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08-05-29 21:12:09, 조회:2,531, 추천:426
|
![]() |
|
|
![]() |
분리주의가 아닌 노동자농민 동맹으로
쇠고기 개방을 막아내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되었다. 이명박이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을 참석자들에게 전하자 함께 자리한 미 재계 관계자들과 수행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농민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최소한 외교적 수사라도 동원해서 위로하려 하지 않을 정도로 뻔뻔하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청와대는 쇠고기가 개방되는 것 때문이 아니라 한-미 FTA가 타결될 것이라는 생각에 박수를 친 것이라며 변명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개방 폭과 시기는 한미FTA 협상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협상 내내 주요 의제였고 핵심적인 쟁점이었다. 이것은 이명박이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은 별개라고 했던 말이 기만적임을 보여준다. 대놓고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하지 않는가? 이명박의 이러한 행동 뿐 아니라 쇠고기 개방에 대해 이명박이 한 말은 그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지 충분히 말해주고도 남는다.
쇠고기 개방에 대한 이명박의 자가당착!
"우리 도시인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고 있다",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는 것"
"개방은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다 개방하는 게 맞다. 그 다음은 소비자의 몫"
"일본의 화우 같은 것은 우리 쇠고기 값의 10배로, 한 마리에 1억 원까지 하지만 없어서 못 팔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도 얼마 있으면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는데 그러면 일본처럼 개방을 해도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수요자가 많아진다."
"국민소득이 현재 2만 달러 수준인데 10년 안에 4만 달러가 된다고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비싸도 좋은 고기를 먹을 것"
"농민 스스로도 노력해야 농촌이 부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잘 하겠다'는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
한-미 FTA는 한미의 경쟁력 있는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이명박의 논리는 FTA를 체결하는데 있어서 경쟁력 없는 산업은 철저하게 파산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는 산업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을 통한 쌀과 과일, 쇠고기의 전면 개방은 농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의 결과는 모두에게 재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농촌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부자’농민은 살아남을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은 주로 중소영세농을 집중적으로 파산하게 만들 것이다. 농촌에서 자신의 토지와 가축을 가지고 있지 못한 소작농들은 이번 FTA협상으로 별로 잃을 것이 없다. 역설적으로 이들은 가진 것이 없고 대부분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 사실상 농촌 프롤레타리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토지와 가축 등을 가지고 있는 농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영세농들은 미국의 거대 농업자본과 도저히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부농의 일부조차도 거대 미국 농업자본에 맞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파산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미 FTA로 살아남을 수 있는 농민들은 미거대자본이 손대지 않고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전문적 농업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부농과 농촌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대규모로 축산업을 하는 농촌 자본가들일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의 말대로 구조조정을 통하여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은 도시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고 있는데 이번 개방으로 값싸고 질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하면서 설사 미국산 쇠고기가 들여오더라도 일본처럼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우려가 돼서 건강에 걱정이 되면 최고의 품질을 가진 값비싼 쇠고기를 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이명박의 이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명박의 말대로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안전하고 값싸고 질이 좋다면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리가 없다. 국민소득 3만달러, 4만달러가 되면 누구나 최고의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이명박의 말도 현실성의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국민소득의 양적성장이 전체국민을 풍요롭게 한다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이다. 이명박은 여기서도 몰염치하게 자본의 성장이 점점 더 양극화를 낳고 있는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
농민 스스로 노력해야 부자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사람들만 지원하겠다는 이명박의 논리는 철저한 강자의 논리, 자본가의 논리이다. 이명박은 한-미 FTA로 몰락할 수밖에 없는 절대 다수 농민들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양육강식의 자본의 논리로 농민들의 생존의 문제를 외면한다. 결국 이명박의 논리를 보면 국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누구를 위해 다수의 민중들의 생존을 파멸하는지 자본주의 국가의 계급성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조속한 타결과 ‘국익’을 외치는 정부관료들은 노골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쇠고기 문제 해결돼서 한미 관계에 보탬이 된다면 그 것 자체로 좋은 것이다.", "광우병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안정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과학적으로도 그렇게 얘기되고 있다“, "수치로 얘기한다면 99.9% 이상의 안정성을 가진다.”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면서, 미 의회 내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쇠고기 문제는 우리의 개방정책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가늠할 수 있는 것으로, FTA와 상관없이 양국의 주요 통상 쟁점으로서 빨리 해결됐어야 하는 사안이었다."(이태식 주미대사)
이들은 하나같이 지난 10년(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동안 무너진 한-미 관계를 끈끈한 동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가 수차례 강조했듯이 김대중정권, 노무현정권과 이명박정권은 내용적으로 다 같은 부르주아정권이다. 노무현정권에서 체결한 한-미 FTA를 이어받아 조속히 타결하려고 하는 것이 이명박정권인 것이다.
이러한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 또 있다. 노무현 정권시절 한-미 FTA를 추진했으며 반대투쟁에 대한 탄압에 앞장섰던 통합민주당, 이명박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자유선진당, ‘굴욕적’이고 ‘퍼주기’의 한-미 FTA를 반대했던 민주노동당이 다 같이 한-미 FTA 그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보완대책을 중심으로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는 몇몇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그 본질이 자본의 경쟁력을 위하여 노동자농민의 생존권을 파멸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보완책의 마련으로 한-미 FTA의 반민중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주권’이 아닌 생존의 권리다!
쇠고기 개방 반대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지금까지 뼛조각도 걸러내며 지켜온 검역 주권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선물로 갖다 바쳤다"며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노총 또한 몇 번에 걸쳐 낸 성명서에서 “외교의 기본이 국민주권의 수호라 할 때,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가 외교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국민의 안전과 자존감을 훼손하면서 국제평화까지 무시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을 우리는 크게 우려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당선 후 첫 정상외교에서 국민의 대표로서 어떻게 주권을 수호할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자국민의 이익과 평화를 위한 당당한 정부가 될 것을 거듭 주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주권은 누구의 주권인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노동자에게 ‘주권’이 있는가? 자본주의에 주권은 오로지 자본가들의 권리이고 자국 노동자계급을 마음 놓고 착취할 권리이다. 그리고 해외 자본과 경쟁하는 자국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자본가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자본만이 가진 배타적 권리이다. 쇠고기 협상이 주권을 넘겨준 결과라는 주장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자본가 정권의 본질적 성격을 은폐하고 우리 투쟁의 대상을 흐리게 한다.
광우병, 이윤이 낳은 자본주의 재앙
이번에 합의된 협상 내용을 보면 30개월 미만 쇠고기는 즉각 수입,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미국이 강화된 사료조치 방안을 공표하면 수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화된 사료조치를 곧 취할 것이라고 정부가 밝힘에 따라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는 전면 개방되는 것이다. 다음 달 중순부터 뼈의 유무, 소가 태어난 기간의 유무에 상관없이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개방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광우병 위험물질 목록 30개가 나돌고 있으며, 설렁탕이나 갈비탕은 먹지 못하겠다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음식문화상 소뼈로 국물을 내고 내장까지 먹기 때문에(소위 소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이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광우병의 원인은 ‘대공장식의 가축 기르기’이다. 광우병은 보다 싸게, 보다 많은 소를 키우려던 농장주들을 위해 고안한 육골분 사료에서 기원했기 때문이다(4월 27일 프레시안 기사 재인용). 이렇듯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음식을 제공하기보다, 빠르게 더 많이 키워서 이윤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먹이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매년 3600만 마리의 고기소가 길러지는데, 이 소들은 풀 대신 싼 값의 옥수수 또는 닭장이나 레스토랑에서 유래된 온갖 쓰레기를 먹는다. 매년 100만 톤에 달하는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닭털, 남은 모이 등)가 여전히 소의 사료로 처리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육에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수다. (죽음의 밥상, 피터싱어, 짐 메이슨 지음 - 프레시안 인용)
광우병은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이윤추구가 낳은 재앙이다.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자본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본은 비록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경쟁력 없는 일부 농민들의 파산은 불가피하지만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주장은 생존권이 파멸당하는 농민과 광우병 위험을 알더라도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가난한 노동자민중들의 이해를 분리시키려는 분열주의 논리이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농민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노동자민중들은 심각하게 건강을 위협당할 수밖에 없다. 자본가들과 부자들은 아무리 싸더라도 결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농민은 안전한 먹거리 문제에서만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은 한-미 FTA체결의 결과다. 한-미 FTA체결이 자본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을 통해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착취했을 때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될 것이라는 자본의 분리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한-미 FTA체결로 다 같이 생존권이 파괴당하는 노동자농민이 굳건하게 연대해야 한다.<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