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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7호] 철도/서울지하철/도시철도 공공3사 구조조정에 대하여 - 공공현장활동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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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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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1 10:38:43, 조회:2,145, 추천: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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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2008년을 맞아, 이명박 정권의 첫 공격의 무대로써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더 강화되어갈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누가 더 빨리, 많이 망할 것인가를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은 급격하게 후퇴하고 있다. 사회보험 등의 현장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신문에 실은 바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양상을 살펴보면서 현 시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 과제를 모아내고 조합주의를 넘어 새롭게 현장조직화를 결의해 나가자!
1. 다시 몰려올 철도 구조조정의 광풍에 다시 현장투쟁으로 맞서자!
- 철도 현장활동가
철도는 김영삼 정부 이후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민영화, 특례법 등 구조조정의 몸살을 겪어 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공사화, 민영화가 조심스레 제기되면서 수익창출을 위한 특례법이 도입되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민영화의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노무현 정부는 철도노동자의 2003년 6.28파업 등 거센 반발과 투쟁을 억누르며 공사로의 전환으로 구조조정의 가닥을 잡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철도노동자는 생존권 위협에 항상적으로 노출되어 왔다.
2002년 2.25파업, 2003년 6.28파업, 2006년 3.1파업과 각종 파업 직전까지 진행된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은 능동적인 투쟁이라기보다는 구조조정의 상시화에 따른 별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 수세적인 투쟁을 전개하였다. 인력만 보더라도 4만여명에 달하는 철도노동자(기능직 공무원만 조직대상으로 되어있는 철도청 시절 30,000 조합원이라는 말은 이제 공사로 전환되어 일반, 기능직의 구분이 없는 상태에서 25,000 조합원의 규모만 보아도 현장에서 불과 10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인력감축이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30,000명으로 감축되었다.
공사 전환 이후 구조조정의 위협은 한층 공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회사운영의 원리를 수익 창출로 잡고, 흑자전환을 목표로 공개화하며 각종 운영과 관련된 사항, 노무관리 등의 개선을 위한 각종 연구용역을 진행하였다. 역대 유래 없는 파업동력을 가지고 2006년의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공사로 전환된 원년에 수많은 구조조정 정책이 철도노동자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단체협약을 위한 조합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크고 시급한 문제와 해결과제로 공사의 구조조정(약 70% 이상)을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1파업은 실패하였다. 선 복귀 현장투쟁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후 순전히 현장의 질긴 투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였지만 공사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공사의 용역 결과를 현장에서 집행하였다. 우선 이윤창출을 위해 회사의 조직구조를 본사는 사업본부제로, 현장의 경우 17개 지사제로 개편하였다. 이는 단순한 조직개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직개편의 결과는 상호간 경쟁체제의 도입이었다. 모든 경영과 관련된 자료는 수치화, 계량화되어 상호간의 평가 및 서열화 되었고(ERP 시스템 구축은 이러한 자료의 개인적 서열화로 확대, 일상적인 지표의 서열화 확대를 의미한다.) 결과는 승진, 성과급에 반영되어 경쟁을 확대재생산하여 왔다.
아울러 2007년도부터는 중기적 5개년 계획으로 약 5,000명의 감축을 예정해 놓고 신규인력 충원을 최소화하며 철도종사자 총 37,084명의 외주율을 40%대로 높여 정규직 22,000명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철도노조 대의원대회 자료 중 철도공사의 조직진단 및 직무분석을 통한 조직운영 혁신프로젝트 최종보고서)을 발표하였다. 아울러 공격적인 노무관리를 위해 신노사문화 전략을 세우고, 노조무력화를 위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죌 것을 계획하였다.
2007년도 엄길용 집행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출발하였다. 공사는 노사협의 및 단협 개악을 위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전에는 노측에서 제기한 안건을 중심으로 논의하던 구조를 탈피하고 공사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적극적인 안건을 상정하여 노사협의, 단협의 자리를 노동조합에 대한 구조조정 설명회(?)로 삼는가하면, 대조합원 선전활동에도 주력하였다. 공사는 회사의 업무용 시스템을 이용한 일상적인 선전활동을 강화하였다. 이는 일일이 조합원을 만나 설명을 해야 하는 수공업적인 방식을 가진 노동조합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었다(매표기에서 한 건을 발행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공사의 대선전물이 뜬다. 이를 지워야 다른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 사측은 이렇게 이데올로기와 조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반면, 집행부는 실질적인 투쟁의 중심을 지속적인 구조조정분쇄에 맞추질 못했다.
KTX승무원들의 연대 문제, 해고자투쟁 문제는 회사의 집요한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조합원과는 상관없는 투쟁’으로 왜곡 선전되며 지친 조합원들이 투쟁전선에서 이탈하는데 한 몫을 했다. 현실의 구조조정에 집중해서 공격적으로 선전하여 조합원들을 조직하기보다는 매년 되풀이되는 구조조정이라는 인식하에서 투쟁을 배치하다보니 조합원들의 변명(투쟁은 싫고, 명분을 찾지 못하는 조합원들)을 제공하였다. 매년 되풀이되는 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적극적인 투쟁으로 막아보기보다는 정규직 일자리는 보장해 준다는데 투쟁의 구심이 흐려지며 조직화에 실패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철도현장은 조합원이든 조합의 지도부든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그만큼 일상화된 구조조정은 현장을 더욱더 옥죄어 올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구조조정이 현장에서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는 지금 다시 올해도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기도 전에 공기업의 민영화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으며 철도도 예외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그렇다면 그간 추진된 감원 중심의 구조조정은 한편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전개될 것이다.
현장은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새로 당선된 집행부조차도 일갈을 하고 나선 것이 민영화 반대였다. 그러나 이들의 한계는 시민 정책위,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 분쇄와 생존권 사수투쟁이 철도노동자들의 동력을 충분히 조직하고, 힘을 분출하는 투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시민단체와의 연대는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현재의 구조조정의 논리는 치밀하고 과감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논리가 투쟁하는 노동자를 공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전을 해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선전이 얼마나 노동자의 발목을 잡아왔는지 잠깐 뒤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가중되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면 철도노동자의 선택은 투쟁하는 노동조합, 노동자들과의 굳센 연대와 투쟁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원칙이 될 것이다.
2．단결과 투쟁을 파괴하는 협조주의의 사슬을 끊어내자!
서울지하철 활동가
구조조정, 올 것이 왔다
1월 21일 공사에서 발표한 “창의경영”프로젝트는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대한 공사의 전면적인 도발이며 그 핵심은 바로 인력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공사는 2010년까지 전체 인력의 20.3%에 해당하는 2,088명을 단계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창의경영이라는 구조조정 프로젝트는 말만 바뀌었을 뿐 벌써 오래전부터 현장에 유포되고 있었다. 매년 공사는 주공장 외주용역,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역에 대한 민간위탁, 전동차 검사주기 연장 등의 내용을 끊임없이 현장에 관철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은 십 수 년의 선배 노동자들의 피와 투쟁으로 만들어 놓았던 노동조건마저도 공사와 거래 타협을 하는 등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노조를 유지하는 데에 급급했다.
그동안 공사의 공격이 산발적으로 이루어 졌다면 이번 창의경영 프로젝트는 지금까지의 공격을 하나로 집중 시킨 것이다.
또한 서울지하철 창의경영과 더불어 도시철도에서 이루어지는 ‘5678 창의조직 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수도권 궤도분야 노동자들에게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노사협조주의 청산 ‘창의경영’ 분쇄 없다!
공사는 창의경영을 관철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현장탄압을 통한 현장무력화를 시도하였으며 이런 과정에서 현장노동자들의 투쟁동력을 확인하였다. 일상적인 노동조합활동(총회, 체육대회참석), 일방적 비정규직 채용, 공사의 단협사항 불이행 등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무더기 징계와 고소고발을 자행하였다.
이런 공사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탄압에 맞선 저항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 공사는, 정연수 어용노사협조주의 집행부를 통해서 그럭저럭 현장의 저항과 투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공사의 “창의경영”에 맞선 투쟁은 불가피하게 노동조합내의 노사협조주의, 투쟁회피주의, 패배주의, 타협주의, 관료주의의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조합 관료들과의 투쟁 없이는 공사와는 대면도 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후퇴되어 있다. 우리 투쟁의 전진을 가로막은 일차적인 장애가 바로 노동조합 자신이라는 점이 많은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관료주의가 현장에 존재하는 투쟁의 목소리와 요구를 죽이고 있다. 이것이 지금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조합의 행태가 비판되고 교정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저항과 투쟁조차도 조직될 여지가 없다.
‘창의경영’은 노동자들의 창조적 힘과 잠재력을 거세시키는데 있다.
공사의 “창의경영”의 가장 큰 걸림돌,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것은 노동조합의 단결과 투쟁, 그 역사, 그 경험이다. 지하철 민주노조운동의 모든 흔적, 현장권력의 모든 기초들을 파괴하고, 지워버리고 쓸어내지 않고서는 공사의 창의경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창의경영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민주적인 투쟁기관인 노동조합과 절대 양립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창조적인 힘, 잠재력, 에너지가 노동자 자신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공사는 바로 현장 노동자들의 창조적인 힘과 잠재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자주적, 민주적 투쟁의 기관을 놔두고 노동자들의 힘과 에너지를 훔쳐갈 다른 방안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사의 무차별적인 현장탄압은 창의경영이 현장에 적용되는 가장 구체적인 실체이다.
우리의 등 뒤를 노리는 창의경영의 칼날에 맞선 투쟁의 결의를 날카롭게 세워내야 한다. 우리는 낡아빠진, 시대를 거스르는 창의경영 따위에 우리 노동자들의 미래를 통째로 저당 잡히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이 단 한 번의 의미 있는 투쟁조차 시도해보지 못하고, 그냥 무기력하게 앉아서 상황을 맞이한다면, 우리는 미래의 모든 투쟁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소위 민주파라는 활동가들 중에서도 이미 외주 용역화를 불가피하게 받자는 입장들도 존재한다.
현장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현장활동가들을 조직할 활동가들조차도 사측의 공격을 등에 업은 어용 노조지도부에 대해 감히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다시 제 조직들이 선거를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어용이면 안되니까 모이는 게 아니라면 지금 현실의 구조조정을 분쇄하고 관료주의에 맞서는 투쟁의 기관차로서의 운동적 과제에 대해 공유하고 결의하지 않는 선거는 또다른, 예비된 관료주의일 뿐이다!
노조 관료주의와 공사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은 동일한 투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현장의 힘을 축적해 나가자. 현재 우리 투쟁이 완전한 승리로 그 결론을 맺지 못할지라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투쟁의 기회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 투쟁하는 것만이 미래를 위한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투쟁을 전개해야만 적들이 미래에 다시 우리 노동자들을 공격할 때 노동자들의 저항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우리 노동자들도 한번 당하지 두 번 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결단을 곧추세울 수 있게 할 것이다.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총파업은 조직되지 않고 있다
도철 현장활동가
‘5678창의조직’은 궤도 구조조정의 완결판이다
도시철도에서 불고 있는 구조조정은 "행복한 5678 창의조직"이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도철노동자에게 불행하기만 한 구조조정의 완결판이다. 취임 이후 줄곧 구조조정의 선두주자를 자임한 음성직 사장은 5678 창의조직을 통해 공기업 개혁의 모범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미 도시철도에서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미명하에 역사를 어둡게 하고 역사 및 열차 냉난방을 축소해 온지 오래다. 역사 내 환기 시간까지 줄이는 노력의 대가로 올해는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결국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발암물질(라돈)과 미세먼지는 축적되어 고스란히 도철노동자의 호흡기로 들어가 체내에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절약과 운행간격을 늘리고, 역마다 수익사업을 확대시키는 등 업무 구조조정과 성과주의형 경영을 안착시키면서 도철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되었고 업무 스트레스는 증폭되었다. 음성직 사장 취임 이후 도시철도에서는 10명의 노동자가 운명을 달리 했으며 그 원인은 노동조건의 악화 및 성과주의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창의조직의 프로그램의 핵심은 인원감축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통폐합하고 기존의 고유업무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다. 인사관리시스템을 개악하여 상시적 퇴출 프로그램이 정착되게 된다. 결국 인원의 1/3가량인 2,530명이 퇴출되는 것이다. 1차적으로 904명을 희망퇴직(사실상 강제퇴출)과 전환배치를 통해 자회사로 전환시키고 나머지 1,626명은 새 일에 투입시키겠다는 것인데, 말이 좋아 새 일이지 중장기적 퇴출이다.
이러한 인력감축이 가능하려면 현재의 업무에 대한 구조조정과 근무형태 변경이 필수적이다. 무인매표, 무인운전, 구내운전이관, 차량점검주기조정, 기술통폐합 등 전 방위에 걸친 업무구조조정이 예정되고 있으며, 근무형태 또한 현재에서 개악되어 최소 인원으로 많은 시간동안 일하게 되는 것이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다방명의 업무를 하는 효율적인 조직이란 도철노동자의 고혈을 짜내야 하는 보상 없는 희생일 뿐이다.
현장의 분노와 패배주의 그리고 전망의 부재
작년 8월, 9대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위원장은 구조조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과거 ‘전략적 구조조정’을 사측에 던지며 30%의 정원감축에 이바지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기억은 세월 앞에서 희미해지는가! 이전 8대 집행부의 노골적인 노사협조주의에 대한 현장의 반감에 편승해서 사장퇴진을 걸고 나와 현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임기 시작부터 공사의 도발이 ‘창의조직 폐지’와 ‘사장 퇴진’을 위한 투쟁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냈다. 현장의 분노를 등에 업고 본사 농성과 총회 투쟁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투쟁은 조합간부 특히 민주적인 활동가들 중심으로 국한되었고 현장노동자의 저항은 모아지지 않았다.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위원장과 음성직 사장이 맞대면하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교섭은 횟수를 거듭하면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창의조직을 포함한 12개 안건이 지노위에 회부되어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도 교섭은 거듭 예정되어 있지만 이런 형식적 교섭이라면 노사 양쪽 모두 “몇 차에 이르는 교섭을 했다”는 명분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음성직 사장이 교섭에서 “창의조직 철회”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고, 예상대로 음성직 사장은 “창의조직은 경영권에 해당한다”는 답변만 앵무새마냥 되풀이하고 있다. 교섭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런데 현장의 열기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 04년 궤도사업장 공동투쟁이 패배한 이후 현장에는 패배주의가 안착되어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인해 정권을 상대로 한 싸움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도 크다. 대공장 운동의 침체와 노조의 어용화 그리고 노동자들의 개별화로 인해 눈앞에 놓인 생존권 사수투쟁에도 현장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활동가들도 침체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운동의 전망도 부재할뿐더러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노동조합 조직의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주체 역량의 부재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지하철 총 정원의 20%인 2,088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내용은 도철과 대동소이하다. 서울시 산하5개 지방공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조합원의 긴장감은 오히려 언론에서 고조시키고 있다. 반면에 긴장된 현장을 조직하지 못하고 총파업의 실질적인 의지를 갖고 있지 않고 있는 집행부는 이후 중간조직을 슬림화하는 양보안 내지 타협안으로 정리할 공산이 크다.
파업 시 필수공익사업장 필수유지업무 또한 집행부가 빠져나갈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직능마다 적용되는 유지업무의 내용이 다르므로 이것이 조합 내에서 소모적인 쟁점이 된다면 어용들의 합법파업 내지 불가론의 빌미를 제공하던가 아니면 대충 주고받고 다음에 싸워보자는 양보합의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줄 것은 생존권이고 받을 것은 없다. 어차피 임금은 행자부 지침 2%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민주파 활동가들은 통일된 투쟁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집행부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활동가대회를 통해 국면을 치고 나가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활동가들 대다수가 조합간부인 데다가 현 집행부와 분명한 선을 긋고 가는 것에 대해 여러모로 부담스러워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조차 내용을 남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동의 정권, 어용 집행부, 여론의 악선동, 패배주의, 활동가의 의지와 역량부족 등이 혼재되면서 도철 현장은 답답하기만 하다.
생존권 사수의 유일한 돌파구, 총파업 투쟁! 그러나, 조직되지 않고 있다
‘파업해서 이기지 못할 거면 차라리 희생을 감수하자’라는 조합원의 정서를 집행부가 교묘히 이용하려 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줄기차게 방해해온 중간관리자의 희생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위원장의 발언과 그에 동조하는 어용 조합간부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하지만 창의조직은 일부 중간관리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것임을 집행부도 알고 있고 조합원도 알고 있다. 창의조직 분쇄투쟁에 양보안이란 없는 것이다.
도시철도 노동자들이 2월1일 파업에 돌입하면 정부와 사측은 파업을 파괴하기 위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다. 우리들의 투쟁은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공기업 노동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 싸움으로 매도될 것이 불 보듯 훤하다. 서울지하철과의 연대 또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들의 파업 투쟁은 외롭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외부적 조건에 있지 않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현장 내부의 상태에 있다.
현재의 노동조합 집행부는 외형상의 투쟁 일정 외에 어떠한 것도 실질적으로 조직하지 않고 있다. 하원준 집행부는 창의조직으로 치고 들어오는 구조조정에 맞서는 현장의 저항감을 일정 정도 외형화 시켜내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주간 총회, 야간 총회에 수천 명 의 조합원 참여를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집행부가 조합원에게 주는 부담이 없고(투쟁일변도로 조합원을 몰아붙이고 책임지지 못하는 민투위 집행부가 아니라는 인식) 구조조정 압박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합원들의 대거 참여는 집회에 동원되는 이상으로 전혀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
투쟁은 일정에 따라 형식적으로 진행되어 왔을 뿐이다. “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에 참여 하겠다. 그렇지만,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조합원들의 투쟁 초기의 발언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조합원을 총파업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어떠한 교육도, 소통도 없는 상태에서 현장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파업에 들어가는지 들어가지 않는지”를 두고 내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략적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인력 24% 감축에 합의해 준 역사를 갖고 있는 위원장, 사측의 창의조직 진행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한 어떠한 투쟁도 배치하지 않고 오히려 중간관리조직 축소를 수용할 의사를 밝히는 위원장, 집행간부들이 투쟁 지침을 어겨도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는 위원장을 조합원들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결국 최종 순간에 합의할 것 아니냐, 파업 전야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들이 현장에 만연해 있다.
총파업 디데이는 2월1일이다.
08년 공기업 구조조정을 분쇄하는 총파업 투쟁의 서막을 도시철도 노동자들이 열 것인가? 도시철도를 시작으로 지하철, 철도를 비롯한 궤도사업장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쓰나미를 뒤집어쓰게 할 것인가?
하원준 위원장의 태도대로 내부에서 희생양을 찾아 양보선을 치고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창의조직프로그램은 도시철도 노동자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허용하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도시철도 노동자들은 아직 총파업 대오로 집결하지 못하고 있다. 총파업 디데이를 불과 며칠 앞둔 상태에서 집행부가 파장 직전의 장바닥 마냥 늘어져 있는 상태에서 민주파 활동가들은 조합의 틀을 벗어나서 움직이기 위한 논의를 이제 시작했다. 창의조직 완전 철회가 이번 투쟁의 목표였다. 그러나 집행부의 일정박기식 투쟁과 민주파 활동가들의 독자적 활동의 부재는 현장 조합원들의 패배의식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창의조직 분쇄/ 생존권 사수/ 총파업 투쟁으로 총 진군하자”는 투쟁 구호는 여전히 유령처럼 구호로만 떠돌고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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