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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여수 폭발사고, 중층 하도급구조에 의한 대재앙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전 수석부위원장 김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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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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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31 23:34:22, 조회:5,242, 추천: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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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폭발사고, 중층 하도급구조에 의한 대재앙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전 수석부위원장 김대훈
하청 노동자의 죽음과 대립산업의 태도
가슴이 아파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왜 우리들만 이렇게 다치고 죽어나가야 하는 것인가? 지난 2013년 3월 14일 오후 8시 50분경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대림산업 공장에서 사일로(분말 폴리에틸렌을 저장하기위해 만들어 놓은 저장시설) 폭발사고가 발생해 플랜트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중대 인재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가 발생한 대림산업 2공장은 쇼핑백, 식품포장필름, 우유병 등에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연간 27만t을 생산하는 국내 3위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생산 업체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부터 폴리에틸렌과 플라스틱 제품 등을 생산하는 종합 석유화학기업이다.
사고를 당한 하청업체 소속의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은 매년 3-4월에 시행되는 대정비 보수작업(셧다운 작업)을 위해 10여일 전부터 대림산업 공장에 들어와 준비 작업을 하였고, 3월 14일이 정식 작업 첫 날이었지만 가스와 분진에 대한 안전교육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채 야간 용접작업에 투입되었다.
노동자들은 사고당시 470톤 크레인 1기와 100톤 크레인 3대로 사고가 발생한 사일로와 같은 크기의 저장조 2개를 설치했고, 사고 저장조에서 설치 저장조로 연결되는 발판설치작업을 하느라 용접을 하고 있었다. 사고 당일 같은 공정구역에 있던 다른 하청업체들은 퍼지작업(사일로 내에 가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작업)이 완료가 안 되어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노동자들을 모두 퇴근시켰는데, 유독 사고가 발생된 하청업체만이 노동자들에게 야간작업을 시키던 중에, 사일로가 폭발한 것이다.
이번 사일로 폭발의 원인에 대해 대림산업측은 사일로 내부에 남아 있던 분진이 폭발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려고 하고 있으나, 당시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사일로 내부에 잔존해 있던 가스에 의한 폭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공장가동을 중지하는 셧다운을 하고 난 뒤 가스가 완전히 배출되기까지 보통 3-7일이 걸리는데 이 작업장의 경우 지난 12일 셧다운을 한 후 불과 3일 만에 노동자들이 작업현장에 투입된 점, 같은 공정구역에 있던 다른 하청 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은 아직 퍼지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던 상태에서 작업을 더 이상 못하고 퇴근했는데, 오직 이 업체만이 노동자들에게 정규근무시간이 지난 야간시간까지 작업을 시키고 있던 와중에 폭발사고를 당한 점,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사일로에 연결된 배관라인이 요동을 친 것을 목격한 점”, 2012년 6월 바로 옆 사일로에서 잔존 가스에 의해 똑같은 폭발사고가 발생한 점 등이다.
[여수 폭발사고 사진 1] 여수 대림산업의 폭발사고 현장(출처: 연합뉴스 2013.3.15)
자본과 정권이 만들어낸 노동자의 죽음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였다. 그 이유는 첫째, 불법 재하도급의 문제다. 플랜트 건설현장의 하도급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일부 업체들은 발주처에서 공사를 수주 받아 직접 공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발주처-원청-협력업체-일반사업자에게 재하도-각 공정마다 개인에게 재하도의 순으로 하도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대림산업 공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림산업은 유한기술에 하도급을 주었고, 유한기술은 또 D플랜트 회사로 재하도급을 주었으며, D플랜트 회사에서 인력들을 모집해 이번 사고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1967년 조성된 여수국가산단은 시설 노후화에 따라 매년 정비.보수 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작업들은 하도급 업체들이 주로 맡아서 진행하는데, 여수국가산단에서는 대부분 소수의 대형 하도급업체가 대기업의 일감을 따낸 뒤 이를 재하도급 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단계 도급 과정에서 ‘돈이 되는 일’은 상위 단계 도급업체가, ‘위험한 일’은 하위 업체가 맡는 것이 관행처럼 이루어져오고 있다. 또한 인건비 절약을 목적으로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시키려 하다 보니 노동자들에게 하루 1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근본 원인은 다단계 중층 하도급구조이다. 이번 사고는 가장 하위 도급업체가 공정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단축을 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잔존가스와 가스누출위험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결국이번 사고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이윤 추구욕이 빚어낸 인재다.
둘째, 작업을 진행하기 전 필수요건인 퍼지작업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사고가 난 대림산업 2공장에는 사일로 내부를 청소할 수 있는 물청소 라인 자체가 없었다. 분말 폴리에틸렌이 탱크 내 잔류했다면 물청소로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다시 가스가 발생되기 때문에 곧바로 용접작업을 해서는 안 되고, 퍼지작업을 하고 그 이후에 물청소를 하여 깨끗이 사일로를 비우고 나서 가스농도측정을 하여 잔류가스가 없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 용접작업을 해야 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대림산업 공장은 다른 공장에는 설치되어 있는 물청소 라인 자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화기작업 동안에 가스와 분진에 의해 언제든지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사전에 충분한 점검과 예방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셋째, 관리의 부재다. 원청의 관리감독자는 작업허가서에 허가된 내용대로 작업 진행을 관리해야 하며 변경 시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해야 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정비 보수 작업을 진행한 원청인 대림산업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작업사항들 중에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
대정비 보수 작업 중에 작업을 하려면, 사일로에 잔존가스를 모두 제거하고 또한 인접한 사일로의 배관에서 원료나 가스가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고 해야 하는데, 대림산업 관리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대정비 보수 기간에는 매 시간마다 가스 및 산소농도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작업허가서에 나와 있는 구간은 때로는 어떤 라인인지도 잘 모르고 밀폐공간 작업 동안에는 계절에 따라 시간마다 가스와 산소농도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원청 관리자들은 이를 지키지 않았으며, 사고가 발생하자 가스측정을 했다고 하면서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평상시에도 작업장에서 거의 모든 측정은 작업 전 실시되는 측정 한 번으로 끝나 버리고 말기 때문에 작업도중에 발생되는 위급한 상황에 대해서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또한 원청 관리자들은 이번 사고에서 하청업체가 작업허가서에도 없는 용접작업을 노동자들에게 지시하는 것을 용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원청 관리자들은 하청업체가 맡은 작업공정에서 위험작업 및 위험물질 취급 및 관리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방기하고 있다.
보호장구를 볼 때에도, 원청 관리자들은 밀폐공간 작업 시에는 적정 마스크 및 작업복, 그리고 스파크로 인한 폭발사고의 예방을 위해 절연공구를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일반 수공구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소량의 스파크 전류에 의해서도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는 2003년 여수 LG화학 SM공장 사고의 경험마저도 무시해버린 것이다.
대림산업의 관리자들은 사고 이후에는 어떻게 하였는가? 신속하게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기본적인 대응마저 하지 않은 탓에 더 많은 사상자를 불러왔다. 사고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구급차량이 늦게 도착하고 응급조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고 당사자들에게만 맡겨졌다. 이번 사고에서 분통이 터지는 건 사고 발생 후 대림산업 직원들은 폭발로 파편화되어버린 노동자들을 방치한 채 자신들의 생산시설을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점이다. 오직 함께 작업을 하던 동료들만이 사일로 상부에 있는 동료들을 살려내기 위해 크레인을 이용해 구출해내고 이미 팔, 다리가 잘려나간 동료들의 시신을 들쳐 업고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넷째, 현장 노동자들의 알권리의 부재이다. 여수국가산단의 거의 모든 공장에서는 불산 가스와 유해 독가스를 취급하고 있는데도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알 수가 없다.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찾아 떠돌아 다녀야 하는 특성상 일시적인 대정비 보수 공장에 잠깐씩 투입되기 때문에 유해 위험 라인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작업현장에서는 사전에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작업구간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안전 용품 지급이 우선시 되어야 하나, 작업 전에 형식적인 공장 안내사항 정도만 설명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정비 공사 중에는 회사가 선임한 반장들의 지시에 따라 작업자를 먼저 현장에 투입시킨다. 작업허가서는 하청업체 관리자가 별도 보관하거나 일부 사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대에 담당 허가부서에서 싸인 받기에 바쁘다. 이렇다 보니 해당 공정구역을 처음 접하는 노동자들은 위험요소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다섯째, 정부의 무관심이다. 이번 사고에서는 노동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다! 여수국가산단이 들어선지 약 4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건설노동자들이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요구 해왔던 화상전문병원이나 산재전문병원은 한군데도 없다. 여수국가산단은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대부분의 사고는 폭발로 인한 화재사고이다. 화상전문병원 한 군데만 있어도 소중한 생명을 충분히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여수가 아닌 대형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 중에 더 큰 사상자가 발생되고 있다. 이번 대림산업 현장의 폭발사고 현장에서도 2도 이상의 화상을 입은 환자들이 일반병원의 응급실에서 몇 시간씩 방치되다보니 환자의 고통에 가족들은 가슴을 치며 발을 동동 구르고 급기야는 광주로 또 다시 서울로 두 번 세 번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치료 결과에 따라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여수 폭발사고 그림 1] 여수 대림산업 폭발 상홍여수 대림산업 폭발 사고 상황(출처: 조선일보 2013.3.16)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노동조합뿐!
이제는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플랜트노조 여수지부 조합원들은 바로 엊그제 6명의 동료를 떠나보내고 채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여수국가산단에서 3-4월동안 각 공장별로 실시되는 대정비 보수작업 현장에 나가 또 다시 공포와 불안에 몸서리치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맞고 있다. 언제 터질 것인가? 과연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할 수 있을까 하는 암울한 현실 앞에 이제는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해 더 이상 노동자의 생명을 바칠 수는 없다. 우리는 세계최고의 기능을 가진 플랜트 건설노동자 이면서도 가장 천한 대접과 멸시를 받고 있다. 살길은 하나뿐이다. 오직 노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어 똘똘 뭉쳐서 투쟁할 때만이 자본은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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