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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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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31 23:35:27, 조회:3,060, 추천: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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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재개발 잔혹사와 재격화 되는 공황 기점
용산발 재격화 되는 전국적 부동산 공황
용산을 기점으로 다시 파국이 일어나고 있다. 용산은 대한민국 수도 한 가운데를 차지했던 미군기지로 인해 제국주의 모순이 집중된 지역이었다. 평택으로 미군기지 이전 결정 이후 용산지역은 이제 다시 격화되는 부동산 과잉생산 공황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라는 수식어를 받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제 ‘단군 이래 최대 환상’, ‘단군 이래 최대 손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로 불리며 호사가(好事家)적 언론의 비아냥거림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비용 31조에 달하는 이 거대 개발 계획이 본격적인 공사 시작도 전에 벌써 3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쓰고 파산 직전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호사가적 언론 자신들도 사실은 앞장서서 이 거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 나팔수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을 빼면, ‘단군 이래’라는 수식어는 실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총비용이 31조에 달할 정도로 유사 이래 가장 거대하다는 점에서 진실의 일면을 담고 있다. 실제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개발이 규모가 크다 할지라도 삼한 시대의 저수지 개발, 성곽과 왕궁 건축, 사대부가의 ‘아흔아홉 칸’ 대저택 건축, 경복궁 재건축 정도 개발은 그 규모나 비용 등에 있어서 오늘날 용산개발에 비해서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그러나 용산 개발을 두고 '단군 이래 최대'라고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지만, 사실 최대 규모 개발 사업은 총 사업비가 317조에 달한다고 추정되며, 그 규모가 분당의 5배, 마카오의 3배나 된다는 인천 에잇시티(8City) 개발이다. 더욱이 ‘단군 이래’라는 수식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파산 사태가 바로 자본주의 개발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호도할 수 있다. 생산력이 저발전한 자본주의 이전의 개발은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개발이 될 수 없다. 철도 정비창 자리와 서부이촌동 일대 52만㎡에 달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지으려던 거대 빌딩은 67개 정도인데, 이 중 가장 높은 랜드마크 빌딩은 무려 111층 620m나 되는 세계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된다. 이 건물의 개발비용만도 1조 4천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개발은 자본주의 이전 시대의 개발이나 건축 목표와 다르게 철저하게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 자본주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시대의 개발은 자본주의적 목표인 이윤추구와 여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투기욕 때문에 자본주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용산식 개발은 이윤이 되는 것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자본의 속성상 특정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국 도처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 곳곳, 특히 도심에서 규모, 주체, 목표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진, 그러나 그 본질은 같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명목으로 무차별적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원래는 철도 정비창 자리 개발에 한정돼 있었는데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전면적으로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개발 사업과 통합개발로 맞물리면서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 우후죽순처럼 전국에서 초거대 빌딩 건축 계획이 벌어져 왔다. 부동산 개발 열풍으로 인해 이미 송도 동북아무역타워 68층, 부산 해운대 두산 위브 제니스 아파트, 해운대 아이파크 마리나 타워 72층 등 고층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한국에서 최고층 빌딩이라고 불리던 63빌딩은 9위로 밀려났다. 서울과 수도권만 하더라도 상암동 DMC랜드마크, 잠실 제2 롯데월드, 현대기아차그룹의 뚝섬 110층 글로벌비지니스 빌딩처럼 100층 이상의 건물이 12개 정도 건축 중이거나 건축 예정이다.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외에도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공공기관 지방이전, KTX역세권 개발 등 다양한 명목으로 건설 사업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서울만 보더라도 길음, 은평 왕십리 뉴타운 시범지구 등 전체 25군데의 사업지구 내에 610개 정도 지역에서 뉴타운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지역 재개발 정비구역 150곳을 비롯해 울산, 부천 등 전국 도시 곳곳이 뉴타운 천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전국 도심을 뒤엎는 건설계획이 대부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 이미 상암 랜드마크 빌딩 건설 계획은 사업 자체가 취소됐는데, 초거대 건물 건설 계획 9개 중 8개가 무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뉴타운 건설 계획도 취소되거나 재검토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서울시에서만 뉴타운 계획을 취소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에 1조5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본격적인 뉴타운 사업 이전이지만 은행이자, 조합 사업비용, 상근자 비용, 용역깡패 비용, 뉴타운 추진을 위한 주민 매수 비용 등을 포함하는 홍보비용 등 갖가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추진했던 한강 반포 세빛둥둥섬 역시 화려한 완공식을 했으나 1천억 원이 넘는 공사비와 운영비 보전의 문제로 운영이 중단됐다. 오세훈은 이 사업과 관련해서 업무상 배임혐의로 수사를 받을 처지에 내몰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건물을 짓다만 채로 방치한 공사 현장이 2012년에 442곳에 달한다는 국토해양부 자료도 나오고 있다.
거대 이권 복마전에서 손실전가의 이전투구장으로 변모
이러한 도시 건설 사업은 거대한 이권의 복마전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으로 인해 용산은 전국 최고의 땅값을 가진 지역이 되었다. 용산처럼 초거대 개발에는 독점자본이라 할지라도 단독으로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공모형PF(파이낸셜 프로젝트)라고 하여 거대 자본들이 콘소시엄을 형성하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분리되지 않았지만 현재에는 건설자본 중심의 시공사와 건설자본을 포함하는 자본연합 형태의 시행사를 통해 자본조달을 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에는 코레일, 서울시(SH공사),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해서 푸르덴셜부동산투자, KB자산운용, 삼성생명, 우리은행 등 금융자본 30개 출자사가 저마다 지분을 가지고 총집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인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1,250억이나 출자를 했다. 드림허브는 자본 출자를 위해 만들어진 시행사이고 자산관리위탁회사(AMC)를 통해 개발업무를 대신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이 거대한 복마전에는 공기업과 국내외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해서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 기관장들과 관료, 지주와 건물주, 개발조합, 철거업체와 용역깡패 등 기생적인 자본주의 온갖 쓰레기들이 다 몰려든다. 또한 온갖 사기와 술수, 매수와 폭력 등 자본주의 현상이 난무한다.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 같은 거대 개발 사업에는 이러한 일들이 더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벌어진다. 개발사업을 실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추진위원회를 거쳐 조합이 설립돼야 하는데, 지주나 개발 알선자 등 금리생활자들로 이루어진 조합 상층부는 시행사, 시공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주민들로 구성되는 개발 지역 조합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관리들을 매수하여 공사허가를 받기도 한다. 조합 간부는 개발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하거나 영업하면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개발 브로커가 얼마든지 조합 위원장이나 감사가 될 수 있다.
거대 개발을 둘러싸고 자본 간, 잡다한 이해당사자 간에 벌이는 복마전은 부동산 호황 시절에는 그래도 거대한 이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대립이었다. 이 중심에는 거대 지주격인 코레일을 중심으로,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 경쟁에서 삼성물산과 국민연금 등의 자본연합과 맞은편에는 현대건설과 프라임 등의 자본연합이 있었다. 이 경쟁전에서 2007년 11월에는 삼성물산 콘소시엄이 승리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공황이 닥치고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벌이지면서 코레일,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 등 개발권을 둘러싼 자본 간 다툼이 심화됐다.
이제 이 다툼은 거대한 이권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자본 간 경쟁에서 부동산 공황으로 인해 손실을 누가 덜 입고 누구에게 전가하는가를 둘러싼 생존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되었다. 부르주아 신문조차도 이 다툼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갖고 있는 땅으로 손쉽게 개발이익을 얻으려던 코레일, 여기에 편승하려던 민간기업, 단기실적 욕심에 무리하게 사업을 키웠던 서울시, 일부 지역주민들의 알박기식 한탕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참담한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만인이 버블을 놓고 투쟁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부동산 불패 신화, 투기적 가수요를 전제로 한 투기광풍, 그리고 엉터리 계산과 부풀려진 수치들이 일조했을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사설]용산개발 파탄, 만인투쟁적 사회의 예고된 참사다, 한국경제, 2013년 3월 14일)
삼성물산은 거대한 이권의 복마전이 손실의 이전투구장으로 변하자 이 사업에서 손을 떼고 손실을 최소화 하려 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참에 거대 건설 사업을 주관함으로써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려 했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의 자금력이 취약한 것을 알고서 결국 코레일이 중심이 되는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레일과 출자사 간에 심각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거대 이권의 복마전이었던 용산이 자본 간 손실의 전가를 위한 이전투구장이 됐는가?
이> ... 마천루의 저주, 초고층 빌딩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짓기 시작한 건 1929년, 대공황은 1928년에 시작돼서 1933년까지 계속됐습니다. 이 건물을 짓기 시작할 때는 이미 불황이 본격화할 때였다는 겁니다. 정작 입주자가 없어서 엠파이어스테이트가 아니라 엠프티 스테이트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텅텅 비었다는 의미죠.
김> 초고층 빌딩과 불황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요.
이> 경기가 순환하니까요. 특히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과잉 생산이 주기적으로 불황을 불러오는데, 경기 고점에서 돈이 많이 풀리고 부동산도 오르고 주가도 오르고 하니까 더 높은 건물을 짓게 됩니다. 그래서 짓기 시작해서 완공이 되면 경기 저점에 이르러 불황이 시작되는 겁니다. 건물은 텅 비게 되고요. 초고층 빌딩 자체가 위기의 원인은 아니지만 거품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과시적이면서도 모험적인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다는 자체가 거품이 꺼질 때가 됐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숫자로 본 한주간]"111"…바벨탑의 저주, 용산을 겨누다, CBS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인터뷰, 2013-03-16)
2013년 용산을 중심으로 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국적인 상황은 근본적으로 부동산 과잉생산의 결과이다. 호황의 정점인 2007년까지 건설자본은 무차별적으로 아파트, 상업건물 등을 지어댔고, 금융자본은 여기에 돈을 빌려줬다. 개인들에게도 주택담보 대출을 제공했다. 여기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라고 하여 건설사, 공기업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금융자본마저도 앞 다퉈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부동산이 호황이기 때문에 출자사들이 공모하여 최소 자본금을 부담하고 부동산 사업계획만 제출하면 금융권은 대출을 해줬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태에서 보듯, 31조에 달하는 사업비용 중 출자사들이 PF를 통해 자산담보 부채로 조달한 자본금은 1조원인 3.3%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조차도 1대 주주인 코레일이 25%를 부담한 상태다.
부동산 호황의 정점까지는 ‘부동산 불패신화’라고 하여 만사가 순조롭게 굴러가는 듯 했다. 그러다가 2008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호황의 정점에서 갑자기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는 과잉생산 공황이 터졌다. 마구잡이로 지어놓은 부동산이 팔리지 않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오늘날까지 부동산 공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나 상업건물이 과잉생산 된 반면에 수요는 줄어들었고 공황이 닥치면서 기업들의 상업건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들었던 것이다.
담보로 얻은 부채로 주택을 마련했던 주택구입자, 심지어 투기용으로 수십억씩 부채를 떠안고 아파트를 마련했던 주택 구입자들은 담보로 잡힌 주택가가 폭락하고 이자가 늘어나면서 부채위기와 개인 파산 상황에 직면했다. 이것이 바로 주택 소유자들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이유다. 주택 구입자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전세가 5% 인상 상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계약시 전세자금을 심지어 30~40%까지 인상하여 전세자에게 부채를 전가하고 있다. 이것이 주택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가 폭등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다.
이처럼 단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영향만으로 한국에 부동산 공황이 온 것이 아니라 미국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양상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는 과잉생산 공황이 터졌던 것이다. 부르주아 신문은 위에서 ‘예고된 참사’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예고된 참사를 막지 못했는가? 2008년 폭발한 부동산 공황이 왜 2013년에 와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재폭발하고 있는가?
부동산 공황이 폭발한 지금에 와서야 부르주아 신문은 ‘예고된 참사’라고 하지만 부동산 호황의 정점기인 2007년까지 부르주아 신문을 검색해서 보라! 부르주아 신문 자신들이야말로 부동산 구매를 부추겨 왔고 정부에게 부동산 규제완화를 적극 주문해 왔다. 심지어는 부동산 공황이 폭발한 2008년 이후에도 이러한 주문은 계속되었다. 국내외의 몇몇 부동산 전문가들의 부동산 공급과잉에 대한 경고는 ‘비관론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기우로 무시돼 왔다. 부르주아 신문도 인정할 정도로 자본주의 생산은 무정부성과 무계획성이 지배하는 ‘만인투쟁적 사회’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전 사회적 차원에서 생산을 합리적으로 사전 계획하는 체제가 아니라 과잉생산과 광란적 투기적 수요, 파산이라는 대혼란을 거치며 사후에 수습되기 때문에 일각에서의 ‘예고된 참사’에 대한 경고는 무시되거나 설사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의지로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정권은 부동산 과잉생산 공황이 발발하자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고자 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건설뿐만 아니라 부동산 규제완화, 건설자본 지원책으로 부동산 공황으로 꺼져가던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려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 정책에 발맞춰 서울 시내 곳곳을 뉴타운으로 지정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뉴타운 열풍을 등에 업고 국회의원에 대거 당선됐다.
이러한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2009년부터 다시 경제가 회복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2008년 부동산 공황으로 잠시 눌려 있었던 부동산 환상이 다시 생겨났다. 부동산 과잉생산 공황을 맞아 부동산 경기를 더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공황을 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만들었던 것이다. 2013년에 나타나는 부동산 공황은 국가 개입으로 수년 간 인위적으로 억눌려지고 뒤로 미뤄졌다가 다시 터져 나오는 만큼 훨씬 더 거대하고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대한 파국은 이미 시작되었다.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의 파산과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미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삼성물산이 더 손실을 입지 않으려고 용산개발에서 한발을 뺀 상태에서 이것을 덥석 물었던 롯데관광개발은 법원에 파산신청을 낸 상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은평뉴타운에 PF로 무리하게 참여했던 서울시 SH공사는 2012년 5,000억 원대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정확한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전국적으로 28개 대형 PF사업 중 19개 사업이 중단되거나 중단될 상황에 처해 있는데, 19개 사업 PF의 총사업비는 63조에 달한다. 여기에 초기 단계 개발 사업인 인천 용유.무의 개발사업까지 더하면 올해 예산 342조를 넘는 총 380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 있다.(동아일보, ‘부동산 PF’ 표류… 정부예산보다 많은 380조 묶여, 2013-03-25)
박근혜 정권 들어서 재격화 되는 부동산 공황에 대해 언론과 정권에서는 이명박과 오세훈 탓으로 책임을 돌리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과 오세훈은 분명하게 이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독려해온 중심에 있다. 그러나 부동산 호황은 노무현 정권 당시에 이미 그 정점에 있었다. 다시 격화되는 부동산 공황은 개인들의 정책적 잘못 너머에 있는 자본주의 생산 자체의 문제다. 이명박과 오세훈은 그 잔인한 폭력성과 사기적 근성으로 자본주의 공황에 대처하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의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또 다시 양도세.취득세 거래 규제와 다주택자 규제와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 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정권은 다시 경기부양 운운하며 이명박, 오세훈이 심화시켰던 부동산 공황 대책을 그대로 답습하려 하고 있다. 부동산 공황은 개인의 의지나 정책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자본주의 생산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 역시 이명박, 오세훈의 길을 따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파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잔혹한 개발사와 폭동 직전 상황
“여기 사람이 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남일당 건물 위에서의 다급한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명박정권은 살인진압을 자행했다. 자본의 이윤 앞에서 사람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용산 남일당에서는 농성 주민 5인이 무참하게 살해를 당해야 했다. 살아남은 철거민들은 ‘도심의 테러리스트’라는 악선전을 당하고 오랜 기간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전철연 남경남 의장은 여전히 장기 수감 중에 있다. 그런데 영세 상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아버리고 학살만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야만적으로 진행됐던 용산4구역 개발은 부동산 공황으로 인해 돌연 멈춰버렸다. 남일당 건물터는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연 용산4구역 살인진압의 진짜 배후는 누구이며, 무엇이 용산4구역에서 살인진압을 부르면서까지 공사를 밀어붙이도록 했는가?
용산 철거민 참사의 진정한 ‘배후’가 그 윤곽을 드러냈다. … 주민을 대표해야 할 재개발조합은 폭력조직 출신으로 용산구의원을 지낸 인물에게 정비사업 용역과 시행을 맡겼다. 정비사업 용역업체(정비업체)는 각종 인허가 신청과 사업 진행을 담당하는 컨설팅 회사로, 재개발의 핵심 주체다. 때로는 시행사를 겸하기도 한다. 용산 4구역 재개발조합은 문제의 정비업체인 (주)파크앤시티가 시장 관행에 반하는 폭리를 취하는 일을 용인했다. (주)파크앤시티 회장이 그동안의 언론 보도와 검·경찰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제3의 철거용역 업체를 운영하면서, 용산 4구역 세입자들을 쫓아내는 데 앞장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용산구청이 정비업체 및 철거업체와 맺은 ‘끈끈한’ 인연의 일부도 새롭게 드러났다. 세입자 철거와 무관하다고 강변해온 그동안의 주장과 달리, 삼성물산은 재개발조합이 철거용역 업체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들 업체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기로 했다. 개발 추진 기간 내내 재개발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던 삼성물산 직원은 지난해 철거용역 업체인 호람건설로 자리를 옮겼다고 다수의 취재원이 증언했다.
폭력조직을 배경 삼은 정비업체와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용산구청의 유착 관계를 의심할 만한 정황과 증언들도 나왔다. <한겨레21>은 용산구청의 전직 간부가 (주)파크앤시티의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박장규 용산구청장은 (주)파크앤시티 회장이 운영하는 식당에 단골로 드나들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다수의 증언이 나왔다. 용산 참사의 진정한 배후는 재개발조합-폭력조직-재벌 건설사-구청의 ‘사각동맹’이다.(임주환 기자·전종휘 기자, 용산의 사각동맹, 한겨레21 제748호, 2009.02.16)
삼성물산과 용산구청과 재개발 조합, 폭력조직의 4각동맹이 용산학살의 주범인 것이다. 삼성물산은 대림산업, 포스코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시공사이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철거 참사가 빚어진 배경에는 ‘돈은 곧 시간’이라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었”(같은 기사)기 때문에 자본을 위한 국가가 독점자본의 막대한 이권이 달린 건설사업의 이권보장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해서 저항하는 철거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던 것이다. 용산 철거현장에서 난동을 피우던 용역깡패만이 폭력조직이 아니라 국가야말로 민중을 학살하는 고도로 조직된 ‘공적’ 폭력조직이었고, 이 배후에 삼성물산이라는 독점자본의 ‘사적’ 폭력조직이 있었던 것이다.
용산의 사각동맹은 대규모 건설 현장 어느 곳에서나 전형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야만적 작태들이다. 뉴타운 지구 곳곳에서도 똑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입자들은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고작 몇 백만 원의 이주금을 지급받고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다. 영세상인들은 수억에 달하는 권리금을 떼이고 기껏해야 수개월 치에 해당하는 영업 보상금 수백만 원에서 1천 5백만 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고 상가에서 쫓겨나야 한다.
주택 소유자라 할지라도 다 개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에 따르는 보상을 바라는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에 적극 찬성하는 반면, 개발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재개발을 적극 반대하게 된다. 4각 동맹은 개발 지역 주민들의 개발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개발 보상에 대해 장밋빛 선전을 하고, 더 나아가 수억에 달하는 술과 음식 향응과 금품 제공, 심지어는 성(性)을 동원한 매수 등 갖은 방식을 동원해 주민들이 재개발에 찬성하도록 유도한다. 개발사업의 맨 아래에는 조합이 동원하는 용역깡패들이 있는데, 이들은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협박하고 폭력을 가하는가 하면 단전 단수 조치를 자행하기도 한다.
재개발에 찬성하는 서부 이촌동 주민들 중에는 재개발 보상을 기대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집을 구입했다가, 개발이 파산 상황에 이르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2,298가구 중 1,250 가구가 평균 3억4,000만 원의 채무를 지게 되었다. 이들은 대출 이자를 갚느라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
재개발 지역은 어느 곳이나 개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 이웃 주민들은 철천지원수가 되고 있다. 재개발에 기대를 했던 주민이나 반대를 했던 주민이나 할 것 없이 재개발 지역 주민 전체는 모조리 고통 받고 있다. 부천시 뉴타운 지역에서는 뉴타운 추진이 무산될 상황에 처하자 추진위원장이 자살하기도 했다. 북아현동 뉴타운 개발로 자살자가 2명이 생겼고, 재개발 조합에 항의하다 1명은 혈압이 올라 사망하기조차 했다. 서부 이촌동에서도 재개발 시행 과정에서 자살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본이 개발 보상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 놓고 재개발이 파산되는 상황에 처하면서 이곳에서 ‘제2의 용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 나오고 있다.
주민 B씨는 "얼마 전 12억 원을 대출받은 주민 J씨가 드림허브에 개발 문제를 해결 못하면 자살하겠다고 전화를 걸었다"면서 "부도가 나면 죽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서부이촌동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 K씨도 "왜 원하지도 않던 개발에 억지로 끌어들여 잘살던 주민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느냐"고 반문했다.(김경민 기자, 충격·허탈 휩싸인 서부이촌동 주민 [용산개발 사업 디폴트], 파이낸셜 뉴스, 2013-03-13)
이처럼 자본에 의한 재개발로 인해 전국 곳곳의 주민들 삶의 터전은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고, 생존권은 유린되고 있다. 재개발 지역은 개발 보상에 대한 기대로 환상에 빠진 지역이 되었다가 이제는 그 환상에서 깨어나면서 지옥이 되고 있다. 전국 곳곳 개발지역 주민들은 폭동 직전 상황에 처해 있다. 심지어 자본은 재개발 과정에서의 손실을 노동자들한테 전가함으로써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용산 개발 대주주인 코레일에서는 재개발이 위기에 처하자 KTX 사유화와 희망퇴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난개발은 자본주의 생산 자체의 결과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등 자본주의 개발은 토지의 합리적 이용, 주거 환경 개선과 도시 경관 재정비, 노후 건물 재건축 등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용산을 비롯해서 개발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비규환의 상황은 이러한 명목상의 목표가 얼마나 거짓이고 위선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한다.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 자본의 이윤을 위한 방식의 도시 개발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근대 대도시의 팽창은 도시의 몇몇 지역, 특히 도시의 중심에 있는 토지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때로는 엄청나게 상승시킨다. 그러나 이 토지위에 이미 세워져 있는 건물들은 그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어지는데 그것은 이 건물이 이미 변화된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 건물들을 철거하고 다른 건물로 바꾼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먼저 철거의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 도시 중심지에 있는 노동자의 주택이다. 이 노동자 주택의 집세는, 아무리 많은 입주자를 집어넣는다 하더라도 일정한 최대한계를 결코 넘어서 올라갈 수는 없으며, 또한 올라간다 할지라도 아주 천천히 올라갈 수 있을 뿐이다. 이 주택들은 철거되고 그 대신 상점, 창고, 공공건물이 들어선다. … 그 결과 노동자들은 도시의 중심부로부터 변두리로 추방되고 노동자들의 주택 및 소규모 주택들은 보기 드물게 되고 또 값이 비싼데다가 때로는 전혀 구할 수조차 없는 형편이다. 그것은 이러한 조건에서 건축업이 비싼 주택을 훨씬 더 유리한 투기대상으로 보고 노동자들의 주택은 오직 예외적으로만 건축하기 때문이다.(엥겔스, 주택.토지문제, 두레, 김정수 역, 1990. 9. 6, p.37-38)
대도시는 생산수단이 집중됨으로써 상업건물, 주택, 인구가 집중되면서 형성된다. 대도시에서 토지는 제한돼 있는데 반해 토지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남에 따라 농촌에 비해 지가가 더 오르게 돼 있다. 그런데 엥겔스의 말처럼, 도시의 제한된 토지위에 세워져 있는 건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기 때문에 가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건설자본은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재개발을 하게 된다.
재개발로 토지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투기꾼들이 집중됨에 따라서 재개발 계획만으로도 토지가격은 더 급격하게 오르게 된다. 자본은 여기에 재개발되는 건물 층수와 넓이를 가능한 높이고 보다 호화로운 건물을 지음으로써 더 이윤을 확보하려 든다. 엥겔스는 기존 주택이 철거되고 상점, 창고, 공공건물이 들어선다고 당시의 생산력 발전 수준에 맞춰 소박하게 표현했는데, 오늘날 이것은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거대 상업건물, 공공기관 건물 등이 들어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용산을 중심으로 해서 전국 도처에서 앞 다퉈 초거대 빌딩 건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재개발로 인해 기존 주택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과 주택 소유자라 할지라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난한 노동자들과 소부르주아의 주택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에서는 건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들이 점점 더 빈곤해지고, 또 안정적으로 입주해서 살 수 있는 값싼 주택의 부족으로 인해 주택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개발은 민중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과 금리생활자들의 이윤과 투기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본주의 개발은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죽인다. 자본주의에서는 자연을 훼손하고 불균형적이고 삶의 질을 저하한다는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난개발(亂開發)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뉴타운이나 재개발처럼 명목상으로는 공공성을 띠는 개발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이윤과 투기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멀쩡한 건물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가하면, 가장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린벨트도 자주 훼손된다.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주택문제 역시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주택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주택 자체가 과잉생산 됐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무정부적이고 무계획적인 생산자체가 자본주의 개발 자체를 난개발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도시는 도시 간 불균형 발전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이 점점 더 심화된다. 자본이 집중되는 거대 도시에서 집중적인 재개발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반면에 농촌은 개발에서 소외된다. 도시 내부의 격차뿐만 아니라 농촌과의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된다.
난개발은 자본주의 생산 자체의 모순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전체 사회를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이윤과 투기가 아니라 인간의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위한 조화로운 생산과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조직해야 한다. 자본주의 이윤체제가 아니라 노동자가 생산수단의 주인이 되어 전 민중과 함께 전체 사회발전과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두는 합리적인 생산과 개발이 이뤄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013년 한국 자본주의의 경제적 파국은 2008년 보다 더 폭발적인 위기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용산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 개발현장에서 야만적인 파괴가 이뤄지고 폭력이 일상화되고 민중들의 소유권이 수탈당하고 있다. 민중들이 도처에서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거대한 폭발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자본의 경제적 파국을 정치적 파국으로 만들 투쟁을 준비하자!<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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