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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8호]AFL-CIO의 분열, 미국 노동운동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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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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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6 19:11:02, 조회:2,448, 추천: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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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AFL-CIO의 분열, 미국 노동운동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AFL-CIO(미국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위원장 존 스위니)산하의 노조 SEIU(서비스노조국제연맹-위원장 앤드류 스턴), Teamsters(전미트럭운송조합-위원장 제임스 호퍼), CFUW(식품상업연합노조)가 노총에서의 탈퇴를 선언하였다. 전체 1300만 명의 조합원 중 1/3에 해당하는 조합원을 지닌 조직들이 AFL-CIO와의 이별을 선언하면서 AFL-CIO는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탈퇴 선언 이전부터 SEIU의 스턴과 팀스터의 호퍼는 ‘승리를 위한 변화 연대(Change to win Coalition)’라는 반 스위니 모임을 주도해왔다. 스턴은 “현 지도부는 정치권에 줄만 대다가 10년을 허송세월 했다. 가입률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모두 지도부의 무능과 잘못된 노선 때문이다.”라며 스위니 임기 기간 동안의 조합원의 감소와 민주당 지지 정책의 패배를 비판하였다.
실제로 AFL-CIO의 조직률은 심각하게 하락해왔다. 1945년 35.4%라는 최고의 조직률을 기록한 이래로 현재는 12%, 민간부분에서는 8%이하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 여성, 비정규 서비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비교적 조합원 수를 늘려왔던 SEIU를 중심으로, 반(反)스위니 분파는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여 노동운동을 재건하자!”라는 야심찬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SEIU의 스턴은 스스로의 탈퇴를 “1930년대의 CIO의 설립에 버금갈만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극적 사건”이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탈퇴가 미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돌파하는 혁신의 계기가 될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흑인, 이민노동자, 비정규직 등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고 주장하며 무기력한 미국 노동운동에 활기를 넣어줄 것 같은 기대를 만들어 내려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의 ‘혁신적 분화’는 AFL-CIO와 전혀 다른 지도력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취할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소위 ‘개혁파’들은 자신의 분열을 30년대 AFL로부터 CIO의 분화에 비교하려 한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분열은 분명 다르다. 30년대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대공황의 후폭풍으로 대량실업과 임금삭감 등 자본의 거센 공격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어용 AFL은 침묵했고, 노동자들은 자발적인 비노조파업을 광범위하게 전개했다. 이러한 투쟁의 반영으로 CIO가 분화된 것이다.(하지만 이후 CIO 관료들조차 투쟁의 열기를 진압하려 애썼고 루즈벨트 정부와의 담합으로 결국 20년 뒤 AFL과 통합하게 된다.)
현재의 AFL-CIO의 분열은 대중의 요구와는 무관한, 그들의 민주당 지지 정책이 민주당의 연이은 집권실패로 좌절하고, 분출하는 대중들의 불만을 투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지도력의 위기에서 발생하는 혼란의 모습이다.
‘노동운동의 혁신’을 꾀하겠다는 이들 ‘개혁파-분리파’들은 스위니가 10년의 연임 기간 동안 내건 ‘조직화’라는 목표가 실질적으로 실패했음을 공격하면서 조직률 제고를 위해 자금을 확대하고 대대적인 조직화 캠페인을 벌여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들 말처럼 미국 노동운동은 조직률에서부터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미국 노동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단결된 조직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70년대 이후 장기 불황으로 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노골적으로 강화하며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확대나 대량 정리해고, 복지의 후퇴 등으로 위협하여 스스로를 조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나 조직률을 높여야겠다고 단순히 선언하며 조직화 자금을 확대하려하고, 한편으로 자본과의 타협적 정책을 계속하는 방식으로는 조직률의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SEIU는 최근 9년 동안 90만 명의 조합원을 조직했음을 내보이며 자신의 정책과 탈퇴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고 있지만 그들이 성취한 조합원 수 확대도 사실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이다. SEIU는 일자리 안정의 명목으로 회사의 순익보전과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양보교섭을 수용하였다. 결국 SEIU가 성과로 자랑하는 조합원 수 확대는 노동자 권리의 확대가 아니라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수치의 증가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조직률의 향상, 조직력의 강화는 노동자 계급이 자신의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투쟁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조직된 노동자만이 자본과의 첨예한 전투 속에서 노동자의 승리와 해방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개혁파’들은 투쟁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2003년 10월부터 6만여 명이 5개월 간 벌인 캘리포니아 슈퍼마켓 파업에서 CFUW 지도부는 파업을 고립 무력화 시키려하고 패배적 합의를 종용했던 전과가 있다. 그런 그들이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월마트를 대상으로 벌이는 ‘캠페인’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혁파’들은 기존의 AFL-CIO와 다른 급진적인 정치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955년, 전투적인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이 궤멸되고, 반공산주의의 기치 하에 일어났던 메카시 광풍 이후에 진행된 양 노조의 우익적 통합 이래로 AFL-CIO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해 주는 협조주의적 태도를 취해왔다. AFL-CIO는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반노동자 정책과 제국주의 전쟁들을 속수무책으로 허락해 주면서 계속된 양보와 투쟁회피로 일관해왔다.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민주당에 대한 계속된 지지를 보내왔으나 그것마저 실패했고, 이라크점령에 대해서도 반대의 입장을 내지 못하는 실질적 지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반 스위니 분리파들에게서 이러한 정책에 대한 비판은 찾아 볼 수 없다. 친자본적 협조주의라는 점에서 이들은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개혁파’는 스위니가 민주당에 너무 많은 자금을 제공해 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스턴은 민주당 선거 패배 이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고 있었다. 심지어 팀스터는 공화당을 지지하기도 했으며 SEIU는 지난 선거 기간의 공화당 주지사 협회의 최고 기증자이기도 하다. 그들이 비판하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실패한’ 짝사랑일 뿐이다. 공화당의 옆구리라도 찔러보고 성공한다면 공화당과 동거할 의향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노동운동 위기 의 극복을 외치고는 있지만 부르주아 정당과의 인연을 끊고 독자적 계급투쟁을 조직해야 함은 감히 말하지 못한다.
AFL-CIO이든 개혁을 내걸고 분열하는 세력이든 미국 노동운동이 민주당 혹은 공화당의 포로가 되어 있는 한 미국 노동자들은 자본의 공격 앞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부르주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들과의 계속된 공조로는 개량조차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계급적대를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부르주아 정당은 상황에 따라 형식적 민주주의와 평등을 보장해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다가도 그들이 위기에 직면할 때에는 단호하게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 운동은 자신들의 독자적 정치적 전망을 팽개치고 부르주아 정당에 기대는 것으로 만족한 결과 자본의 착취와 공세 앞에 일방적으로 당해야 했다. 미국 노동자계급은 부르주아 정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혁명적 정치와 전투적인 노동자 대중투쟁을 형성해 내야한다. 최근 GM 등의 자동차산업에서 알 수 있듯 자본은 자신들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대량해고와 임금삭감 등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다. 자본의 위기와 공격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단호한 투쟁만이 이른바 ‘개혁파’들이 우려하는 미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다!
지난 7월 말의 총회에서 SEIU 등이 탈퇴를 선언하는 일이 있었던 한편으로 AFL-CIO는 이라크점령에서의 ‘조속한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라크전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했었지만 지도부는 지지의 입장을 지켜왔기에 이번 결의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그치는 결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전쟁에 반대하는 노동자 대중 투쟁을 건설하고 그것이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공격,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으로 발전해야 만이 진정 제국주의 전쟁과 노동자 착취를 끝장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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