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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5호] 기아자동차지부 08임단협 투쟁 평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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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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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3 17:24:50, 조회:2,591, 추천: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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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지부 08임단협 투쟁 평가서
- 기아차지부 활동가
지도부에게 기대할 것 없다! 조합원이 스스로 끝냈다!
기아자동차지부 08년 임단협이 9월 30일 2차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임금 76%, 단협72%라는 매우 높은 찬성률로 가결되어 모두 종료 되었다. 9월 11일 1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부결된 점에 비춰볼 때 그야말로 대 반전이다.
1차 부결 이후(찬성률 임금44%, 단협41%) 무슨 일이 있었기에 19일 만에 치러진 총회에서 이처럼 높은 찬성률이 나왔을까? 이유는 단 하나다. 현장의 요구가 만족스럽게 반영된 것이 아니다. 9월 26일 현대차 2차 잠정합의안 가결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대차 꽁무니 쫓기에 급급해하던 기아 지도부에게서 조합원은 현대가 마무리됨으로써 더 이상 기대할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기아에서 잠정합의안이 1차 부결된 후 기아차 사측은 노골적으로 현대차 눈치 보기에 혈안이 되었다. 노측도 현장을 방치한 채 노사협착이 되어 현대차 상황만 지켜보았다.
십 수 년 간 투쟁을 해보고 또한 계산에 익숙해진 조합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매우 불만족스럽던 교섭 내용이 더 이상 진전이 안 되고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돈이라도 받자는 심리가 발동되어 보기 드문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
기아차투쟁에서 이후 금속노조를 본다.
이번 투쟁의 평가에서는 이처럼 온 냉탕을 오간 듯 극적인 반전으로 마무리된 결과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높은 찬성률로 종료되었다거나 기업별 투쟁으로만 국한할게 아니다. 이후 산별 금속노조에까지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기아의 투쟁은 앞으로 금속노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결과가 기아차에 미친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문제는 기아 지도부가 주체성을 가지고 현장을 조직하고 투쟁을 이끌어갔어도 과연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을까. 조합원들은 십 수 년 간 투쟁의 경험이 있기에 어느 정도 상황을 보면서 판단을 한다. 그 판단의 기준은 당연히 투쟁 지도부의 의지와 실천으로써 정립해 주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기아차 지도부는 기아차 사측을 금속노조 산별교섭에 이끌어 내지 못했다. 07년에 금속 산별 교섭에 참여한다는 확약서를 받고 큰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확약서를 받는데 그쳤다. 더구나 이번 확약서가 어떻게 확약되었는지도 공표하지 않았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눈곱만큼도 선전하지 않는 비민주성을 보였다. 이로써 현장에서는 금속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교섭초기 금속산별교섭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조합원의 동참을 요구했다. 그러나 갈수록 금속투쟁은 현장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아조합원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요구안에 대한 모호성도 있었지만 전국투쟁으로 전선을 확대하지 못한 것이 현장에서 금속노조의 존재성을 희미하게 했다. 또한 금속노조-현대-기아차 지도부와 완성차지부 관료들의 이심전심 투쟁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서로 죽이 맞아 떨어져 중소 영세 조합원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었다. 금속노조의 합의서에 현장 활동 조직 두 군데서 약평을 냈는데 한쪽은 최대성과로 한쪽은 최악으로 평가했다. 여타 조직은 침묵했다. 금속 노조의 참담한 결과에도 기업별 울타리에 갇힌 활동 조직과 기아지도부 그리고 금속 지도부를 볼 때 금속 노조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현대차와 차별철폐냐 -주간연속 2교대 쟁취냐
금속노조의 투쟁이 사실상 끝나고 본격적인 기아차 투쟁이 진행되었다. 예년 같으면 내부 투쟁이 끝날 무렵인데 금속노조 일정을 따라가느라 내부교섭이 많이 지연되었다. 현장 조합원들도 기아 교섭으로 압축되자 관심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쟁점을 만들지도 현장을 조직하지도 않았다. 현대차가 교섭하면 따라하고 안하면 성실교섭촉구 기간을 설정해 현장을 방치했다. 교섭이 없자 뻔한 내용을 가지고 보고대회만 두 번 했을 뿐이다. 당연히 조합원의 참여도는 떨어졌고 원성은 높아만 갔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5개월간 투쟁한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위협적인 문구로 사측을 압박했다. 역시 뻥카였다. 실천 없는 큰소리 뒤에는 현대차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시간벌기일 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와의 차별철폐가 현장여론을 장악했다. 핵심과제인 주간연속2교대는 후차순으로 밀려나갔다. 현대차와의 차별 철폐는 임금성과 관련해 07년도에 현대보다 적게 받았기에 이번에는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현장에서는 먹혀 들어갔다. 주간연속 2교대가 현대에서 제시되어 부결된 후 기아차에서는 더 기만적인 내용으로 1차합의가 되었는데 부결의 핵심으로 주간연속 2교대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보다는 현대차와 차별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주요 활동가 조직에서 거들었다.
참으로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와의 차별은 전술적인 문제다. 현대차가 대충 임금을 합의해도 같거나 조금만 더 주면 차별은 없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차가 기아보다 또는 요구안보다 월등히 많을 때 전술적으로 차별철폐를 주장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차별 철폐만 주장함으로써 주간연속 2교대를 덮어 버렸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아차의 주야 맞교대는 자본가에게 건강권을 받쳐가며 착취당해온 수탈의 상징이다. 때문에 심야노동철폐/임금삭감 없는 월급제/고용불안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 쟁취야말로 수 백 년 동안 피의 대가로 단축해온 노동시간과 버금가는 혁명적인 과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지도부에게 찾을 수가 없었다.
모지회 지회장은 설명회에서 ‘현대차를 넘을 수 없고 똑같이 될 것이다’라는 막연하고 포기한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현대차 하면 따라갈게 아니라 함께 투쟁하면 더 좋은 안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공동투쟁이다. 현대차가 공동투쟁 제안을 받든 안 받든 제안조차 하지 않은 지도부에게 투쟁의지는 단 1%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기아차 주간연속2교대 합의안은 현대차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만적인 내용이다. 기아차는 05년~06년도에 09년1월1일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월급제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09년 9월 8/8+1 시행과 구체적인 사항은 노사협의에서 논의키로 했다. 월급제는 월급제 위원회를 구성해서 논의키로 했다. 이로써 기존 합의마저 완전 후퇴 시켰다.
조직력이 살아있는 쟁의기간에도 못한 것을 노사협의와 월급제 위원회에서 풀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올 연말에 임원 선거가 있기 때문에 차기 집행부에 떠넘겼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차별의 최대 피해자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다. 화성공장은 비정규직 활동 조직이 있어 불합리한 차별이 폭로 되기라도 했지만 소하리와 광주공장 비정규직은 하소연도 못하는 소외당하는 비극적인 차별을 당했다. 내용적으로도 일시적인 임금성에만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정규직과의 차별을 눈뜨고 당해야 했다. 차별철폐는 지난 입사비리로 총 사퇴한 17대 집행부 조직인 전민투인데(구 미래노) 이들은 단 한 번도 기아차 내부의 차별철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볼 때 정규직 조합원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부각시킴으로써 올 연말에 있을 임원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접근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기본 상식도 찾을 수 없는 기아차 지도부
기아차는 1차 잠정합의안이 나올 즈음부터 9월 30일 끝날 때까지 세 번의 쟁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집행부의 요구에 의해 모든 권한을 위원장(지부장)에게 위임 했다. 위원장 위임은 관례적으로 해왔던 것인데 이는 마무리시기에 효율적이고 신속한 투쟁을 배치해 자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위원장은 위임된 세 번의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투쟁을 배치하지 않았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현장은 현대 쪽으로 눈과 귀가 완전히 쏠리고 현대가 제시한 내용에 따라 ‘기아도 어느 정도 나오겠는데’라는 나름의 분석까지 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투쟁의 기운은 찾을 수가 없어졌고 이때부터 급속하게 현대차가 빨리 끝나야 우리도 끝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집행부가 쟁의권 위임을 요구하고 위임받은 8월부터 기아차는 2가지의 신차(포르테/소올)를 발표했다. 이때 지회장은 쟁의시점을 망각한 듯 교섭을 중단하고 신차발표회장에 나가 사측 교섭대표와 손잡고 발표회를 축하해 주었다. 이때가 교섭전술을 구사하기 최고의 기회였다. 신차 생산 시점에 총파업을 선언하고 투쟁하면 사실상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총파업은커녕 소위 적의 소굴로 들어가 축하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했다. 신속한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었고 결과적으로 신차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임받은 쟁의권을 엉뚱하게 사용한 것이다. 노사 협착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7월경에 중앙 쟁대위에서는 모든 협의에 대해 중단을 결정했다. 이때 광주공장에서는 신차 소울 양산을 앞두고 협의가 중단되었는데 광주지회는 비공개로 지회 쟁대위를 열어 협의를 하도록 풀었고 바로 양산합의를 해 버렸다. 비민주성의 본보기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유리한 정세도 활용 못했다!
올해 임단협은 우리에게 최적의 정세였다. 현대 기아차가 흑자를 기록했고 환율은 하늘 찌르듯 올라갔다. 올 초 사측이 핵심적으로 내세운 이데올로기 공세가 930원대의 환율이었다. 수출 비중이 70%인 상황에서 사측의 공세는 현장에 스펀지처럼 먹혀들었다. 하지만 1200원까지 올라가자 사측의 공세는 무력해 졌다. 또한 신차가(로체이노베이션, 모하비, 포르테, 소울) 쏟아졌을 뿐만 아니라 쟁의기간에 신차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현장 활동 조직도 적극적이었다. 세군데서 현장에 천막을 치고 투쟁을 거들었다. 하지만 내용은 형편없었다. 천막농성은 모든 사활을 걸고 투쟁을 배치한다는 것인데 그저 거점으로만 활용했을 뿐 무의미 했다. 조직적인 출투와 현장순회투쟁 한번 없었으니 연말 임원선거를 겨냥한 모양새 갖추기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현대차는 집행부의 일방적 합의에 대해 교섭장을 봉쇄했고 교섭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었지만 기아는 그렇지 못했다.
어쨌든 유리한 정세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집행부 지도부는 역주행 했다. 공격적인 투쟁을 배치하지도 않았고 천막을 치고 일어선 현장활동 조직을 선봉대로 내세우는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결과론적이지만 현재 집행부 지도부에게 이를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자괴감이 들뿐이다.
기아차 투쟁의 한계와 과제
기아차는 기본급 85,000원 인상, 생계부족분 300%+일시금360만원, 상여금 700%->750%,가족수당 1인 통상급화, 전종업원 상해보험 가입 등 현대차와 거의 같은 내용으로 일부 임금성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주간연속 2교대 쟁취라는 숙원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국의 교대 노동자의 시선을 따갑게 받아야 했다. 기아 현대차의 교대근무 변경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때 더없이 좋은 정세에서 쟁취해서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했다.
또한 암울한 금속노조의 미래다. 위원장 등 각급 핵심 자리를 기아 현대 조합원이 겸하고 있음에도 두 개 사업장도 공동투쟁 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15만 전체 사업장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기아현대정책협의회가 왜 존재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비정규직 문제도 임금성 외에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주간연속 2교대 시행을 앞두고 설비투자와 함께 인원 투입 시 비정규직을 우선 정규직화 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대안이 제기되었는데 이마저도 큰 틀의 방향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법은 하나다. 단사부터 상층기관까지 관료들에 의해 장악된 지도부를 심판하는 길 뿐이다. 기아 현대뿐만 아니라 전국의 투쟁 사업장 특히 비정규직 사업장이 미해결 되거나 패배하는 것은 단사를 뛰어넘지 못하는 지도부의 지도력이 가장 큰 문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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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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