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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4호] "노동유연화 국정 최우선과제" 비정규법개악시도가 노리는 것은?-전비연 집행위원장 박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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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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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2 13:39:50, 조회:2,254, 추천: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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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화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
-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시도가 노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박정상
◦ 비정규직법’ 개악 - 비정규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지선 돌파
이명박 정권은 이미 올해 초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계약 해지. 외주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두둔하였을 뿐 아니라, 그 원인을 ‘비정규직 보호법’의 탓으로 돌려 왔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은 이미 2년간 시행되어 왔다. 지난 2년간 법이 시행되는 동안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법을 편법적으로 이용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거리로 내몰렸다. 이미 기간제법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그 명칭과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해고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 개정이 처리되지 않고 현행 비정규법이 유지되고 있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주장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100만 대량해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평균 2년 이하의 근속기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이미 현장에서는 3개월, 6개월, 10월 단위의 단기 계약직이 일반화 되어 있으며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이직이 잦은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법’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 하던, 사용기간 적용을 유예하던 이는 그 기간만큼 비정규직의 고용이 보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업이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아도 되는 기간을 연장시켜 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요컨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한다는 정책이 진정으로 노리는 바는 비정규직을 상시적으로 사용해도 어떠한 고용보장도 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이를 제도적․사회적으로 합리화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실제로 경총을 포함한 사용자 단체는 아예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정부 주무 부서인 노동부를 비롯하여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비정규직 사용기간 자체를 없애야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 가운데 노동 분야 핵심 정책과제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법ㆍ제도 개선'을 꼽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토록 기간제한 문제에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간제 노동의 기간제한을 영원히 없애 단기 계약직을 확산시키고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사용자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파견법의 허용 업무를 현행보다 대폭 확대하여 사실상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제한을 없애겠다는 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미 현행 파견법에서도 파견노동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건설업 등의 ‘절대금지업무’를 제외하고는,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의 필요”에서건 “일시적․간헐적 사유”에 의해서건 사실상 모든 업종에서 6개월~2년까지 합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 2006년 개악된 파견법에서 위법한 파견의 경우에도 사용사업주의 ‘고용 의제’가 아니라 ‘고용 의무’로 책임을 약화시켰기에, 현실적으로 파견 허용업무․허용기간에 대한 규제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굳이 파견허용업무를 더욱더 확대하려는 것은 파견노동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저항선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동안 노동운동진영의 투쟁을 통해 사내하청을 비롯한 위장도급 문제가 쟁점화 된 만큼 간접고용 일반을 ‘정상적인 고용형태’인 것처럼 만들어 나가고, 이를 둘러싼 노동운영 진영의 문제제기와 투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 파견제에 대한 규제 폐기 및 ‘고용서비스선진화방안’
정부는 연말까지 법․시행령개정을 통해 파견허용업무를 대폭 확대하고 파견사용기간도 4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수요가 많은 업무’를 중심으로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할 방침이라 하는데, 이는 그동안 파견이 금지되어 왔던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과 건설업을 포함하여 전 직종에 대해 파견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서비스선진화방안’이라는 이름으로 파견업과 직업소개업을 두루 할 수 있는 민간 고용서비스기관을 육성하고 이들에 대한 일체의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무권리․노예노동인 간접고용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밖에 없고, 미국, 일본처럼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보다 ‘노동자 대여업체’를 통해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상적인 형태인 것처럼 자리 잡을 것이다. 노동자는 마치 일회용품처럼 이리저리 팔려 다니면서 끊임없이 해고와 실직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 경제위기․고용불안의 책임을 노동에게 전가하는 제도적 개악
한편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산하려는 정책 또한 다수 제기되고 있다. ‘공공부문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공공부문에서 일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 감축을 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1만 8천여 개의 청년인턴제를 시행하겠다는 발상이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단시간 근로의 기준을 현행 주당 15시간에서 더욱 상향하겠다는 방안도 발표되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전일제 노동자와 유사한 노동시간을 일하면서도 고용보장을 받기 어려운 시간제 노동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주로 여성 비정규직에게 집중될 것이다.
그밖에도 직업안정법을 개악하여 현재 구인자에게 10% 이상 소개 수수료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폐지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노동자의 임금 저하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대부분의 사업체가 소개 수수료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 대책은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기존의 양질의 일자리․정규직 고용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면서, “경제가 어려우니 저임금․비정규직으로라도 고맙게 생각하고 받아들여라”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고용의 파괴로서의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고용 사정의 악화 책임을 정규직․조직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지고 있다. 나아가 고용불안의 원인이 기업의 노동자 해고와 비정규직 활용 전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전제하면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 및 내부 경쟁으로 사회적 시선을 돌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세는 처음에는 비정규직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듯 보이지만 곧 정규직, 전체 노동자를 겨누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데, 최근 정부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변형근로시간제 등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근로기준법 개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 이후 비정규 투쟁의 전망과 과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중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에 족쇄를 채우는 언론법을 일방적으로 강행통과 시켰다. 또한 쌍용차 투쟁을 통해 정부와 자본의 고용유연화 정책에 맞서는 노동조합은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이에 대해 우리의 대응과 투쟁은 무기력하였다.
이제 자본은 이미 절반이 넘어 버린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합법적인 초과착취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노동조합의 투쟁을 거세하고 합의된 노동통제를 향한 발판을 닦아 놓았다. 그리고 지난 투쟁의 과정에서 이윤을 향한 무한질주에 나선 자본에게 노동조합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 주체들도 제 각각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였지만 계급적 단결을 통한 연대전선 구축에 실패한 한계를 뼈저리게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기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의 노동계급을 대표하여 왔으나 현재까지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계급적 단결이라는 명분 속에 형식적으로는 산별전환을 진행하였으나 내용적으로는 계급성의 강화와 내부 민주주의의 강화라는 과제에 부딪혀 있다. 아울러 자본의 산자유주의 공세는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뿐만 아니라 포섭을 통한 신자유주의의 안착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현장투쟁에 대한 탄압과 함께 노사 협조주의가 노골화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안으로는 무력감을 극복하는 것과 함께 밖으로는 노골화된 신자유주의 탄압과 포섭공세를 넘어서야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껏 민주노총이 남한 노동계급의 대표조직으로서 역할을 하여왔으나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는 무력하였으며 그 원인으로 대공장·정규직 중심의 경제적 조합주의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비정규직의 조직화가 노동운동의 핵심과제로 제기되었고 비정규 주체들의 투쟁이 주목을 받아왔다. 2000년 대 중반 이후 주요 투쟁이 비정규 투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투쟁들은 각개약진 하였으며 지역과 업종을 넘어서는 연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비정규투쟁이 계급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계급운동으로의 지향과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비정규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것과 아울러 미조직된 대중에 대한 이해와 요구를 조직적인 요구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운동은 필연적으로 조합주의로 경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 자체가 계급운동으로의 지향을 열어나가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조합주의적인 방식으로는 결국 조직의 유지조차도 어렵기 때문에 비정규 주체들은 노조와 사업장을 넘는 요구를 제기하였고 대부분 투쟁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연대를 조직하여 왔다.
이후 비정규 운동은 일상적인 연대를 전면화하는 것과 아울러 미조직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투쟁을 통하여 계급운동으로의 지향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과이기 때문에 비정규 운동의 전망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을 통해서 확보될 수 있다. 비정규 운동은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사업장과 지역 그리고 업종을 뛰어넘는 수준에서의 연대를 통해 진전할 수 있을 것이며 계급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운동의 축으로 비정규 운동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직적 수평적 연대를 강화하여야 한다. 산별노조로의 재편과정에서 산별노조운동의 핵심 과제인 비정규직의 조직화에 대한 비정규 주체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있는 조직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업종을 넘는 지역연대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정규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으로 비정규 조직화의 확장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된 사회제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예상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 및 권리보장입법 쟁취 투쟁과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 등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된 사회제도에 대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요구와 의제로 만들고 이를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조직화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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