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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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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30 22:21:27, 조회:2,922, 추천: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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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슬’과 제주 4‧3항쟁
원주지역활동가
얼마 전 제주 4‧3 항쟁을 다룬 영화 ‘지슬’이 개봉하였다. 원주지역에서도 공무원노조의 주최로 ‘지슬’ 단체관람을 했다. 지역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 영화상영 소식을 듣고 온 시민들로 극장 안은 계단까지 꽉 찬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 ‘지슬’로 제주 4·3항쟁의 원혼들에게 제사를 지내다
오멸 감독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4·3사건을 담은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을 찍다가 뇌출혈로 사망한 김경률 감독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 '지슬'에 '끝나지 않은 세월 2'라는 부제를 달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오멸감독은 영상을 통해 4·3항쟁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도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신위(神位),신묘(神廟),음복(飮福)소지(燒紙) 제사형식을 빌어서 감독은 4·3항쟁으로 학살된 제주도민들의 원혼을 달래고자 한다.
4·3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제주 4·3항쟁의 사망자 수는 3만 명에 달한다. 학자들에 따라서 3만~8만까지로 추정하기도 한다. 여기서 3만 명이라는 수치는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로, 이는 한국전쟁 때 희생당한 남북 한국인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1947년 3월 1일 사건 발발부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풀릴 때까지 6년 6개월 동안 제주도민들은 너무도 큰 희생을 치렀다. 4·3 항쟁의 아픔은 100호 정도되는 마을에 100명 이상의 엄청난 사망자를 내며(오성찬 채록 ․정리)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잃고 공동체의 삶 자체가 무참히 파괴되었다는데 있다.
4‧3 항쟁과 끝나지 않은 제주의 아픔
오멸감독은 영화 ‘지슬’을 통해 제주 4·3항쟁의 아픔을 말하고, 우리와 공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설명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영화 '지슬'을 보고 과연 제주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는가? 제주 4·3 항쟁을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중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그 아픔을 공감하였던가?
영화를 다 보고나서 어땠냐고 물어보니 어떤 이는 "별로다"라고 한다. 나는 가슴이 먹먹하고 무겁고 슬펐다. 그러나 4·3 항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아는 사람이 느끼는 슬픔의 깊이는 나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우리는 4·3 항쟁의 아픔을 제대로 모른다!
그동안 제주 4·3항쟁은 정권에 의해 심하게 왜곡되어 왔다. 1982년 초판 발행된 국사 교과서에서는 “제주도 폭동사건은 북한공산당의 사주 아래 제주도에서 공산 무장폭도가 봉기하여, 국정을 위협하고 질서를 무너뜨렸던 남한 교란작전 중의 하나였다”라고 적고 있다. 그 이후 1990년에 개정된 교과서에는 ‘제주도 폭동사건’이 ‘제주도 4·3사건’으로 용어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4·3 은 누구도 말해서는 안되는 사건이었다. 4.19 혁명 직후 겨우 시작된 진상규명운동은 이듬해 5.16 쿠데타로 된서리를 맞았다. 4·3 진상규명을 요구하다가 옥고를 치르고, 4·3에 관한 글은 판금되거나 필화사건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군부독재 정권은 4·3을 은폐 왜곡했고 철저히 금기시했다. 제주도민들은 오랫동안 4·3을 입에 담지도 못했고 가슴에 맺힌 한을 풀지 못했다.
이번에 영화 '지슬'이 1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국적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제주의 아픔을 한국현대사의 아픔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또한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찾아보고 깊이 연구했으면 한다. 4·3항쟁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누구도 4·3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4‧3 항쟁의 진실을 찾기 위한 연구와 투쟁
4‧3항쟁의 연구는 오랫동안 금기시되다가 1980년 광주항쟁 이후 제주지역의 학생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학내에서 4·3이 관심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미국 학자 존 메릴의 「제주도 반란(The Cheju-do Revellion)」이나 김봉현, 김민주의 「제주도 인민들의 4‧3 무장투쟁사」등이 은밀히 배포되었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1988년 4‧3 항쟁 40주년에는 4‧3 진상규명운동의 열기가 폭발적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1988년에는 4‧3항쟁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각종 자료모음집과 증언채록집이 출판돼 진상규명운동에 불을 지폈다. 1986년에 발간된 미국 학자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전쟁의 기원」은 현대사 연구의 붐을 일으키면서 4‧3연구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브루스 커밍스 박사는 1998년 3월 14일 일본도쿄에서 가진 강연과 4·3 취재반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 미 간의 비밀협약에 따라 미군은 1949년 6월까지 한국의 군대와 경찰을 지휘 통제했다"며 "따라서 1945년 점령부터 1949년 6월말 철수할 때까지 제주섬에서 발생한 모든 학살극과 잔혹행위에 대해 미국은 단지 윤리적 책임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법률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제민일보 1998년 3월 19일자, '4·3 이후 50년'에서 재인용)
제주 4‧3 항쟁의 배경에 관한 연구
- 4‧3 항쟁의 주체는 누구인가?
4‧3 항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편의 논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양정심의 <주도 세력을 통해서 본 제주 4‧3 항쟁의 배경- 제주도 인민위원회, 남로당 제주도위원회를 중심으로> 는 조선공산당이 주력했던 인민위원회의 활동을 살펴보고 이를 제주도민과 결합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4‧3 항쟁에 대한 연구에서도 남로당 제주도당은 한국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주제이기에 잘 다뤄지지 않았다. 이 논문에서 양정심은 '4‧3 항쟁의 주체는 누구인가?'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먼저 양정심은 제주 4‧3 항쟁을 제주도 남로당원이 주도하여 일으킨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반공이데올로그들에게 제주도민이 투쟁에 참가하게 된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투쟁을 단선적으로 파악한 것에 대해 비판한다.
또 한편으로 박명림과 고창훈의 연구에서는 제주민중이 항쟁의 주체였다고 밝히고 있으나, 민중을 주체로 내세우면서도 항쟁의 지도부인 남로당 제주도당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양정심은 4·3 항쟁을 당과 대중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정심의 논문은 항쟁지도부와 제주도민의 결합이 항쟁의 주요동력이었음을 항쟁과정에서 밝힌다. 양정심의 연구는 그동안 연구성과들과 당시 발표되고 있던 제주신보(1947.1.1.~1948.4.20)가 발굴된 데 힘입어 현장감과 4·3항쟁의 연구의 깊이가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4·3 항쟁의 배경과 관련해서 이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여 다룬다. (별도의 인용을 표기하지 않았다.)
제주인민위원회와 미군정
일제의 항복이 발표 되고, 제주도에 남아있던 일본군이 철수하기 시작한 것은 태평양전쟁이 끝난지 68일이나 지난 1945년 10월 23일부터였다. 제주도는 아직 일본군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은 일제하 민족해방운동의 조직경험과 방법을 토대로 자치적인 치안조직 및 행정 경제조직의 결성에 착수했다. 도민을 방어하기 위한 자위기관으로 청년대나 보위대를 편성, 관공서, 학교, 기업체 등에서 관리위원회, 복귀위원회를 만들어 도민들의 손으로 접수 관리 운영하였다.
이를 모태로 1945년 9월 10일 제주도 건국준비위원회(위원장 오대진)가 결성되고 '제주읍 인민위원회'를 시작으로 각 인민위원회가 조직되고 마침내 건준의 발전적 해체로 9월 22일 '제주도 인민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미군이 제주도에 진주한 것은 해방된지 44일 만인 1945년 9월 28일이었고, 실질적인 군정업무를 담당할 제 59군정중대는 11월 10일에 도착했다.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일제가 제주도청으로 사용하였던 건물에 그대로 군정청을 설치하고, 군정장관에 스타우드 소령, 법무관 존슨 대위(차기 패드리치), 정보관 실크 중위, 공보관 라크우드 대위, 재산관리관 마턴 대위로 미 군정 관리를 구성하여 군정업무를 실시하였고, 포고령 제 1호에 따라 붕괴된 일제통치기구를 재수립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본질상 일제식민지 지배기구의 계승이었다.
8․15 이후 제주도의 경제적 상황과 미곡수집거부운동
8․15 당시 제주도는 본토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소작농의 비율이 매우 낮았다. 농민의 대부분은 자영농이었다. 그러나 제주도 대부분의 농지가 밭이었고 토지 생산성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절대적 빈곤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1946년 8월 1일 도제가 실시된 후, 도지승격에 따른 각종 부담 잡세가 신설되거나 증가하여 도민의 부담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6만 명에 이르는 귀환인구로 식량난은 더욱 악화되었고, 이 와중에 실시된 미 군정의 미곡수집정책은 도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인민위원회는 이러한 미 군정의 정책에 맞서 미곡수집거부운동을 전개하였고 도민들은 이를 적극 호응하였다.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미곡수집저지의 선전활동과 거부운동에 민중들은 폭넓은 지지를 보내고, 수집 관리를 집단구타하거나 마을별로 거부하기도 했다.
3‧1 기념대회와 미군정의 발포
한편 미 군정은 3‧1절이 다가오자 전국 경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제주도에 2월 23일 충남 북 응원경찰 100여 명을 증파하는 등 전국적으로 긴장관계가 고조되었다. 또 제주도 군정과 경찰은 시위는 절대 불허한다는 방침 등 4가지 사항을 발표함으로써 3․1절 기념행사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았다. (제주신보, 1947년 2월 24일자)
이와 같은 긴장된 상황 속에서 제주 북국민학교에서 개최된 '제 28주년 3․1절 대회'는 3만명의 도민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었고, 제주읍의 행사와는 별개로 한림, 대정, 안덕, 중문, 서귀, 남원, 표선, 구좌 등지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제주도 개별 이래 최대인파가 참석했다"고 할 정도로 도민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치러졌다.
3‧1기념대회의 주요 슬로건은 "삼상회의 결정 즉시 실천", "미소공동위원회의 재개", " 3․1 정신으로 통일독립 전취하자"였지만, 이외에도 "친일파를 처단하자" "부패경찰을 몰아내자"와 "양과자를 먹지 말자" 등 반미 구호도 등장하였다.
기념행사가 끝난 뒤 관덕정 광장을 향한 가두시위가 시작되었고 1만 명 가량이 이 시위에 참여했다. 관덕정의 제주감찰청 앞에는 응원경찰과 미군들이 포진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발포사건이 발생하였다. 발포는 시위행렬이 다 지나간 후에 이루어져 희생된 사람들은 시위를 구경하던 사람들이었고 6명의 민간인이 경찰의 총격에 의해 사망, 8명이 부상당했다.
3‧1 발포사건과 관련하여 사과성명은 커녕 미 군정이 대대적인 탄압을 가해오자 남로당 제주도위원회는 삐라를 부착하여 미 군정과 경찰의 만행을 폭로하고, 희생자 구호금 모금을 하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에 들어갔다. 제주도당은 3․1사건의 강력한 대응책으로 평화적인 항의의 수단으로써 도 전체 총파업을 전개하자는 대정면당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3월 10일 제주도 총파업
3월 10일 제주도청의 파업을 시발로 제주도는 조선에서 처음 보는 '관공리의 총파업'에 휩싸였다. 도청 파업에 이어 모든 관공서는 물론 은행, 회사, 학교, 교통, 통신기관 등 도내 156개 단체 직원들이 파업에 들어갔고, 상점은 철시되고 학생들은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심지어는 미군장청 통역까지도 참여하고, 모슬포, 중문, 애월 지서 등지에서 제주 출신 경찰관 중심으로 현직 경찰관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일로 인하여 경찰관 65명이 파면되었다.)
총파업은 조직적으로 전개되었다. 3월 11일 제주읍에서는 관공서, 학교 단체 등 파업단체 대표자들이 파업의 효과적인 실효를 거두기 위해 연합전선을 펴기로 하고 '제주읍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공동투쟁위는 제주읍 뿐만 아니라 각 면에서도 조직되었다. 각 지장별로는 파업투쟁위원회가 조직되고, 3‧1사건 대책위원회가 행정단위 말단에까지 만들어짐에 따라 제주도 전역에 걸쳐 강력한 투쟁태세가 갖추어졌다.
3월 14일 미 군정 경무부장 조병옥이 내도하여 진상을 조사함과 동시에 총파업을 깨뜨리기 위해 3월 15일 전남 북 응원경찰 222명, 3월 18일 경기도 응원경찰 99명을 증파했다. 그리고 3월 15일부터 파업 주모자 검거라는 명목으로 총파업투쟁위원회를 급습, 투쟁위 간부들과 민전 간부들을 연행한 것을 시작으로 4월 10일까지 500명을 검속하였다. 검속된 사람들은 미 군정 포고령 제 2호 위반, 즉 무허가 집회 및 무허가 시위혐의로 5월말까지 진행된 재판에 모두 328명이 회부되었다. 미 군정과 경찰은 총파업의 원인과 배경은 무시한 채 "남로당의 선동에 의해 조장되었다"고 파악하면서 무차별적인 검거와 탄압으로 총파업을 분쇄하였다. 또한 서북청년단은 '제주도 학살'의 최선봉으로 동원되었고 4‧3항쟁에서 여성들의 수난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끝나지 않은 전쟁! 4·3항쟁의 정신계승과 명예회복!
올해는 제주 4·3항쟁 65주년을 맞는 해이다. 4·3 항쟁은 시간이 지나면서 '폭동'에서 '사건'으로 '사건'에서 '항쟁'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제주도민들은 4·3 항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4·3 항쟁 이후 50년 동안 제주도민들이 겪었던 치욕과 분노, 좌절과 체념, 가슴 깊은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남쪽 최전선에서 미 제국주의의 수탈과 착취를 온몸으로 겪으며 용감하게 저항했고, 통일조국을 염원하며 사회주의자들을 지지하고 함께 투쟁했던 4·3 항쟁이 대 학살극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4·3 항쟁 이후 40~50년의 기간 동안 유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는커녕 부모가 토벌대에게 총살당했다는 이유로 어려서부터 '폭도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 앞길이 막혔다. 제주도민들은 '빨갱이' '레드 컴플렉스'에 시달리면서 '반동'의 정서와 패배의식을 갖게 되었다. 4·3 유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살자를 처벌하지 않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바쳐 투쟁한 사람들과 민간인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국가폭력!
남쪽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한반도의 것이다. 침략자들과 학살자들이 아닌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오늘날까지도 분투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것이다. 제주의 아픔은 한국 현대사에서 제주 4·3 항쟁이 가지는 의의와 투쟁의 정당성이 제대로 평가되어야만 온전히 치유될 수 있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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