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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2호] 장자연씨의 죽음과 부르주아 성의 위선과 폭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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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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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14:24:32, 조회:2,686, 추천: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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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씨의 죽음과 부르주아 성의 위선과 폭력
글을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장자연씨의 죽음 이후 소위 ‘장자연 사건’ 혹은 ‘장자연 리스트’라는 단어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글에는 위의 두 가지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목에 저 두 단어를 써야하나 고심했다. 그러나 과연 ‘장자연 사건 혹은 장자연 리스트라고 명명되어지는 것이 옳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의 모든 뉴스와 신문 등에서는 저렇게 표현한다. 물론 장자연씨와 관련된 사건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피해자의 이름을 정면에 걸고 사건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
또 하나는 성상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성상납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상납이라는 표현은 부르주아 성폭력의 폭력성과 위선을 은폐하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가장 모욕적인 표현이다. 상납이라는 것은 마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권력관계에 의해 성폭력을 당해야 하는 피해자의 입장에 선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일종의 이권을 노리고 자발적으로 성을 상납했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상납이 아닌 권력관계에 의한 일방적, 폭력적인 ‘성강요’라 표현하기로 한다. 우리는 이러한 두 가지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이후 성강요 사건, 성강요 리스트라고 표현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호에서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을 보며 운동권 내에서 성폭력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 성평등적인 활동을 해 나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얘기했다. 이번호에서는 장자연씨의 죽음과 이후 성강요 리스트를 둘러싼 경찰수사 및 언론 등의 행보를 보며 부르주아들의 성인식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껍데기만 남은 경찰수사와 조선일보
장자연씨는 지난 3월 7일(애석하게도 3월 8일 여성의 날 하루 전이다.) 자택에서 자살했다. 초반 언론에서는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라고 결론짓고 또 한 명의 배우가 자살했다는 것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고 장자연씨의 매니저가 문건이 있다고 주장했고 그 문건은 실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을 통해 한 번씩은 봤음직한 성강요 리스트는 고 장자연씨가 권력관계에 의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성강요와 술시중, 골프시중을 강요당했다는 사회 유력인사의 이름을 나열한 문건이다.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타났다. ‘쉬쉬하던 것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부터 시작해서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까지. 이후 장자연씨의 유족이 7명을 고소했고 이후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지휘고하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4월 24일 경찰은 "수사 결과 불구속 8명(입건 후 참고인 중지 5명 포함) 기소중지 1명 등 총 9명을 입건하고 내사중지 4명, 불기소 4명, 내사종결 3명 등 총 20명의 수사대상자에 대한 수사를 완료했다"며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수사는 장자연씨 죽음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성이나 술접대 등의 강요나 협박의 행위가 있었는지 그리고 성강요와 술접대를 받은 사람이 누군지 밝혀내고 그 연결고리를 끊어,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데 중심을 두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경찰은 성강요 리스트를 공개한 사람들과 경위에 대해서만 수사를 집중적으로 했다. 정권과 권력에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친근한 그들은 감히 그러한 결정을 할 수 없었던, 아니 하지 않았던 것이다. 투쟁한 노동자들은 그렇게 잘 잡아들이면서 사건의 핵심인 소속사 대표는 버젓이 언론들과 접촉하고 있는데도 어디 있는지 몰라 잡아올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경찰수사의 중심에는 ‘명예훼손’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 가운데는 조선일보가 있다.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49일간의 비방 공격’ - 4월 25일 사설
‘본사 임원 '장자연 사건과 무관' 밝혀져’ - 4월 25일 1면
‘루머로 인격 살인’ - 4월 25일 8면
경찰수사 발표 이후 조선일보에서 하루 동안 실린 기사제목들이다. 이 기사들에서 조선일보는 ‘애꿎은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일부 언론과 운동단체가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하려고 벌였던 갖가지 보도 수법과 시위 양태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고 ‘경찰의 장자연 문건 수사가 실체에 대한 확실한 규명도 없이 일부 인사들에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격 살인'이라는 상처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며 성강요 리스트에 올라있는 자신들의 고위임원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누명’에서 벗어났다며 대대적인 보도를 하면서도 조선일보의 고위임원의 아들이 고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와 술자리를 함께해 내사중지된 사실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끊임없이 명예훼손을 논하며 ‘악의적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라며 마무리를 짓고 있다. 다른 신문들을 보자.
시늉만 하다 면죄부에 그친 ‘장자연 수사’, ‘장자연 수사’ 진실 못 밝혔다 - 4월 24일 한겨레
장자연 수사, 유력인사에 면죄부, 장자연 문건 큰소리 친 경찰 ‘빈손’수사 끝 - 4월 24일 경향신문
장자연, 40일간의 수사기록 ... “허접하기 그지 없다.” - 4월 24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경종도 울리지 못한 ‘장자연 사건’ 수사 결과 - 4월 25일 부산일보
40일간 눈치 보기에 급급 ... “뻔한 결론” - 4월 24일 세계일보
이밖에도 많은 신문들이 경찰의 수사결과를 비판했다. 그럼에도 유독 조선일보에서만 저렇게 나온 이유는 조선일보의 고위관계자가 성강요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가 국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일보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해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등을 고소했다. 이에 반발해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청원 게시판에 "조선일보는 명예 훼손 혐의로 나도 고소하라"라는 청원을 개설했고 이 청원에 1000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서명에 동참했으나 조선일보의 문제제기에 따라 다음 측이 개설된 지 3시간 만에 청원 사이트에 임시접근 금지 조치를 취했다.
과연 조선일보가 명예훼손을 주장할 수 있는 곳인가? 조선일보는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사진을 ‘알권리’를 얘기하며 1면에 대대적으로 실었다.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 때는 어떠했는가?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며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을 광적으로 해댔다. 제 식구 감싸는 민주노총이라며 은폐, 왜곡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과 해결과정은 비판받아야 하며 운동진영에서 거듭나야 하는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가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은 성폭력을 막고 어떻게 하면 더 성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 민주노총 죽이기에 다름없었기에 악의적인 것이다. 더군다나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비판하면서 이랜드 투쟁, 최저임금법 등 여성노동자들에게 가한 공격을 보면 저들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성인식이 잘 드러날 뿐이다.
부르주아지들의 위선적인 성도덕 - 이 사건의 본질은 지배계급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다!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이 사건을 두고 여성부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를 필두로 한 부르주아 여성주의자들은 침묵했다. 어디 꼭꼭 숨겨두고 입장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부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민변여성인권위원회만이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을 뿐이다. 이들 조차도 부르주아 성도덕과 문화의 위선과 비열함의 본질을 제대로 폭로하지 못하고 사건의 중대성만큼 거대권력에 맞서 제대로 투쟁하지 않았다.
부르주아 여성주의자들은 왜 침묵하는가? 이들은 여성주의자들을 자처하지만 부르주아와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 때문에 부르주아 세계의 위선과 저열함, 폭력성이 숨김없이 폭로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 몬 이면에는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의 노예적 예속관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지배계급 인사들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한 여성에 대한 일방적, 강제적인 성폭력과 폭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저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돈을 이용해 사건폭로를 막고 악의적으로 사건을 은폐, 왜곡하고자 여론을 통제하고 지배했다. 그리고 적반하장 식으로 이를 폭로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고소고발로 협박하고 있다.
맑스는 공산당선언에서 부르주아들이 공산주의자들은 부인 공유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악선동에 답하면서 이러한 부르주아 성도덕의 위선을 폭로했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아내를 단순한 생산도구로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르주아들은, 생산 도구를 함께 사용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여성들도 똑같은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우리 부르주아들은 공식적인 매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노동자들의 아내와 딸을 농락하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아내를 서로 유혹하는 것을 주된 쾌락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부르주아적 결혼은 사실상 부인 공유제다”(맑스/엥겔스, 공산당선언)
돈이 중요시되고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계속 유지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부르주아지들이 보기에는 그냥 생산수단일 뿐이고, 유흥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 다시금 성강요 사건을 통해 증명되었다. 또한 이번 사건은 일부일처제를 주장하며 근엄하게 성도덕을 부르짖는 부르주아야말로 얼마나 성적으로 음란하고 방탕하며 성적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성적 타락과 방종을 위해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 부를 이용하면서 부르주아에게 여성은 단순히 성적 쾌락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자신들의 성적 쾌락과 방종을 위해, 이를 은밀하게 계속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는 지위와 권력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들이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도 만져볼 수 없는 수억, 수십억의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흥청망청 써대는지 구역질나게 폭로하고 있지 않는가?
한 편에서는 장자연씨의 죽음에 있어 ‘한국적 밤문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얘기했다. 이 말은 부분적 진실이지만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연예인들에 대한 권력관계를 이용해 수십억의 돈을 써가며 밤문화를 즐기고 가해사실을 권력과 자본의 힘으로 은폐하고 사건을 왜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이번 성강요 사건을 통해 나타난 부르주아의 성도덕의 위선과 저열함과 폭력성에 대해 싸우는 동시에 노동자계급 내에 남아 있는 부르주아적 성도덕과 문화, 성인식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부르주아지와 지배적 위치에 있는 자들의 여성에 대한 저열한 인식과 지배와 권력관계를 동원한 성폭력이 가장 화려하지만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벌어졌고 한 여배우의 죽음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장자연씨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살아서는 부르주아지의 착취 속에서 성적으로 이용당하며 고통을 받았고, 죽어서는 그녀를 고통으로 내몰았던 부르주아지의 권력과 돈으로 다시 한 번 가해자들이 뻔뻔하게 살아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럽고 구역질나는 위선으로 가득 찬 부르주아지의 성을 폭로하고 깨뜨려 여성으로 사는 삶이 더 이상 힘들지 않은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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