 꿈꾸었던 라틴아메리카의 대통합을 이룩하고자, “대(大)라틴아메리카, 카리브 연합이라는 동맹체의 창설”을 지향했다.
그러나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운동이 ‘혁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2002년 4월 미 제국주의의 지원에 의한 반차베스 쿠데타, 2002-2003년의 석유파업, 그리고 2004년의 차베스의 소환 국민투표 등에서 반정부세력과 대결과정의 결과였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이 반정부세력과의 대결과정에서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위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민중들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4월 차베스가 파시스트 쿠데타를 당했을 때였다. 국내 자본가계급을 위시한 반정부세력에 의해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차베스가 납치되자, 베네수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란초(ranchos)"라고 불리는 비좁은 시멘트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들의 거주지로부터 내려와서 그들의 대통령을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1989년 ‘카라카소(수도 카라카스에서 일어난 민중봉기)’당시에 지배계급에 의한 학살이 되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10만~50만 명으로 추산되는 군중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렇게 해서 기적적으로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고, 차베스는 쿠데타가 일어난 지 48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2002년 쿠데타는 차베스에게는 볼리바리안 ‘운동’이 사회적인 ‘혁명’의 성격을 띠고, 반미, 반제국주의를 강화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민중들에게는 그들의 의식이 깨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 4월 쿠데타 직후, 영국의 좌파 언론인(가디언 기자)인 리처드 고트가 만나본 한 베네수엘라 인에게서 민중들의 의식이 깨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차비스타(Chavista, 차베스 지지자)가 아닙니다. 우린 혁명가예요. 우리는 이 정부를 옹호해야 합니다만, 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유를 주장합니다. 우리가 차베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의 대통령들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를 우리의 투쟁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중들은 지난날에는 없었던 업적을 이룩한 대통령을 구하러 갔던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정치적으로 매우 성숙하여 스스로를 조직하려고 노력중입니다.”(리처드 고트 지음, 황건 옮김,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2005, 당대출판사)
2002년 4월 쿠데타에 가담했던 국내 자본가계급과 반정부세력들이 2002년 12월 또 다시 ‘직장폐쇄’를 조직해 전국의 산업을 마비시키려 했을 때,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의식은 다시 한 번 깨어난다. 어용노조인 베네수엘라 노동조합총연맹(Confederación de Trabajadores de Venezuela, CTV)의 부패한 지도부들은 고용주를 지지했으나, 이때 많은 노조원들은 어용노조 지도부가 호소한 협력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쿠데타에 대항한 4월의 투쟁에는 주로 비공식 부문의 노동자들이 참가했지만, 2002년 1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지속된 직장폐쇄에는 주로 조직 노동자 집단이 맞서 싸웠다.
석유산업에서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etróleos de Venezuela S.A., PDVSA)의 경영진과 일부 주요 기술자들이 석유산업을 마비시켰으나, 노동자들이 산업을 가동하면서 노동자 통제를 실현하기 시작했다. CTV의 지도부는 고용주들을 지지한 반면, 조합원들은 독자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기 시작하여 새로운 노총인 전국노동조합(National Workers Union, UNT)을 창립하게 된다.
이것은 계급 대 계급의 투쟁이었다. 2002년 4월과 12월에 연이어 일어난 반동세력의 쿠데타는 민중들을 각성시켰다. 고트에 의하면, “빈민들은 1998년부터 줄곧 차베스를 지지해 왔지만, 그의 혁명 프로그램은 민중의 별다른 참여 없이 주로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2002년 4월 쿠데타 이후 빈민들은 자기들이 옹호해야할 정부가 있다는 데 눈뜨게 되었다. 반대세력의 반복된 항의시위는 빈민들의 정치적 각성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리처드 고트 지음, 황건 옮김,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2005, 당대출판사)
고트는 “차베스는 잊혀졌던 최하층민을 불러내어 병 속에 도로 담을 수 없는 그들의 힘을 풀어놓음으로써 다시 한 번 반대세력에 패배를 안겨주었다.”라고 말한다(리처드 고트 지음, 황건 옮김,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 2005, 당대출판사).
한편, 차베스는 살아남은 전통적 정당과 노조들이 우파들을 지지하고, 베네수엘라 노동조합총연맹(Confederación de Trabajadores de Venezuela, CTV)과 같은 ‘어용’노조들이 고용주와 결합하여 차베스정부에 반대하자, 기존의 노동조합의 체계 속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하기보다는 제도권 노동조합주의가 손을 대지 않았던 비공식 부문의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차베스는 지금까지 조직화되지 않아 사실상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사회의 절대 다수 빈민들, 빼앗긴 자들, 농민과 빈민촌 주민들에게 직접 호소해서 지지 세력을 모았다. 차베스는 “볼리바리안 서클(Bolivarian Circle)”이라든가 선거“순찰대”, 교육“파견대”등과 같은 방식으로 미조직 사회부문을 조직했다. 그 외에도 “지역공공계획위원회”, “선거전략기구”, “도시토지위원회”등은 볼리바르 혁명이 발전되던 2000년대 초 중반에 대중 동원과 참여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 조직들이었다. 그러나 차베스는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반면, 노동자들은 차베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노동자들은 2002년 4월과 12월에 반혁명세력의 “쿠데타”와 “직장폐쇄”에 맞서 투쟁하면서 잠재되어있던 계급의식이 깨어나면서, 전국노동조합(National Workers Union, UNT)을 조직했던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하듯이, 베네수엘라의 역사는 민중들의 힘에 의해 발전되어온 역사였다. 노동자계급의 힘과 투쟁에 의해 차베스 정부의 사회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제는 노동자계급은 여기보다 한발 더 나아갈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 프로그램은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된 것은 민중들의 힘이었다. 반정부 세력의 쿠데타와 직장폐쇄에 맞서 민중들이 투쟁하지 않았다면 “볼리바리안 혁명” 프로그램조차 이루지 못했을 것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자본가계급과 지배계급은 지속적으로 반혁명을 시도했다. 쿠데타는 매번 민중들의 저항으로 막아졌다.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는 민중들의 힘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주의를 ‘21세기 사회주의’라 부르며 20세기 러시아 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변혁노선과 근본적으로 다른 선거주의 평화주의 이행노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차베스 집권 시절과 사망 이후까지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에서 계급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으며, 이러한 힘과 힘의 격렬한 충돌의 결과가 사태를 향방을 결정지어 왔다. 베네수엘라 ‘혁명’이 몰수와 국유화, 새로운 대중권력을 세우는 전격적인 사회주의 변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미완의 혁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는 권력을 실질적으로 획득하고 자본주의의 생산체제를 없애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는 민중들이 실질적인 정치권력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계이다.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이 권력을 쟁취하여야 하고,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전면화하여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새로운 생산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제 “볼리바르안 혁명”은 자본주의 착취 체제 전체에 도전하는 것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중도반단(中途半斷)적 ‘볼리바리안 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
차베스는 ‘볼리바리안 혁명(볼리바르식 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를 내걸었다. 그러나 차베스정권의 ‘볼리바리안 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의 특징은 베네수엘라 권력의 중도반단(中途半斷)적 반(半)변혁의 모순을 안고 있다.
한 예로 차베스의 핵심적인 석유산업에서 국유화의 내용을 보자. 우선 차베스 이전의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의 상태를 보면, 1920년대 중반에 베네수엘라에서 석유가 발견된 이래, 베네수엘라 자본가계급을 위시한 지배계급들은 제국주의 열강, 특히 미 제국주의와 손잡고 석유산업을 미국 석유재벌들에게 넘기고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자신들의 정권유지를 해왔다. 1976년 석유산업이 국유화되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가 여러 석유 회사를 관할하기도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1989년 이후 1990년대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도입되었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장려되었고, 석유산업에서 사유화가 추진되기 시작했다.
차베스는 1999년 집권하자마자 볼리바르헌법을 통해 석유산업의 사유화를 완전히 봉쇄하였고, 국영석유회사의 구조개혁에 착수하였다. 차베스는 2001년 11월 49개의 주요 개혁 법안들 중의 하나인 ‘탄화수소법’을 만들어서 PDVSA가 외국과의 모든 합작에서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또 석유산업에 참여하는 사기업에 대해 석유 수수료를 16.7%에서 30%로 인상하였다.
2002년 4월 반정부세력의 쿠데타의 실패, 그 해 12월 반정부세력의 파업이 분쇄되자 차베스는 PDVSA를 정부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을 가장 핵심과제로 삼았다. 차베스는 우선 오랫동안 특혜와 뇌물로 오명을 쓰고 있는 PDVSA의 인사개편을 단행하여 회사의 보수파 중역들을 급진파 중역들로 대체했고, 반동 쿠데타를 지지하는 반정부 파업에 참여했던 파업 참가자들을 해고하였는데 이들의 대다수는 경영진과 고위기술직이었으며, 전체 4만 5천명 중에서 19,000명이 해고되었고, 새로운 노동자들로 대체했으며, 2003년 국영석유회사를 차베스 정부대표가 직접 지배하게 함으로써 PDVSA의 장악을 마무리하였다.
2007년에 와서 차베스는 오리노코 유전을 포함한 전국 석유산업의 국유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석유회사들과 새로운 계약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는데,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의 60% 이상을 국유화하는 정책을 밀어 부쳤고, 결국 오리노코 지역에서 영국 BP, 미국 코노코 필립스와 엑손모빌, 프랑스의 토탈, 노르웨이 스타토일 등이 운영했던 이 유전들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국유화에 합의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차베스 정부는 국영석유회사를 통해 석유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이익금의 상당 부분을 로열티로 환수해서 무상의료, 무상교육, 빈민구제 사업에 쓸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차베스의 ‘국유화’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국유화’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사회주의적 국유화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국유화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국유화'가 국가 전체의 산업에 대해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일부 석유와 가스산업 등에서 주로 이루어졌으며, '국유화' 내용을 볼 때에도 사회주의적 국유화의 형태인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아니라, 주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최고의 형태인 주식회사에서 국가 지분을 제일 많게 함으로써 국가가 주도권을 갖는 형태였다.
둘째, 차베스는 '국유화'를 중심적인 테제로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의 유치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을 줄이고, 석유 수수료를 늘렸을 뿐이다. 석유산업을 예로 들어볼 때에도 국가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나머지 49%는 미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이 가져간다는 의미여서, 이렇게 볼 때 '국유화' 개념이 자본주의 생산양식 하에서의 국유화에 가까운 것이다.
셋째, 노동자계급과 민중들의 권력에 의한 국유화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체제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국가의 지분을 증대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낡은 부대에 새 술을 부은 것이다.
넷째, 차베스의 '국유화'는 생산관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므로 생산수단을 소유, 통제하는 세력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차베스가 주창하는 '노동자 통제'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 실제 전력산업서비스 같은 곳에서는 노동자통제권을 둘러싸고 노동자들과 기업주들 사이에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섯째, 차베스 '국유화'는 국내 자본가계급의 사적소유에 대해서는 타격을 가하지 않아 미완의 혁명이며, 사유재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자본가계급의 반혁명과 쿠데타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50-60%의 지분만을 가지고 있어서 역으로 나머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계급 및 반혁명집단이 계속 활개를 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속적으로 반혁명 집단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인 것이다.
차베스는 2005년 노동절 기념식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사회주의를 통해서만, 평등과 정의가 살아있는 진정한 사회주의를 통해서만이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민주주의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강요하는 방식의 민주주의는 아닙니다......(차베스의 말, 2005년 노동절날 기념식에서).”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의 대략적인 내용은 국가 기간산업의 국유화와 은행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 토지개혁법에 입각해서 전체 농지의 80%를 유상 및 무상 몰수해서 빈농중심의 협동농장에 나눠주기, 협동조합의 활성화, 노동자의 직접적인 공장통제방식(공장의 관리자를 노동자들의 직접투표로 선출하고, 예산도 노동자들의 참여로 짜며, 성과물을 지역사회와 나누기)등 이다.
그런데 지금의 베네수엘라는 아무리 차베스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21세기 사회주의”를 외쳐도, 자본주의에서 근본적인 모순인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생산관계의 모순이 극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 내에 남아있는 상태다.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과 '21세기 사회주의'가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지 못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파 반정부세력은 차베스정부의 이러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졌던 국유화를 포함한 사회복지프로그램 등 사회개혁의 조치들에 대해서조차 격렬한 저항을 해왔다. 2002년 4월 쿠데타, 12월 직장폐쇄의 시기에 반정부세력의 거센 저항은 물론이고, 2013년 3월 차베스의 사망이래, 새로 들어선 마두로 정부가 우파들에게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상황 때문에 우파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우파들에게는 차베스 이후의 세상을 다시 우파들의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겨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2013년 4월 14일 선거 이후 반동들이 차베스 사망 이후 차베스의 계승자 마두로가 간신히 선거에서 승리한 상황 탓에 더 심하게 저항을 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로 이행하겠다는 주장"은 자칫하면 선거에서 패배하면 모든 진보적 조치들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에도 심각한 주장이다. 그런데 차베스 사망 이후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마두로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가까스로 승리했던 것은 차베스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진보적 정권이 연장될 정도로 대중적 지지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더불어 점점 더 반대세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은 20세기 자본주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절반의 혁명이며, 20세기의 자본주의의 모순을 19세기의 '볼리비안 혁명'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함으로써 혁명의 핵심적인 고리인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을 깨뜨리기 위한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하지 못했고, 혁명의 주체를 명확하게 내세우지 못한 한계가 있다. 베네수엘라 혁명의 문제는 20세기 러시아 혁명이 맞닥뜨렸던 ‘국가와 혁명’의 문제이다.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그대로 두고 현존의 국가를 개혁하여 유지하느냐,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분쇄하고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근절하여 새로운 노동자 민중의 대중국가를 건설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개량주의자들은 베네수엘라 혁명의 특수성으로써 ‘21세기 사회주의’ 운운하지만 ‘국가와 혁명’의 문제 앞에서 제3의 길 같은 요행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차베스가 시도한 것은 볼리바르식의 민족주의와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확대였다.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은 베네수엘라 대다수 빈곤층의 삶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미 제국주의의 정치적 경제적 이권개입으로부터 독자적인 노선으로 범 라틴아메리카의 통합이었다.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는 비록 그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주의를 하자고 주장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개혁이었다.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는 반제 진보 정권적 성격이라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으나 베네수엘라에서의 반제국주의가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전면 몰수와 국유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 반제국주의에서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베네수엘라 ‘半혁명’은 20세기 사회주의 변혁노선으로 진군하지 않고 중도반단(中途半斷)한다면 반(反)혁명으로 끝장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이 필요하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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