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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8호]두바이쇼크는 끝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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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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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8:02:24, 조회:2,602, 추천: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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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쇼크는 끝나지 않았다!
한 때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불리며, 모래위의 초고층 빌딩과 인공섬으로 상징되던 두바이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두바이 정부는 3대 국영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와 그 자회사 나킬이 260억 달러의 채무 상환을 6개월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바이월드는 두바이 정부 전체 부채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두바이 정부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4년 동안 두바이는 약 800억 달러를 빌렸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03%에 달하는 수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전 세계적인 과잉생산 공황으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더 이상 해외 자본 유치가 어려워지자 주요 자금을 해외 자본에 의존해왔던 두바이가 경제공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 세계 자본 시장은 중동발 쇼크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바이정부는 전 세계 49개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 두바이월드 산하의 DP월드는 여전히 이익을 내고 있으며 이번 구조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놀란 자본주의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전 세계 경제는 중동의 작은 나라의 경제 상황을 주시하면서 급락과 반등을 오락가락했다. 아무도 앞날을 자신 있게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됐다.
두바이에 자금줄이 닿아있는 국제 금융기관들은 채권단을 구성하여 아랍에미리트(UAE)가 나설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두바이 정부가 지급보증을 거부한 데 이어서 UAE의 막강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는 아부다비도 무조건적인 지원을 거부했다. 자본주의 경제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이후 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에게까지 파장이 미치자 결국 아부다비가 또다시 구원투수로 나섰다. 두바이 자회사 나칼의 35억 달러 채권 만기일인 12월 14일 아침에 두바이 지원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아부다비 은행권 역시 두바이 민간부문 대출액 중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아부다비의 100억 달러 지원으로 두바이는 일단 급한 불은 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바이 월드는 당장의 590억 달러 채무 이외에도 1조 7200억 달러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49억 달러를 상환해야 하고 재융자 받아야 하는 금액도 8억 달러에 달한다. 또다시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빚을 떠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아부다비는 이미 올해 2월에 100억 달러의 국채와 모라토리엄 선언 직전에 50억 달러의 국채를 사줬다. 이렇게 아부다비가 지원한 150억 달러는 두바이 쇼크를 겨우 9개월가량 지연시켰을 뿐이었다. 관계자들은 아부다비가 현금 지원보다는 두바이월드의 부실자산을 선별적으로 인수하는 형태의 지원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선별 인수가 두바이 경제를 호전 시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혼란과 불확실성’. 지금 이 단어만큼 자본주의 경제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은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르주아 학자들은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면서 자축했다. 그러나 경기도 면적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중동의 작은 국가의 재채기에도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뒤흔들리고 있다. 이번 두바이 쇼크는 아직 경제공황이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두바이 쇼크의 파급력
두바이 쇼크의 파급력은 모라토리엄 선언 즉시 일어났다. 두바이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중동과 유럽 증시가 3% 폭락한 것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특히 두바이의 전체 대출액 중 70%정도에 해당하는 4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경우 상황은 심각했다. 영국 최대 국영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트랜드(RBS)는 두바이월드의 대출주간사이다. 그런데 RBS는 작년에 영국 정부로부터 336억 파운드의 구제 금융을 받고 국유화된 은행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RBS는 225억 파운드의 2차 구제 금융을 받기도 했다. 아직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영국 은행들의 아랍에미레이트(UAE) 전체 대출 규모는 502억 달러로 두바이 전체 대출금의 40%에 이른다. 또한 유럽 최대은행인 HSBC가 작년 말부터 UAE에 170억 달러를 빌려주는 등 UAE에 흘러들어간 외국계 은행의 자금은 471억 달러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HSBC 6억 1100만 달러, 스탠다드차티드 1억 7700만 달러의 신용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씨티그룹이 두바이에 약 19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이 두바이 월드에 2억 2500만 달러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은행은 일본에서 2번째로 큰 은행이다. 국내 증시도 모라토리엄 선언 다음날 전일 대비 75.02포인트 급락하면서 연중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렇게 두바이 쇼크는 유럽, 미일, 아시아 등 전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두바이 쇼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이번 두바이 사태가 전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들을 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는(두바이 쇼크는) 작년 발생한 금융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했고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두바이는 세계가 다시 ‘제2의 금융위기’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UAE 현지 은행들에 대한 즉각적인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주에 무디스, 스탠더드 앤 퓨어스(S&P), 피치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두바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낮춘 상태였다. 또한 S&P는 두바이 4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하향조정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UAE 중앙은행은 11월 29일 긴급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UAE에 있는 24개 지역 은행과 씨티그룹, HSBC 등 28개 외국 은행들에게 3개월짜리 기준금리에 0.5%를 가산하여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각국 정상들의 발언과 UAE 중앙은행의 지원책 발표가 잇따르자 각국 증시도 반등했다. 부르주아 학자들은 두바이 쇼크 며칠 수 증시가 반등하자 역시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면서 두바이 쇼크는 이제 진정국면에 들어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반등 국면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불과 며칠 후에 두바이 월드의 핵심 자회사인 나킬이 지난 상반기 동안에만 약 36억 5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공표되면서 증시는 다시 급락하기 시작했다. 나킬은 두바이를 상징하는 인공섬 건설회사이기도 하다. 부르주아 언론들은 일제히 두바이 쇼크가 재점화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바람이었던 ‘찻잔 속의 태풍’은 이후 연이어 유럽과 미일 선진국 등의 경제위기가 증폭되면서 헛된 꿈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두바이와 리먼 브라더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여기저기에서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공포심이 나타났다. 이에 부르주아 학자들은 애써 두바이와 리먼은 그 경우가 다르다면서 공포심과 우려감 진화에 나섰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 부채 규모와 부실구조의 차이가 그것이다.
먼저 부채규모를 보면, 작년 9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는 약 6130억 달러의 부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두바이는 그것의 10%도 안 되는 590억 달러(약 68조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두바이 전체 기업들의 채무 규모를 보더라도 8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지금 자본주의 체제는 부채 규모의 절대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도 그것이 전체 금융시장의 7%밖에 안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가 얽혀 있던 파생상품들의 부실이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액수가 작더라도 그것이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인 것이다.
이들이 두 번째 근거로 드는 것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에는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 많아서 부실이 어느 정도로 얼마나 얽혀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면, 두바이 쇼크는 부실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것이다. 부실구조가 단순하다는 것은 문제 해결이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두바이월드는 전 세계에 다양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부채를 막기 위해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경우, 리먼브라더스 못지않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두바이 월드는 미국 내에서 호텔과 휴양 시설 등을 건설 중인 ‘이피니티 개발’이라는 부동산 업계의 자회사와 ‘이스티스마르’라는 사모펀드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자회사들을 통해서 미국, 스코틀랜드, 남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투자범위를 넓혀왔다. 또한 반대방향으로 유럽의 금융들이 두바이가 속해 있는 중동에 얽혀 있기도 하다.
앞서 밝힌 바대로 UAE에 대한 대출 규모는 영국이 502억 달러, 프랑스가 113억 달러, 독일이 106억 4000만 달러, 미국이 106억 2000만 달러 순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두바이 자회사 나킬의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공개되면서 모건스탠리는 두바이 국영기업들의 채무조정액이 알려져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467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동의 작은 나라인 두바이에 얼마나 많은 금융상품들이 얽혀 있는지 아직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부르주아 학자들이 애써 밝혀내려고 하는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두바이 사태의 차이점은 이번 두바이 쇼크가 국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다. 작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됐던 경제 공황이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의 몰락 등 실물경제로 번지자 각국 정부들은 국채나 공사채를 발행해서 이들 기업들의 부도나 파산을 막는데 사용했다. 그 때까지는 국채나 공사채에 대해 상대적인 신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두바이 쇼크를 통해서 민간기업의 파산을 막는데 쓰였던 국채나 공사채도 부도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는 경제공황 시기에 더 이상 실물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보증수표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작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국채의 무분별한 발행을 부추겼다. 그런데 이러한 국채발행이 이제 자본가 정부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두바이 사태는 현상적인 차이만 있을 뿐, 서로 긴밀한 인과관계로 얽혀있는 것이다.
두바이 쇼크의 원인과 그것이 의미하는 것
각 매체에서는 이번 두바이 쇼크를 두고 다양하게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두바이 정부가 해외 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두바이에서의 건설붐은 항상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사막에서 스키장 건설, 세계 최고 빌딩, 세계 최고 테마파크, 세계 최고 인공섬, 세계 최대 공항 등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진행되었다. 이 모든 것은 두바이 자체의 자금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두바이 정부는 적극적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했고, 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것이 작년 경제공황으로 한계에 부딪쳤고, 올해 두바이 쇼크로 터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바이 신화’를 칭송하던 부르주아 학자들은 이제 별다른 자원도 없는 나라가 지나치게 해외 자본에 의존한 채 무모한 사업들을 전개했다고 두바이를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모래위의 신화’로 일컬어지면서 칭송받았던 두바이의 경제정책은 이제 무모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정확한 수요예측도 하지 않은 채 공급 주도형 모델을 취하면서 공급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 두바이 쇼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에서 정확한 수요예측은 가능하지 않다. 정확한 수요예측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적정량을 생산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자본주의 경제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자본가계급이 그토록 경멸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아닌가? 이들은 두바이 쇼크에 당황한 나머지 부지불식간에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두바이의 정치체제에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강력한 국왕 중심 체제의 정치체제를 견제할 만한 제어시스템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바이 국왕은 사막위에서 부를 창조하는 자본의 창조자에서 독재자로 평가절하 되었다.
이렇게 두바이 쇼크를 두고 부르주아 학자들은 다양한 원인 분석을 하고 있지만 그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러 작년의 경제공황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 쇼크는 진공 속에서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두바이의 산업구조는 유통 35%, 제조 15%, 부동산 15%, 금융 9% 등 대부분 부동산과 금융, 관광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실물경제가 아닌 산업으로 경제를 지탱해가던 두바이는 작년 전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더 이상 두바이로 자금이 흘러들어오지 않았고, 자금 흐름이 막히자 UAE 차원에서 진행되던 400개의 부동산 개발, 총 3천억 원 규모의 사업이 중단됐다. 이는 두바이 국내 총생산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물론 대부분 두바이가 진행하던 것이었다.
따라서 두바이 사태의 직접적 계기는 작년에 발생한 미국발 경제공황이며, 두바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미국발 경제공황의 원인에 닿아있는 것이다. 작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실물경기가 추락해서 더 이상 예전만큼의 이윤을 얻지 못한 금융 자본들이 단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금융상품에 몰리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외형적으로는 금융위기로 나타났지만 그 이면에는 주택이라는 상품의 과잉생산이 있었다. 부동산 거품이 일자, 주택업체는 은행신용으로 주택을 마구잡이로 지었고, 은행은 심지어 대출상환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도 돈을 빌려주면서 주택구입을 부추겼다. 그런데 과잉생산 공황이 촉발하자 주택가격은 폭락했고 그 피해는 일차적으로는 주택담보 대출자들에게 돌아갔지만 이들이 지불 불능 상태에 놓이자 은행도 동반부실에 빠지게 되었다.
이번 두바이 쇼크도 이러한 미국발 경제공황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두바이는 적극적으로 해외자본을 유치하여 부동산 개발에 쏟아 부었지만 경제공황으로 두바이의 값비싼 건물들은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과잉 생산된 주택들이 넘쳐나고 주택가격이 급락하자 이는 곧바로 건설업체와 이에 자금을 대 준 금융업체들의 부실을 가져왔다. 지금 두바이는 작년 미국이 겪었던 공황의 양상을 그대로 겪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간 경쟁과 이윤율 하락, 경제 공황의 발발이 필연적이듯, 이번 두바이 쇼크 또한 자본주의 모순의 필연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두바이 사태를 두고 부르주아 학자들마저 그동안 막대한 정부 재정 지출로 경제 공황을 막아냈던 재정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들을 내리고 있다. 그동안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계기로 발생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각국 정부들은 11조 600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중앙은행들은 비정상적으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각국 정부들의 부채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11월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G20의 재정적자 규모는 2007년 GDP 대비 1%였던 것이 2009년 7.9%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황이 심화될수록 자본을 살리기 위한 정부지출은 늘어났고, 이제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부르주아 학자들은 각국 정부들의 재정지출이 내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것은 재정확대 정책이 더 이상 경제공황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통화 팽창 정책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될 경우, 각국 정부들은 금리 인상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 조치는 이미 발행된 국채에 대한 이자부담을 늘리게 되고, 이는 또다시 재정적자를 가져오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들은 아직까지 재정확대정책이외에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확대재정정책의 효력이 바닥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가계급과 정부가 더 이상 내놓을 뾰족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 두바이쇼크는 공포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
작년 미국발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부르주아 학자들은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들은 신흥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며 이들이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자본가들의 유일한 도피처였던 바로 그 신흥시장에서 또다시 전 세계를 경제공황의 공포로 몰아넣을 만한 두바이 쇼크가 발생했다. 더 이상 부르주아 학자들은 이제 어디에서 경제 회복의 미래를 볼 것인지에 대해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두바이 쇼크가 의미하는 것은 경제공황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들의 통화 팽창 정책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본가계급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 안전한 경제공황의 도피처는 없다는 것, 그로 인해 이제 자본가계급은 더 큰 공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두바이 쇼크는 끝나지 않았다!
아부다비의 대출로 두바이 쇼크가 진정된 듯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무디스는 두바이의 부채가 1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고 부실 대출도 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두바이월드 뿐만 아니라 두바이 홀딩사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7개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두바이홀딩의 부채규모는 1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당장 내년 중에 상환하거나 재융자 해야 하는 부채는 20억 달러에 이른다. 두바이홀딩은 지난 9월 27일 3억 달러 채무도 겨우 상환하기도 했다. 이는 두바이에서 제2의 두바이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11월 27일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두바이 쇼크가 국가부도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두바이 쇼크로 선진국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이로 인해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투자금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국가부도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1990년 말 러시아의 부도사태와 2000년 초반 아르헨티나 때처럼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11월 30일 무디스는 두바이 쇼크가 “세계 경제 회복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더 이상 아부다비의 무조건적인 지원을 바라기 힘든 상황에서 두바이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미국, 영국 등에서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이제 겨우 한 숨 돌리고 있는 선진국은 또다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자본가들을 공포에 떨게 한 두바이 쇼크의 후폭풍은 그리스, 베트남, 동유럽 국가들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두바이 쇼크 며칠 후인 11월 29일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두바이월드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유로존 지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두바이 쇼크가 터진 후 전 세계 자본가 정부들은 그리스를 주목했다. 그리스는 전 세계 대외 부채의 0.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UAE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후 그는 12월 1일 “아테네가 두바이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기자간담회에서 인정해야 했다. 2009년 들어 그리스 정부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2.9%에 이르고, 부채비율은 113.4%에 달할 것으로 전망 되고 있는데 이는 불과 두 달 전에 발표한 수치의 2배에 이르는 것이다.
EU는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2010년 124.9%, 2011년 135%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기야 12월 8일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강등한 지 한 달 만에 ‘BBB+’로 또다시 하향조정했다. S&P도 12월 7일 그리스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 거품 붕괴로 2007년 이후 조세 수입의 1/3이 감소된 아일랜드는 그리스보다 더욱 많은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럽 경제 4위국인 스페인도 지난 12월 9일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 되었다. 스페인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67%에 이르며 실업률도 유럽연합에서 가장 높은 19%대에 이른다.
동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그 부채 규모가 1조 7000억 달러에 이르면서 국가부도 사태가 우려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막대한 규모의 단기국채 상환을 앞두고 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10월에 두 자리 수를 넘어선 이후 11월에도 10.2%를 기록하는 등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부르주아 학자들조차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문제와 신용카드 연체 등의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중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그 대출 규모가 3조 40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2007년 기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규모의 3배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11월 기준으로 2007년 최고치의 43%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당장 내년과 내후년에 대출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에 부르주아 학자들조차도 리먼브라더스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 또한 GDP 대비 50%에 이르고 있으며 2019년에는 1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럴 경우 금리를 3%대로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미국은 국가부채의 이자지급으로만 20%가 넘는 예산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방채의 규모가 3조 달러에 이르는데 얼마전 캘리포니아주정부는 겨우 디폴트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영국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0.3%로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위태로운 행보를 걷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얼마 전 보고서를 통해서 “영국이 주요 10개국(G10) 중에서 막대한 재정적자(GDP의 11.6%)와 국가부채(GDP의 68.6%)로 채무위기에 직면할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현재 ‘AAA'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국가로 영국을 꼽았다.
일본 건설주들은 두바이 쇼크가 일어난 주에 8개월 동안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2009년에 정부가 부담해야 할 국채 이자비용이 10조 2000억 엔으로 전체 조세 수입의 26.2%에 이른다. 결국 일본은 12월 초에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선언했다. 블룸버그의 아시아 담당자는 12월 10일 칼럼에서 일본이 주요국 가운데 최초로 더블딥에 빠지게 될 것이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베트남은 수출이 급감하면서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국제사회는 12월 초에 베트남에 80억 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최근 중국에 대한 경고도 줄을 잇고 있다. ‘달러의 위기’ 저자인 리처드 던컨은 중국 역시 대출과 정부 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최근 몇 년간 대규모 건물 공사로 부실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이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소비가 줄면서 수요가 줄어 장기적으로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최근 출구전략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대미 수출이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지금 전 세계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두바이 쇼크를 두고 전 세계 자본가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이것이 지난 미국발 경제공황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아서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었고, 일본은 디플레이션을 선언했다. 지금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관심사는 “언제 어디에서 또 다시 제2의, 제3의 두바이 과잉생산 공황이 재발할 것인가?”이다. 두바이 쇼크는 끝나지 않았고, 유럽과 영미일 등 선진국, 위태위태한 자본주의 경제가 기대고 있는 아시아에서 두바이 쇼크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본주의 체제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을 것이다. 두바이라는 작은 나라의 과잉생산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줄만큼 자본주의 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연쇄고리로 인해 아무리 작은 경제 쇼크라 하더라도 그것은 전 세계적 파급력을 가지면서 세계경제를 더 극심한 과잉생산 공황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이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는 한, 자본주의 경제공황은 더욱 심화된 불확실성으로 자본가계급의 목을 조이고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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