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0월 13일 원주시 재활용선별장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동안 원주시는 주민들이 분리 배출한 재활용쓰레기를 재활용선별장으로 수거하여 매각할 것과 매립할 것으로 재분류하여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위탁업체 명산환경은 재활용품 매각처리 과정에서 판매 수익을 원주시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자신들이 편취해 왔다. 게다가 노동자들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직접인건비를 중간에 착복하고 노동조건을 하락시켜 왔다. 이는 단순히 원주시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의 모든 민간위탁 사업장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이에 전국의 환경미화원들이 지속적인 투쟁을 통하여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사회문제로 쟁점화 시켜왔다.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은 민간위탁 철폐! 직접고용 쟁취!라는 투쟁의 구호로 줄기찬 투쟁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 재활용선별장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3개월간 지속되었고, 그 성과로 “직접 인건비의 보존”과 “고용승계”라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 위탁업체인 명산환경은 계약해지 되고 사회적 기업 다자원이 경쟁입찰을 통하여 2011년 재활용선별장 운영을 위탁받게 되었다. 이로써 기존의 일반 폐기물처리 업체가 시행하던 원주시 재활용선별사업을 사회적 기업이 맡아서 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 다자원은 환경단체인 원주환경운동연합 산하의 재활용사업단으로 출발하여2010년 10월경 노동부로부터 공식적인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당시 다자원은 총 13명의 직원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설립한 일종의 우리사주기업이었다. 그러면서 다자원은 자신들에게는 노동자-자본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두가 주인이고 공동논의를 통하여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다자원은 재활용선별장 노동자들이 한창 파업투쟁을 전개하는 동안 재활용선별장 운영을 위탁받기 위하여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내 2011년 원주시 재활용선별장에 대한 위탁 사업을 받게 된다. 다자원이 재활용선별장 운영을 위탁 받게 되면서 기존에 재활용선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기업 소속의 노동자가 되어 버렸다.
민간위탁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민간위탁을 확대시키는 사회적 기업
환경미화원들에게 직접고용의 문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정부는 환경미화원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가로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패배와 승리를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 다자원은 직접고용을 반대한다. 아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원주시 사무가 민간위탁 되어야 이를 사회적 기업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민간위탁을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주시의 민간위탁 정책에 철저히 발맞추어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2010년 10월경 원주시 재활용선별센터 노동자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파업투쟁을 하던 그 기간 동안 원주시 의회에서는 ‘사회적기업 육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조례에 의하면 원주시는 “시 사무의 민간위탁 시 (사회적 기업에게)우선 참여를 장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원주시의 조례와 지원을 통하여 사회적 기업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고, 원주시 위탁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민간위탁은 살인적인 구조조정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만 갔고, 노동조건은 급격하게 후퇴되어 왔다.
원주지역 도로청소 환경미화원의 경우 2000년도까지는 원주시 직영 소속 기능직공무원이었다. 그러던 중 2000년 이후 민간위탁으로 전환되었다. 당시 시기능직 공무원으로 있던 시절의 월급여와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노동조건을 비교해 보더라도 10년 전의 노동조건이 훨씬 좋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민간위탁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이 민간위탁 정책에 부합하여 시 위탁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도 자본가도 없는 모두가 동등한 주인??
사회적 기업 다자원은 자신들을 ‘노동자 협동조합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표현한다. 노동자 협동조합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자원이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와 무관하게 다자원의 객관적인 정체성은 바로 유한회사의 형태를 띤 기업체이다. 기존 원주시 재활용선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사회적 기업의 취지에 대한 동의여부와는 관련 없이 오로지 원주시 업무의 위탁과정에서 사회적 기업 소속의 노동자가 된 것 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자로서의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 다자원은 자신들이 노동자 협동조합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이 없고 전체 직원이 공동으로 토론하고 공동으로 결정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자의적인 판단과는 무관하게 재활용선별장의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다자원은 과거 지역에서 노동조합운동을 했었고 현재는 시민사회운동진영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주되게 운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노동자들과 회사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위의 두 가지 핵심적인 쟁점들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이다. 사회적 기업이 민간위탁을 통하여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 하고 동시에 노동조합을 부정하려고 하니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그밖에도 현장에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우선 두 가지 쟁점만 소개한 것은 이 쟁점들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적 기업의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사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하여 민간위탁을 수행하여 자신의 길을 열어가려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경쟁시장 하에서 스스로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위탁받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고 이때 노동자-자본가의 구분을 희석시키고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것이다. 원주지역 재활용선별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악질적인 폐기물처리업체뿐만 아니라 그들과 한치도 차이가 없는 착한(?) 기업! 사회적 기업과의 투쟁에서도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노/정/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