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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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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3 19:16:47, 조회:2,170, 추천: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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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황금시장이자 노동자민중의 탄압기제, 월드컵!
월드컵 개최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라 전체가 월드컵으로 떠들썩하다. 반면 민주노총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보다 조용하다.
2002년에는 철도, 가스, 발전 등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건 공공3사 파업, 37일간의 발전노조 산개투쟁으로 시작해 ‘사납금제 철폐’를 건 택시노조 파업투쟁, 고대의료원, 경희의료원, 강남성모병원, 가톨릭병원 등 보건의료노조의 투쟁, 충남 및 경남 지역 금속노조 투쟁 등 노동자 투쟁이 연이어 터졌다.
그러나 올해는 대조적으로 비정규직 개악법안 저지와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라는 노동자 계급의 중대한 문제가 눈앞에 놓여있지만, 민주노총 조준호 집행부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을 계기삼아 5.31 지방선거와 ‘시기집중 산별노조 형식전환’에 올인하고 있다.
2002년도에는 노동자들의 투쟁만큼 부르주아언론과 정권의 이데올로기 공세도 여느 때보다 치열했다. ‘월드컵에 웬 파업?’, ‘국민 대축제에 찬물 끼얹는 노동계급의 힘겨루기’라면서 철저하게 왜곡, 고립시켰다.
이런 적들의 바람에 부흥해 서울지하철노조(배일도 위원장), 서울시설관리공단노조 등 공공투자기관 6개 노사는 “월드컵 기간 무파업을 비롯,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키로 결의한다”고 밝혔다가 공공연맹에서 징계를 받았으나, 이어 현대건설, LG전자 등 대표적인 임단투 조기종결 사업장 34개가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한 노사평화선언’을 하기도 했다. 철도노조에서도 5월 1일 재파업을 결의했지만, 4월 30일 철도청장과의 만남에서 “2.27 특별단체교섭 합의서 이행과 월드컵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산업평화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을 공동선언하며 재파업을 철회했다. 5월 26일 보건의료노조도 파업 5일만에 대부분의 병원들은 협상을 타결했다.
결국 월드컵이 개최되는 6월에 임박해 대부분의 투쟁들이 뚜렷한 성과없이 정리되었고, 정리되지 못한 투쟁들은 월드컵 기간에 조명 한 번 받지 못하고 홀로 천막을 지키고 농성을 유지하는 장기투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압살하는 월드컵. 세계인의 축구축제라는 겉모습이 아닌, 그 이면에 숨은 본질, 그것은 무엇일까?
1.월드컵은 거대한 돈 축제! “구르는 축구공 따라 돈도 구른다”
월드컵은 연 600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스포츠 대회다. 그만큼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온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월드컵이야말로 기업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마케팅 무대이다. 일명 월드컵 특수라며 현대, 삼성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홈쇼핑, 핸드폰, 가전제품, 음료 및 주류 등 온갖 광고는 어느 새 모두 ‘붉은 색'이고, 축구를 테마로 한 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장 밖의 현란한 광고물은 물론이고, 경기장 외곽 광고판, 전광판 사이사이에 기업들의 광고가 숨어있다.
카드나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상품도 모두 유명 축구선수나 감독을 내세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고 고유가, 환율하락 등 각종 악재가 존재함에도 주가는 기대심리로 인한 ‘월드컵 효과’로대폭 상승하고 있다.
월드컵은 광고 효과 뿐 아니라 경기장, 숙박시설 등 경기개최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시멘트, 철근, 인력공급 등 관련 산업까지 발달시키는 생산증대 효과를 가져오고 그로인한 투자 증대, 소비 촉진 등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이 크다. 실제 재정경제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총 26조 4,6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남한 GNP 1% 상승에 맞먹는 수치다. 국가 이미지 개선, 수출 증대, 외국투자 촉진, 지방 경제 활성화 등 엄청난 간접적 효과는 화폐로 환산조차 할 수 없다. 또한 35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는데 이 35만명은 모두 월드컵과 관련한 일시적 고용이다. 주차원, 안내도우미, 통역관부터 시작해서 근처 숙박 및 가게에 늘어나는 임시직 일자리로 월드컵이 끝나면 다시 사라질 ‘거품고용’이다.
2006년도 독일월드컵에서도 남한 자본은 엄청난 경제적 이윤을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FIFA공식후원사 자리를 꿰차고 에쿠스를 비롯, 32개 본선 진출국 대표팀과 각국 기자단, 자원봉사자 등 대회전반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대형버스와 각종 자동차 총 1,300여대를 후원하며 적극적인 브랜드 선전에 뛰어 들었다. 코카콜라와 함께 세계에서 단 2개뿐인 올림픽 성화봉송 참여기업이자 올림픽 공식파트너인 삼성전자도 핸드폰, DMB,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등에서 일찍이 수출 결실을 보고 있다. 일본이 06년 월드컵 진출로 약 2조 729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남한 자본의 경제적 효과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월드컵 관련 권리가 대회 주최자인 FIFA와 그 대행사인 ISL, 그리고 개최국의 대회 조직위(LOC) 등에 집중, 독점되어 초국적 독점자본과의 유착을 강화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FIFA가 보유하고 있는 권리는 방송중계권에 따른 미디어 독점권, 스폰서쉽 부여에 따른 상품별 독점권, 월드컵 공식 휘장이나 마스코트 등의 독점적 이용으로 인한 마케팅 독점권, 가장 많은 현금 수입을 내는 입장권 판매 독점권 등 다양하다. FIFA는 월드컵 개최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기업들로부터 지원받는 대신, 이러한 독점권을 부여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을 보장해준다.
그 외 야구(WBC), 골프(PGA) 등 모든 스포츠 산업과 올림픽도 월드컵의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 구조와 동일선상에 있다. 모든 스포츠는 말 그대로 ‘산업’이고 ‘비지니스’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상품화되지 않는 것은 유명해질 수 없다. 월드컵과 올림픽, 그 외 각종 스포츠 대회는 모두 독점자본 간의 경쟁, 이윤축적 구조 속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이용되고 있다.
2. 월드컵이 노리는 정치적 본질
지금 온 사회가 독일월드컵과 5. 31지방선거로 집중되고 있다. 월드컵 일색으로 온갖 매체를 도배하며 우리의 눈과 귀를 마비시킨다. 월드컵 열기는 남한 사회 전체를 국가주의적 일체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예전의 국가주의는 정권에 의한 억압적 형태로 나타났다.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 등 국가권력 자체가 폭력적인 형태를 취했고 그 때문에 대중적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정권과 자본주의는 발달된 부르주아 언론과 매체 등을 통해 월드컵 열기를 시민사회의 역동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자발성을 강조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포섭을 이끌어내고 있다. “너는 나의 챔피언~♬”이라는 월드컵 송과 “대~한민국”이라고 구호를 통해 예전의 억압적 모습보다는 시민적 자유,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우월성 등으로 포장되고 있다.
그러나 그 헛된 망상은 한편으로는 높은 청년실업, 비정규직 대량양산 및 양극화라는 자본주의의 냉엄한 현실 앞에서 깨져나갈 수밖에 없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참여가 국가경제의 중요한 초석이 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노동자민중을 위한 경제의 초석이 아니라 기업들의 이윤축적 경제를 위한 초석으로, 단순히 보고 즐기는 스포츠 대회가 아니라 거대한 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고 해서 노동자민중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갈수록 세밀하게 조장되는 부르주아 언론에 휘말려 당장에 쟁취해야 할 것들을 뒤로 미루거나 놓치고 가게 할 뿐이다. 당장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탄압과 평택인민에 대한 압살, 자본주의적 세계화(FTA) 과정에서 농민생존권 박살, 대공장의 임단투 등이 모두 월드컵에 묻혀지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본질, 자본과 정권의 야만적인 속성과 본질도 함께 묻어버린다.
월드컵은 세계의 노동자민중이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축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의 한 형태일 뿐이다. 94’ 미국월드컵과 96’ 미국올림픽도 그러했듯이 모든 초국적 기업들을 미국에 투자하도록 집중시키고, 수십만명의 거품고용을 창출해 일시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는 언제나 불안하다. 밀물, 썰물처럼 순식간에 굴러들어온 화폐가 빠져나가기도 한다. 거품은 곧 걷히고 앙상한 자본주의 사회의 비참한 현실이 드러난다. 자본과 정권이 오직 자신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조장하고 만들어놓은 월드컵 열기에 바보상자처럼 빠져들어 그들이 은폐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회문제와 노동자민중의 압살, 자본과 정권의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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