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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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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7:23:33, 조회:7,218, 추천: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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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포럼과 자본주의 과도 체제
쏘련 해체 20년이 되었던 2011년을 넘기고 2012년 새해가 밝았다. 1991년 쏘련 해체 이후 영구적 번영과 승리를 선언했던 자본주의는 이후 20년 동안 97년 세계 대공황과 2007년 세계 대공황으로 체제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쏘련 해체 이후 10년은 청산주의가 지배하는 시기였다면 이후 10년은 다시 변혁진영이 전열을 가다듬는 시기였고 이제 20년이 지난 2012년은 다시금 사회주의 변혁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지난 해 12월 <노동자정치신문>에서 다룬바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1년 12월 9-1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그리스공산당 주최로 “59개국의 78개 공산당 및 노동자당 대표들이 참석하여 제13차 공산당 및 노동자당 국제대회”가 개최됐다. 이 대회의 주제는 “사회주의가 미래다”였다. 독자들도 보았다시피 이 대회의 최종성명은 공황은 “경제 정책의 어떠한 특정 형태나 몇몇 은행가나 혹은 다른 자본가의 탐욕에 의한 일종의 일탈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회 하루 직전인 12월 8일에서 9일까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유럽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이 회의 역시 자본주의 공황에 대한 부르주아 진영의 몰과학적 인식과 속수무책의 무능력만을 보여줬을 따름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로의 단일통화 문제나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한국의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자본주의 4.0’이라는 자본주의 위기 해결을 위한 연속 기획기사를 게재한 것처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도 2012년 1월부터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Capitalism in crisis)’라는 연속 기획 기사를 실으며 자본주의 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다각도의 모색을 하고 있다. 재단을 만들어 자선에 앞장서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이 기획 기사에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선은 자본주의를 필요로 한다”(FINANCIAL TIMES, 2012. 01. 20)며 자본주의 공황 대책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와 민간기업의 이윤추구로 인해 야기된 문제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생긴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를 자선이 일정 부분 메울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월가 투쟁을 언급하며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과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혁신과 상상력과 책무를 발휘해 사회 공동체의 발전과 공존을 위해 이윤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결국은 기업이윤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 공동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클린턴은 “기업활동과 자선사업의 결합”이 미국 자본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클린턴은 빙빙 말을 돌려했지만 결론은 역시 부르주아의 자선사업이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심각해지는 계급투쟁을 무마하고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 일부를 자선과 사회발전에 써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주장은 특별한 주장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해서 상품판매를 늘리기 위한 광고 목적으로 기업이 오랫동안 주장하고 실천해온 것들이었다.
기업의 이윤추구 자체가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의 심화를 낳고 있는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하고 호도하여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영구화하기 위한 목적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부자증세 즉 ‘버핏세’ 신설 논의로 나타나고 있다.(이 부자증세 논란이 얼마나 가증스런 위선과 기만인지는 <노동자정치신문> 80호 ‘부자증세의 본질, 영구적 착취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참고하기 바란다.)
부르주아 진영의 자본주의 위기 논란은 세계 공황이 터질 때마다 벌어지지만 그 역사적 배경은 제각각 다르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의 실업률이 25%에 달했던 시절이나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구소련에서 공산주의가 태동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위기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수명 다한 게 아니다, 수리해야 할 때다”, 조선일보‘, 2012.01.05)
위기논쟁을 하고 있는 파이낸셜 타임즈 칼럼니스트 존 플렌더가 주장한 것이다. 이 주장처럼 1929년에 촉발된 1930년대 공황은 국제 부르주아에게 최대의 위험이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가 사상 최대의 공황으로 수천, 수억만의 인민들이 실업과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산업과 사회 전체가 마비되고 있을 때 그 반대편에 있는 쏘련 사회주의는 계획체제의 성공으로 실업이 일소되고 노동시간 단축과 각종 무상복지 체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산주의자들은 마치 맑스와 엥겔스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보려면 “파리꼬뮌을 보라”며 자신 있게 외쳤던 것 이상으로 “여기 있다. 보라, 그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레오 휴버맨, 경제사관의 발전구조)며 단호하게 쏘련 사회주의만이 대공황에 빠진 자본주의의 직접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에 도탄에 빠져 있었던 자본주의 국가의 인민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지금까지도 각종 트로츠키주의 세력들이나 ‘신좌파’ 세력들이 쏘련 사회주의에 대해 국가자본주의니, 타락한 노동자 국가니, 국가사회주의니 하며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있으나 당시 쏘련에서의 계획경제가 거둔 성취는 거대한 것이었고 이것은 대공황에 빠진 자본주의를 더 한층 위협으로 몰아가면서 부르주아를 공포와 충격으로 내몰았다.
최근 수년 동안의 국제 부르주아의 ‘자본주의 위기’ 논쟁은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에 촉발된 세계 대공황과 국제 노동자계급의 격렬한 투쟁, 여기에 다시 전열을 정비한 국제 공산주의자들의 ‘사회주의가 대안이다’는 투쟁 선언을 배경으로 벌어지고 있다.
91년 쏘련 해체 이후 10년 이상 ‘노동운동 위기’ 논쟁이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이제 부르주아 진영에서 ‘자본주의 위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물론 한국의 노동운동은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기 때문에 위기인 것은 사실이나 당시의 위기 논쟁이 주요하게는 쏘련 해체 이후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는 패배주의 하에서 변혁의 전망을 상실한 청산주의 진영에 의해 제기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다보스 포럼! 국제 부르주아의 지적파산, 체제의 파탄
부르주아의 자본주의 위기 논쟁과 위기 탈출구를 모색하는 연장선에서 브뤼셀 정상회의에 이어 2012년 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이 개최되었다. 다보스 포럼은 국제 독점자본가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위상에 맞게 이번 포럼에는 40개국 정상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 및 18개 중앙은행장 등 세계 각계 지도자 2,6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포럼은 ‘거대한 전환, 새로운 모델의 형성’을 대주제로 해서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국제 부르주아 진영이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맞춰 이 포럼의 첫 번째 토론 주제 역시 ‘자본주의에 대한 토론’으로 '20세기 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에서 실패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었다.
국제 부르주아 계급은 다보스 포럼에서 자본주의가 막다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자본주의 건설로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 역시 지난 브뤼셀 회의에서 유럽 국가재정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제시된 단일 통화 문제가 아무런 실효성 없이 끝났다는 것을 반증하듯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유로화의 존속을 원한다는 얘기를 처음부터 해왔다.”, “그러나 독일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몰리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메르켈 獨총리, 유로존 구제기금 대폭 확대 거부, 서울경제신문, 2012.01.26)라고 개막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재정 긴축’이 충분하지 않다며 유로존 구제금융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라는 요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보스 포럼에서 국제 부르주아의 말의 성찬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있어서는 유럽 국가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재정적자에 직면하지 않은 독일만을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독일 총리가 사실상 구제금융 확대를 거부함으로써 부르주아 진영의 기대를 단칼에 잘라버렸으니 다보스 포럼에 참여했던 부르주아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허탈해 했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 국가들의 부채위기가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반의 문제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재정적자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독일로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구제기금 대폭 확대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국제 부르주아 진영은 독일이 구제금융을 확대하지 않으면 유럽연합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으나 독일은 침몰하는 배에서 자신들만이라도 살아남으려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다보스 포럼 창립자이자 부르주아 이론가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국제 부르주아는 “자본주의 대신 ‘인재주의(talentism)'에 초점”, “작금의 위기는 금융 업계의 도덕 불감증에서 비롯”, “이번 다보스포럼은 세계 재계와 정계의 윤리와 도덕적 잣대를 재설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다보스포럼’ - 시민사회 대표 ‘WSF’ 각각 개막, 동아일보, 2012-01-26)이라며 위기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부르주아의 말을 따르면 그 동안 자본주의는 최대 이윤을 추구하면서 경쟁을 통해 자본주의 발전을 도모한 것이었는데 인재주의는 윤리의식을 되찾고 사회 구성원 개인과 사회 전체의 만족, 일자리 창출, 포용성 등으로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이래로, 대표적인 부르주아 이론가인 슘페터부터 수많은 이론가들과 기업들이 강조해온 것이 창조와 혁신, 인재의 양성과 기업가 정신의 고양이었는데 마치 ‘인재주의’가 자본주의를 대신하는 새로운 대안인양 진지하게 모색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부르주아 경제학과 부르주아 진영의 공황 자체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얼마나 저열하고 잠꼬대 같은 황당한 주장을 대책이라고 떠들어대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오죽하면 부르주아 신문에서 조차도 다보스 포럼에 대해 극도의 냉소와 불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이 오늘부터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다. 세계의 기업인과 관료 정치인들은 올해도 스위스의 이 작은 휴양지로 몰려든다. 그러나 허영의 전시장일 뿐이다. 진정한 지식도 없고 진지한 토론도 없다. 혁신을 모색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지만 지적 허위의식을 충족시키는 것이 전부다. 올해 주제도 ‘전환-새로운 모델을 찾아서’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장식되지만 정작 국제 분쟁을 해결하거나 경제위기를 타개한 적이 없다.
해마다 다보스행 비행기를 타는 한국인들도 많다. 몇년째 개근하는 기업인도 있다. 다보스에 갔다왔다는 증명서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부는 포럼 기간 중에 몰래 스키를 타러 나간다. 포럼을 열어 한철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자본주의 위기를 떠들어대고 자본주의 건강성을 오히려 부식시킨다. 한국에도 다보스포럼을 흉내낸 짝퉁 포럼이 많다. 이들은 내실이 없고 그래서 말을 더욱 교묘하게 꾸민다. 그런 엉터리들 때문에 자본주의는 대중의 비판에 직면한다. 가짜들이 너무 많다.(한국경제 사설, ‘다보스포럼, 지적 허영의 전시장일 뿐’)
자본주의 공황에 대한 부르주아의 인식은 단순히 부르주아의 지적허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고 인류 최후의 생산양식이라는 자본주의 변호론에서 오는 지적파산이고 이는 이데올로기의 파산일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파탄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처럼 국제 공산주의 진영과 국제 부르주아 진영이 자본주의 공황을 둘러싸고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할 것인가, 자본주의를 개혁해서 새로운 자본주의를 건설할 것인가라는 완전히 상반되는 전망을 모색할 만큼 정세는 격동과 격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과잉생산 공황과 역사의 폐물이 된 자본주의 체제
국제 맑스레닌주의 진영은 공황이 과잉생산 공황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투기자본이나 금융의 문제는 과잉생산 위기를 가속화하는 2차적으로 외부적 요인이다.
과잉생산 공황
연기가 걷혔을 때 과잉생산 공황은 금융공황 이면에 있는 고전적인 자본주의 과잉생산이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주택 거품과 부채 판매에 의해 부양된 호황은 끝났고 “평면 티브이 스크린, 불도저, 바비인형, 스트립 몰, 버버리 상점과 같이 세계는 거의 모든 것들로 갑자기 넘쳐났다”고 2009년 2월 14일 워싱턴 포스트는 기사를 썼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2008년에 1,830만 대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2009년에 그 차들은 단지 1,100만대를 판매할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9,000만대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유했지만 단지 6,600만대가 생산됐다. 2002년과 2007년 사이에 미국의 주택 재고가 865만 채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단지 670만 개의 새로운 가구가 증가했다. 여름 별장은 130만채나 과잉생산됐다. 이러한 과잉생산은 주택시장의 붕괴와 연이은 금융공황을 위한 물질적 기초였다. 철강, 마이크로칩과 그밖에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상품들이 과잉생산의 다른 많은 지표들이었다. 그리고 물론 주택과 자동차 산업 같은 핵심 산업에서의 과잉생산은 원료, 소재산업, 건설 등 모든 산업부문에서의 일반적인 과잉생산을 만들어내며 경제 전반으로 번져 나갔다.(프레드 골드스타인, "궁지에 처한 자본주의, 고도기술 시대에 일자리 파괴, 과잉생산과 공황", workers world party, 2011년 9월 18일)
이처럼 자본주의 공황은 과잉생산 공황으로 촉발됐으나 이 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파산한 독점자본에 대한 구제금융, 제국주의 전쟁, 경기부양책 등으로 인해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과 국가는 노동자 인민에 대한 가일층의 공세로 수요를 급감시킴으로써 과잉생산 공황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과잉생산 공황과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이 자본주의의 전반적 위기로 나타나면서 자본주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리비아에서의 제국주의 전쟁과 시리아, 이란에 대한 제국주의 침략전야를 낳고 있다. 대공황은 전 세계 약소국에 대한 자결권 침해와 수많은 인민학살, 자국 인민에 대한 공세로 인해 그리스 등 남유럽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반, 아랍, 아시아, 동유럽, 미국 월가 시위 등 자본주의 전역에서의 노동자 인민의 계급투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 모순 격화와 노동자 인민의 투쟁 고조는 변혁을 위한 객관적 물질적 조건의 성숙에 비해 전위정당이 굳건하게 이 투쟁을 주도하지 못함으로써 주체역량의 상대적 약화로 인해 변혁을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게 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그리스 공산당이 주도하는 대중투쟁으로 인해 변혁 가능성이 높으나 그리스 공산당 역시 아직 변혁을 당장의 일정으로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남유럽 전반을 비롯한 유럽 전반의 가일층의 격변 상황과 그리스 공산당의 대중적 지지 확산 여하에 따라 이 가능성은 구체적인 변혁의 현실성이 될 것이다.
이미 새해 벽두부터 30일 유럽 정상회의를 전후하여 재정위기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임금삭감, 복지 후퇴, 사유화 공세를 취하고 있는 자본주의에 맞서 가두시위와 함께 네덜란드 교사파업, 이탈리아의 버스, 트럭, 택시 노조의 파업, 스페인 항공 노동자 파업, 벨기에의 총파업 예고와 그리스 공산당의 2월 초 대중파업 예고 등으로 유럽 정세가 격화되고 있다. 그리스에서의 변혁이 유럽의 변혁적 정세를 앞당길 수도 있고 유럽 다른 국가에서의 변혁적 정세가 그리스에서의 변혁적 정세를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개량주의 진영이나 주관적으로는 맑스주의를 자처하는 진영 일부에서조차도 세계 대공황을 금융공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통제 강화, 토빈세 같은 투기자본 규제 강화 등으로 자본주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자본주의 ‘수정’ 논의는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변호론으로 노동자의 계급적 인식을 혼란하게 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수명을 연장하도록 한다.
국제 부르주아 진영은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수명 다한 게 아니다, 수리해야 할 때다”(조선일보, 2012.01.05)라고 주장하지만 자본주의 위기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색이나 자본주의를 수리해서 새롭게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자연법칙처럼 자신의 고유한 필연적인 내적 모순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으며 이 위기는 어떠한 정책이나 도덕성에 대한 호소, 자선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황으로 인해 더 심화되는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르주아의 주관적 의지와 달리 자본주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책으로 ‘재정긴축’ 정책 즉 노동자 인민에 대한 임금삭감이나 비정규직 확대, 연금삭감, 사유화, 대량해고 등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수리해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늙고 반동적인 역사의 폐차가 됐다. 폐차는 폐차장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다보스 포럼과 연이은 부르주아 정상회담은 부르주아 계급의 무지와 무능, 자본주의 체제가 죽음 직전의 시한부 과도체제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제 부르주아들은 그 무지와 무능에도 불구하고 반노동자, 반인민적 조치라는 계급 적대감으로 무장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반동성 역시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노동자계급은 이제 생명이 다해가는 시한부 자본주의 체제의 부고장(訃告狀)을 쓰고 삼가 조의(弔意)를 표해야 할 때를 앞당겨야 한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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