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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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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14:29:21, 조회:2,286, 추천: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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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보라!
이것이 자본주의 국유화의 현실이다!
공황이 깊어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1위와 3위를 차지했던 GM과 크라이슬러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자동차 산업은 평균적으로 10년을 주기로 산업부문의 호황과 불황을 거치면서 대규모 인수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대공황에서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이 이번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닌, 국유화 또는 노동조합이 대주주가 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8일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난 이후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투쟁에 전국의 노동자 민중이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주목은 각 정파에서 쌍용자동차의 투쟁전망을 제출하게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사회화 또는 국유화이다. 우리는 지난 노동자정치신문49호의 ‘쌍용자동차의 공기업, 사회화 주장, 회사 살리기의 급진적 아류!’ 기사에서 이러한 주장이 가지는 국가에 대한 몰계급적 관점, 반노동자성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두고 노동자계급을 생존권투쟁에만 매몰되게 한다면서 정치적 투쟁을 포기하는 신디칼리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신디칼리즘 경향의 일부 좌파 활동가들도 국유화 요구가 자본주의 국유기업에 대한 환상을 조장한다며 그저 생존권 쟁취 투쟁이면 족하다고 주장한다”(정종남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 집행위원장, ‘국유화를 통한 고용보장 요구는 투쟁의 결집점을 제공할 수 있다’, 레프트 21, 5월 9일).
물론 이러한 입장은 공동투쟁본부의 통일된 입장도, 공식적인 입장도 아닌, 개인의 입장이다. 공동투쟁본부 내에서도 국유화는 첨예한 논쟁이 전개되었지만 통일적으로 정리되지 못했다. 때로는 백 마디 말이나 수많은 논쟁 보다 간명한 현실이 진리를 볼 수 있게 이끌기도 한다. 우리는 쌍용차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릴 ‘국유화주의자들’에게 미국에서의 자본주의적 국유화가 어떠한 모습을 띠고 진행되는지를 지켜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국유화는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담보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몰락
GM의 부도설이 흘러나온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다. GM은 8분기 연속 천문학적인 액수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GM의 주가는 대공황 이후 74년여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GM은 74년 만에 30개의 우량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될 전망이다. 지난 5월 5일 GM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채권단, 노동조합 등에 진 부채를 주식으로 바꿔주기 위해 600억 주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현재 GM의 주식이 6억 1000만 주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대폭 낮아진다. 또한 신주가 발행되면 GM의 주가는 주당 1센트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M의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GM의 상황이 악화되자, GM의 회계법인 마저 “(생존 가능성이)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물론 자사 회계법인의 이러한 분석은 GM이 파산을 오히려 자신들의 최후의 무기로 활용하면서 노동조합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GM이 세계공황만큼이나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동차 부문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크라이슬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파산보호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사에 인수합병 되는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미국 내에서 수년 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던 독점자본이 무너지자 오바마 정부가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한 때 세계 자동차시장을 석권했던 미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긴급수혈에 나섰다. GM이 흔들리자 부시정부는 134억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GM을 정상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고, GM은 오바마 정부에 166억 달러의 운영자금과 소형 트럭 생산라인을 친환경 차량 생산설비로 바꾸는데 필요한 77억 달러의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금융업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 부은 상황이기 때문에 오바마정부는 쉽사리 돈을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럴 의지도 없었다.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GM은 오바마 정부의 주문 이전에도 이미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GM은 3월 26일에 전미자동차노조 소속 시간제 노동자 7500명과 특별퇴직(바이아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간제 노동자들이 일하던 자리는 기존 노동자들의 전환배치와 저임금의 신규취업자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었던 시간제 노동자들은 지난 3년 사이에 6만 500명이 GM에서 쫓겨났다.
GM의 구조조정의 칼날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향해 있다. 미 재무부에 제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2009년 한 해에만 4만 7천 명의 노동자가 거리로 쫓겨날 상황이다. GM은 이 구조조정 계획에서 미국 내 직원을 2000년 19만 5천 374명에서 2012년에는 7만 2천 65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절반도 넘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것이다. GM은 이러한 정리해고 뿐만 아니라 북미 13개 공장을 5~7월까지 한시적으로 폐쇄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크라이슬러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 2월, 정부에 구조조정 자구책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3천 명의 추가 감원, 자동차 3개 모델 생산 중단, 자동차 생산능력 10만대 감축, 고정비용 7억 달러 삭감 등이다. 크라이슬러는 이미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3만 2천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피아트사는 합병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캐나다 자동차노조가 임금삭감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임금 삭감 규모는 현재 시간 당 임금을 19달러 삭감하여 55달러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자동차노조는 이미 GM과의 협상에서 시간당 임금을 7달러 삭감할 것을 합의한 바 있었다.
이렇게 이미 수년 전부터 자본의 구조조정에 노동자들이 대량 학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는 긴급자금 수혈을 무기로 이들 GM과 크라이슬러에게 추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발표하는 날, 오바마 정부는 GM이 요청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5월 말까지 2개월 동안의 한시적인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는 곧 2개월 안에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오바마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이미 릭 왜고너 사장도 퇴임시킨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GM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 구조조정에 동의할 것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다. 자금지원을 보류한 이후에 오바마 대통령은 “GM과 크라이슬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생존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구조조정을 신속히 진행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매커니즘으로 파산이라는 방법이 필요할지 모른다”면서 직접 ‘파산’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GM의 새로운 최고경영자인 프리츠 핸더슨도 이러한 오바마정부의 정책에 뜻을 같이 하면서 파산을 포함하여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물론 이들이 언급하는 파산의 양상은 GM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GM을 ‘굿 컴퍼니’와 ‘배드 컴퍼니’로 분리하여 과감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문만 선별하여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배드 컴퍼니’에 속하는 노동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고, ‘굿 컴퍼니’에 속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통제된 파산’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실제로 미국 정부가 GM에 6월 1일까지 파산보호 신청준비를 지시했다고 4월 13일자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금 미국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은 오바마 정부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구조조정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적자금 투입 또한 국유화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일정 정도의 지분을 가지게 된다면 부분적 국유화의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추가 자금 지원을 무기로 미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살인적인 구조조정이야말로 부분적 국유화의 적나라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분적 국유화의 실상이 이렇다면 완전한 국가의 책임 하에 두는 국유화는 노동자계급에게 재앙과도 같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당장 공공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보라! 민간부문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본보기식의 구조조정을 자행하고 있지 않은가!
자동차 산업의 자본주의적 국유화
지난 4월 26일 밤에 크라이슬러는 전미자동차노조와 노동계약 조정을 합의했다. 합의된 내용은 임금과 복지 수준을 미국 내에 노동조합이 없는 무노조 사업장인 일본의 도요타, 혼다 수준으로 낮추는 것과 노동조합이 회사 전체 지분의 55%를 소유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인 임금과 복지를 최대주주의 자리와 맞바꾼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경영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크라이슬러, 피아트 및 미국 재무부와 양보협약 타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고 론 게틀핑거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이번 협상 기간은 노조원에게 긴 시련이자 커다란 불확실성의 시간이었다.”면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노조원이 인내와 결단을 보여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합의안은 약 87%의 찬성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양보의 대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산보호절차 기간 동안 딜러의 1/4을 해고할 계획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해고 계획에 노동조합이 합의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노동조합이 최대 주주가 되는 순간 이들은 오바마 정부의 파산위협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의 생존을 최우선에 둘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의 모든 최대 주주들의 역할과 의무는 회사의 이윤을 확대하여 주주들에게 그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편, GM도 4월 27일 최종자구안을 발표했다. 먼저 구조조정 부분을 보면 현재 8개 브랜드를 내년 말까지 4개로 감축, 48개 자동차 모델을 34개로 감축, 6246곳의 딜러망을 3605곳으로 감축, 시간제 노동자 2만 1천명 정리해고, 6개 공장 추가 폐쇄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보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부채탕감방안이다. 그 주요 내용은 440억 달러의 채무를 줄이기 위해 정부 구제금융 중 100억 달러, 노조 퇴직자건강보험기금 출연금 중 102억 달러, 무보증채(270억 달러)의 90%에 대해 각각 출자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6월 1일에 최종자구안이 승인될 경우, 정부는 GM의 50% 지분을, 노동조합은 GM의 39% 지분을, 채권단은 10%의 지분을, 기존 주주들은 1%의 지분을 가지게 된다. 즉, 정부가 최대주주가 되는 형태의 국유화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다. 물론 GM의 최종자구안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채권단 90%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채권단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에 변수는 존재한다. GM의 채권단은 ‘뉴 GM’의 51% 지분을 갖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오바마정부는 크라이슬러 파산의 화살을 양보하지 않는 채권단에게 돌리면서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GM의 채권단이 이러한 오바마정부의 입장에 끝까지 반기를 들 가능성은 적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실제 파산 절차를 밟을 것이고, 자신들의 손해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GM의 국유화 현실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GM자본이 어떠한 국유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있었던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자동차를 발명한 미국이 자동차산업을 포기할 순 없다”, “다시 경쟁해서 승리할 수 있도록 재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비’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아직 최종 승인된 것은 아니지만 GM이 국유화 모델을 제출하면서 함께 제출한 것은 수만 명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었다. 이 살인적인 구조조정은 국유화의 전제조건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유화 요구는 폐기처분 될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계급에게 재앙과도 같은 미국판 국유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자 이들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미국 정부가 최근 시행한 국유화는 대량 감원을 동반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량해고를 전제로 한 국유화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투쟁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유화 요구에 담긴 투쟁의 가능성을 보지 않고 형식적 비판은 애초 문제의식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정종남 자본의 위기 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 공동집행위원장, ‘국유화를 통한 고용보장 요구는 투쟁의 결집점을 제공할 수 있다’, 레프트 21, 5월 9일).
이들은 대량해고를 전제로 하지 않는 국유화를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은 노동자 투쟁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 현재 쌍용차 상황은 국유화라는 소유형태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회생을 빌미로 희망퇴직과 분사, 정리해고를 요구하는 정부에 맞서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때이다. 만약 이 투쟁을 빌미로 쌍용차를 청산협박하려 한다면 더욱 강력한 옥쇄파업과 전국 총파업으로 대정권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국유화’라는 ‘회사 처리방안’을 제출할 때, 자본과 정부는 구체적인 모델에 관하여 논의하자면서 투쟁의 국면을 협상의 국면으로 가져가려 할 것이다. 이것은 지난 대우차 투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는 쌍용차의 상황에서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은 투쟁대오를 교란시키고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협상결과에 주목하게 만든다. 현장조직력이 무너진 바로 그 때, 자본은 협상 테이블을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힘으로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유화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사실 자동차 산업이 자본가 정부에 의해서 한시적으로 국유화되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시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어떠한 자본주의 국가라도 독점자본을 영구히 국유화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영국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국유화했다가 구조조정 후 외국 기업에 매각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은 아니지만, 1970년대 후반에 파산한 7개의 북동부 철도회사를 통합해서 정부가 직접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한 이후에 87년 민영화한 사례가 있다. 이렇게 자본주의 국가에서 민간 독점자본의 ‘국유화’ 조치는 정부 주도의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절차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국유화’가 필연적으로 이러한 구조조정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유화’를 통해서 소유와 경영의 주체로 나선 국가가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본주의적 국유화가 아닌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복무하는 국유화를 주장하려면 노동자계급에게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들은 국가권력의 본질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식의 국유화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가권력의 성격과 대한민국 국가권력의 성격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현재의 이명박정권은 상대적으로 오바마정권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노동자 죽이기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지금 쌍용차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러한 대안 논리들이 아니라, 비타협적 투쟁으로 강력한 옥쇄파업 투쟁을 통해서 전국적인 투쟁전선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 투쟁이 전국적인 사안으로 될 수 있었던 것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에게 경제공황의 책임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처리방향에 대한 대안을 제출할 이유 또한 없다. 공황기의 생존권 투쟁은 더욱 많은 노동자 민중을 투쟁의 대오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 투쟁은 자본의 이해와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본의 이해를 폭력적으로 대변하는 국가권력의 적나라한 본질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 내에서의 잡다한 대안논리에 빠질 것이 아니라 노동자 권력의 문제라는 정치적 전망을 제시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정치문제를 회피하는 신디칼리즘’은 바로 자본주의 국유화의 본질과 한계를 폭로하지 않고 잡다한 대안논리에 빠진 정치세력들 아닌가?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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