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행정수도 이전과 기업도시 건설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태도
지난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에 기업도시 건설이 행정수도 이전의 대안으로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일단 좌초된 것과 다르게 기업도시 건설은 여야는 물론이고 대자본조차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다만 기업도시 건설에 있어서 어떠한 혜택을 어떤 방식으로 줄 것인가라는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기업도시 건설은 이미 행정수도 이전 위헌판결이 나기 전에 전경련이 제안하고 이에 화답하여 지난 9월 21일 건설교통부가 전경련의 제안을 보충하여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을 제출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와 관련 지난 11월 9일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지난 10월 16일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정권이 추진해 왔던 행정수도 이전이나 기업도시 건설은 지방균형발전과 분권화, 낙후된 지역개발의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비록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 지배계급 내부에 갈등이 있지만 이러한 명분에는 다들 동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행정수도 이전과 기업도시 건설에 대해서 노동자계급의 분명한 입장을 갖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헌재의 위헌판결 이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당론과 같지만 이해가 안된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노회찬 의원은 당론과 다르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조건적으로 환영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이후에 떠도는 관습헌법 운운에 대한 비판과 ‘선출되지 않는 ’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소부르주아적 분노와 다르게 근본적인 입장으로 본질에 접근하려고 한다. 그리고 기업도시 건설이 대자본에게 얼마나 막대한 혜택을 주고, 노동자들에게 어떤 파국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자 한다.
1.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 기업도시 -
1) 토지강제수탈권의 부여
자본가들은 경제자유무역지대(경제특구)가 해외자본에 대한 역차별이라면서 국내자본에게도 그에 버금하는 혜택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군다나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본투자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해서라도 기업도시는 반드시 건설되어야 하고 자신들에게 막대한 혜택을 부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본의 요구에 화답하여 정권은 기업도시특별법 내에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려고 한다. 토지수용권은 기업도시 건설 지역 내 대상토지의 50%를 토지 소유자와 협의하여 매수하면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강제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부르주아적 시민단체에서는 토지수용권이 ‘사적소유 침해’라고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남한 자본주의에서도 오랫동안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남한 자본가 국가는 토지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토지의 이용권, 수익권, 처분권에 대해서는 국가가 통제, 관리하여 왔다. 초기 자본주의에서부터 이런 토지의 사적 소유권과 공적 개념은 상호 충돌해 왔다. 특히 산업자본가들은 지대가 오르면 노동자를 착취해서 나온 잉여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토지소유자에게 항상 적대감을 보인다. 더군다나 토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희소성으로 인해 토지가격은 끊임없이 오르는 경향이 있고 토지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자율이 떨어질 때도 지대는 오른다. 따라서 자본의 재생산에 있어서 지대를 둘러싼 토지소유자와의 갈등은 사활을 건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를 착취해서 나온 잉여가치라는 전리품을 더 많이 빼앗기 위한 자본집단 내부의 쟁탈전인 것이다.
토지국유화는 자본주의의 사적소유권과 부분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국가는 토지와 임야 전부를 국유화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자본가 국가는 보통 상당수의 임야와 토지를 국유화하여 자본에게 낮은 지대로 임대하여 자본의 재생산 과정을 도우려고 한다. 건설교통부는 이와 관련하여 산업단지 진입도로의 확대지원과 산업단지 신규지정제한제도 폐지 등을 입법화하여 산업용지 공급가격을 인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도시특별법은 여기서 훨씬 더 나아가서 아예 강제적인 토지수탈권을 부여하여 대자본이 지대 걱정 없이 마음껏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건설교통부는 “이 정도면 투자할 여력은 있는데 규제가 많아서 못하겠다는 기업들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민간이 기업도시 추진 시 대상토지의 50%를 협의 매수하도록 하면 주민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여 지가급등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이미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투자자에게 100% 토지수용권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자본은 현행 개정안대로 기업도시를 추진한다고 해도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된다. 토지의 강제수용권은 지금까지 국가의 이름으로 토지소유자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주거나 특정 임야의 경우에는 무상몰수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시행돼 왔다. 그런데 사적자본은 이제 국가가 수행하는 폭력적 방식의 토지강제 수탈권이라는 가공할만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사적자본이 토지강제 수탈권을 가지게 되면 산업자본은 지대를 둘러싼 토지소유자와의 기나긴 전투에서 완승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제 남한 내에서 대자본은 생명보험,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자본을 형성한데 이어서 기업도시 내에서 토지수용권까지 가지는 절대권력으로 군림하게 됐다.
2) 개발이익 환수,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 막대한 혜택
전경련은 토지강제수탈권도 모자라서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확실한 ‘선물’을 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 대자본이 기업도시 건설에 있어서 이러한 엄청난 혜택을 요구하는 근거는 “기존의 산업단지는 허허 벌판인 곳에 공장만 지어 들어오라고 하는 격입니다. 땅 가격도 비싸고, 배후 시설이 조성이 돼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갈 이유가 없는 것이죠”라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대자본은 지역투자를 근거로 산업공단 건설뿐만 아니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건설하는데 개발이익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요구에 대해서 건설교통부는 “투기방지 대책으로 해당 기업이 총사업비의 25%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고 토지도 30-50% 정도는 기업이 직접 사용하고 개발이익의 70%는 환수”할 것을 주장한다.
그런데 왜 그토록 자본의 요구대로 잘 따르던 정부에서 개발이익 환수를 주장하는 것일까? 정부는 기업도시 개발이 미래성장동력산업 육성보다 대자본이 부동산 거래를 통해 이른바 ‘땅 장사’를 할 것을 우려하면서 생산자본을 투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오직 생산자본만이 잉여가치를 만들어 내고 더욱 많은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개별자본은 국가의 요구와 달리 기업도시 개발 토지의 의무사용 비율을 없애줄 것을 요구하면서 비생산적인 영역에도 눈독들이고 있다. 자본은 기업도시 내에서와 같은 엄청난 특혜가 없더라도 수익성만 보장된다면 어디든 투자하려 한다. 하지만 자본은 현재 여유자본이 있는데도 수익성 하락과 남한 자본주의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자본은 생산적 자본투자와 더불어 기업도시 개발권을 독점하여 비생산적 영역에도 막대한 투기를 하려고 한다. 실제 자본은 골프장, 카지노 등 비생산적 영역에 자본투자를 하고 지가가 오르면 부동산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생산적 투자의 경우에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수익성 하락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규제 철폐, 세금감면을 요구하고 투자위험을 줄이고 투자비용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출자총액제한 규정도 철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도시특별법안에는 법인세와 소득세는 최초 5년간은 50% 감면하고 이후 2년간은 30%를 감면하는 초특급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취득세 등 지방세는 지방자치 단체가 조례를 제정하거나 고쳐서 감면비율과 감면기간을 최장 15년 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기업도시는 자본 특히 거대자본에게 막대한 이익을 만들어 주기 위한 자본가 국가의 최상의 서비스인 셈이다. 열린우리당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기업도시특별법은 국회 내에서의 논의를 거치면서 약간은 수정될 것이지만 한나라당은 자본의 입맛에 맞게 독자적인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어서 더욱 더 자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법화될 것이 분명하다.
2. 자본의 ‘착취왕국’ - 기업도시 -
기업도시특별법이 자본에게 유리하면 유리할수록 노동자는 한층 더 가혹한 수탈을 당하게 될 것이다. 기업도시 건설에 있어서 자본은 ‘규제 없는 특별지역’으로 만들어 줄 것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규제완화 요구에는 대기가스 배출한도 제한 폐지 등 환경을 파괴하는 반사회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기업도시를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출자총액제한 폐지로 인한 기업의 기형적 소유지배 구조 심화 등을 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재벌이 계열사 내 순환출자를 통해 5%이내의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민주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소유구조 민주화에 대한 주장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정부 내 재벌개혁론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출자총액제한은 재벌 내 계열사간의 순환출자로 인해 한 계열사가 위기에 빠지면 다른 계열사도 도미노처럼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재벌 소속 계열사들이 황제식 지배구조에 안주하면서 신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여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기됐다.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개별자본은 반대하지만 총자본의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노동자의 입장에 선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자본주의, 경쟁력 있는 자본주의를 위한 것이다.
자본이 말하는 ‘규제 없는 특별지역’은 노동자에게는 곧바로 가공할만한 공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본은 규제완화의 핵심으로 파견법 개악과 정리해고의 자유, 노조말살을 주장하고 있다. 기업도시 내에서 파견법의 전면확대를 주장하는 전경련의 입장은 현재 기업도시특별법안에는 빠져 있다. 하지만 자본은 전체 노동자에 대한 파견법 개악안이 노동자의 저항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통과되지 않을 때 또 다시 기업도시 내 특혜를 요구하면서 파견법의 전면확대를 들고 나올 것이다.
전경련은 “기업도시 내 산업현장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몇 가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면서 강성노조와 노사분규를 없애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자본가 정권은 기업도시 내에 노동권 예외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지 않지만 자본은 자유무역지대(경제특구지역)와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월차, 생리휴가 폐지 등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기업도시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지출을 빌미로 임금삭감과 강력한 노동통제를 실시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한 기업도시 내의 고용은 비정규직 형태의 반실업 상태가 될 것이다. 자본에게 있어서 기업도시는 자본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축복의 땅이자 노동자에 대한 ‘착취왕국’이다. 자본은 경제특구를 빌미로 동등한 착취조건을 갖는 기업도시특별법을 제정하려 하듯이 나중에는 기업도시의 노동조건을 빌미로 전체 노동자에 대한 ‘평등한 착취’를 요구할 것이다.
3. 자본주의에서 균형 발전과 진정한 분권은 가능한가?
우리는 이제 수도이전과 기업도시 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수행하려고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항상 아름답게 포장돼 있듯” 자본과 정권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익을 공공의 이익, 국민적 이해로 포장한다. 전경련은 기업도시가 “성장거점 도시 개발로 지역발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의 도모와 이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과연 행정수도 이전과 기업도시 건설이 자본과 정권의 말대로 조화로운 균형발전과 진정한 분권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는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양극화로 표현되는 대자본과 중소자본의 불균형, 전쟁과 공황을 통한 모순의 폭력적 해결의 악순환 등 심각한 불균형 속의 발전과 파괴 속의 건설이 공존하는 모순투성이 사회다.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발전과 농촌의 공동화는 자본주의의 원시적 축적 과정에서 농촌의 수탈과 파괴로 노동력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대자본의 토지 매입과 호화 펜션 건립, 골프장, 스키장 등 각종 위락시설 건설 같은 농촌의 자본주의적 발전은 벼랑 끝에 몰린 농민의 삶과 적대적으로 부딪치고 있다.
마르크스는 농민들은 “때때로 생산물의 가격이 육체적 최저수준의 임금을 보상하는 경우에도 토지를 경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남한의 농민들은 최저수준으로 자신의 노동력 재생산비를 책정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저곡가 정책과 공산품을 비롯한 생필품 인상, 기계 값과 원료의 등귀, 사교육비의 증대 등으로 막대한 농가부채를 안고 파산하고 있다. 앞으로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농민의 파산이 더욱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농촌의 폐허 위에서 발전하는 도시의 경우에도 도시 전체가 몰계급적으로 조화롭게 번영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기업의 참여’ 운운하지만 도시 내부에도 계급적대가 심화되고 있다.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근로인민의 주택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현대의 城’인 거대 주상복합주택의 건설 뒤에서 철거민들에 대한 살인적 폭력과 약탈 등이 자행되고 있다. 이렇게 소수 거대 자본가들과 그들 가족의 탐욕과 영광, 엄청난 부의 축적을 위해 압도적 다수의 피착취 계급은 피눈물, 자살, 처절한 빈곤으로 신음하고 있다.
정권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해소를 부르짖으면서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꾸준히 시도하여 인구집중을 부추겨 왔다. 실례로 정부는 지난 8월 31일 2007년까지 수도권에 첨단업종 공장시설을 허용하고, 2014년 이후에는 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공장총량제를 완전 폐지하는 등 수도권을 성장관리 체제로 전환한다는 ‘신수도권 발전방안과 혁신도시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자치제 실시와 풀뿌리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분권화는 관료제, 경찰제, 군대의 강화 같은 국가권력의 중앙집중화와 비대화를 막기에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최근 공무원 노조 대응 지침을 따르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서 정부여당은 특별교부세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앙권력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지자체를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전도된 현실을 일면적으로 이해하면 자본주의 내에서 국가의 민주화 같은 개량주의적인 요구와 실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 평등연대는 자신들의 기관지인 ‘평등세상’을 통해 “남한 또는 한반도와 같이 작은 규모의 국가에서는 중앙정부에서 의식주와 교육, 의료 및 사회보장과 같은 전 국민의 기본적 생활조건을 보장하고 전국적 균형발전을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토대위에서 과감한 지방분권화와 자치의 고도화, 직접민주주의 실현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공업 각 부분의 균형 분산배치와 녹색도시 건설, 농촌 생산자공동체(협동조합) 등이 “민주노동당이 집권하여 진정으로 변혁을 추구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하여 진정한 변혁노선을 추구한다고 해서 균형과 조화의 세상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자본주의 경제법칙에 의해 만들어진 모순을 권력의 선의와 정책에 의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몽상에 불과하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세력이 스스로 부르주아 의회와 국가기구를 파괴할 수도 없다. 집권을 통해 진정한 변혁노선을 추구한다는 말은 자신들의 개량주의적 노선을 은폐하는 수사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균형과 모순, 전쟁과 공황을 통한 자본위기의 해소 같은 파괴적 재생산 과정은 점점 더 노동자 농민 등 다수 근로인민의 삶과 충돌하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개별자본이 전사회의 이익을 파괴하면서 자신들의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억압적 수탈과 착취 구조를 타파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의 민주화, 주식 소유의 분산과 종업원지주제 등을 통한 소유, 지배구조의 민주화, 산별노조를 통한 산업, 경영통제 같은 각종의 자본주의 내의 민주화 조치로는 자본의 거대한 힘을 전혀 통제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개량주의적 요구는 자본주의의 안정성을 강화시키고 노동자 계급의 조직된 힘을 시민으로 해체시킬 따름이다. 오직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의 혁명적 지배자가 되어 사회를 계획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때만이 진정한 국가의 균형발전과 공동체적 자치제에 기반을 둔 조화로운 중앙집중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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