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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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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12:45:12, 조회:4,905, 추천: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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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치는 정세에 떠밀려 갈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예기치 않는 사태로 인해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물론 노무현의 죽음은 예기치 않는 사건이지만, 이명박정권과 검찰의 노무현 일가와 정치측근들에 대한 비리조사에 대한 정치적 압박 등을 볼 때 순전히 우연적인 일만은 아니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은 부패정치 청산을 외치던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정치적 본질과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노무현 개인의 비리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미궁 속으로 묻힐 것이지만 형과 부인의 뇌물수수, 줄줄이 드러나는 정치측근들의 비리행태로 비춰볼 때 설사 노무현 개인이 비리로부터 자유롭다고 강변할지라도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부패와 타락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정치의 부패와 타락은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정권은 이것이 자신에게 돌아올 거대한 부메랑이 될 것을 알면서도 노무현 정권의 정당성의 마지막 기초를 뒤흔들어서 끊임없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눈앞의 촛불투쟁을 약화시키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은 노무현 주변의 비리를 샅샅이 파헤치는 이명박정권의 정치검찰의 태도가 일방적인 정치보복이고 편파적으로 보인다는 점, 이명박의 과거 비리나 사기, 현 정치세력의 비리는 수십 배 더할 것이라는 점에서 노무현 정치세력의 비리를 파고드는 이명박정권의 역겨운 위선적 태도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정치의 마지막 남은 무기인 도덕적 우위마저도 무너뜨리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대중들의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지지를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태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의 정세는 예전 노무현정권에 대한 탄핵 이후의 양상처럼 제2의 ‘탄핵정국’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이명박이 직접 조문을 계획할 정도로 이명박정권 조차도 사태의 폭발성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문조차도 경찰병력으로 방해하고 있다. 실제 노무현의 충격적인 죽음은 무도한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와 겹쳐지면서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당시 탄핵국면에서처럼 노동운동 내에서도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이냐 아니면 민주주의 사수를 위해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의 하위 파트너가 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미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조문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박종태열사의 배너를 없애고 노무현에 대한 추모 배너를 올려놓기 조차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홈페이지에는 당원들의 애도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고, 노무현에 대한 비판적인 정치적 평가에 대한 글에 대해서는 집단적인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 심지어 공히 개량주의 정당이지만 노동자 민중적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비해서 소부르주아적 요소가 더 강한 진보신당에서는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이유로 진보신당을 탈퇴하는 당원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양상은 촛불단체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안티mb 촛불단체에서는 노무현에 대한 조문투쟁을 주도하고 있고, 다른 일부에서는 노무현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모임을 탈퇴하는 회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노무현에 대한 애도를 말하는 사람들은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인간에 대한 예의를 넘어서 노무현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에 대한 태도와 직접 관련이 있다. 노무현의 정치적 파탄과 반노동자성, 반민중성, 이에 대한 반사이득으로 이명박정권이 등장하면서 열혈 노사모를 제외하고는 촛불 내에서도 노무현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가 노골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촛불투쟁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를 담고 폭발적이고 자발적인 양상으로 표출되었다. 촛불투쟁은 대중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무한히 보여줬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호에서 보듯, 이명박에 대한 분노를 자본주의의 문제와 직접 연결시키지 못하고 특정 정권의 문제로 축소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투쟁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쟁교육의 실태를 폭로하고, 사유화 정책 반대, 언론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외치며 투쟁했다.
이명박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으로 대중적인 촛불투쟁은 사그라졌지만 일부는 헌신적인 촛불활동가들이 되어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 연대하고, 용산 철거민 학살과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의 투쟁에 적극 결합했다. 촛불투쟁은 이처럼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결합하면서 점차로 계급성을 획득하기 시작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정치적 전망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애도와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가 결합되면서 용산투쟁에서 잠시 반짝했던 촛불투쟁은 또 다시 이명박정권에 맞서는 제2의 거대한 촛불항쟁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것은 이명박정권의 대대적인 탄압과 통제를 뚫고 솟구쳐오를 만큼의 조직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시적 애도와 분노로 끝날 수도 있다.
노동자계급은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무현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급변하는 정세를 어떻게 보고 돌파할 것인가? 일반 대중에 비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조직된 노동자계급의 선진 대중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과거 노무현정권에 의해 비정규직법이 개악되고 수많은 열사가 만들어지고 거리에서 학살을 당하는 모진 탄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투쟁하는 사업장 동지들은 당장에 닥친 생존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더욱 이 문제에 동요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이 사태를 단순히 지배계급 분파간의 대립과 이 대립의 한 편을 소부르주아가 지지하는 먼발치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노동자계급은 민족문제나 민주주의 문제에 있어서도 몰계급적 문제라고 기권하는 것이 아니라 개입하듯이 오직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노동자계급의 당면투쟁과 역사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국면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단순히 복잡 다양하게 전개되는 정세에 기권하고 순수하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은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정세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명박정권에 대한 대정권 투쟁을 강화하고 대중들의 소부르주아적 요소를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대한 지지로 바꿔내면서 노동자계급의 주도성을 획득해야 한다.
과거의 탄핵국면은 단순히 한나라당, 민주당과 노무현, 열린우리당만의 대결이 아니었다. 탄핵국면은 부르주아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시작됐지만 지지세력들 간의 대립과 투쟁을 만들어내면서 지배계급 내부의 세력관계를 재편시켰다. 이것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낳았다. 또한 여기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각 정치세력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몰계급적 입장으로 무비판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했다.
직접적으로 이 사태는 박종태 열사의 자결이 가져온 화물연대나 정리해고에 맞서는 쌍용자동차의 투쟁에 대한 관심을 한순간에 묻어버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이것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이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명박정권이 추진하는 mb악법이나 비정규법안 개악을 일시적으로 늦추고 있다.
노무현의 죽음을 계기로 애도와 조문의 형태로 또 다시 촉발되고 있는 촛불투쟁은 한편으로는 이명박정권을 고립시켜서 이명박의 노동자에 대한 탄압의 정도와 집회의 자유에 대한 탄압의 공간을 일시적으로 열어줄 수도 있다. 노동자계급은 대중들의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 이로 인해 이명박정권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상황 앞에서 과감하게 투쟁해야 한다. 노무현에 대한 추모 분위기는 이명박에 대한 분노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것이 비록 몰역사적이고 몰계급적이라 할지라도 촛불투쟁의 한계를 알면서도 그 투쟁에 적극 결합했듯이 노동자계급은 이 국면을 대정부투쟁의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대중들의 이명박정권에 대한 분노를 이명박정권의 집시법 개악, 민주주의 파괴, 사유화, 용산 학살, 화물연대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탄압, 정리해고 등에 대한 대정부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치고 나가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화물연대, 건설노조, 쌍용자동차의 투쟁을 하나로 모아내기 위해 운수노조와 금속노조가 하나 되는 대정부 집회를 강력하게 전개하고, 이것을 계기로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지금의 정세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노무현의 죽음이 민주당이 될지, 과거 열린우리당 출신의 친노 정치세력이 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부르주아의 또 다른 분파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 노동자계급을 억압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몰계급적 개량주의 정당의 성격을 더욱 강화하여 노동자계급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촛불의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에 대한 지지는 단순히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옮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지지는 노무현이라는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개인에 대한 지지였지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노무현에 대한 애도의 자격조차도 획득하지 못하고 조문을 가서도 문전박대를 당하기조차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명박정권에 대한 대중적인 분노를 노무현의 죽음을 계기로 민주당에 지지로 연결시키려 들 것이다. 고립되고, 위축됐던 과거 노무현정권 시절 열린우리당 핵심 정치세력들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정치의 정통세력으로 자처하며 정치적 재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이들은 노사모를 중심으로 해서, 노무현의 죽음에 애도를 보내는 추모의 분위기를 활용하려 들 것이다.
촛불투쟁의 소부르주아적 요소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에 대한 지지는 민주당 일부와 소부르주아적 요소가 강한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으로 분산돼 정치적으로 수렴됐다. 민주노동당과 특히 진보신당은 이러한 지지를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으로 정치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소부르주아적 요소가 더욱 지배적으로 되도록 만들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개량주의적 한계와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의 상실이라는 요소에 소부르주아 당원의 무차별적 충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노동자계급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정세에 영합하고 소부르주아적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몰계급적 정치적 행보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소부르주아적 요소가 강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노동자계급의 지지기반도 동시에 가지고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부르주아적 움직임의 강화는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독자성과 자주성을 훼손시키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당건설 투쟁도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봤을 때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투쟁은 촛불투쟁의 소부르주아적 요소,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에 대한 지지라는 정치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며 퇴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이 비극적이란 이유로, 노무현이 한때 노동자계급과 약자들의 편에 섰다는 이유로 그의 영전에 꽃을 바칠 수 없다. 과거 한 때나마 투사였던 노무현에 대한 인간적 연민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마찬가지로 한 때 투사였던 권용목이 뉴라이트로 변신해서 노동자계급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행위도 마찬가지로 합리화하며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영전에 꽃을 바쳐야 할 것이다.
죽은 자에 대한 관용이 대중적 정서고 우리 사회의 역사적 풍토이다. 그렇다면 2003년 노무현정권 집권 1년 차에 정권과 자본의 노동탄압, 비정규직 탄압으로 잇달아 죽음으로 내몰린 배달호, 이현중, 이해남, 김주익, 곽재규, 이용석 열사의 영전에 대고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끝났다”고 차갑게 내뱉던 노무현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보여줬는가? 더군다나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반면에 노무현은 열사를 직접 탄압한 정권의 수장이 아니었던가?
정치적 입장이 불철저해서 그러했든, 인간적으로 시류를 타서 개인적 영예를 누리기 위해서 였든 배신은 배신이다. 지배계급으로서 노무현은 철저하게 자본의 입장에 충실하게 노동자계급을 억압하고 탄압했다. 우리는 노무현에 대한 인간적 예우 운운하며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실체가 노골적으로 폭로된 자유주의 정치세력들의 재복귀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몰계급적 반이명박 국민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계급이 독점자본의 자유주의 분파에 대한 종속적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 계급성을 상실하게 하고, 노자간의 계급투쟁의 문제를 또 다시 민주와 반민주, 개혁과 수구의 전선으로 후퇴,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또 다시 펼쳐질 수 있는 제2의 탄핵국면의 소용돌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되 그 속에서 길을 잃고 떠내려가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대중들의 추모적 정서에 영합하여, 또는 자신들의 몰계급적 입장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계급성, 독자성, 자주성을 뒤흔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흐름을 경계하고 폭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추모정국을 이유로 이명박정권에 대한 정치투쟁을 하는데 한치의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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