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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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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8 22:16:12, 조회:2,170, 추천: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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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현장조합원! 죽어있는 현장활동가!
현대미포조선 활동가 김석진
나는 1980년 현대미포조선에 입사하여 노조대의원과 현장조직 <민노회> 1기 의장을 맡아 노조활동을 해오다 97년 해고되어 8년 4개월 만인 2005년 8월 9일 원직복직 하였다.
복직 후 현장을 둘러보니 공장 규모와 노동자 수는 해고 당시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 내가 원직복직한 작업장에는 정규직에 버금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져 있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거의 비슷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직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간 곳은 조합원들이 있는 현장 사무실이었다. 15일 동안 중식시간을 통해 한 분 한 분 빠짐없이 만나 인사를 나누자 만나는 조합원 대다수는 축하와 더불어 복직투쟁기간 동안 함께 투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회사가 함부로 조합원들을 해고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힘이 난다고 했다.
조합원들과의 만남이 마무리 될 시점 노동조합 임원선거를 준비했고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많은 조합원들이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을 방문했고 일부 조합원들은 분노의 질문을 하였다. 질문 중 하나는 “위원장에 당선되면 사측의 회유와 협박에 견딜 수 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8년 4개월 동안 복직투쟁하면서 사측과 뒷거래는 없었는지를 확인하는, 민주노조 사업장에서 있지도 있을 수도 없는 질문이었다. 누가 조합원들 입에서 이러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는가. 나 또한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현장을 무너지게 한 공범으로서 아무런 답변도 할 수가 없었다.
민주노조 활동가들의 변절과 현장의 무기력화
87년 민주노조 설립 이후 현장조합원들은 한번도 ‘민주노조 사수’를 외면 해온 적이 없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노조 지도부에 대한 믿음, 투쟁의지를 확인하는 순간 지도부의 지침을 초월하는 가장 계급적 전투적 투쟁에 주저하지 않았고, 노동조합 지도부의 투쟁지침을 외면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다.
사실이 이러한데 전체 조합원들을 믿고 헌신적 투쟁을 전개해야 할 활동가들은 지도부만 장악하면 노동조합이 무슨 권력인 냥 조합원들을 끌고 가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투쟁보다는 입으로만 때우는 협상에만 매달렸다. 심지어 현장에서 투쟁동력이 올라오면 이런저런 핑계로 사측보다 더욱더 노련한 감언이설로 현장 동력을 무너뜨렸다. 이들은 한결같이 조합원 정서를 핑계로 대면서, “시대가 변했다”, “노동운동 방식이 달라야 한다”며 원칙도 없는 ‘통 큰 단결’을 외쳐댄다.
민주노조를 통째로 총자본에 바친 사이비 노조활동가 퇴출만이 현장을 살린다
최근 울산지역에서 무너진 현장을 살리려는 이러저러한 토론회나 간담회가 자주 열린다. 민주를 외치는 현장 활동가들은 현장이 무너졌다고 너나없이 ‘위기’를 말한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산재 은폐, 현장 탄압을 애써 모른 체 외면하고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그러다가 노조임원 선거 때만 되면 원칙도 없이 ‘통 큰 단결’을 외치며 사람을 모으고, 평소에 보기 싫다며 벗어 던져 놓은 빨간 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묶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조합원들 앞에 나서 “당선만 시켜주면 투사가 되겠다”고 외친다.
평소에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괘씸하지만 현장에서 침묵과 복종으로 억눌린 조합원들은 “민주노조가 있어야 한다”며 과반수 조합원들이 민주파를 지지해 준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일부 활동가들은 현장을 팽개쳐놓고 지역연대사업을 주장한다.
작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노조 임원선거를 치루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의 함성을 우리는 똑똑히 들었다. 현장이 살아 숨 쉼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제대로 된 현장투쟁을 절박하게 호소하는 조합원들의 숨소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헌신적이지 못한 나 자신의 활동부터 조합원들 앞에 석고대죄하고 현장바닥부터 다시 기어 가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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