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52호] 정세는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건설노조이영철 인터뷰) |
![]() |
 |
![]() |
 |
|
노정협
|
2009-06-25 13:44:05, 조회:2,324, 추천:254
|
![]() |
|
|
![]() |
정세는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이영철 사무차장 동지와의 인터뷰
920원에서 950원으로의 건당 수수료 인상을 합의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아 항의한 대한통운의 노동자 78명이 해고를 당했다. 이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그래서 대한통운의 택배기사들은 임금이 아니라 수수료를 받는다. 이처럼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당연히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고 박종태 열사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힘들게 싸움을 이어가다 결국 대한통운 앞에서 자결하셨다. 택배기사 뿐만 아니라 학습지교사, 화물운전사, 골프캐디 등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노동자들도 특수고용노동자로 건설현장에서 갖은 방법으로 엄청난 착취를 당하고 있고 힘들게 투쟁을 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전국건설노동조합 이영철 사무차장 동지는 건설 현장에서 덤프운전을 하다 투쟁을 시작한 동지다. 서울 대림역 근처 전국건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덤프운전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의 건설기계분과 노동자들이 어떤 계기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나요?
2009년 9월 13명의 레미콘노동자들이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설립 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덤프노동자들은 처음에는 지역별 협의체 형식으로 곳곳에 느슨한 구조로 분산되어 있었다. 그러다 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사건이 있었고 이후 서울 시내에서 집중적으로 과적단속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측과 관리자의 압박으로 과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과적단속에 걸리게 되면 자본이나 현장관리자가 아니라 기계운전자가 다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점점 심해지면서 불만이 커지게 되었다. 당시 건설현장은 층층의 하도급 구조로 되어 있었고 이러한 구조에서 분산된 협의체 형식으로는 중층적 건설현장의 하도급구조를 개선하지 못하였다. 개별적이고 산개적인 투쟁을 만들어갔지만 전국적인 투쟁을 하지 못했다. 2000년~2001년의 레미콘 투쟁, 2000년 학습지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2003년 위력적인 화물연대 투쟁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다. 또한 민주노조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민주노총과 함께 하는 것을 우선시 하였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에는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 사업자라는 의식이 강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에 대한 의문들도 많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현장관리자의 지시를 받고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느끼고 2004년을 기점으로 덤프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덤프연대를 결성하였다. 이후 5년여를 정부와 자본을 상대로 투쟁을 계속해왔다
덤프노동자들을 비롯해서 건설기계분과에 속한 노동자들은 건설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나요?
86~87년 이전까지는 각 건설 회사의 중기사업부 소속으로 차량은 회사의 소유였고 운전자들은 회사의 정직원으로 존재했지만 그 이후 대부분의 중기사업부가 사라지고 기계는 운전자들에 불하되면서 지금의 특수고용형태가 되었다. 보통 건설기계분과의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하루 일할 분량이 정해지고 하루 혹은 1회당 받을 돈이 책정 된다. 보통 하루에 30~40만 원 정도 받고 월 800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월800만원이라면 엄청 많은 것 같지만 실상 이 중에서 기름값으로 50~60%가 나가고 타이어 교체 등의 소모품 비용으로 10~20%가 나간다. 거기에 보험비, 할부금까지 내다보면 남는 것이 많지 않다. 2003년 교통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같은 건설기계 노동자의 한 달 소득이 -98만원 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물론 이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정부 산하 연구원에서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처지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계임대료와 운전자의 임금을 분리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현장별로 협약서를 체결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레미콘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이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역시 이도 현장에서 힘이 없다면 체결하지 못한다. 협약서든 단체협약이든 현장의 힘이 없다면 체결하지 못할뿐더러 당연히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도 못한다. 자본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업주도 아니고 특수고용노동자도 아니다. 우리는 그냥 노동자다.
지금의 전국건설노조 산하 건설기계분과에 이르기까지 건설기계노동자들의 조직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처음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이전에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화물연대를 찾아가 방법을 모색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01년에는 레미콘 노동자를 중심으로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고 레미콘을 주축으로 하고 일부덤프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건설운송의 도움을 받아 서울과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하여 덤프연대를 결성하고 5차례의 총파업을 진행하면서 전국적 조직을 결성하였다. 이후 건설운송과 덤프연대의 조직적 통합을 하고 건설산업연맹 내의 지역업종별협의회 체계로 있던 전기원, 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각 지역 건설노동조합이 단일화 과정을 거쳐 전국건설산업연맹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다. 아쉽게 플랜트 노동자들과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덤프를 비롯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건설기계분과위원회로 들어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산별노조를 완성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어떤 투쟁을 진행 했나요?
2004년 결성 이후 계속해서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법을 개정하여 과적을 강요하는 현장의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대정부투쟁을 계속했다. 일부 현장에서 책임지는 법 개정을 하는 성과도 있었다. 또한 수급조절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주로 대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을 만들었다. 표준근로계약서와 같은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부분적으로 이러한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지금도 현장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또한 대정부 투쟁에서 항상 첫머리에 노동기본권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노동기본권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각 현장별로 힘이 있는 곳은 협의를 통해 협의서 혹은 협약서를 체결하지만 거의 임금과 지급방식에 한정된 협의일 뿐이다. 더욱이 이것은 임금 및 단체 협약 만큼의 효력이 없기 때문에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지켜지는 현장이 많지 않다. 각 현장별로 다른 협약서가 체결되고 각 현장의 상황도 다 달라서 현장 노동자들이 단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자본 요구사항으로는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인상, 산업안전 등을 요구하고 현장의 중층적 하도급구조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이명박 정권에서 운수노조와 건설노조에 화물연대와, 건설기계분과의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반려하겠다고 하면서 노조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조합의 대응은 무엇이 있나요?
계속해서 이러한 것들을 반대하는 투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이후 행태를 봤을 때 어느 정도는 이러한 공세를 예상하고 있었다. 초반에는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예상하고 있었기에 조직 내 큰 혼란은 없었다. 10년 동안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해왔고 이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쟁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고 동의되었다. 지금의 정권의 공세는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를 분리하려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아직 정권의 공세에 맞선 반격의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0만 명 정도의 특수고용노동자가 존재하고 있는데 아직 조직된 노동자들은 많지 않다. 때문에 민주노총 특고대책위에서는 현재의 투쟁방향을 조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이러한 조직화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는 계속 되고 있고 지금까지 6~7번의 총파업으로 그리고 힘으로 지금의 노동조합을 만들어 왔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무엇이 있나요?
현재 쟁의행위찬반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27일 총파업을 목표로 15일까지 진행된 후 파업이 결정되면 20일 중앙위원회에서 구체적인 투쟁 전술 논의와 21일 파업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 파업이 부결된다고 해도 투쟁은 할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특수고용노동자가 노조법을 지킬 이유가 없다. 정부나 검찰이 불법이라고 하면 오히려 우리를 노동자라고 인정하는 꼴이다. 노조법 자체가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들을 옭아매려고 만든 것 이지만 우리를 노동자라 인정하면 노조법에 따라 투쟁하겠다고 이야기 하면 그만이다. (웃으며)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또한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 결성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저임금과 저급한 노동조건 등으로 탄압과 착취를 받고 있다. 그래서 이번 파업의 기조는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탄압 분쇄, 생존권 쟁취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의 투쟁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계임대비와 임금의 분리는 개인적인 생각이고 노조차원에서는 정책기획실 중심으로 논의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회사가 차량을 보유하고 운전자를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토목, 건설 회사에 기계와 기사 숫자 제한이 있어서 그것을 지켜야 했지만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이것을 모두 폐지했고 지금의 특수고용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 중 일부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젖어 있다. 개인사업자라는 생각이 강해서 하루,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해서 더 벌겠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주5일제나 산재보험 등 한국의 낮은 사회안전망 조차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보장받고 있지 못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들이 아직까지는 현장에서 많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가 되는 것은 전체적으로 이야기 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기계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특수고용노동자들도 투쟁을 하고 있는데 이 노동자들과의 연대계획은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그것은 다르게 생각 할 것이 없다.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해왔고 앞으로도 쭉 할 것이다. 화물연대와의 연대투쟁은 항상 있어 왔고 다른 특고노동자들과도 계속되는 연대와 논의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같이 하면 된다.
끝으로 이 신문을 보는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정세에 관한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일까? 아무리 객관적 데이터로 분석을 해도 정세판단은 주관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항상 정세가 어렵다고 하지만 작년 어렵다는 정세에서도 촛불과 화물연대의 투쟁이 있었다. 정세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세 탓하며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러한 정세 속에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건설기계분과의 노동자들이 선봉은 아니지만 앞서서 투쟁할 것이다. 정세가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언제 정세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적이 있었을까. 그러한 정세를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에게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투쟁을 해야 한다. 정세가 어렵다고 노동자계급이 가만히 있으면 자본과 정권은 점점 더 탄압해 올 것이다. 때문에 우리들이 그것을 깨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동지가 인터뷰를 시작하며 한 말이 있다. ‘왜 특수고용노동자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특수하지 않다. 우리는 그냥 노동자다’. 맞는 말이다 자본은 개인 사업자라고 주장하고 우리는 특수고용노동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는 특수하지 않다. 회사의 관리자에게 통제를 받고 일하는 다른 노동자와 똑같은 노동자다. 단지 자본의 이윤을 위해 그리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분열시키기 위해 특수하게 보이게 할뿐이다. 16일 대전에서 열린 故 박종태열사 추모대회에서 수많은 경찰과 경찰차를 뚫고 대한통운 앞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집회가 끝난 후 경찰은 분풀이를 하듯이 병원 앞에서 쉬고 있던 노동자들을 연행하고 방송차를 탄 노동자들을 연행해갔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와 국도를 봉쇄하고 대전을 빠져나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차를 검문 검색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연행해갔다. 결국 하루만에 450여 명이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간부들에게 전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 이러한 정세에서 앞으로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파업결정을 하고 투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전 국토의 공사판화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화물과 건설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이명박 정부에 크나큰 타격을 줄 것이다. 그만큼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도 심해질 것이고 이미 그에 대한 대처도 준비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영철 동지의 말대로 언제 정세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적이 있었을까. 호황기에는 배불러서 투쟁한다고 하고 불황기에는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소리를 한다. 그렇다. 이영철 동지의 말대로 정세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세 탓만 하며 투쟁을 회피하면 회피 할수록 정세는 더욱 악화되기만 한다. 만들어져 있는 정세에 우리가 맞춰 돌아갈 필요는 없다. 이제는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정세를 만들어가자! <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