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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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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13:24:22, 조회:2,323, 추천: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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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공동투쟁으로 생존권을 사수하자!
- 철도노조 활동가
‘잠정’ 합의된 임금협약안이 12월 6-8일 조합원 인준투표를 통해 가결되며 2006년 임금 투쟁은 마무리되었다. 조합원 24,937명 중 투표에 참여한 수는 21,494명(투표율: 86.19 %)이었고, 찬성 15,283명(찬성율:71.10%), 반대 5,991명, 기권 3,443명, 무효 220명이었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고, 한미 FTA협상, 노사관계로드맵 등 굵직한 현안에 밀려 민주노총마저도 총파업 투쟁을 선언하고 있던 시점에서 철도노조 김영훈 집행부는 연대와 투쟁의 길보다는 총액임금 가이드라인인 2%를 수용했고, 해고자 복직에 관한 후퇴한 안을 받아들이며 타협의 길을 택했다. 정규직의 임금인상만 담긴 임금협약은 KTX 문제, 철도 비정규직관련 임금, 비정규직 새마을승무원의 재계약 문제 등 현안 사항 들을 다룬 요구안들을 포기한 대가였다.
다음해 3월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조 후 임기를 다한 첫 위원장(김영훈 위원장은 3.1파업 관련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파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았다.)으로서, 산별전환 시대에 운수 산별을 지도할 초대 위원장으로 남게 되었다.
총파업일정은 계획하지 않은 채, 현장투쟁 계획만을 가지고 사측을 압박(?)하던 집행부는 집중 사업장 중심으로 투쟁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을 때, 잠정합의안을 내와 투쟁에 혼란을 주었다. 사측은 재빠르게 조합원이 확인할 수 있는 업무용 프로그램을 통해 잠정합의 도출, 공사전환 첫 임금교섭의 무쟁의 타결, 임금 총액라인인 2%내 합의 등의 소식을 전했다.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일 뿐이며, 부대합의에서 이견으로 인해 합의가 되지 않았으므로 현장 투쟁을 지속하라는 투쟁지침이 내려졌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되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라며 짧은 시간이 현장 지부장들에게 주어졌다. 서울지방본부, 일선의 지부장들의 의견수렴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요구에 얼마간의 시간이 더 주어 졌지만, 잠정합의안에 대한 확대 쟁위대책위(지부장과 조합, 지방본부 간부)의 표결을 통해 가결된 바 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에 조합원들의 불안 역시 지속되고 있다. 3.1 총파업의 패배, 지속적인 현장 투쟁에 유야무야 정리된 4.1 합의안 이후 집행부는 지도력을 내던졌다. 근로기준법 위반과 과도한 승무율, 1인 승무 시도, 퇴직기관사 이용은 기관사들에게 투쟁을 택하게 했다. KTX 승무원들은 여전히 총파업을 벌이고 있었지만, 사측은 KTX관광레져(주)에 KTX 승무운영권을 넘겨주었다. 이제 KTX 관광레져는 명백히 열차 승무 자회사가 되었다. 사측의 일방적인 인력 운영 안이 운수, 차량 등을 중심으로 전 직종으로 확대되며 제출되고 있었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을 대비한 ‘비정규직 대책 안’이 공개되어 비정규직, 정규직의 생존을 위협하며 심각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었다. 4.1 합의안이 어겨지며 해고자 복직은 멀어져 가고 있어 투쟁을 요구하고 있었다. 공사로 전환된 후 1년의 정년연장인원과 올해의 정년인원이 퇴직하고 있어 현장 인원의 부족을 토로하면, 사측은 ‘업무량 축소, 사업폐지(역 폐지, 소화물 운영 폐지, 승무 생략 및 대체 등)와 노동강도 강화’의 방식을 통해 인원부족을 해결하고 있다. 신선 개통 등 실질적 증원 요인이 발생했지만 인원은 동결되었다.(임금교섭 타결 후 턱없는 인원만을 뽑겠다는 인력운영안을 내왔다.) 분명한 투쟁사안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본조합은 투쟁을 집중, 총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종별, 해당자별 합의나 분야별 투쟁을 통해 풀어가게 방치하거나, 외면하고 있었다. 변변한 반대투쟁도 조직하지 못한 채 사측은 조직개편을 단행해 지사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임금교섭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집행부는 단체협약 당시에는 “임금교섭까지 함께 한다면, 단협 요구의 집중점이 흩어지거나, 언론?정부의 정규직 고임금론의 여론몰이에 밀려 제대로 투쟁할 수 없다”더니 임금교섭이 시작되자 임금교섭만을 해야 한다며 현실의 구조조정과 현안 투쟁 사안에는 눈을 감아 버렸다. 임금투쟁이 조합원들의 투쟁동력을 끌어올리지 못하자 확대쟁대위를 통해 현안 요구 사항을 추가하였지만, KTX승무원 문제 해결, 해고자 복직문제 등이 추가되었을 뿐 정규직, 비정규직의 연대투쟁 고리인 구조조정관련 요구안을 포함하지 않았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비정규직 대책안과 외주화방안으로 인해 심각하고도, 당면한 문제로 인식한 비정규직 실무교섭단에 의한 제기에 의해 겨우 정식안건이 아닌 의제, 토론사항이 되었을 뿐이다.
투쟁의 핵심 고리를 방기한 임금 교섭에 조합원들의 집중력은 떨어져 있었다. “싸워도 안 된다. 조합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조합원 태도가 이미 형성되어 조합원의 조직화는 쉽지 않았다. 교섭이 결렬되고,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조합집행부는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함께 진행된 산별 전환 총투표에 총력을 기울였다. 생일날 잘 먹자고 굶는다더니 나중에 운수산별이 되면 모두가 잘 될 것이라는 입 발린 소리로 조합원을 현혹시켰다. 현실의 문제를 통해 투쟁을 키우고 확대하면서 조합원을 조직하여 투쟁하는 방법보다는, 조합원의 상태와 조직력을 핑계로 “고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합의로 투쟁이란 무기를 반납하며 교섭을 통한 해결이라는 협조주의자들의 상투적인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무쟁의, ‘원만한’ 타결과 더불어 구조조정은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단순히 ‘검토안’이라고 했던 비정규직 대책안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통과와 더불어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새마을 승무원의 KTX관광레져로의 외주화는 교섭 당시 거론된 것과는 다르게 강제적인 전적동의서를 요구하였다. 재계약 여부가 불확실해 지면서, 타 분야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높아지고, 비정규직 운용지침을 ‘전환배치’ 및 ‘사측의 계획에 의거한다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음’으로 개정하여 근로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미 해고통지서를 보냈다가 항의와 투쟁으로 재계약을 보장받아냈지만 불안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KTX 동지들은 300일이 넘게 투쟁하고 있으며, 새마을 동지들은 12월 17일부터 ‘외주화 반대’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직접 고용 비정규직은 늦은 감이 있지만 스스로를 조직하고 있다. 부천역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사망을 계기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 청소용역 노동자, 소규모 하청 노동자들을 포함한다면 철도 관련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상당히 많다. - 노동자들의 권리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온갖 비정규직의 모순이 철도 내에서 폭발하고 있다. 여기에 정규직 철도노동자 역시 비정규직의 문제를 스스로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철도의 구조조정은 누가 보더라도 “다음은 우리 차례”임을 깨닫게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겉으로는 정규직이지만 따져보면 미래가 없는 비정규직이 되어버렸다. 적어도 이전까지 투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투쟁이 철저하고 단호하게 조직되고 있지 못할수록 정규직은 체념하거나, 남의 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새마을 승무원 외주화 문제에 대해 정규직 열차 지부는 함께 투쟁하고 조합원을 조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집행부는 여전히 이 문제를 ‘핵심사업’과 집중사업으로 배치하지 않고 있다. 조합원으로 가입된 소규모, 조직력이 약한 새마을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이 무너진다면, 조합은 이후 투쟁과 조직화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지속될 외주화 정책의 잇따른 희생양은 타분야(역무, 전기, 시설 등) 비정규직이 될 것이다. 다음은? 구조조정은 반드시 순서, 규모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순서는 조직하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자본은 조합원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약한 곳부터 공략해야함을 잘 알고 있다. 아직은 괜찮다던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는 파멸을 부를 것이다. 결국 현 집행부의 태도는 미래를 그것도 머지않은 당장의 미래를 버리고 있다. 투쟁지침을 내려 줄 것, 가능한 한 투쟁을 배치할 것에 대한 요구에 김영훈은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솔직함, 미안함으로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려 하는가?
그동안 철도에서는 비정규직 투쟁을 여러 차례 진행해 왔다. 2005년 새마을 승무원투쟁, 철도매점투쟁, KTX승무원투쟁, 다시 새마을 승무원 투쟁 및 비정규직 투쟁. 이와 더불어 철도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공존하고 있었다. 단협이 지지부진해지며, 야금야금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비정규직은 확대되었다.
사실, 비정규직 투쟁은 철도매점 투쟁을 제외하면 구조조정분쇄투쟁을 철저히 전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비정규직, 외주화를 수용하면서 발생하였다.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도입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구조조정 투쟁의 선두에 서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고용불안의 최전선에 있고, 조직되지 않고, 경험이 없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의 연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정규직 조합이나 활동가들이 조직, 연대하면서 비정규직 투쟁은 ‘대리주의’로 비판되거나, 투쟁을 책임지려하지 않는 등 왜곡되고 굴절된 연대와 투쟁회피를 낳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정규직 조합원에게는 냉소와 안일함을 가져오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오류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승리란 있을 수 없다. 이미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은 구호나 원칙이 아니다.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하나 되어 싸워야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나중에, 다음에는 있을 수 없다. 바로 동일한 목표의 투쟁-구조조정 분쇄, 비정규직 철폐-을 당장에 전개해야 함을 철도현장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를 조직하지 않고, 미루어 둔다면 미래의 조직할 노동자는 아무도 없게 될 것이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집회에 참여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 시간에 정규직을 조직하라.”
이 말은 분명 형식적인, 몸만 대주는 연대가 아니라 자신의 싸움을 분명히 전개하는 것이 확실한 연대임을 표현하는 말이다. 철도의 구조조정은 연대와 투쟁이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의 패배는 내일의 패배가 될 것이다. 김영훈 집행부는 오늘의 패배에 눈감아 버리며 내일의 승리를 장담해 왔다. 김영훈이 초대 위원장이 되며 운수산별이 출범한 지금, 운수산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이럴수록 현장의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더욱 긴장을 해야 할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오염된 산별을 정화시켜내는 것은 활동가들과 조합원의 몫이 되었다.
철도현장에서 이러한 몫은 비정규직의 조직화, 비정규직과 함께 구조조정분쇄, 생존권 사수 투쟁을 성사시켜 내면서 시작될 것이다. 자연스럽게도 투쟁이 격렬하고, 단호하게 진행될수록 현재의 산별은 정확하게 자신의 왜곡된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올바른 길로 인도될 것이다. “투쟁만이 살 길이다. 비정규직, 정규직 공동투쟁으로 생존권을 사수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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