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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2호] 의료법 개악 막아내고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을 쟁취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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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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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1 10:12:03, 조회:3,439, 추천: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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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악 막아내고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을 쟁취하자!
지난 4월 6일 천안함 침몰로 세간의 이목이 모두 서해바다에 집중되어 있을 때 국회 한편에서는 조용히 하나의 개악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상정되었다. 바로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의료법 개정안)이다.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고 싶었던 것인지 천암함 사건으로 온갖 언론이 도배되고 있을 때 몇 개 정도 올라온 이 의료법 개정안 기사에는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의료법 개정안 논란이 뜨거워지는 것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닌 의료 민영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개악안이라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의료법개악안을 의료 민영화와 연결 짓는 것은 비약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거 없는 비약이 아닌 실제로 민영화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요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이번 의료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다.
①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 재진환자로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허용(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등 446만명 대상)
② 의료법인 부대사업범위 확대(병원경영지원 사업을 추가)
-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에 구매․재무․직원교육 등 의료기관의 경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가
③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
- 의료법인간 합병시 해산사유로 인정하고, 합병절차를 마련(법인이사 정수의 ⅔이상의 동의→시도지사의 허가) (보건복지부,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현재는 병원의 영리화는 법적으로 막혀 있다.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는 의사, 국가, 비영리재단, 의료법인으로 제약되어 있는데 현재 거의 모든 중,대형 병원은 의료법인 주체로 설립한 병원이다. 여기서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재단법인은 영리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즉 모든 병원의 수익은 재단의 재산으로 모두 병원에 재투자 하게 되어있다.
물론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여전히 법인의 영리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바로 병원의 영리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인의 부대사업범위를 병원경영지원 사업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은 법인의 부대사업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의 많은 부분을 직접적으로 의료 그 자체에 필요한 부분에 재투자하기 보단 부대사업 확장에 더 많은 부분을 재투자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는 곧 의료서비스 자체의 질 저하 뿐 아니라 의료비 인상이 될 것이다. 또한 부대사업을 외주화 시킴으로 인해 병원 내 비정규직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부대사업 확장을 위한 경비절감을 얘기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다.
이 밖에도 의료인-환자간의 원격의료 허용은 삼성, 현대와 같은 독점자본이 운영하는 법인에게 유리한 법안으로 실제 이 시스템을 만들고 또한 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법인만이 원격의료의 수익을 독점할 수 있어 결국 독점자본과 독점자본이 운영하는 의료법인의 배를 불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원격의료는 중, 소 영세 병원들을 파산하게 만들면서 다시금 대형 의료법인의 의료 독점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독점화에 걸리는 것이 바로 현행 의료법(의료법인의 해산사유는 파산으로만 규정)이다. 법인이 파산하기 전까지는 법인의 해산도, 법인간의 합병도, 병원재산의 처분도 금지되어 있다. 또한 파산으로 인해 법인이 해산된다면 법인의 빚을 청산하고 남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법인의 해산사유로 합병을 인정하게 되면서 민간의료법인의 독점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소수 민간의료법인의 독점이 완성되어 가면 병원의 영리화와 의료보험 민영화 등의 의료민영화는 그 다음 순서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갈 것이다.
미국에서 힘든 의료자본, 한국으로 오세요!
미국은 국영 건강보험 대신 민간 보험 회사가 그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보험료 자체가 비싸 미국 인구의 20%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맹장염수술비가 수천만원에 이르고, 감기 진찰에 10여만원을 내야하는 비보험자들은 병원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러한 건강보험 문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제기되고 개혁을 외쳐왔지만 의료자본의 강한 압력에 의해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얼마 전 미의회에서 의료개혁안이 통과되었다. 주요 내용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개인의 과거 질환 이력이나 고령 등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과, 개인 또는 단체가 개별 보험상품을 비교분석하면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보험거래소 시스템을 도입하고 10년간 약 9400억달러를 투입해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보험인 메디케이드의 대상이 되는 빈곤층의 범위를 확대하고 중산층에겐 보조금을 지급하여 무보험자 약 3200만명에게 보험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경제특구법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고 제주도는 이와 비슷한 영리 병원을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건보개혁으로 병원과 민간보험 자본의 이윤이 줄어들면 당연히 자본은 제약이 없는 국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점차 제약이 완화되는 한국은 자본에게는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의료법 개악을 막아내고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을 쟁취하자!
의료법 개악을 통해 자본과 정권이 이루려는 목표는 분명하다. 의료의 민영화를 통한 이윤의 확대다. 다른 산업들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걸려있어 확대할 시장이 많은 의료 부문을 노리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은 이러한 과정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도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MRI, 치과보철, 식대 등 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항목(비급여 항목)들이 많다. 거기다 보험료조차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은 기본적인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도 이러한데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을 대체하게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민간의료법인이 전체 의료기관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가계비의 30% 이상을 의료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의료의 민영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 병원에서는 수익을 확대시키기 위한 구조조정이 항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하면 하나라도 외주를 줄까 고민하고, 신규초임삭감을 정부 정책이라며 그대로 진행하면서 임금은 계속 동결시키고 있다. 인력은 항상 부족한데 충원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싸워야 비정규직으로 채워준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의료공공성 확대를 위한 투쟁은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간수술금지, 치료식 외주화 금지, 건강보험 확대적용 등의 요구와 임금삭감과 병원 인력의 외주화를 막아내는 등 의료공공성 확대와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준비 또는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병원 현장에서부터 항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내는 투쟁이 되어야만 실질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의료법 개악을 막아내고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을 쟁취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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