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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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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12:09:05, 조회:2,713, 추천: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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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보험 통합징수공단 반대 투쟁은 왜 실패했는가?
- 사회보험노조원 이충배
위축될 대로 위축된 현장
십수 년째 계속되는 자본과 권력의 ‘상시 구조조정’ 공격에 온통 피멍이 든 노동자들은 이명박정권이 들어서고 더 한층 잔악해진 착취 극대화 전면공세에 글자그대로 ‘박이 터져나가고’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 놓고 자신들의 살인죄악 마저 그들에게 덮어씌우는 파렴치한 철면피 정권은 기고만장의 주먹으로 노동자를 샌드백 두들기듯 맘 놓고 쳐대고 삶은 빨래처럼 쥐어짜는 형국이며, 전국 방방곡곡이 노동자들의 비명과 절규로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저항의지를 모아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도 구축해야 할 노동조합들의 대응은 대단히 수세적이고 보신적이고 현상유지 애걸형이어서 현상유지는커녕 더 이상 넘어선 안 될 최종방어선마저 한번 맞서보지도 못한 채 내어주고 도주에 급급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보험노조, 건강보험공단 역시 최근의 이러한 상황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98년 통합 이전 의료보험인력은 지역의료보험인력만도 1만여 명, 직장과 공무원의료보험까지 합쳐 1만5천명에 육박했으나, 국민연금 전출, 자연감원 미충원과 정원의 단계적 축소, 2000년 파업 당시와 2001년 중반기 희망퇴직 등을 통하여 총 1만 명 이하로 이미 10년 사이 30% 이상의 감원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감원과 함께 노조전임자, 현장간부 활동시간 및 공간이 절반 이하로 축소되었고, 직렬분화, 전산을 이용한 노동통제, 휴일축소, 각종 복지의 폐지, 자동승진제 폐지, 전보안정 조항의 후퇴 등등... 단체협약은 갱신체결시마다 십리만큼씩 후퇴를 거듭하여 사회보험노조가 자랑하던 현장권력은 현저히 허물어졌고, 이러한 대규모 인력감축이 당연히 몰고 온 엄청난 노동강도의 강화와 악랄한 통제 속에서 현장은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있는 상황이다.
인력감축, 노동강도 강화만을 의미하는 통합징수공단 설립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본과 권력의 쥐어짜기 공세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6년 정부는 4대 사회보험(의료, 고용, 산재, 연금보험) 통합을 내세우며, 그 과도기적 조치로 4대 보험의 징수부분을 통합하여 국세청 산하에 4대 보험 통합징수공단을 설립하고, 4대 보험의 현 징수인력을 빼내어 그중 50%에게 통합징수업무를, 나머지 50%에게는 새로운 업무를 맡기겠다는 ‘국세청 산하 통합징수공단’ 설립을 추진하여 2006년 말 입법화단계에까지 갔다가, 4대 보험노조(사회보험노조, 사회연대연금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직장노조, 근로복지공단노조) 공동투쟁본부의 공동파업투쟁과 정치권 내의 자체 혼란 등으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이러한 통합징수공단 설립 추진은 4대 보험의 징수업무만을 빼내어 또 하나의 신규공단을 설립한다는 것으로, 4대 보험 통합도 아니고 분리도 아닌 것이 더욱 체계는 복잡해짐에도 단지 인력감축과 노동강도 강화만을 의도하는 기관 통폐합 인력 구조조정의 추진일 뿐이었다.
당시에도 노조 집행부들은 통합시 정원만 보장받는 조건으로 정부의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 안을 수용하려 했으나, 국민연금과 사회보험노조의 연속된 선거에서 고용불안을 느낀 노조원들이 징수공단 거부를 표방한 집행부들을 탄생시키면서 공투본의 연말 파업이나마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징수공단 거부를 표방한 집행부들은 당선 초기에는 ‘4대 사회보험 징수 졸속통합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라는 공동협상기구를 명칭을 변경하여 ‘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 결사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로 하고 파업을 배치하는 등 선거운동시의 기조를 지키는 듯 했으나, 곧 다시 정부측과의 협상에 매달렸다.
이어, 정부는 2007년, 신규사업인 노인요양보험의 전면 실시를 앞두고 관련 예산은 전혀 증액하지 않은채로 그 업무를 건강보험공단에 수임해버렸다. 정부는 건강보험공단의 예산과 인력으로 노인요양보험 실시준비업무를 모두 해버림으로써 ‘손 안대고 코 푸는’ 신규사업을 출발시킨 것이다. 이때 1천수백여 명의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이 노인요양보험으로 전환배치 되었고 그 빈자리의 업무는 남은 노동자들이 인력충원 없이 떠안아야 했다.
현재, 대개의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은 매일같이 떨어지는 업무와 민원, 노동통제 속에 글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일에 매어달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현장간부들조차 노동조합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상적 상태에서 이러한 상황이면 경영의 측면에서 본다 할지라도 인력감축의 추진을 보류할만도 하건만 미친 자본과 권력의 무한 착취욕심은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정부의 분열과 분리정책에 놀아난 노조
정부는 4대 보험 노동자들의 단결된 저항을 깨기 위하여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일부 4대보험 사업장중 일부 공단의 노사협조주의적 부류에서 제의한 위탁방법, 즉 통합징수공단을 국세청 산하로 신규설립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징수업무를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하는 안을 내밀었다. 내용은 사실상 거의 그대로이지만, 국세청 산하가 아닌 건강보험공단에 관리를 위탁함으로써, 건강보험공단의 유력한 2개 노조 즉, 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산별 이전 사회보험노조)와 건강보험공단직장노조를 투쟁에서 이탈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2008년 이 제안을 받은 4대 보험 공투본은 대정부 협상과정 속에서 곧바로 분화되었다. 노동자의 시각으로 보면,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임에도, 건강보험공단의 2개 노조 집행부는 “통합징수를 막지는 못했지만, 우리 공단으로 끌어왔으니 다른 공단보다는 우리가 유리한 협상을 한 것이다”라는 변명으로 이를 수용하여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쳤다.
사회보험지부와 같은 산별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산별 이전 사회연대연금노조)는 노정합의안 거부 투쟁안을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건강보험공단 직장노조는 집행부의 의도대로 다수 찬성으로 통과되었고, 사회보험지부는 일부 현장조직들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결운동을 펼쳤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본부에서 다수 찬성이 나옴에 따라 60%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사회연대연금지부는 노사정 합의 거부 투쟁안이 다수 찬성으로 통과되었으며, 근로복지공단 노조 역시 집행부에서 부친 노사정 합의안이 총회에서 부결되어 수용되지 않았다.
자본과 권력으로서는 이미 의도한 바를 충분히 이룬 셈이다. 이미 4대 보험 노조들의 단결된 저항은 완벽하게 깨졌다. 아직 건강보험공단에 통합징수를 위탁하는 법안이 계류중임에도 정부는 노조들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노조는 미리 서둘러 노조 총회에 부쳐 찬성을 선동하여 가결시켰다. 4대 보험 노조원들의 단결과 공투본에 대한 신뢰는 산산이 부서졌다.
구조조정과 생존권에 맞서는 공공산별노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위탁법안이 아닌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 법안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뒤통수를 맞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의 양대 노조는 물론 이에 불만이지만, 이미 정부에 속아 공투본의 단결을 깨고 각자 자기 노조원 찬반투표까지 거친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공동투쟁 동력이 살아날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하는 안이 시행된다 하여도, 결코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에게 이롭지 않다. 건강보험공단의 징수인력 2700명중(요양보험실시 이전의 징수정원) 1400명이 통합 징수업무를 맡게 된다. 2-3년 새 두 배의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릴 전망이다. 게다가 또 징수업무 이외의 인력은 10%의 추가적 공공부문 인력감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의 각 노조들에는 ERP와 같은 전산 노동통제 장치들이 무차별로 도입되고 있으며, 임금동결과 자진반납, 임금삭감을 통한 명퇴기금조성 인력감축 등 고강도의 대 노동자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공공연맹은 2006년 산별노조를 맹렬하게 추진하여 발전노조를 비롯한 유수의 영향력 있는 노조들이 산별노조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해 말 사회보험과 사회연대연금, 가스공사노조 등을 주축으로 졸속적으로 공공산별노조를 출범시켰다. 졸속적인 출범시의 변은 1년 이내에 운수노조와 다시 통합하여 대규모 공공운수산별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3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공공운수 산별노조가 언제 설립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공연맹은 그대로 살아있고, 노조 조직만 총연맹에 연맹에 산별노조에 산별노조 본부에 기업지부로 층층시야로 만들어놓고, 각종 회의체와 선거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번 징수통합과 관련하여, 서로 상반된 총회를 가진 사회보험지부와 사회연대연금지부는 명색이 같은 공공노조의 지부들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 공세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기업별로 동상이몽의 아전인수식 협상을 진행하다 결국은 정반대의 길로 갈라서게 되었다. 과연 공공노조는 무슨 역할을 했는가. 산별만 되면 힘이 생기는 것처럼 단결투쟁이 저절로 확보될 것처럼 선전한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국노총 산하의 건강보험 직장노조와 근로복지공단 노조는 차치하고라도, 이른바 민주노총 산하의 사회보험지부와 사회연대연금지부는 구조조정의 본질을 꿰뚫고 노동자의 생존권사수 차원으로 4대 보험 징수통합에 대응했다면, 이러한 비극적 결론에 이르지는 않았을 터이다.
제도문제를 회사 소속 종업원의 눈으로 보게 되면, 단결은 깨어지며 회사별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회사소속 종업원이 아닌, 똑같은 생존권을 가진 노동자요 동지의 시각으로 자본과 권력의 공세에 대응할 때만이 단결된 투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
지금이라도, 공공노조는 양 지부를 바르게 일깨워 바른 생존권 사수 투쟁으로 나서게 하고 산별 집행부부터 앞장서는 투쟁으로, 산별을 주장하며 내세웠던 계급적 단결을 제대로 실천하기를 바란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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