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23호] 기아 비정규직 06년 투쟁! 일반적 원칙을 어떻게 현실의 원칙으로 만들 것인가 |
![]() |
 |
![]() |
 |
|
노정협
|
2006-12-29 16:17:13, 조회:2,182, 추천:235
|
![]() |
|
|
![]() |
1. 무엇을 내걸었는가?
남한 정치운동의 과제 역시 과학적 사회주의와 노동운동과의 결합이다. 우리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내용을 더 풍부히 하고 강령적 내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강령적 내용은 현실운동과 결합하지 않으면 죽은 이론이 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투쟁과 더불어 이 이데올로기를 현실의 무기로 만들 노동계급운동과의 결합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운동의 딜레마는 이론적 원칙을 대중운동에 관철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운동에서 오류와 한계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실험, 성과와 패배의 경험을 통하여 조직은 단련되고 성장한다. 이것을 두려워한다면 그 집단은 영원히 자족적인 선전주의 집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과거 주대환이 개량주의를 선언하면서 원칙을 지키려고 분투했던 동지들에게 경멸조로 말했던 ‘이불속 사회주의자’, ‘골방주의’라는 비난을 또 다시 받을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이데올로기적 원칙과 조직적 힘을 가지고 대중운동의 넓은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대중운동의 바다에서 격랑과 싸우면서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 우리는 대공장 비정규직 운동에 주목하고 투쟁해 나갔다. 비정규직 운동을 통해 정규직 내부의 개량주의, 관료주의와 투쟁하고 정규직 선진 활동가 결합해서 전체 공장을 해방의 요새로 만들기 위해 투쟁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쟁취하기도 했고, 많은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현실운동에서 범하는 오류와 한계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오류를 조직적으로 평가하고 조직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통해서 억척스럽게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지난 수년 동안의 투쟁의 교훈에 비쳐볼 때 비정규직 투쟁은 더 이상 자생적 분노에 의존하는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생성과 창조성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철저하게 계획된 투쟁이 되어야 한다.
수년 동안의 현투단 투쟁을 거치면서 지난 해 노조를 설립한 기아비정규직지회는 대중파업을 통하여 대공장 비정규직 노조로서는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쟁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아자본은 투쟁의 핵심 거점인 신성업체에 대한 계약해지 공세를 가했다. 결국 신성은 3개 업체로 분할되면서 일부만 공장 내에 남았다. 2, 3차 업체에 대한 단협 동일적용도 쟁취하지 못했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통해 계약해지를 분쇄하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했지만 원청이 대리인으로 내세운 업체 대표들과의 단협을 체결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기에 올해 기아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 투쟁을 파괴하고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자본의 무기인 계약해지 반대투쟁을 위해서는 ‘원청 사용자성’을 쟁취하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임금인상 요구와 특별 요구안 쟁취의 대상이 기아 원청자본임을 명확히 하고, 원청 자본의 사용자성 인정을 쟁취한다”를 06년 투쟁의 핵심적 목표로 내걸었다. 업체에 대한 계약해지 공세, 현대자동차에서의 3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계약해지, 기아차 화성공장 1, 2라인의 자동화 등 고용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에 기아비정규직지회는 특별 요구안을 더 강조하려 했다. 원청 사용자성 쟁취 요구는 이미 사내하청노조와 포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전국적인 쟁점이 돼 있었기 때문에 이 투쟁은 전국적인 요구로 떠올랐다.
원청 사용자성 쟁취의 요구는 원청자본과의 직접 교섭과 합의를 통해서만 쟁취될 수 있는 안이었다. 그런데 원청 사용자성 쟁취라는 요구에 대해 자본은 총자본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완강하게 저항해왔다. 자본으로서는 원청이 실사용자임을 인정한다면 비정규직 확대, 노동의 유연화라는 자본의 축적 전략에 근본적 타격을 받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한 단사의 투쟁만으로 쟁취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그래서 이 요구안을 내걸면서도 원청 사용자성 쟁취라는 목표를 어디까지 쟁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따라서 원청 사용자성 문제를 최대한 선전, 선동해 내면서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원청을 교섭장에 끌어내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했다. 그러다 보니 마무리 과정에서 원청 사용자성 쟁취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부논란이 벌어졌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임금등급제 폐지, 원청과의 직접 고용보장 합의 쟁취를 핵심적인 특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실제 06년 투쟁에서 임금 보다는 특별 요구안 쟁취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원청과의 교섭을 통해서 고용불안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렬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임금 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지급했다. 결국 이것이 현대차 그룹의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했다. 9월 12일 16차 교섭에서 기아차의 하청업체 교섭단은 시급 308원, 성과금 300% 지급, 일시금 120만원 등 현대에서 던진 안을 그대로 던졌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이 임금 가이드라인을 돌파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요구에 집중한다는 투쟁의 목표 설정이 임금등급제 폐지와 임금 가이드라인 분쇄투쟁을 막았다.
그 동안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서는 고용과 임금을 맞바꿔 치기 해왔다. 자본의 구조조정 시 임금과 단협을 쉽사리 양보하고 결국에는 희망퇴직을 수용했다. 최근 자동차 업종에서는 총고용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전환배치 수용과 노동강도 강화, 임금인상 자제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금과 고용은 어느 하나를 버리고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생존권의 문제다.
임금등급제, 2, 3차 하청 동일 적용도 원청 사용자성 문제의 다른 표현이다. 고용안정에 대한 요구가 원청 사용자성 요구의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하나 이것이 생존권의 전부는 아니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올해의 투쟁을 거치면서 원청을 교섭장소에 끌어내 고용보장에 대한 확약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고용보장의 내용은 합의서가 아니라 회의록 형태로 작성되었고, 원청자본과 원청노조의 확약서 형태로 대리 합의하는 불완전한 상태로 만들어 졌다. 그렇기 때문에 마무리 할 때 내부에서 많은 진통을 겪었고 심지어 일부에서 부결투쟁이 전개되기도 했다.
우리는 06년 기아 비정규직 투쟁을 연대기 순으로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이미 위에서 우리는 핵심 요구안을 만든 배경과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이제 첨예하게 쟁점으로 부각됐던 식당 투쟁의 문제, 전국적 투쟁의 관점에서 기아 투쟁의 역할과 한계, 마무리 과정의 오류와 원칙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2. 칼날 위에 서 있었던 식당투쟁
식당투쟁은 06년 기아 비정규직 투쟁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다. 식당 투쟁은 애초부터 전체 투쟁의 가장 주요한 부문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식당은 올해 뒤늦게 조직되면서 단협 동일 적용 요구를 걸고 투쟁했다. 지회의 조합원들도 식당투쟁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식당 파업의 파급력 때문에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다. 자본은 식당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수 없는 협정근로자임을 내세우면서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정규직 노조는 식당이 파업에 들어가면 정규직 조합원들이 밥을 굶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규직의 건강권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면서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해 들어왔다. 기아 자본은 어용들을 직접 내세워서 ‘밥을 볼모로 하는 투쟁’이라는 악선동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조장했다.
결국 식당 투쟁은 “지회독자투쟁을 전개하는 시점에서 식당으로 투쟁이 집중될 경우, 핵심 투쟁기조가 이완될 수 있다는 점, 라인을 중심으로 투쟁을 집중시켜 내야 한다는 점, 원청자본과 정규직노조가 식당투쟁을 빌미로 현장에서 지회투쟁을 고립시켜 낼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 등이 고민되면서 지회 전체적으로 식당투쟁을 승리적으로 정리하고, 이후 투쟁에 자신감으로 가져가자”는 지회 내부 일부의 평가를 근거로 조기에 정리됐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식당 파업을 조기에 종료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식당파업이 부각되면 원청 사용자성 쟁취라는 중심 요구가 묻히는가? 원청이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대체인력과 용역깡패 투입을 지휘하는 것에 의해 역설적으로 실사용주임이 폭로되는 것처럼 식당도 마찬가지다. 자본은 식당투쟁에 있어서도 어용들을 내세워서 이데올로기 공세와 탄압에 골몰했다. 식당 조합원들의 단협 쟁취 투쟁은 원청의 개입과 사용자성을 폭로하는 투쟁이다.
생산 타격과 밥 타격은 서로 분리되는 게 아니라 투쟁의 상승을 위해서 반드시 결합시켜야 했다. 이 결합의 조건과 연결고리를 찾아서 조직해야 했다.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대중파업의 위력, 폭발력을 투쟁에서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혁명의 과정에서도 노동자의 요구는 단일한 요구로 나타나지만은 않는다. 잠재돼 있던 모든 불만들이 분출하면서 다양한 요구로 활화산처럼 터져 나온다. 그 시작도 반드시 혁명적인 정치투쟁의 요구로만 시작되지 않는다. 1905년 러시아혁명은 푸칠로프 공장에서의 4명의 해고자에 대한 복직 요구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 요구가 짜르체제, 러시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 사회적, 정치적 조건이 맞물리면서 짜르 타도, 노동자평의회 요구로 급속도로 발전했다.
식당노동자들의 단협쟁취 요구는 단선적인 요구로부터 출발하지 않았다. 식당 노동자들에게는 단협뿐만 아니라 식당 관리자들에 의한 인격적 모독과 욕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불만, 이것을 조장하는 원청에 대한 불만, 낮은 임금과 엄청난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조건, 정규직 노조의 관료주의에 대한 불만이 혼재해 있었다.
결국 식당투쟁은 어디로 발전할지 모르는 것이다. 한 업체에서의 단협 쟁취라는 요구로 제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식당투쟁이 가지는 잠재력과 폭발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전체 투쟁과의 결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원청 사용자성과 자본주의에서의 비정규직 철폐라는 요구로 업체에서 단사, 전국적 요구로 상승시켜야 한다.
식당 투쟁은 “식당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쟁의기간 중에도 식자재의 변질 및 부패를 방지하고 정상적인 급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함으로써 온전한 형태의 파업권을 쟁취하지 못했다. 물론 지회 일부에서는 이것이 쟁대위에서 사전에 요구안으로 다시 만들어졌고 자본이 이를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단협을 체결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파업권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자본이 요구안을 수용해서 어쩔 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쟁대위에서 미리 파업권 제한의 논란의 소지를 주는 요구로 바꾼 것이 문제다. 그리고 법적인 해석과 다르게 ‘노력한다’는 합의 조항이 이후 파업권 행사에 있어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기아 비정규직 지회장은 식당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1. 식당의 현안문제 및 쟁점사항에 대해 원청노조와 비지회는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 원하청노동자의 급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당파업과 관련하여 원청노조와 비지회는 공동논의하여 결정한다.”는 회의록을 작성했다. 물론 이후 비판이 제기되자 곧바로 회의록을 파기하고, 지회 유인물로 자기비판을 했지만 식당 파업의 마무리 과정에서 노동자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도 심각한 오류다.
비정규직 투쟁은 핵심 활동가들이 주도해서 헌신적으로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조직한 결과 강고한 투쟁을 펼칠 수 있었다. 이러한 선도성이 대중과 분리되면 엘리트주의가 생겨날 수 있고 이 엘리트주의는 관료주의로 변할 수 있다. 식당 투쟁의 마무리 과정에서 보인 커다란 오류는 대중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중들과 일체감을 형성하면서 지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3. 비정규직 투쟁의 정치적, 조직적 자주성과 독자성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그것은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서 끊임없이 비정규직 노조의 자주성과 독자성이 훼손돼 왔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성과 자주성은 정규직노조에 팽배해 있는 관료주의와 개량주의로부터의 정치적 독자성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투쟁은 독자적인 대중투쟁을 조직하면서 여기에 개입하여 투쟁을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정규직 노조의 관료주의와 개량주의를 폭로, 타격하면서 공장 전체에 계급투쟁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정규직 선진 활동가들과의 긴밀한 연대, 정규직 조합원들과 계급적 단결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것, 이를 통해 대공장을 계급투쟁의 요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오늘날 의식적인 비정규직 투쟁에 주어져 있는 막중한 과제이다.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는 비정규직 투쟁의 자주성과 독자성이 만들어낸 조직적 성과이다. 그러나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는 출발부터 ‘금속산업연맹 차원의 조직적 질서와 다른 이중적인 구조를 만들려 하는가?’ 라는 문제제기 속에서 어렵게 출발했다. 또한 사내하청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조는 단사 정규직 노조에 의해 자주성과 독자성이 흔들렸다. 비정규직 노조의 힘이 약화되거나 독자적인 투쟁을 할 수 있는 힘이 없을 때 자주성과 독자성은 더욱 더 침해당했다. 이러한 외풍 속에서 만들어진 사내하청노조는 GM창원비정규직 지회 연대투쟁을 전개하면서 비정규직 노조에게 실질적인 자신들의 조직으로 받아들여졌다.
8월 23일 사내하청노조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공동파업 선포식을 하고 25일 4시간 공동파업을 전개했다. 이 투쟁으로 사내하청노조의 연대감과 자신감은 절정에 달했다. 현대자본은 기아와 현대3사의 사내하청노조들이 실제 공동파업을 전개하자 이 상승하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성실교섭을 제안해 왔다. 현자 비정규직 노조는 성실교섭에 응하고 기만적인 잠정합의안을 수용함으로써 대중파업의 전진이 일순간에 멈춰버렸다.
기아 자본은 교섭에서 “현자 비정규직 3사도 잠정합의안을 수용하고 파업을 중단했는데 지회가 억지를 부린다”고 타결을 종용했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9월 17일 “기만적인 잠정 합의안을 떨쳐버리고 원청 사용자성 쟁취 공동투쟁의 전선에 다시 섭시다”라는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18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부결됐다. 그러나 현대차 3사의 파업 종료를 막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했던 기아비정규직지회는 9월 19일 긴급 쟁대위를 통해 잠정합의안을 수용했다. 이후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예정된 파업을 철회했다. 기아비정규직지회의 잠정합의안 수용 때문에 직접적으로 현자비정규직노조가 파업중단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자비정규직 3사에 공동투쟁을 호소했던 기아비정규직지회가 곧바로 잠정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자기모순이고 전국적 투쟁전선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행위이다.
기아비정규직지회 내에서도 잠정합의를 앞두고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사전에 잠정합의를 하더라도 잔업거부나 부분파업을 하자는 얘기가 핵심 간부에서 있었고 쟁대위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있었으나 공식적인 결정이 되지는 못했다.
GM창원비정규직지회 투쟁의 패배, 현자 비정규직 2사의 잠정합의 수용과 잠정합의를 둘러싸고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가 집행부 사퇴와 재선거 등 내부적 혼란으로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는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게 되었다.
더군다나 산별노조의 ‘1사 1조직 편제’ 관련해서는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아비정규직지회가 가장 완강하게 비정규직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훼손하는 독자 파업권, 교섭권 보장 없는 1사 1조직 편제를 반대하고 있으나, 아산, 전주는 전제가 없더라도 직가입을 지지하는 편이다. 울산의 경우에도 직가입에 무게가 쏠려 있다. 산별노조 전환을 앞두고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는 사실상 독자성을 상실하고 공식 노조 체계로 흡수통일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정규직 노조 내부에서 보이는 무조건적인 직가입 주장은 비정규직 투쟁의 패배주의적 정서와 정규직에 대한 의존적 심리에 기인한다. 비정규직 지회의 정치적 독자성은 조직적 독자성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비정규직 노조의 조직적 독자성은 부문주의가 아니다. 조직적 독자성이 있고, 독자적인 힘으로 대중파업을 전개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정규직 노조의 패권주의나 투쟁에 대한 통제와 억압을 떨쳐낼 수 있다. 현자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노조의 대리교섭을 반대하고 어렵더라도 독자적인 교섭으로 요구안을 쟁취하겠다고 한 것도 적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싸워보겠다는 자주적 결의의 한 표현이었다.
독자적인 힘이 없고 비정규직 노조가 독자 교섭권과 파업권을 가진 독자적인 형태로 1사 1조직이 되지 못한 채 정규직 노조에 통폐합된다면 그것은 비정규직 운동의 종말을 의미한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중심의 운동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조의 임금 요구안도 예전 처우개선 요구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규직 노조가 고용안정의 방패막이로 작용할 것 같지만 지난 날 정규직 노조나 대의원대표가 나서서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합의해 주던 악몽을 반복할 수 있다.
사내하청노조를 통해 개량주의와 관료주의에 맞서고, 대중운동에 독자적 개입력을 가지고 실천하던 정치세력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이다. 올해 기아비정규직지회는 GM창원비정규직 투쟁을 헌신적으로 조직하고 사내하청대표자회의를 강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국 사내하청투쟁은 대단히 위태롭다. 비정규직 투쟁의 의미를 확인하면서 사내하청노조대표자회의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
4. 무엇을 기준과 원칙으로 마무리 할 것인가?
투쟁의 마무리는 투쟁의 시작과 경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마무리를 잘못함으로써 투쟁의 성과가 묻힐 수도 있고, 원칙과 조직력이 무너질 수도 있다.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투쟁을 마무리할 것인가? 우리는 모든 투쟁에서 첨예하게 계급투쟁을 환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계급투쟁 사상을 바탕으로 투쟁을 통하여 의식적인 활동가를 발굴해내야 한다.
우리는 변혁의 수단으로 노조운동에 개입한 것이라는 목표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이 자본의 힘과 주체역량에 대한 고려 없이 못 먹어도 고라는 식으로 무모한 투쟁으로 가서 조직이 와해된다면 엄청난 오류이다.
때론 조직적 힘이 없을 때는 타협도 할 수 있고, 후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타협과 후퇴를 불가피하게 하더라도 지킬 원칙이 있다. 민주노조 운동에 있어서도 무쟁의 선언, 노사화합 선언, 직권조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중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힘에 밀려서 정리해고를 막지 못한 것과 노조가 정리해고를 합의해 주는 것하고는 다르다.(물론 이 상황은 올해 기아 비정규직 지회의 상황은 아니다. 지회는 파업 종료 시점에도 최고의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조합원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투쟁의 결과물만을 가지고 평가해서도 안 된다. 얼마나 계급투쟁에 복무했는가, 노동자들의 단결과 계급의식의 향상에 기여했는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기아 비정규직 핵심 간부들은 전면파업을 전개하면 며칠 더 가고 접는 문제가 아니라 노조의 명운을 걸고 전면전을 하는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과연 조직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이것이 원청이 교섭에 나온 뒤 급격하게 싸움을 접는 근거로 작용하면서 결국은 조직의 힘이 있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투쟁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추석을 앞두고 며칠 더 전면파업을 전개하고 마무리하자는 지회 일부 간부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주장에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연대투쟁의 의미와 조직력이 있기 때문에 며칠 더 투쟁을 전개하고 그 때가서 조합원들의 혼란을 줄이면서 마무리 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며칠 더 전면파업을 했는데도 원청이 완강하게 나온다면 그때 가서 며칠 더 전면파업을 했으니 투쟁을 접자고 조합원들한테 호소할 것인가? 그 때 가서 새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혼란은 더 심해졌을 것이다.
막연하게 며칠 더 투쟁하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요구를 분명히 하면서 투쟁을 했어야 한다. 추석이라는 기간이 판단의 근거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물론 9일 간의 추석이라는 기간 동안의 조직력의 이완, 집회에 이은 정규직 어용들의 준동, 원청의 대대적인 탄압이 예상되지만 그것은 파업과정에서 반드시 뚫고 가야할 문제다.
만약 현대차 그룹의 임금 가이드라인 돌파와 원청과 비정규직 지회의 직접 합의서 작성을 구체적인 목표로 했다면 며칠 더 가다 중단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회는 이 시점에서 전면파업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자신감의 부족은 사전 전면파업에 대한 준비 부족과 이번 투쟁에서 원청 사용자성의 요구를 어디까지 쟁취할 것인지 목표의 불분명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회 조합원들은 주야간 부문파업과 퇴근투쟁에 익숙하다. 주야 전체 조합원들이 공장 내에서 머물면서 전면파업을 전개한 경험이 부족하다. 지회는 주야간 전체가 무기한 공장점거 파업에 대비한 사전 준비와 결의가 분명하게 서 있지 않았다.
마무리 과정에서 조합원 대중들과의 교감이 부족했다. 조합원들은 원청이 교섭에 나오고 잠정합의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세밀한 과정들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 조합원들한테는 원청이 교섭에 나오자마자 곧바로 잠정합의를 수용한 것으로 느껴졌을 뿐이다. 특히 핵심적인 투쟁의 기간 대오였던 소위원들은 “우리는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것이냐?”는 불만을 제기했다. 현장 조합원과의 중심고리인 소위원 대오의 패배적 분위기와 혼란은 조합원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노동자 민주주의는 쟁대위에서 토론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는 형식에 생명이 있는 게 아니다. 투쟁에 가장 헌신적으로 임했던 동지들의 의지를 어떻게 노조운영 전반에, 투쟁의 마무리 과정에 반영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개입한 대중투쟁을 몇몇의 투쟁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투쟁이 되고 조직의 내용과 원칙으로 개입하는 조직적 투쟁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은 부족하다. 물론 조직도 부족하고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조직은 개인보다는 시야가 넓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법을 더 잘 알고 있다. 물론 조직은 모든 사안 사안을 결정할 수는 없다. 개인은 조직의 일부로 조직의 최소단위이다. 현장에서 시시각각으로 전술적 판단을 내릴 때 모든 문제를 조직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개인은 조직은 조직의 일부로 조직의 최소단위이다. 현장에서 시시각각으로 전술적 판단을 내릴 때 모든 문제를 조직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운동을 하는 개인은 계급적 입장과 조직의 원칙을 체화하고 있어야 한다.
대중운동과 조직운동의 결합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부족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대중투쟁에 개입하면서 우리의 일반적 원칙을 현실적 원칙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투쟁했다. 우리의 일반적 원칙과 현실적 원칙 사이에 놓여 있는 딜레마와 간극을 메우기 위해 더욱 더 투쟁할 것이다. 동지들의 비판을 부탁드린다. 투쟁! <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