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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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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5 19:19:53, 조회:2,536, 추천: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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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개파업 전술은 관료파업의 전형이다
유력한(?) 전술로 자리잡아가는 ‘산개 파업 전술’
지난 2월28일 신이문역에서 철도노조 파업전야제가 진행됐다. 전야제가 새벽까지 진행되면서 3월 1일이 넘어갔고, 01시를 기해서 철도노조 총파업 선언이 있었다. 서울지방본부 차원에서만 약 7,000여명 이상이 집결한 파업 장소에서는 실로 조합원들의 거대한 힘을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산개파업에 들어 간지 이틀만인 3월 4일 19시부로 ‘복귀 후 현장투쟁’ 지침이 떨어졌다. 여러 언론, 교육자료 등을 통해서 ‘산개파업 전술’하면 우리는 누구나 지난 2002년 2월 25일의 공공3사 파업, 이 중 발전노조의 38일 파업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2003년 철도파업 시 다시 산개파업 전술이 등장했고, 올 해의 철도파업 역시 산개파업 전술이 구사되었다.
‘꼭꼭 숨는’ 파업투쟁이 ‘노동자의 학교’가 되고 있는가?
철도노조의 교안에서도 인정하고 있듯 산개파업 전술은 그 자체가 ‘소극적인’ 전술이다. 그러나 ‘산개파업 전술’의 추종자들은 다양한 조별, 분임조별 프로그램으로 이 소극적인 전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산개파업 전술은 선택 가능한 다양한 전술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산개파업 전술 자체가 바로 파업투쟁의 계급투쟁적인 길과, 개량주의적인 길의 두 가지 경로에서 경제주의적인 길로 빠지는 관료파업의 전형적인 전술이다.
산개파업 전술은 왜 개량주의자들의 전술인가?
1. 산개파업 투쟁은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집단성과 규율을 높이기는 커녕 더욱 약화시킨다.
대규모의 대오 속에서 획득 가능한 자신감과 해방감을 소규모의 조별 체계로 분산시키면서 파업투쟁에 따르는 다양한 탄압과 여론공세에 대해 고립된 조 단위가 전적으로 부담감을 지게 된다. 더 나아가서 파업의 과정에서 생산의 주체로서 보다 의식적인 각성, 집단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성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2004년 산개파업 전술을 했던 LG 칼텍스 투쟁 시 독버섯 사건(이로 인해 삼성의료원에 실려 간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등에서 보여 지듯 현장에서 벗어난 개인들로서 노동자 조직성이 아닌, 낭만적인 자유로움을 극대화하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2년 발전파업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가. 초기 각 분임조별로 발전노조 사이트에 적극적인 보고, 토의 결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조직성이 떨어지고, 이후에는 아예 잠수를 타는 조들이 늘어나기도 했으며, 일부 분임조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보면 고스톱, 포커, 비디오 시청 등으로 시간을 때우는 경향들이 나타났다.
2. 산개파업 투쟁은 투쟁을 통해 계급적 자신감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권력과의 투쟁을 회피하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킨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발전 산개파업 시, 분임조들은 때때로 지하철 등에서 잠깐 동안의 시민 선전전, 대공장 정문 앞에서의 출투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에서 인천지역의 대우자동차 동지들이 결합했던 도로 점거 투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우리 쪽은 약 100여 명의 대오가 집결했고, 경찰 약 30여명이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데도, 조합원들은 공권력을 피하는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불과 200여 명의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동지들이 더 거대한 공권력과 물리적 투쟁을 벌여가면서 오히려 자본과 국가에 대한 계급 적대감을 높였던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더욱 확연한 차이가 난다.
또한 동일한 시기에 있었던 LG칼텍스 노동조합이 산개파업 전술의 패배 이후에 현장에서 완전히 깨졌던 것과 비교하여, 구미 코오롱 동지들은 공장점거라는 형태의 투쟁을 통하여 수많은 해고자가 양산되고 당시 파업투쟁이 커다란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후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2005년 해고자 동지가 위원장에 당선된 사례도 있다.
3. 산개파업 투쟁은 자본가계급과 국가권력의 파업 파괴를 위한 폭을 더욱 넓히게 되는 반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는 교육, 집단성 강화, 파업 기간 중 다양한 전술구사 등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분임조의 토론과 교육, 전술구사를 위한 실천 조직과 관련해서만 보더라도, 오히려 거점 투쟁을 하면 즉각적으로 투쟁 지침을 공유하고 이를 실천으로 조직하는 데 드는 시간, 역량도 산개파업 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수월해진다.
이에 반해 산개파업의 경우 자본가계급과 국가권력은 다양한 여론 공세 및 실질적인 분임조 숙소 타격, 연행 등을 통해서 파업 대오의 불안감을 높인다. 이처럼 나눠진 대오에 대한 공략은 곧바로 파업대오 이탈로 나타날 수 있다.
4. 조합원들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 지도부의 배신적인 행위나 관료적인 결정들에 대한 견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02년 발전노조의 4.3파업 철회 당시에 조합원들은 동국대에서 일부가 끝까지 지도부를 성토하기도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이 상황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라는 결과로 나왔다.
노동자들은 파업이라는 자본가계급과의 투쟁을 통하여 파업 자체를 통한 경제적 성과(결과물)와 함께 자본과 국가에 대한 계급 적대감과 이 투쟁을 통하여 노동자들이 가진 자신의 무기, 소위 쪽수와 이 집단의 통일성을 확인하는 계급적 각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개별 자본에 대한 적개심으로부터 국가권력과 자본가계급에 대한 계급적 적대감을 가질 수 있다. 경제투쟁으로 시작된 투쟁을 정치투쟁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로 활동가들의 임무이다.
산개파업 전술은 일단 소속된 현장의 생산을 멈추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파업투쟁이 갖는 노동자 계급성 획득이라는 점에서는 사실상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계급성, 집단성이 아닌, 자본주의적 개별성만을 강화시킨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한성여객이라는 버스사업장에서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서 초기 제출했던 투쟁계획은 ‘파업선언 이후, 즉각 산개투쟁’이었다. 경제주의자들이 애초부터 공권력의 침탈을 이유로 산개파업을 선호했던 반면, 활동가들은 옥쇄파업이라는 공장점거 파업으로 대체시키는 노력을 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전술은 거점투쟁, 공장점거 투쟁이다!
개량주의적인 투쟁이 아니라면, 하나의 경제투쟁을 정치투쟁의 수준으로 확대,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거점 전술, 그 중 공장점거 전술을 주요한 투쟁 전술로 제기해야 한다.
수많은 대오를 집중시키고, 나아가 지도부가 명동성당이나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조합원들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도부 역시 노동자 파업 대오 속에서 거점을 잡도록 해야 한다. 집단적으로 몰려 있는 거점 속에서 분임조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공권력의 침탈이 있을 시 겁에 질려 피해 다니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한 최고의 계급적 적대감을 갖고 공세적인 입장에서의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차 거점이 침탈당하면, 2차 거점, 3차 거점을 통해 전체 노동자들을 집결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즉 산개전술은 그 자체가 전술적인 위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거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행해질 뿐이다.
사수대를 통한 선도적인 방어노력과 함께, 전체 파업참여 노동자들의 무장을 통해, 잘 휘두르지는 못하지만 스스로가 동지들을 지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현장에서 굴종해 왔던 노예로서의 억눌린 삶과, 일만 하던 근로자에서 파업투쟁을 통해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일원임을 깨우칠 수 있다.
공권력이 침탈하면 노동자들이 겁에 질려 다시는 투쟁에 붙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관료주의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특히 사회적 합의주의 구조를 어떻게든 고착 시키려는 자본과 정권, 노동계급 내의 개량주의자들이 득실대는 지금의 국면에서, 이런 사회적 합의주의가 자본주의 내에서 왜 노동계급과는 하등의 상관없는 자본과 정권의 이해관계인지를 거점에 대한 폭력적인 침탈만큼 명확하게 확인시킬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결론적으로 최근 들어 부쩍 노동조합 투쟁의 중요한 전술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산개파업 전술은 단사 투쟁을 전국적인 전선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것 자체를 제약하고, 파업참가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서, 각각의 투쟁 과정과 마무리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결정 당사자로서의 위치를 완전히 배제하는 전술이다. 이 결과는 투쟁을 통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 각성이 아니라, 자기 단사의 투쟁에만 국한되도록 하여, 조합주의적 의식만을 강화하게 한다.
전술은 전략적 방향성 속에서 배치된다. 문제는 산개파업 전술이 이상에서 보았듯이 전략적으로 노동계급성의 강화라는 방향이 아니라, 단사 차원에 매몰되어 있는 전술이라는 것이다. 단사 차원의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대, 발전시키려는 의식적인 노력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개파업 전술은 바로 경제주의에 매몰된 관료파업의 전형적인 전술일 뿐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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