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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6호]대공장 비정규직 투쟁 일보 전진을 위한 평가와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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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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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4 18:47:25, 조회:2,132, 추천: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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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대공장 비정규직 투쟁 일보 전진을 위한 평가와 과제
지난 6월 4일 기아자동차 프레스 센터에서는 15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비정규직 독자노조를 지지하기 위해서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이로써 불과 몇 달 사이에 현대차 전주공장, 대우차 창원공장,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노조가 결성되고,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조합으로의 집단가입 투쟁을 전개하면서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대공장 비정규직 운동이 성장(?)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2003년 현대차비정규직노동조합이 설립되었을 때, 자본가 언론에서 이례적으로 메인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다룰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지만, 막상 노조 결성 이후에는 자본가계급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자본의 이윤에 타격을 가하는 위력적인 투쟁은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이 객관적인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있던, 주체 역량의 문제에 있던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시급하게 지난 투쟁의 평가를 통해서 비정규직 투쟁의 계급적 의의를 되새기고, 일보 전진을 위한 과제들이 제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노동자 계급 전반의 생존권을 근저에서부터 뒤흔들 자본과 정권의 비정규개악입법 공세 및 노사관계로드맵에 맞선 투쟁을 힘 있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 투쟁의 폭발적 성장
전국의 많은 활동가들은 2001년 한통계약직 동지들의 처절한 투쟁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한겨울에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한통계약직 동지들은 입이 돌아가면서까지 명동 성당 농성, 목동 전화국 점거 농성 등 선도적인 투쟁을 전개하였다. 97년 총파업 투쟁의 패배 이후 전체 노동운동 진영은 물론이고 노동운동의 핵심대오인 금속노동자 역시 자본과 정권의 구조조정 공격에 패배를 거듭하면서 양보교섭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투쟁은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강렬한 계급적 기억을 남겼다. 이 기억은 이후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되살아났다.
사실 비정규직 투쟁은 이미 97년 자본과 정권의 공세적인 구조조정 공격이 자행되면서부터 중소영세사업장, 사무, 서비스직 중심으로 전개되어왔다. 다만 그 투쟁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못하고, 개별 단사 투쟁으로 고립되면서 전체 노동자계급의 문제로 인식되지 못한 채, 개별 사업장의 특수한 문제로 치부되어버렸을 뿐이다.
이후, 제조업 대공장에서는 처음으로 99년 한라중공업사내하청노조가 결성되었지만, 정규직 노조의 무관심과 장기간 파업투쟁에 가려져서 제대로 그 투쟁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직은 태동기에 있었던 이러한 비정규직 투쟁은 미약하게나마 다른 사업장에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 2002년에는 기존의 청소용역, 학습지 비정규직노조에 더해서 SK인사이트코리아, 방송사비정규직, 대성산소 용역기사, 건설운송노조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비정규직 투쟁이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을 때 유독, 대공장에서만은 그 조직화의 물결이 미치지 못한 채 잠잠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 대공장 비정규직 운동의 출발
97년 이후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한 자본은 이후 생산량 만회를 위해서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했다. 노동 강도 강화만으로는 이미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노동력의 확충은 정규직노조의 협조 하에 거의 대다수가 언제라도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비정규직 투쟁이 양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을 때 대공장에서는 그 유명한 현대차의 2000년 ‘완전고용합의서’가 증명해주듯이 ‘고용의 안전판’(사실은 ‘노-자간의 계급투쟁의 완충지대’) 기능을 수행한다는 명목 하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노-자간에 적정선(?)으로 합의한 16.9%는 자본의 의도대로 정규직노조와 부서별 대의원들의 암묵적 방조 하에 이미 그 상한선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그러나 정규직노조의 입장에선 정규직 노동자 고용의 안전판이 되기를, 자본의 입장에선 무한정 착취의 자유를 가져다주길 기대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3년 4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의 식칼테러 사건은 전국의 모든 노동자를 분노케 했고, 이는 곧 아산사내하청지회 결성과 뒤이어 7월 울산공장에서 현자비정규직노조 출범을 촉발시켰다. 또 기아차에서는 ‘현장투쟁단’이라는 투쟁체가 결성되어 본격적인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많은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투쟁을 조직하기 위하여 목적의식적으로 대공장 현장에 들어갔다.
이렇게 대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자본의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투쟁의 주체로 떨쳐 일어서자 당황한 것은 자본가계급이었다. 그리고 자본가계급은 곧, 민주노조운동이 이 투쟁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로 받아 안고 투쟁의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총공세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근래 몇 년 간 계급투쟁전선은 노동운동진영의 공세적이고 선도적인 투쟁이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대응하기에 급급한 수세적인 전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에는 비정규직 대오가 우뚝 서있었다. 이에 자본과 정권은 노골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탄압하고, 정규직과의 분열을 야기하여 그 투쟁대오를 고립시켰으며, 한 편으로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으로 매도하면서 이데올로기 공세와 물리력을 동반한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통해서 투쟁력을 상승시키고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파열구를 내는 시도는 거의 미약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2003년 이용석 열사를 비롯하여 2004년 박일수 열사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온몸을 던져서 투쟁을 호소한 결과 정규직 노조에서도 조금씩 비정규직 요구를 받아 안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고 오히려 많은 문제점까지 야기하고 있다. ‘시혜’와 ‘억지로 떠밀린 의무에 의한 연대’로는 자본가계급과의 투쟁에서 패배만을 가져올 뿐이다.
- 우리는 왜 대공장 비정규 투쟁에 주목하는가?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며, 힘없고 취약한 노동자계급 일부 계층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만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작년부터 자본과 정부가 본격적으로 줄기차게 강행하려고 하는 비정규 개악입법 투쟁에 정규직 노조의 저조한 참여와 현장 내에서의 무관심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총파업을 조직하려 하지 않고 자본과 정부에게 대화를 구걸함으로써 현장의 투쟁력을 고의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 것이다.)
현장 내에서의 선전도 비정규직 문제가 있으니 함께 하자는 식의 홍보가 전부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왜 이 투쟁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투쟁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교육과 토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다시 한 번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의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 전세계 자본주의 국가는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중국(최근엔 인도까지)이라는 거대 시장이 자본의 무정부적 과잉 생산을 일정정도 흡수하면서 그 급격한 파국을 막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은 될 수 있을지언정 본질적인 과잉생산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중국에서도 인도에서도 자본의 생산의 무정부성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중국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으며, 중국에서의 시장 확대와는 무관하게 미국 자동차 빅3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GM의 신용등급이 정크등급으로 하락하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후폭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남한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자본 간의 경쟁은 가열될 수밖에 없고, 자본은 자신들의 이윤율 하락을 상쇄하기 위하여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끊임없이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의 완전한 자유’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힘으로 관철시키고자 한다.
그 핵심에 비정규직이 있다. 비정규직의 확대 및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는 자본가계급에게 양적, 질적인 노동유연화를 달성하는 것이며, 완전한 착취의 자유를 의미한다. 따라서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확산된 시기가 바로 자본이 자신들의 이윤율 하락을 상쇄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때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비정규직의 확산’은 총자본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투기 자본이 급격히 성장하고 확대 재생산된 자본이 산업시설에 재투자되어 안정적인 이윤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본은 생산설비에 투자를 통한 노동생산성 재고보다는 노동력에 대한 공격을 통한 직접적인 이윤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가 대공장 비정규직 투쟁에 주목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가계급은 초과이윤 확보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것이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이윤축적에 파열구를 내서 자본의 무덤을 파는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급투쟁의 무대로 불러올리고 있다.
특히 다른 산업과는 달리, 제조업 대공장의 경우, 그 생산의 특성상, 몇몇 라인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생산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는 곧 현 시기 자본의 주요한 축적전략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다.
자본의 만성적인 불황은 그간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쟁취된 개량마저 용납하지 않고 있다. 비록 현자 자본은 전세계 자본의 전반적 불황 속에서 일시적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세계적 자동차 자본과의 경쟁격화, 과잉축적과 과잉생산 위기, 향후 안정적인 자본축적 불안정성 대두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투쟁으로 쟁취한 개량마저 용납하지 않고 모듈화, 인력감축, 단협개악 등등의 공격을 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 투쟁에서 자본의 도발을 보라!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생계비를 쟁취하는 자리에 당당히 자신들도 요구사항을 제출하겠다며 갖가지 개악안을 제출하고 있지 않은가!
정규직에게도 개량을 내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는 더더욱 일상적인 사소한 요구에 있어서도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한 이유를 근간에서 뒤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시기 대공장 비정규직 투쟁은 이러한 자본의 위기시기에 그 축적 전략을 근간에서 뒤흔들 수 있다는 점, 다른 산업과는 달리 투쟁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 노동자계급 대오가 분산되지 않고 공간적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에서의 비정규직 투쟁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투쟁의 파괴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직하여 계급역관계에 반전을 가할 것인가에 있다. 그것은 비정규직 자체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는 이미 지난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 이것이 성사되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 투쟁의 발전은 없으며 노동운동의 미래 또한 없다.
- ‘연대투쟁’으로 포장된 정규직노조의 ‘대리주의’가 비정규 투쟁을 가로막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전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그나마 민주노총도 몇 년 전부터 임단협 시기에 ‘비정규직 관련 별도 요구안’의 형태로 현장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응 지침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규모가 큰 대공장 일부에서는 미조직특위 등을 구성하여 비정규직 문제에 일정정도 개입하고 있으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주체간의 연대회의가 구성됐다. 이는 분명히 그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져온 일정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수준은 임단협 시기에 비정규직에 대하여 임금인상분 일부를 적용시키는 것, 불파 문제에 정규직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만(!)을 요구하는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자에서는 작년에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 임단투를 결의하였지만, 실제로는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의 임금 교섭을 대리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공동의 요구안을 마련하고 공동의 투쟁전술을 논의하고 공동 평가까지 진행하는, 온전한 의미에서의 공동투쟁은 없었다.
이렇게 왜곡된 형태로 비정규직 투쟁에 개입하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
바로 정규직 노조에 의한 대리투쟁이 그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노조가 어떤 형태로든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소극적으로나마 투쟁에 개입하도록 이끌어낸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비정규직 투쟁의 초기 국면에서 투쟁의 성과였던 측면이 현재는 비정규직 투쟁의 독립성과 자주성, 능동성, 창조성을 가로막는 한계로 서서히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무엇인가?
그간 대공장에서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투쟁을 보자.
먼저 객관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주체적인 조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대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건설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안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받는 데는 한군데도 없다. 노조 건설과 동시에 지도부에 대한 침탈이 이뤄지고 조직 안정화 사업을 펼칠 시간도 없이, 민주노조 사수가 주요한 구호가 되어버렸다.
계약해지, 업체 폐업에 따른 직접적인 생존권 위협이 다반사이고, 그 속에서 핵심 활동가들은 해고되어 현장에서 분리되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다.
사소한 요구 투쟁마저도 자본은 완강하게 거부하고 비정규직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규직노조와의 교섭을 통해서만 일부를 내어준다. 정규직노조하고만 교섭을 하겠다는 자본의 태도는 사실은 교묘하게 현장을 분리시키는 분할 책동이며, 비정규직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음모다. (물론, 정규직 노조라고 해서 무한정 교섭 의제를 열어놓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던지 불파 관련한 요구 등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되었거나 전공장적인 사안에 대해서 자본은 완강하게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소한 일상의 요구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를 각오하고 투쟁하는데, 정규직노조는 투쟁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어서 원청과의 몇 차례 교섭을 통해서 손쉽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따온다. 이것만큼 투쟁주체들을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없다. 투쟁의 의미 자체가 상실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럴 거면 처음부터 정규직 노조에게 이러저러한 사안에 대해서 대신 교섭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낫다”라는 정서가 생겨나게 된다. 역으로 정규직노조에서는 요구사항을 대신 교섭해서 따왔으니 할 일은 하지 않았냐는 식의 면피 구실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정규직 노조의 ‘대리주의’ 연대는 비정규직과의 공동전선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의 무력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주체의 무력화는 공동전선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명확하게 자본이 의도하는 바다.
또한 ‘대리교섭’을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100% 관철시키는 경우도 드물다. 오히려 사측의 안을 가지고 중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사측에서 이 정도 안을 내왔으니 이쯤에서 받는 게 좋겠다”는 식이다. 기아차에서 보성투쟁의 경우가 그러하다. 너무나 정당한 보성동지들의 요구를 정규직노조에서는 ‘(중간관리자를 해임하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치부하면서 자신들의 중재안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중재안을 받지 않으면 자신들도 이 사안에서 손 떼겠다는 식으로 간접적인 협박까지 일삼고 있다. 이는 비단 기아차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많은 정규직 노조에서 비정규직의 일상적인 요구도 과도하다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비정규직 주체들 사이에서는 “정규직노조에서도 못하는 일인데,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패배감이 작용하여 투쟁전선은 급격하게 무너지게 된다. 정규직 노조에서의 왜곡된 ‘개입’과 ‘연대’가 비정규직 투쟁의 고양을 가로막고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위해서는 비정규 주체들의 독자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앞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개입하고 형식적으로나마 ‘연대회의’ 구성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 틀이 형성된 것은 분명 일정한 성과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 이것은 (정규직노조의 자발적 의지에 기인했다기 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투쟁이 위와 같은 한계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 역시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과가 왜곡되지 않고, 강화, 확대될 수 있도록 무엇을 할 것인가다. 그 핵심이 바로 비정규 주체들의 독자성 확보이다!
그동안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노조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실 조건으로 인해 독자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독자성이라기보다는 고립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비정규 주체들의 독자성도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정규직노조가 대리교섭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비정규 주체들의 정규직 의존성도 높아져가고 있다.(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황의 차이는 존재하며 객관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의존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비정규직노조에서 조직률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현대차에서 정규직과 공동으로 집단가입 투쟁을 전개해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비정규노조의 투쟁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 조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로 정규직 활동가들에 대한 의존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정규직노조가 알아서 몇 푼이라도 임금을 인상시켜주고 있고, 사측에서는 늘상 선별 정규직화를 흘리기 때문에 비정규직노조를 중심으로 투쟁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괜히 나섰다가는 사측에게 찍혀서 그나마도 못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동한 결과다. 이는 아무리 작은 개량이라도 투쟁을 통해서 쟁취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조직이 탄탄해지며 더 높은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정과의 뚜렷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주체는 이제라도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규직노조의 대리주의가 가져온 결과는 이미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비정규직 주체가 투쟁을 통해서 단련되고 독자적인 힘을 갖지 않는 이상, 온전한 의미에서의 공동투쟁은 불가능하다. 늘상 정규직 노조의 일정에 따라가고, 정규직노조에 의하여 투쟁 기조가 교란되고 끊임없이 투쟁수위가 조절, 제한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공동투쟁의 원칙과 기조부터 심도 깊게 논의, 확정해야 한다.
공동투쟁의 원칙은 투쟁에 돌입하기 전에 공동요구안을 확정하고 공동의 투쟁전술을 논의, 실천하며 투쟁의 마무리까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동투쟁을 이유로 투쟁의 폭을 제한하고 발목을 잡으려는 모든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공동투쟁의 목적은 노동자계급이 단일한 대오로 뭉쳐서 그 투쟁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 있다.
때로는 공동투쟁 대오의 상황과 역량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차이의 극복은 보다 전투적인 투쟁 대오의 과감한 투쟁을 통해서만이 하향평준화가 아닌, 전체 노동자계급의 발전으로 끌어올려질 수 있다. 이것이 공동투쟁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모든 투쟁에 있어서 독자적인 전술기획안을 가져야 한다. 이는 분명히 독자적인 파업의 조직화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를 분리시키려 한다. 이러한 자본의 분열 책동을 분쇄하고 정규직노조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투쟁전술을 기획하고 공동틀을 통해서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대공장 정규직노조는 몇 년간 장기적인 침체기에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막 분출하고 있다. 따라서 정규직노조는 본인들의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총연맹이나 상급단체 식의 관료적인 투쟁 기풍에 젖어 들어가고 있다. 공동투쟁은 이러한 내부의 기회주의적인 흐름과의 투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한다. 관료적인 투쟁의 기운을 차단하고 새로운 전투적 투쟁의 흐름을 확산시켜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주체들의 독자적인 투쟁전술이 반드시 담보되어야만 한다.
독자적인 파업까지 결의하는 속에서 투쟁한다면, 정규직노조도 이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상황은 비정규직노조의 독자 파업만으로도 자본의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비정규직 노조는 주체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일상 교섭에 있어서도 비정규직이 교섭 주체로 서야 한다.
더 이상 비정규직 사안에 교섭 주체가 정규직만의 일로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섭을 성사시키는 데에서도 자본과의 치열한 전투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개별 업체와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부분에서부터 임단투, 구조조정 사안에 이르기까지 이것을 쟁취하지 못하는 이상, 비정규직노조의 조직력 강화는 있을 수 없다.
당장에 있어서의 성과를 내는데 연연해서 빠른 방법을 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 투쟁의 진전을 더디게 할 뿐이다.
성과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있어서 어떻게 투쟁을 통해서 비정규직 주체들을 훈련, 강화시킬 것인가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 건설 이후에 흔히 나타나는 문제 중 하나가 비정규직 노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발상이 노조간부들에게 싹튼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비정규직 노조로 하여금 전면적인 투쟁의 국면 앞에서 몸사리게 하고 보수화하는 것으로 작용한다. 비정규직 노조의 안정화는 자의적인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아무리 안정적으로 노조를 유지, 강화하려 해도 자본의 전면적 탄압으로 인해 핵심간부의 구속, 수배, 해고, 조합원들에 대한 고소, 고발, 손배, 가압류 등의 공격이 들어온다. 따라서 이러한 공격에 노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투쟁으로 맞설 때, 새로운 활동가들이 발굴되어 핵심 간부가 날라 가도 새로운 제2, 제3의 투쟁 지도부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자본의 어떠한 탄압과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노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당장 작은 성과를 내서 그 성과를 통해서 비정규직을 조직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것은 이미 조직률의 답보 상태가 증명하듯이 실패한 전략이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에는 그것은 정규직노조의 힘의 증명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비정규직이 주체로 서고 마무리까지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가져가는 것을 조직하고 실천하는 것이 지금의 시급한 과제다.
당장 임단투가 목전에 있으며, 자본과 정권은 구조조정 공격은 물론, 법제도 개악을 통해 노동운동진영 전체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지금의 정세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노동자계급 투쟁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가계급의 총공세는 노동자계급의 총단결로 막아내야 한다.
그것은 정규직만이 아닌, 비정규직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전제로 한다.
이제 그 중심에 대공장 노동운동이 다시 우뚝 서야 한다.
대공장에서부터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모범을 창출하자.
그리고 그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동지들을 주체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모색하는 것을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독자성을 유지, 담보하고 헌신적인 투쟁을 통해서 정규직노동자들을 견인하는 것을 통해서만이 가능할 것이다.
온전한 계급적 원칙에 충실한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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