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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4호] 1871년 파리코뮌 -혁명사 기획연재(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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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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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14:02:27, 조회:3,075, 추천: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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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노동자계급을 가장 불안정한 처지인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들어버리는 비정규개악법안이 통과되었다. 또한 조직된 노동자대오의 무장해제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0년간 다져온 노동자 투쟁의 성과를 절멸시켜 버리는 노사관계로드맵이 통과되었다. 자본과 정권의 광란에 민주노총은 무력했다. 모든 것을 걸고 전진해야 할 때, 아니 최소한 방어진지를 구축해야 할 때 민주노총과 민노당은 백기를 내걸었다.
130여 년 전 프랑스에서는 지금처럼 패배한 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남한에서의 패배가 노동자계급의 끝모를 추락을 가져오는 것과 달리 그 투쟁은 패배와 동시에 전세계 노동자계급의 전진을 가져왔다. 전세계 노동자계급은 그 투쟁에서 노동자계급 해방의 세계를 경험했고 이후 투쟁의 실천적인 지표로 삼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파리코뮌! 그것은 혁명이었다!!
혹자들은 파리코뮌을 그저 지난 역사의 큰 사건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파리코뮌을 단순히 중요한 투쟁의 한 사례로 보지 않는다. 그 짧은 기간에 파리의 노동자민중은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분쇄했으며, 노동자국가기구로 대체했다. 모든 자본주의 국가기능은 정지되었다. 이것이 혁명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파리라는 한 도시에 국한되어 일어난 노동자계급의 혁명에 전세계 자본가계급과 절대 왕정 세력 은 온몸을 벌벌 떨었다. 따라서 우리는 혁명사 기획의 한 주제로 파리코뮌을 다룰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파리의 노동자계급이 코뮌을 사수하기 위해 전개한 투쟁은 지금 남한의 현실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지금 우리는 파리코뮌의 적기(赤旗)를 들어야 한다!!
파리코뮌의 배경
1848년 프랑스의 정치혁명은 패배했지만 영국으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19세기 중반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1800년부터 1840년 사이에 세계무역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증가를 했다. 그러나 1850년부터 1870년까지의 사이에는 260% 증가했다. 팔리는 것은 무엇이든 팔았다 … 예를 들면 영국의 수출고는 1850년대의 첫 7년간처럼 급속한 성장을 보인 일이 일찍이 없었다 … 호황에 관한 비슷한 증거들은 눈을 돌리면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본의 시대」, 에릭홉스봄)
이러한 급속한 자본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야기했다. 1848년 혁명의 패배 이후 전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1870년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전쟁은 이러한 정세 속에서 발발했다. 당시 프로이센(독일)은 여전히 완전한 통일을 이루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철저하게 전쟁을 준비해 온 비스마르크에 의해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프랑스는 루이 보나파르트 치하의 제2제정의 시기였는데 국제적으로는 프로이센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선전포고한 것은 프랑스였다.
한편 양국의 노동자계급은 국제노동자협회의 입장에 따라서 전쟁 반대를 천명했다. 파리의 인터내셔널 회원들은 “만국의 노동자들을 향하여”라는 선언서를 발표했고, 프랑스의 선제공격을 받은 독일의 노동자계급도 자국 정부의 승리라는 편협한 민족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러한 파리 노동자들의 선언에 화답했다.
“독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리고 특히 사회 민주당을 결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우리는 본 전쟁이 전적으로 왕조적인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프랑스 노동자들이 내뻗은 형제애의 손을 잡는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국제 노동자 협회의 표어에 유념하라. 만국의 노동자는 우리의 친구이며 만국의 전제 군주는 우리의 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내전」, 칼 마르크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지속되었다. 그 결과 프랑스는 먼저 선전포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1870년 9월 2일 스당에서 대참패했다. 전쟁에서의 패배로 보나파르트 정부는 몰락하고 공화정이 수립되었다. 공화정에서 권력을 장악한 세력은 부르주아 계급이었다. 이들은 곧 국민 방위 정부를 세웠다. 프로이센의 침공은 계속되었고 노동자민중은 공화국을 사수하기 위한 방어투쟁을 주장했다. 이제 파리의 노동자계급에게 전쟁의 성격은 공화국 방어투쟁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공화국 사수를 위한 방어투쟁 주장은 정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부르주아 정부는 항복을 계획했다. 그들에게는 국경선 넘어서의 프로이센보다 그들의 코 앞에서 무장한 노동자계급이 더욱 두려운 존재였던 것이다. 프로이센의 침공에 대한 방어 투쟁이 승리로 돌아간다면 투쟁에서 가장 선봉에 섰던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장악할 수도 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항복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부르주아 정부는 1871년 1월 28일 휴전 협상을 제안했다. 그리고 곧바로 항복을 승인해 줄 국민의회 선거를 실시하였다. 선거 결과 당선된 총 768명 중에서 항전을 주장한 25명은 모두 파리에서 당선된 사람들이었다. 파리는 프로이센 군대에게 포위되었지만 노동자계급은 무기를 놓지 않았다. 그러자 부르주아 정부는 노동자계급으로 구성된 국민 방위대를 해체시키기 위하여 방위대의 일당 지급을 중지했다. 또한 48시간 이내에 모든 채무를 지불하게 하는 채무만기법을 제정하였다. 채무에는 밀린 집세도 포함되었으며 이는 노동자계급을 경제적으로 옥죄기 위한 가장 악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은 이러한 부르주아 정부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평화조약의 승인을 반대하는 투쟁을 지속했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부르주아 정부는 조속히 평화조약을 승인했다. 이 조약에 의하면 독일은 군대를 앞세워 공화국 파리를 점령하게 되어있었다. 이 순간에도 정부는 노동자 군대를 무장해제 시키기 위하여 대포를 탈환하기 위한 전술을 펼쳤으나 실패하였다. 오히려 정부군의 대장이 총살되자 부르주아 정부는 자신의 군대와 함께 베르사유로 도망쳤다.
드디어 1871년 3월 18일 노동자계급은 파리를 접수했다!! 열흘 뒤 코뮌이 구성되었다. ‘민중의 외침’이라는 신문에 ‘축제’라는 제목의 논설은 이 날의 흥분과 감격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코뮌이 선언되는 날, 그것은 혁명적이고 애국적인 축제의 날, 평화롭고 상쾌한 축제의 날, 도취와 장엄함, 그리고 위대함과 환희에 넘치는 축제의 날이다. 그것은 1792년의 사람들이 우러러본 나날에 필적하는 축제의 하루이며, 제정 20년과 패전과 배반의 여섯 달을 위로해준다.… 코뮌이 선언된다. 오늘이야말로 사상과 혁명이 결혼하는 축전이다.… 승리의 시는 끝나고, 노동의 산문이 시작된다.
(「세계 민중운동사 1」에서 재인용, 거름출판사)
코뮌의 혁명적 조치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자면 코뮌은 ‘본질적으로 노동계급의 정부, 즉 부를 착복하는 계급에 대항한 생산계급의 투쟁의 산물이며, 노동의 경제적 해방이 성취될 수 있는, 최종적으로 발견된 정치형태’였다.
따라서 코뮌은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복무하는 혁명적 조치들을 과감히 시행하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주체인 코뮌 위원들이 노동자민중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었고, 언제라도 파면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코뮌의원들은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받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때 당시의 부르주아 의회는 300프랑 이상의 직접세를 납부해야만 선거권이 주어졌으며 부르주아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은 자신의 임기동안 소환되거나 파면되지 않는 특권이 주어져 있었다. 부르주아들이 늘상 외치던 민주주의가 코뮌에 의해서 비로소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뮌은 즉각 부르주아 국가의 공권력인 상비군 제도와 경찰제도를 폐지하고 노동자 민중의 무장으로 이를 대체했다. 이는 또한 모든 교회의 재산을 몰수하고 무상교육을 시행했다. 자본주의의 가장 추악한 제도였던 공창제도 역시 폐지되었다.
노동자계급을 위한 조치도 신속히 시행되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야간 노동이 철폐되었다. 공장 내에서 무제한적인 권력을 휘둘렀던 자본가들의 사적인 재판권은 폐지되었다. 자본가들이 벌금과 징계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자신의 착취분을 마음대로 공제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자 많은 자본가들이 도망갔고 4월 16일 법령에 의해서 문을 닫은 공장들은 노동자들에게 넘겨졌다. 코뮌에 의해서 착취자에 대한 정당한 착취가 전개된 것이다!
전체 민중을 위한 조치들도 시행되었다. 부르주아 정부가 노동자민중을 압박하기 위해 의결한 채무만기법이 폐지되었다. 코뮌은 9개월간의 주택 임대료를 전액 면제시켰으며 어음의 지불기한 경과로 생긴 모든 압류 조치를 연기하였다.
이 밖에도 단두대가 불태워졌으며 모든 정치범들은 석방되었다. 군대는 노동자민중의 군대로 되었으며 부르주아에게 충성을 다한 국민 방위군은 해체시켰다.
이어서 파리코뮌은 4월 19일 ‘프랑스 인민에 대한 선언’을 발표했다.
코뮌의 고유한 권한은 다음과 같다.
▲ 코뮌의 예산 및 수입과 지출의 표결 ▲ 책임 있는 모든 방면, 서열의 행정관 및 사법관의 선거나 경쟁을 통한 선출, 그리고 그들을 소환하고 통제할 수 있는 항구적인 권리 ▲ 개인적 자유, 양심의 자유, 그리고 노동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보장 ▲ 자신의 사상의 자유로운 표현과 자신의 이해의 자유로운 옹호를 통한 코뮌 업무에 대한 시민들의 항구적인 개입 : 이러한 권리를 코뮌은 보장해야 하며, 코뮌의 유일한 책임은 집회와 선전의 권리를 자유롭고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보장하는 것이다. ▲ 자신의 지휘자를 선출하고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국민방위군과 도시 방위대의 조직.
거리 곳곳에서는 파리코뮌 만세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처음으로 노동자민중은 해방감을 맛보았으며 전체 노동자민중을 위한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 기꺼이 동참했다.
착취자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정당한, 그리고 필수적인 독재! 그것이 코뮌의 본질이었다!!
코뮌의 붕괴
파리 안에서는 이렇게 노동자 민중을 위한 정책들이 실현되고 있었지만 코뮌을 둘러싼 정세는 만만치 않았다. 독일 군대의 포격은 끊이지 않았고, 베르사유로 도망간 부르주아계급들도 호시탐탐 파리코뮌을 전복시킬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이 반혁명의 위협이 어느 때보다도 노골적으로 혁명정부를 위협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독일과의 전쟁을 주장하던 부르주아 계급은 이제 노동자 정부를 궤멸시키기 위하여 독일과 손을 맞잡았다. 부르주아 정부를 이끌었던 띠에르는 혁명 파리를 진압하기 위하여 베르사유 강화 조약에 따라서 4만을 초과할 수 없었던 군대의 정원을 증가시켜줄 것을 비스마르크에게 청원했고 당연히 독일 정부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비스마르크는 군대의 정원을 8만으로 증가시킬 것을 허용하였고 이후에는 10만으로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합의한다. 이렇게 띠에르는 한 편으로는 파리전복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었으면서도 겉으로는 코뮌 정부와 교섭을 벌이는 체했다. 이것은 시간을 벌기위한 간악한 책동이었다. 준비가 완료되자 띠에르는 4월 1일 베르사유 부르주아 의회에 “프랑스의 가장 훌륭한 군대가 베르사유에서 완성되었다. 이제 선량한 시민들은 고통스러운 전투가 곧 끝나기를 기대하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베르사유의 부르주아 군대는 파리코뮌에 대하여 선제공격했다. 코뮌은 곧바로 반격하였으나 독일 정부와 부르주아 계급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베르사유 군대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뮌 군대는 패배를 거듭했다. 결국 5월 21일 부르주아 군대는 파리로 진격하는데 성공했고 피의 일주일이라고 불리는 격렬한 전투가 전개되었으나 혁명 파리는 무참히 진압되었다. 3만 명에 이르는 파리 시민이 학살되었다. 이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15개월 동안 희생된 사람들의 10배에 달하는 숫자이다. 이 밖에도 4만여 명이 군사재판에 회부되었으며 그 중 1만 여 명이 사형, 무기징역,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렇게 역대 어느 전쟁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게 혁명 파리는 부르주아 계급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최초의 노동자혁명은 좌절되었다.
파리코뮌의 한계
파리코뮌이 이렇게 무너진 것은 물론 전방위적으로 치고 들어온 부르주아 계급의 물리력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파리코뮌은 그 빛나는 의의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가장 핵심적으로 부르주아 계급이 반혁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점이다. 부르주아 군대의 대포탈취가 실패로 돌아간 뒤 이들은 아무런 장애물 없이 베르사유로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었다. 파리코뮌은 즉각적으로 이들을 쫓아서 베르사유로 진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들은 베르사유에서 자신들의 정부를 세우고 혁명파리를 진압할 수 있는 계획들을 차분히 세워나갈 수 있었다. 물론 당시 파리는 내부에서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는 때였다. 그러나 이렇게 내부를 정비하는 데에만 열중하는 동안 부르주아계급은 파리를 제외한 다른 지역을 장악했다. 결국 내부 정비에만 힘을 쏟은 결과 파리코뮌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이는 혁명파리의 고립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부르주아 계급이 그 본색을 드러내며 파리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을 때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부르주아 정부는 파리의 포로들을 잔학하게 처형했다. 이에 파리코뮌은 4월 7일 “베르사유 도적떼들의 잔학한 공로에 대항하여 파리를 보호하며, 눈에는 눈을, 그리고 이에는 이를 요구하는” 보복 포고령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는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부르주아 정부는 이렇게 파리코뮌이 주저하고 있을 때 보란 듯이 포로들에 대한 총살을 재개하였다.
또한 파리코뮌 정부는 자본주의 체제의 소유제도에 대한 철저한 파괴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부르주아 계급이 버리고 간 공장을 노동자에게 넘기면서 코뮌은 부르주아에게 작은 보상을 약속했다. 또한 지불기한이 지난 어음의 완전한 청산이 아닌 2년 동안의 유예조치만 취한 것은 착취자에 대한 완전한 수탈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철저하지 못한 태도는 은행을 완전히 접수하지 않은 데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코뮌은 30억 프랑의 은행 자산 중에서 1670만 프랑만을 가져왔다. 엥겔스는 프랑스내전 서문에서 “당시 은행을 접수하는 것은 1만 명의 인질보다 더 가치 있었을 것”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혁명적 조치는 당시 은행에 돈을 넣어둔 대부분의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확실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뮌이 방치한 나머지 은행 돈이 베르사유의 반혁명을 위한 자금으로 쓰이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파리코뮌은 올바른 사회주의 세력에 의해 지도되지 못했다. 당시 파리코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세력들은 무정부주의 세력인 블랑키주의자들과 소농과 수공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프루동 추종세력들이었다. 프루동 세력들은 노동자들의 자발적 조합을 적대시하였다. 코뮌의 입장을 공장 내에서 대변하는 조합조차도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결사에 반대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블랑키주의자들이라고 더 나은 것은 없었다. 소수결사에 의한 음모적인 전술만을 강조했던 이들은 사회 전체를 재조직하는데 무력했다. 이들은 모두 파리 은행의 접수에 반대함으로써 파리코뮌의 함락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파리코뮌의 의의
비록 파리 코뮌은 위와 같은 한계를 갖고 있었지만 그것이 파리코뮌의 의의까지 퇴색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파리코뮌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최초의 노동자 혁명이었다는 데에 있다. 아직까지 노동자계급이 절대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노동자계급 또한 성장하고 있었다. 1864년에 국제노동자협회의 성립은 이러한 노동자계급 운동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영국 정도에서만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전개될 뿐이었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간의 계급투쟁은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다. 이것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배는 제2제정의 몰락과 공화국의 쟁취를 가져왔으나 노동자계급은 그 권력을 고스란히 자본가계급에게 넘겨줄 정도로 여전히 부르주아 공화주의 세력과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했다. 그러나 파리코뮌을 거치면서 노동자계급과 부르주아계급간의 계급 적대성은 현실로부터 분명히 각인되었다. 노동자계급에게 총을 겨눈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르주아 공화정을 쟁취하기 위해 함께 할 것을 호소하던 부르주아계급이었다. 파리코뮌은 이러한 자본가계급의 위선을 갈가리 찢어버렸으며 이러한 계급적대를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이라는 목표가 분명해질 수 있었다. 더 이상 부르주아 공화정 쟁취는 노동자계급의 구호가 될 수 없었으며 노동자계급의 국가기구 건설이 파리코뮌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비록 한계는 있었지만 파리코뮌은 최초의 노동자 혁명정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러한 파리코뮌의 혁명적 조치들은 이후 사회주의 혁명이 추구해야 하는 구체적인 상을 제공했다.
다음으로 파리코뮌은 노동자 국제주의 정신을 실천으로 옮겼다. 이미 파리코뮌이 성립되기 전인 프랑스 독일간의 전쟁에서도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 정신은 반전선언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이후 파리코뮌은 독일의 침공을 받는 상황에서 국제노동자협회의 독일 회원인 프랑켈을 코뮌의 노동 장관으로 선출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다른 국적의 노동자들이 코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코뮌은 부르주아 계급이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여 자신들의 전쟁을 정당화시킬 때 “코뮌의 기치는 세계 공화국의 기치”임을 선언하면서 노동자의 국제주의 정신을 실현했다.
마지막으로 파리코뮌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의 국가기구에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파리코뮌이 권력을 장악하고 처음으로 시행한 것은 자본가계급의 국가기구를 분쇄하고 새로운 국가기구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중요한데,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이 “일부 세부적인 면에서 시대에 뒤쳐져 있다. 특히 그 중 한 가지는 코뮌에 의해 증명된 것이다. 즉, 노동 계급은 단순히 기존의 국가 기구를 장악하여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1872년판 서문에서 밝힐 정도로 이것의 의의를 강조하였다. 또한 1871년 4월 12일자로 쿠겔만에게 보내는 서한에서는 “자네가 나의 「브뤼메르 18일」의 마지막 장을 보게 된다면, 프랑스 혁명의 다음 과제는 더 이상 전처럼 관료적, 군사적 기구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분쇄하는 것이며, 이것이 대륙에서의 모든 진정한 민중 혁명에 필수적인 것이라는 나의 언급을 발견하게 될 것일세”라고 썼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언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동자계급에 의한 권력 장악은 단순히 부르주아 의회를 장악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뮌은 부르주아 의회를 장악하지 않았다. 부르주아 의회를 폐지하고 노동자 민중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며 스스로 입법기관인 동시에 행정기관인 코뮌을 노동자계급의 국가기구로 정비했다. 더 이상 노동자 민중은 자신들을 착취하는 계급을 대변하는 자들을 교체하는 부르주아 의회 선거에 들러리로 서지 않게 되었다. 파리코뮌에 의해서 부르주아 국가기구의 파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혁명의 가장 중요한 필수적인 과제임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직까지 부르주아 의회에 대한 환상은 많은 국가들의 사이비 사회주의 정당에 의해서 유포되고 있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당장 민주노동당을 보라! 비정규개악법안과 로드맵 통과를 사실상 눈감아주고 나서 노동자계급에게는 국회 자리를 9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소수 정당의 한계라고 강변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노동당은 130년 전의 교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것은 파리코뮌의 노동자혁명 정신을 계승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유럽에서 파산된 의회 사회주의의 앙상한 깃발을 고수하면서 부르주아 의회에 기대고 있는 민주노동당 행보의 폐해는 전적으로 노동자계급에게 돌아오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의회주의 세력들이 사이비 노동자정당임을 자부하는 지금의 시기에 파리코뮌의 의의는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파리코뮌의 혁명 전사들의 외침에 실천으로 화답할 때다!!
3월 18일, 민중의 발의로 시작되었던 코뮌 혁명은 실험적이고 긍정적이고 과학적인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열고 있다. 코뮌 혁명은 정부를 지지하고 성직자 중심으로 돌아가던 낡은 세계의 종말이며, 군사주의와 관료주의, 착취, 투기, 독점, 특권의 종말이다. 이러한 것들에 프롤레타리아는 노예상태로 예속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조국은 불행과 파탄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 파리의 시민인 우리는 역사를 환하게 비춘 모든 혁명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풍요로운 근대적 혁명을 완수하겠다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는 투쟁하고 승리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1871년 4월 19일 파리코뮌의 ‘프랑스 인민에 대한 선언’)]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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