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평가서
1. 서론
03년 하반기 한창 열사투쟁이 전개되고 있을 무렵, 울산에서는 본부장 선거를 필두로 현대중공업, 미포중공업, 현대자동차 위원장 선거열풍에 휩싸였다. 금속을 중심으로 한 선거바람은 04년 1월 16일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기점으로 일단락되었고, 이후 지하철을 필두로 한 주요 공공 사업장의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선거정국에서 각 정치세력에게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역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였다. 국민파의 이수호 후보와 소위 다양한 세력의 선거용 연합 좌파 후보인 유덕상의 대결에서 국민파는 부위원장까지 싹쓸이 하여 당선시키면서 그렇게도 소원하던 천하통일을 이루었다. 국민파의 당선을 두고 이번 선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각 세력은 하나같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표 차이(약 10% 차이)와 전 한통계약직 위원장 출신인 홍준표 부위원장의 낙선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무원칙한 선거연합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쏟아져나온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평가한 글들은 이러한 그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이번 선거의 진정한 패인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소위 좌파 후보 진영은 이번 선거를 두고 '철저한 조직선거'로 진행되었으며, '임원선출방식의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재의 임원선출방식이 실질적으로는 이중삼중의 간선제 형식이므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폐단을 갖고 있으며 직선제로 시정되어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한 후보에게만 일방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주되게 내세우는 것은 '패자의 푸념'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선거과정 내내 표 이동에만 집착했던 그들에게는 이번 선거만큼 현장조합원들이 무관심했던 적이 있는가를 냉정히 돌아보고 지난 활동에 대한 진지하고 구체적인 평가와 반성 보다는 국민파가 이번 선거를 2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에 비하여 자신들의 선거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 앞서고 있다. 선거 준비에서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 끝까지 교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진 노동자들에게는 선거 평가도 하나의 투쟁과정이 되어야 한다. 단지 표차이를 확인하는 것에서 자신들의 조직세를 점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과정을 통해서 지난 활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냉정한 평가를 가져야 한다. 또한 선거운동기간에만 반짝하는 현장 순회가 아니라 좀 더 현장으로 들어가서 노동자들의 정서를 읽고, 그 속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들을 뽑아내어 투쟁을 조직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그럴 때에만 현장으로부터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선거 투쟁도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 역시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요 대공장들의 선거 평가를 통해서 일반적인 특징들을 뽑아내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점검하여 투쟁으로 조직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선거국면에서 드러난 특징들..
(1) 민주파의 후퇴와 어용세력의 전진
어용 대 반어용전선이 사라지자 어용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02년 최초로 실리주의 노선을 전면에 내세운 어용세력인 최윤석 집행부가 당선된 이래 또다시 실리를 가장한 어용세력의 '범민주연합' 탁학수 후보가 소위 범민주후보인 '분과동지회연합'의 손준열 후보를 10%가 넘는 2,210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탁학수 측은 선거운동의 핵심 기조로써 '퇴장! 정치지향적 노동운동!'을 걸면서 노골적으로 투쟁이 아닌, '안정속에 미래보장!'으로 표현되는 노사협조주의 기조를 내걸었다.
현대차에서는 민투위 이상욱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결선에서 타 조직들의 표 몰아주기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예년에도 이러한 양상은 반복되었지만, 올해의 경우 몰아줬음에도 불구하고 표 차이는 많이 나지 않았다.(01년 9대 선거 때 이상욱 54.1%, 이경훈 45.2% - 03년 이상욱 51.13%, 이경훈 47.94%) 따라서 당선여부를 별도로 한다면, 금속연맹에서까지 비공식적으로 내려오는 등, 현대차에서 소위 민주파가 총집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리를 가장한 전통 어용세력을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봤을 때 범민주파의 퇴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이는 현시기 금속 대공장 노동자들의 정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IMF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속에서 모든 것을 빼앗겼던 노동자들은 이후 자동차 업계와 조선업계의 상대적인 호황 속에서 자본가들의 필요에 의해(!) - 잘나갈 때 한 푼이라도 벌자!라는 것이 현시기 노동자들의 정서라면, 잘나갈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들이자! 이를 위해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적당히 성과급 좀 던져주고 대신 노동강도를 높여서 이윤을 만회하자는 것은 자본가들의 계급적 이해에 충실한 태도이다! - 임단협은 어느 정도 복구되었지만(물론! 단협에서도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이나 작업중지권 쟁취 등 핵심적인 사항은 복구되지 못했다.) 지속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항상적인 생존권 위협에 놓여있다. 이러한 물리적인 공격에 더해서 노무현 정권과 자본의 '대공장 죽이기', '노동귀족' 이데올로기 공세는 '노사관계 로드맵', '임금피크제' 등 실물적인 흐름과 결합되어 04년에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공격에 현장 노동자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당장의 실리적인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고, 어차피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불안심리는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자라는 왜곡된 의식을 낳고 있다. 여기에 일단 호황으로 고용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보다는 개인의 실리를 우선하게 되면서, 지도부의 선택에서도 투쟁적인 지도부이던, 노사협조주의 지도부에 개의치 않고 어느 지도부가 좀 더 개인들의 안정을 도모하고 실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가 판단의 중요한 잣대가 되어버렸다.
투쟁을 강조하던 지도부가 제대로 투쟁도 하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하고, 오히려 실리를 전면에 내세운 지도부가 하나라도 더 가져다 준다면 조합원들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간 투쟁을 내세웠던 세력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냉정한 평가이다. 물론 모든 투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으며, 지금과 같이 자본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시기에서는 오히려 승리보다는 패배하는 투쟁이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라도 지도부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이후 자본과의 일상적인 전투에서 흔들림없이 원칙적인 태도로 투쟁에 임한다면, 현장노동자들은 그들에게 신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간 지도부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러하지 못했다. 현장의 투쟁열기가 올라올 때에도 지도부들은 투쟁을 접어버렸으며, 이후 자본의 공격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그러한 모습에 현장 노동자들은 등을 돌려버렸으며, 이 때를 틈타서 실리주의 세력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실리주의 세력의 약진을 현장 노동자들이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포섭되어버린 결과 나타난 의식적인 선택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도세력의 부재로 인한 자포자기 심정으로 차악을 선택한 것이며, 이는 현장의 절망감, 위기감을 표출한 것이다.
(2) 그 놈이 그 놈인 정책대결
예전에는 민주 대 반민주의 뚜렷한 대립 속에서 서로 정책적 입장이 선명하게 대립되었다고 한다면, 몇 년 전 부터는 이러한 구도 자체가 모호하게 되면서 선거과정에서 뚜렷한 정책대결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든 후보가 고용 / 임금 / 후생복지 / 비정규직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자신들의 공약으로 삼았다. 특히 현자에서는 정통 민주파임을 자임하는 민투위 역시 현재 진행되는 자본의 공격에 명확한 투쟁안을 내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03년 임단협 찬반결과를 의식해서인지 지난집행부의 기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가장 반노동자적인 합의안이었던 '불황시 해외공장 우선폐쇄(-> 해외 노동자들 우선 해고)'조항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이를 합작투자나 기술차원에도 확대적용하여 국내생산에 대한 확실한 방어벽을 세우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또한 '공장간 분열을 부추기는 물량이관, 투쟁으로 박살낸다!'면서 실내용은 현안문제였던 5공장 문제를 '5공장에 새로운 차종 투입을 즉각 실시토록 하여 5공장 조합원들의 고용을 안정되게 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 국제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또한 물량으로 장난치면서 현장을 분열시키고 있는 자본가들의 공격에 그 기조에 있어서 전혀 차별성이 없는 '물량확보'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후보진영이 앞서 서술했던 조합원들의 왜곡된 의식에 그대로 영합해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더더욱 '그놈이 그놈이다', '그 놈들 중에서 투쟁하면 우리만 깨지니까 합리적이라고 하는 놈이 더 낫겠다'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3) 모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핵심 - 고용안정
앞서 얘기했듯이 모든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한 언사들만 늘어놓는 가운데 가장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것 역시 '고용'관련한 내용이다. 자본의 대대적인 정리해고 경험이 있는 현장노동자들은 여전히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자본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고용안정'이 현장 노동자들의 제 1의 관심사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본이 대대적인 정리해고 이후 신규 채용은 물론, 자연감소된 자리에도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에 지도부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현장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똑같은 현장동료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힘든 일을 대신해주고 고용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대한 방패막이 정도로 생각하는 등 반노동자적으로 행동한 것에 대한 결과이다.
아직까지는 그 흐름이 미약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자본이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투쟁주체로 우뚝서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정규직의 정리해고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은 비정규직의 증가가 고령화된(따라서 자본측으로 봤을 때에는 고임금의 직접적 대상자인) 현장노동자들에게는 또다른 고용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자본과 정권은 대놓고 대공장 노동자들의 고임금에 대한 공격을 노골화하면서 현장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임금삭감 제도인 '임금피크제'를 들이밀고 있다. 자본과 정권측으로 봤을 때에는 이는 실업률 증가에 따른 정치적 압박도 줄이고, 임금 비용도 줄일 수 있으며, 또다시 고용이냐, 임금이냐 둘 중 선택하라고 윽박지를 수 있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는 황금 알인 것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경제위기에 따른 직접적인 고용불안이었다면, 지금은 상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기(전반적인 경제위기는 마찬가지이지만)에서 또다른 형태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은 고용협약서, 희망퇴직 저지 등 이러저러한 공문구의 남발이 아닌,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통한 고용안정 투쟁을 전면에 걸어야 할 것이다!
(4) 각 사업장에 공통 현안 - 구조조정
매번 선거시기에는 각 사업장의 현안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이번에도 각 후보들의 정책을 보면 여전히 현장에서는 구조조정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굳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본이 전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각종 현장통제와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산재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불과 한 달 사이에 3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가기도 하였다. 또한 50%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속에서 착취당하고 있으며, 이번 박일수 열사의 분신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 또한 현대자본의 무분별한 해외 확장과 공장 재편, 플랫폼 통합과 모듈화 등 그야말로 자본의 총체적인 구조조정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판매의 경우 그동안 과장급 이상에게만 행해졌던 희망퇴직이 선거기간을 틈타서 일반직에게까지 확산되면서 직접적인 정리해고 공격이 자행되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선거 사업장뿐만이 아니라 전산업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03년 하반기에 금속연맹은 산하 사업장에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 '구조조정 투쟁본부'를 구성하였으며 금속 울산본부에서는 1월 29일 정기대대를 통해서 구조조정 저지, 임단투 승리!를 핵심적인 사업방향으로 확정하기도 하였다. 자료에 의하면 대략 70여개의 금속사업장에 구조조정 사안이 걸려있으며, 사무금융에서도 외환카드 정리해고 투쟁을 필두로 제2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25일부터 연대파업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공공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지하철에서는 작년 말에 구조조정 동의서와다름없는 21세기 협약서에 배일도가 합의하면서 구조조정과 노동시간단축이 최대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과 정권의 구조조정 공격은 자동차 연구모임의 이종탁이 주장하듯이 양에서 질적인 구조조정의 양태를 띠는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 다양한 형태의 정리해고, 임단협 공격, 현장통제 등 복합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대한 시급한 대응이 요구되어지고 있다!
3. 결론 - 과제
이수호 집행부는 당선되자마자 노골적으로 '교섭'과 '타협'을 내세우면서 노무현 정부에게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체가 조직되지 않는 이상 총파업은 없다면서 2년 동안 조직해서 한 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가정일 뿐, 2년 동안 조직해도 전체 조합원들이 일시에 총파업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민주노총 주도의 총파업은 이제 옛 과거사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지도부가 파업을 조직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적어도 전체 60만 조합원이 일시에 총파업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그 때에는 민주노총 주도의 정권 압박식의 총파업이 아니라 전체노동자는 그보다 더 나아가 권력장악을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수호 지도부의 집권과 대공장에서 실리주의 세력의 득세라는 작금의 상황은 선진활동가들에게 지난 활동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냉철한 평가를 통해서 현장노동자들로부터 실천을 통한 재검증의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앞서 위원장 선거를 치른 몇몇 사업장 뿐만이 아니라 전체 사업장에서 선진활동가들이 기존의 관성적인 활동으로는 더 이상 현장노동자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작년 기아총파업 부결사태 및 지도부 불신임 부결 사건을 보라! 기아 집행부는 명백한 과오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아니, 오히려 너희가 도덕적으로 걸고 넘어지면 우리도 할 말 많다는 식으로 기아 비대위를 윽박질렀다. 여기에 대다수의 현장조직 대의원들이 결합했었던 비대위는 제대로 된 실천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앙상한 홍보물 몇 장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현장조합원들의 냉소와 비웃음이었다.
그간 남한 노동운동에서 금속 대공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정국을 이끌었던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대공장은 이조차도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제대로 보위해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전국 투쟁전선에 현장동력을 핑계로 투쟁대오에서 이탈하면서 찬물을 끼얹었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통적으로 민주파가 우세했던 사업장에서도 얼마 못 가 현대중공업 꼴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지금은 사측의 앞잡이가 되어서 충견 노릇을 자임하고 있는 탁학수도 예전에는 민주투사였으며, 위력적인 골리앗 투쟁으로 자본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강성노조, 핵심적인 투쟁사업장이었던 현대중공업이 죽음의 공장, 절망의 공장으로 바뀌는 데에는 불과 몇 년 걸리지 않았다.
선진 활동가들은 현장 노동자들이 실리주의에 경도되었다고 한탄만 하기 이전에 백의종군 하는 자세로, 선거 시기에만 반짝 현장조합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노동자계급의 원칙을 지키면서 현장의 일상투쟁에서부터 앞장서서 투쟁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현장에 각종 현안문제들은 이미 산적해있으며, 구조조정 공격도 본격화되고 있다.
선진활동가들은 더 이상 '현장이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지금은 투쟁하기 힘들다'는 자기 합리화나 현장의 정서에 매몰되어서 조합원들의 왜곡된 의식의 꽁무니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는 자세로 다시금 현장에서부터 신뢰받는 지도부로 우뚝서야 한다. 그럴 때만이 실리주의 세력이 더 이상 현장에 발붙이지 못하고 현장노동자들도 다시금 타협을 통해서는 실리조차도 챙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며 투쟁의 대열에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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