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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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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09:43:27, 조회:7,396, 추천: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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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으며 3·8을 다시 생각한다
- 공공 여성노동자
여성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위한 싸움의 시작!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공장 1만5천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임금인상, 하루 10시간 노동,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요구하며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싸웠던 것에서 유래했다. 당시 여성들은 가사와 육아의 부담 외에도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이라는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당하고 남성노동자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무권리 상태에서 생활해야 했다.
공황으로 인해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빵 대신 먼지를 마시며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씩 일했지만 그들에게는 선거권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자유도 없었다. 급기야 트라이앵글이라는 한 피복회사의 여성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죽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 사건을 계기로 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이 롯저스 광장에 모였다.
2년 뒤인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세계 진보적인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운동가대회를 열고 독일의 여성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의 제안에 따라 ‘미국 섬유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된 3·8시위를 매년 세계여성의 날로 기념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 결정에는 사회주의자 클라라 체트킨의 역할이 무척 컸다. 1857년 독일 작센 비더라우에서 태어난 사회주의 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였던 클라라 체트킨은 파리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던 시절,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더 많은 여성들이 계급혁명에 참여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였다.
1892년 클라라 체트킨은 사회주의 여성잡지 <평등>을 창간하여 여성문제에 둔감했던 당시 사회를 바꾸려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1907년 세계여성사회주의자들이 모인 제1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초기 서기관으로 활동하였고,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1914년과 1915년에 제3차 세계여성대회를 열어 여성들이 세계평화에 앞장서야 함을 강조하며 반전운동을 전개하였다. 클라라 체트킨은 여성문제는 계급문제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노동자계급의 여성이 여성해방운동의 주체라고 생각하였다.
명칭과 형식을 분명히 하여 기념하는 날이 아닌 투쟁하는 날로!
이후 100여 년 동안 전 세계는 해마다 3·8이면 그 해의 투쟁의 요구를 걸고 집회를 진행해왔다. 러시아혁명이 승리한 쏘련에서는 3·8을 국가기념일로 선정해서 공식화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1920년대부터 3·8여성의 날 대회를 진행했으나, 일제탄압으로 중단되었다가 1985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여성의 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결의를 다지는 여성노동자대회가 시작된 것은 1988년부터이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대회는 민주노총과 각각의 여성단체들이 공동으로 준비하면서 어느새 여성대회라는 명칭으로 바뀌고, 형식도 대중집회가 아니라 강당에서의 공연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여성대회라는 명칭은 여성의 날의 의미를 남성과 대립되는 여성으로 왜곡시키면서 자본에 대항하는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의 단결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노동자대회는 여성의 날의 유래와 정신이 여성노동자의 투쟁의 날이었음을 되새기고 양성평등으로 자본가계급에 대항하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집회가 아니라 강당에서의 공연은 여성의 날을 투쟁하는 여성노동자의 날이 아니라 단순히 여성들이 자축하고 기념하는 것 같은 성격으로 변질시키기도 하였다. 물론 이렇게 단순화 시키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고 그동안 여성의 날 행사를 준비하고 실천한 많은 선배활동가들의 활동을 폄하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작년과 올해의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3·8기획안을 비교해보면 이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2011년의 기획안과 2012년의 기획안을 비교해보면 주최가 3·8기획단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고, 날짜도 가까운 토요일이 아니라 3월 8일 당일로 잡고 명칭도 여성대회가 아니라 여성노동자대회로 바뀌었고, 여성노동자의 의제가 분명하게 요구안으로 제시된 측면이 있다. 또한 집회만이 아니라 행진까지 계획하여 어느 해 보다 민주노총이 3·8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서울에서 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민주노총 주최로 진행된다. 또한 104주년 3·8 교육자료집에 쓰인 ‘세계여성의 날은 기념일이 아니라 투쟁의 날입니다’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중심을 잡고 제대로 준비한 3·8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구안 또한 2011년의 경우 노동과 여성의 삶, 인권과 평화에 걸친 9대 요구안이 제시되었지만, 2012년의 경우는 보다 구체적으로 <1.성희롱 금지법(가칭) 제정 2.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정책강화 3.차별적인 성별 분리직군 폐지, 채용·승진 여성할당제 4.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쟁취 5.돌봄노동자 노동권, 건강권 강화, 돌봄노동 사회화 6.비정규직 모성보호 강화 7.육아휴직 급여인상·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8.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 9.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단축 및 주휴점제 특별법 제정 10.여성 장기투쟁 사업장 해결>이라는 10대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여성의 사회적의제가 노동으로 한정되고 기획단이 민주노총으로 축소된 측면도 있지만 민주노총이 독자적으로 여성노동권을 중심으로 투쟁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여성노동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투쟁하는 3.8 세계여성의 날로!
100여 년 전의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2012년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비교할 때 일정정도의 발전도 있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도 많다. 가사와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났는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저출산 국가가 되었다.
여성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서 벗어났는가? 한국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시달리고 있으며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더욱더 강한 고통으로 옥죄고 있다. 직장에서 남녀차별과 성희롱은 사라졌는가? 한국여성들의 자살율은 OECD 국가에서 1위이고, 결혼 후 28%의 여성이 직장을 떠나고, 남성노동자보다 임금이 38% 적고, 직장여성의 39%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한다.
또한 공공부문과 사회서비스 분야의 사유화, 시장화로 보육, 간병 등의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박탈당하고 있으며, 특수고용이란 이름아래 노동기본권을 부정당한 학습지교사들의 현실은 재능투쟁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여성노동자들이 주체로 나서서 다양한 업종의 여성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요구하고 투쟁을 선포하는 날이 바로 3·8 세계여성의 날이다.
여성노동자의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전체노동자의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규직에 비해서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비정규직이요, 대기업 노동자에 비해서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요, 한국노동자에는 이주노동자가, 남성노동자에는 여성노동자가 현실적으로 대립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을 갈라놓고 분열시켜서 이익을 얻는 저 비열한 자본가들의 술책을 뛰어넘기 위해선 비정규직 문제에 정규직 노동자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문제에 대기업 노동자가, 이주노동자의 문제에 한국노동자의 관심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여성노동자의 문제에 남성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꼭 지적해야 한다.
여성노동자의 문제는 사실 전체노동자의 문제 중 더욱 아픈 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 엄마, 누나, 여동생, 딸 같은 이들이 바로 여성노동자이다. 여성의 날에 파업하고 참여하는 모범적인 남성노동조합이 있으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비정규여성노조의 지하철청소노동자들과 공공운수노조의 대학청소노동자들이 대부분의 대오를 차지하는 민주노총의 여성노동자대회가 금속, 건설 등의 남성노동자들이 연대하여 더욱더 규모 있게 진행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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