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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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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6:08:02, 조회:2,873, 추천: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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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 - 우린 출발선에 나란히 설 수 있는가?
포탄이 날아다니고, 전쟁의 광기가 판을 치고 있는 지금, 공정 사회의 담론은 과거지사가 되어버렸다.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던져진 것이 불과 엊그제의 일인데, 의도를 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미 물 건너가 버리고 말았다. 8.15경축사에서 던진 중요한 국정(?) 운영과 철학은 두 가지 즉 공정사회와 통일세였다.
통일세는 MB정부 출범 후 급격히 경색된 남북관계와 일관된 강공정책의 결과물로 스스로 ‘붕괴’될 북한을 가정하였지만, 필요성, 실현 여부가 모호한 상황에서 논의도 없이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 공정사회는 측근의 엄청난 비리, 검찰 비리, 청목회 사건, 대상을 가리지 않는 사찰을 위한 대포폰 등의 사건이 겹겹이 터져버리며 비웃음과 냉소 속에 묻혀버릴 위기다.
그럼에도 공정사회는 그야말로 노동자와 민중의 이야기 거리일 수밖에 없다. 어느 언론사가 쿠데타 전두환 정부의 슬로건(?)인 ‘정의사회구현’을 정의 없는 정의사회와 공정사회를 겹쳐서 빗댄 것처럼, 현 정부의 불공정(?)을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공정사회는 단순히 한여름 밤의 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정한 사회를 꿈꾼다. 공정사회를 절실히 바라는 이들은 있는 자, 가진 자가 아닌 바로 노동자와 민중들이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공정이 아닌 있는 자, 가진 자들이 말하는 ‘공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현 정부의 도덕수준과 불공정이 공정을 엉뚱한 방향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사이비 '공정'을 진정한 모습인 양 양산한다면 공정은 그야말로 멀어지게 된다. 비리가 없어지고, 특채가 없어지고, 사찰이 없고, 뇌물이 없으면 그게 공정한 사회인가? 건강하고, 속이지 않는 자본주의가 정착 -물론 그것조차도 현재는 보장할 수 없다 하더라도- 된다면 그게 공정한 사회로 귀결된 것인가? 노동자가 갖게 되는 의문은 이것이다.
아주 옛날의 이야기다. 높은 자리에 있던 놈들이 나라를 구했다는 핑계로 높은 벼슬도 부여받고, 재산도 물려받고, 노비도 받고, 여기에 더해 대대로 해먹을 수 있게끔 자식들의 벼슬길을 보장받았다. 그야말로 그놈들만의 리그였던 것이다. 구석구석, 곳곳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고, 민중들은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이 굶주려 살며, 삶 자체가 원망이었다. 여기에 큰 수술을 하기 위해 개혁가가 나타났고, 그놈들만의 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래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유능한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대를 이어 해먹는 것을 막기 위해 여기저기에 흩어진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부패의 온상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의 수장이자 그가 믿었던 왕은 개혁의 창끝이 스스로에게 향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를 죽여 버렸다. 그의 죽음은 개혁의 끝이었다.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한 작금의 현실과 다를 바가 없는 이야기다.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더라도 그의 개혁조치는 과연 공정한 것이었는가? 한 가지만 보자 그가 바꾼 관리등용제도는 공정한 것이었나? 결코 그것은 공정한 사회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주장한 내용이 관철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상층을 구성하고,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이들은 양반이라는 특정 계급일 뿐 일반 민초들에게는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은 누가, 어떤 의도로 말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과 혜택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의 공정사회론은 아주 우스운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전과 몇 범의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가관인 것은 그 말과 사건에 대한 평가이다. 대통령의 측근은 말했다. 그러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서 대통령과 우리(한나라당)를 공격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언론은 사설 등을 통해서 우려 섞인 투로 점잖게 말했다. ‘말이야 좋은 말이지만, 구체적인 실현은 뒤로 미루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공정사회가 튈 불똥 때문이었을지 모르지만, 이런 태도는 불공정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사실 아무렇건 개의치 않았다. 뻔한 입 발린 소릴 잘하는 대통령이었고,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더구나 결코 공정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에서 바로 증명될 것이기에, 그래도 불공정한 모습을 보여 흠집을 내야 선거에서 표 받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날을 세운 것은 부르주아 야당 정치권이었다. 그들은 공정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두 가지였다. 공정에 대한 대다수 민중의 오해와 불공정이 현실화될 때의 체념, 냉소가 하나라면, 나머지는 불공정을 틈타 자신들이 '진정한' 공정세력이고, 공정을 가장한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리라는 것이었다. 즉 공정을 헷갈리게 만드는 세력이었다.
만일 아주 공정치 못한 세력과 대단히 공정치 않은 세력이 서로 공정하다고 우긴다면 우린 어떡해야하나? 답은 간단하다. 끼리끼리 잘 논다고 치부해버리고 거둬치우라 하면 된다. 하지만 공정 사회를 들먹이고, 공정을 선과 결부시키고, 공정을 비비 꼬고, 물 타기 한다면 누굴 거둬치워야 하는지 어려워진다. 공정을 등지고 산 세력은 이런 분위기에서 살아남는다. 공정을 위장한 세력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기편을 늘려나가려 애쓴다.
공정한 사회란 말은 불공정한 사회를 전제로 한다. 불공정하니까 공정하게 하자는 말이다. 어디가, 무엇이 불공정한가?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없이 공정사회를 운운한다는 것은 뜬 구름 잡기일 뿐이다. 힘 있고, 빽 있는 놈들에게 불공정이 따라다니는 것은 힘과 빽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의 불공정은 가졌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다. 권세와 가진 것을 빼앗으면 공정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럼 이 사회에서 그들은 그 부와 권세를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가?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요, 권력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가끔 그들이 누리는 부와 권력을 불굴의 정신으로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으며 노력한 결과라고 소개하곤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사회를 약육강식,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승리한 자들로 만들곤 한다.
그런데 지금의 재벌 2세들인 ‘가진 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그럼 그 1세대들은, 아니 전 세대, 전전세대는 과연 그러한 노력을 덕택이자 승자인가? 답은 아니올시오다. 적은 돈으로 출발만 할 수 있다면, 이를 지원하는 각종 혜택을 독차지 할 수 있었고, 특혜를 제공할 위치에 있는 이들과 결탁할 수 있었고, 그 이익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가 최소한의 필요한 돈-그것은 지금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양일뿐이다-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출발선에 섰을 때 그를 위해 부를 만들어 주는 사람 -우린 이를 임금 노동자라 부른다-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들은 강제적으로 토지나 가내수공업을 위한 단순한 기구 등 생산수단에서 쫓겨나거나, 몰락해버린 사람들이다. 생산자와 생산수단의 분리, 먹고 살기위해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노동자의 존재가 바로 이 사회의 기초요, 비밀인 셈이다. 이러한 기초가 재생산되고, 확대되는 과정과, 경제외적인 장치들과 얽히고 설켜 이 사실을 잊게 하거나, 사실을 알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아무튼 해답은 간단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공정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과 가진 것은 몸뚱이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에게 판매하고 노동력 가치 이상으로 착취당함으로써 시작된다. 이렇게 서로 출발선이 다른 경기를 치러야하는 불공정은 노동자가 착취를 당하면서 만들어낸 생산물이 자본이 되어 노동자를 지배하는 힘과 권력이 되는 데서 극에 달하게 된다. 애초에 다른 출발선을 말하지 않으면서 공정한 게임을 말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될수록 다른 곳, 다른 조건이 게임을 결정짓게 되어버린다고 말하게 된다.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뛰어야 하는 거리가 다른데, 정신상태, 훈련정도, 스포츠 공학을 들이민다. 누군 100미터를 뛰어야하고, 누군 200미터를 뛰어야하는 경기가 있다고 하자. 여기에 운동화가 어떻고, 정신과 훈련 상태를 이야기하고, 운동복이 어떻고 이야기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격차를 줄 일수 있을지는 몰라도, 승부를 결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출발선을 맞출 수 없다는데 있는 것이다. 출발선을 맞추기 위한 시도를 해보지만 그것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각종의 게임 운영 룰을 가지고 제어하기 시작한다. 우린 이러한 게임을 해왔다. 이런 게임을 지속해야한다. 과연 우린 공정한 경기를 하고 있는가?
한편에서는 룰에 따라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동원가능한 모든 연합을 통해 각종의 다른 룰을 들이밀고 심지어 협박을 가한다. 투쟁을 제어하기에 충분하다. 올 해만도 아니 현재에도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투쟁의 당사자는 100미터가 당연히 아니고, 200미터보다도 더 긴 거리를 출발선으로 삼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자 절규다. KEC의 투쟁, 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학습지 투쟁 등 출발선을 나란히 서자는 투쟁이 아니어도 생존을 위한 투쟁을 룰에 따라 지속하고 있지만, 다른 법률을 들이밀어 노동자를 압박하고, 폭행하고, 협박하고 있다. 그들에게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장을 하고 있는 룰은 적용 가능한 여러 가지 룰 중의 사소한-정확히 말해 마음에 들지 않는 - 룰일 뿐이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서, 노동자의 유일한 생존수단인 차량을 빼앗기 위해 끌어다가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한 대에 얼마니까 매 값을 주면 때려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스스럼없이 매질을 가한 극단의 행태를 보였다. 거창하게 인권, 폭력을 말하지 않더라도 대가만 지불하면 노동자에게는 무슨 짓거리도 괜찮다는 자본의 막가파가 백주대낮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세상에 우린 공정을 말하고 있다. 아니 말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묻혀, 혹은 공정사회를 말한 대가가 너무 커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려 하지만 사회적 논의는 지속되어야 마땅하다. 공정이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공정의 실체가 흐려지지 않도록 무엇이 공정인가를 분명히 짚어야 한다. 사이비 ‘공정’이 출발선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불리한 출발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더 불리한 비정규직, 조금 나은 정규직을 나눈 것이 공정사회를 위한 투쟁에서 장애가 되고 있음을 밝혀내야 한다. 이러한 장애가 공정을 멀게 하고, 불공정을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각종 룰이 공정하지 않은 아니 공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공정사회가 불공정의 혜택을 누려온 이들의 입방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정치 않음으로 인해 싸워야 하고,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어느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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