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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7호] 항만 예인선 노동자들, 억압과 착취의 세월만큼 투쟁은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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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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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13:55:55, 조회:2,593, 추천: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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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예인선 노동자들, 억압과 착취의 세월만큼 투쟁은 계속된다!
그동안 항만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지만 다른 직종 보다 항만 노동자들의 처지나 투쟁을 많이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이 항만 하역 노동자들인데 그 흔한 안전장치도 없이 몇 미터나 되는 컨테이너 박스 하역 작업을 하는 이 노동자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무인화 작업으로 인해 상시적으로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이와 다르게 무인화 할 수 없는 항만 직종이 있다. 바로 항만 예인선을 운전하고 관리하는 예인선 노동자들이다. 예인선은 몇 천 톤에 달하는 대형 화물선을 안전하게 입항할 수 있도록 앞에서 끌고 가는 배다. 때문에 수출입이 많은 한국에서 예인선의 역할은 없어선 안 되는 부분이고 또한 정밀함을 요하는 일이기에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예인선 노동자들은 수십 년간 노예와 같은 조건에서 일을 해왔다. 지난 7월 수 십년간 쌓인 울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7월 잇따라 부산, 울산, 마산에서 예인선 노동조합이 출범했고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면서 투쟁을 시작했다.
한 달 평균 300시간
한 달에 300시간을 일하려면 하루에 10시간씩 휴일 없이 매일 일해야 한다. 과연 사람이 이렇게 일하고도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정말 있다. 예인선 노동자들은 24시간 2교대로 일하고 있다. 그나마 당직이 걸리면 아침 5시 50분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후 5시 50분까지 36시간을 일한다. 밥시간, 휴식시간, 수면시간은 따로 없다.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다. 쪽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배가 들어온다는 신호가 오면 바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배는 어떨까? 대부분의 배가 노후화 돼서 번듯한 휴식공간은커녕 화장실조차도 파도가 높게 치면 쓰지 못할 정도다. 물탱크는 녹이 슬었지만 그 물로 씻고, 밥을 해먹는다. 수리해달라고 요청하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휴일이나 명절에 따라 쉬지도 못하고 상황이 될 때만 한 달에 5일가량 쉬는데 여유인력이 없어서 한 배에서 같이 일하는 5명이 돌아가면서 쉬어야 한다. 쉬어도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더 고생을 하기 때문에 맘도 편하지 않다고 한다. 이런 악조건에서 일하면서 임금은 얼마나 받을까? 그나마 가장 임금이 높은 선장의 경우에도 30년간 근속을 했지만 연봉이 5000만원을 밑돈다. 언뜻 보면 괜찮은 것 같지만 한 달 300시간 이상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면서 받는 돈이 그 정도라는 것이고 선장이 이정도인데 나머지 노동자들의 임금은 뻔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예인선을 타는 이유가 있다. 예인선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평생 뱃일을 하던 사람들이고 또 원양어선을 타던 선원들이었다. 원양어선을 타면 몇 달에서 몇 년을 배에서 생활하면서 돌아오면 거금을 만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 생기면서 몇 달, 몇 년을 배에서만 생활할 수 없었다. 어느 한 조합원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딸이 “이 아저씨 누구야? 왜 우리 집에 늦게까지 있어?”라는 말을 듣고 더 이상 원양어선을 탈수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 뱃일이고 집 근처에서 출, 퇴근 할 수 있는 일이 예인선 일 이었다.
정부와 예선사의 합공
7월 부산, 마산, 울산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예인선을 항구에 묶어놓고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배를 소유하고 있는 예선사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오히려 예선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거절 이유는 선장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선장이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교섭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선사들이 뻔뻔하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파업을 시작하고 교섭을 요청 할 즈음에 예선사에서 노동부에 질의한 질의회신 내용이었다.
"선장은 취업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선주로부터 일정한 책임과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선상에서 선주를 대리해 소속 선원들에게 구체적 업무를 지휘. 감독하고 근로를 관리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 된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이유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예선사에서 노동조합의 투쟁을 깨기 위한 명분일 뿐이었다. 과거 선장에 대한 사용자성 문제에서 선장은 노동자라는 판례가 있었고 얼마 전 부산지법에서도 선장은 노동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실제 예인선 선장은 사용자들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있고 인사, 징계, 휴가 등의 노동조건에 관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예선사에서는 계속해서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내밀고 있고 조합에서 울산노동지청장과 직접만나 항의를 했지만 “선장이 노조 탈퇴하면 어떠냐”며 뻔뻔하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예선사에서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선장을 모두 해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예인선에서 즉 배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장의 특수성이다. 예인선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예선사에서는 배에서 일하고 있는 선원이기 때문에 선원법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원법은 오랜 기간을 배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연장근무 등의 적용범위와 액수가 작고 선원들 간의 기강문제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예선사들과 발맞춰 선원법 적용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 년 2회 이상, 월 1회 이상 항외를 나가 작업을 하면 선원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거의 대부분의 예인선들이 오염방제나 긴급구호 등으로 가이드라인 이상의 항외작업을 하기 때문에 규정대로라면 예인선의 모든 노동자들은 선원법을 적용 받아야 한다.
작다고 약보지 마라!
울산, 마산, 부산에서 잇따른 예인선 조합이 출범하고 인천에서도 파업을 진행하자 앞에서 말했듯이 노동부, 국토부에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전적으로 예인선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발표를 하고 있다. 2007년 여수 광양의 예인선 파업 이후 계속되는 예인선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정부는 걱정이 태산인 듯하다. 이는 당연하다. 지난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정부와 자본은 운수노동자들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수, 출입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운수 관련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의 숨길을 막는 것이었다. 지금도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고 운수노조에서 화물연대 탈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그 투쟁이 한국 자본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의 투쟁이 자본의 숨길을 막는 것이라면 예인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숨통 자체를 막는 투쟁이다. 화물의 국가 간 무역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도, 화물 노동자들과 항만 노동자들이 단결한다면 한국 자본은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와 자본은 대놓고 연계하면서 예인선 노동자들의 파업을 깨고 있는 것이다.
투쟁을 시작한지 100여일이 지나고 있다. 상황이 점점 열악해지고 압박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장이든 선원이든 예인선 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갖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또한 예인선노동자들의 힘은 전체적인 숫자는 작지만 한국 자본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혼자로는 부족하다. 자본과 정부가 모든 면에서 대놓고 연계하는 상황에서 예인선 노동자들의 예선사에 대한 투쟁만으로는 여러모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운수노조 차원에서는 법적인 문제나 각 부처의 항의뿐만 아니라 운수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철도 투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자본과 정권은 화물운송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낄 것이다. 그런 만큼 예인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체 운수노조의 투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쟁이다. 철도, 화물, 항만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으로 자본의 숨통을 틀어막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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